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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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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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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3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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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74. 태양의 숨결에 대해서

DUMMY

그녀가 지내는 곳은 작은 아파트였다. 대학교와 제휴를 맺은 기숙사 건물이라고 보면 대강 맞았다. 무료는 아니었고,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방값이 싸다. 미국 서부의 대도시. 어마어마하게 거대해져버린 메갈로폴리스의 어느 중심부에 위치한다. 21세기 초중반부에 있었던 인플레이션이 지나고, 지금은 전체적으로 선진국들의 생활 물가가 그리 비싸지만은 않았다.


그것들을 감안하고, 주변 지역의 거주비와 비교해도 3분의 2에서 절반 정도 가격이다. 다만 학비가 조금 부담스러운 정도이기는 했으나, 그녀는 석사 과정 중에도 장학금을 지원받는다. 연구원으로서 일을 하는 것도 그 장학금 제도에 포함이 된 것이다. 애초에 주욱 공부를 하고 학계에 깊이 발을 담그려는 생각이었으므로, 그다지 리스크나 제약이라고 여겨지지도 않는 점이다.


반드시 다니고 있는 대학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랩Lab에서만 일을 해야한다는 점이 굳이 따지자면 제약이었다. 릿샤는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인생에 있어서 겪는 여러가지 일 중에 말이다. 그게 힘들다면 곧 인생의 태반이 힘든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녀의 천재성은 모난 사회성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집단 내에 훌륭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특이성과 천재성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관계라서, 사실 도움인지 방해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병주고 약주고, 라는 말이 어울리리라. 그녀의 천재성과 특이한 성격, 그리고 모난 사회성이라는 정신적인 요소들의 관계성을 설명하는 데는.


물리학은 다양한 공학과 연계되기 쉬웠고, 미국 서부의 공업 단지들과 연계되어 있는 다양한 연구소들을 석사 과정 중에 경험할 수는 있었다. 정식으로 소속된 랩은 대학 내의 한 곳이었으나, 프로젝트성으로 다양한 협력 사업을 진행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던 것이다.


릿샤는 굳이 따지자면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맞지 않는 사람과 지지고 볶고, 하는 건 정신 건강에 해롭다. 자기의 일에 몰두하는 것이 차라리 나으리라.


그런 생각으로 지금도 스트레스를 처리한다.


릿샤의 눈이 저 멀리 폭풍의 구를 관찰한다. 이제는 구가 아니다. 완전히 테두리가 풀려버렸고, 내부에 있던 광풍이 튀어나왔다. 검은 용을 집어삼킨다.


검은 용의 머리에 맞은, 그 몸에 비하면 작은 구가 이제는 어마어마한 크기가 되었다. 전방으로 투사되면서 한기까지 스며들어 검은 용의 몸이 굳는 게 보인다. 수백 여 미터 멀리 떨어진 허공에서 육안으로 그냥 보아도 말이다.


살아 움직이는 밧줄처럼 요동치던 길쭉한 몸체가 딱딱해지는 것이다. 유연성을 잃었고, 그 위로 검푸른 폭풍이 발톱을 세우고 달려든다. 검은 용의 피부를 그대로 까뒤집으려는듯, 거대한 바람이 몸을 따라 뒤쪽으로 이어진다.


데슈칸 산맥의 허공에 거대한 원형의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구형이라고 해야할 테였다. 앞에서 보기에 원형일 뿐이다.

구슬 형태의 소용돌이는 앞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허공을 돌아다니던 검은 용의 몸뚱아리 중 대가리부터 시작해 수십 여 미터는 집어삼킬 정도로 커진 뒤에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폭풍 속은 한기로 인해 생겨난 무수한 결정들이 있었다. 얼음 결정들이고, 일반적인 얼음은 아니다. 수분도 냉기도 MP로 인해서 형성된 것이고, 자연 속에 있는 것보다 훨씬 단단하며 파괴적이고 요란한 효과를 보인다. 무언가를 부수는 일에 탁월하다. 검은 용의 피부가 깎여나갔다.

아주 급속도로 돌아가는 믹서기 내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검은 용을 믹서기에 넣을 수 없으니까, 인공적으로 믹서기를 만들어 내서 검은 용에게 던진 것과 같았다.


믹서기의 내부는 신나게 검은 용의 표피를 발라낸다. 재빠른 속도로 움직였고, MP로 이루어진 광풍은 검은 용의 보호막을 무효화시켰다. 그것을 벗기고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이미 피부만으로도 강철 이상의 강도였지만, 이제 특제로 지어진 냉기 결정들은 다이아몬드 더스트Diamond dust라는 별명으로 불러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단단하다. 날카로웠고.


광풍은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속도였고,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풍속이었다. 얼음 결정들은 제각기 모양도 크기도 달랐으나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검처럼 날카롭게 날이 서있다는 점만은 같았다. 셀 수 없는 양의 미세한 칼날들이 검은 용의 피부를 벗긴다.


강철 이상의 강도를 가진 것이었지만, 그것을 긁어대는 발톱이 그보다 더했다. 릿샤가 미리 계산한 점들이기도 하다.


검은 용은 경험해본 적 없는 한기 때문에 뇌가 얼어버렸다. 죽지는 않는다. 검은 용을 단번에 죽이려면 뇌부터 시작해서 신체의 절반 정도를 날려버려야 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재생하지 않으리라.

저렇게 거대하고, 패턴이 다양하고. 복잡한 성질을 가진 생물이지만 근본은 벌레였다. 거대화된 마물이 제 좋을 때는 벌레로서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했다. 현실이라면 어려울 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콘란드 대륙이었다.


고등 생물로서는 보기 어려울 정도의 재생 능력,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검은 용이다.


폭풍의 구는 백 여 미터가 넘는 길이의 몸을 자랑하고 있는 검은 용을 삼켜간다. 그것이 꼬리쪽으로 옮겨갈수록, 구슬에 실을 꿰듯이 검은 용의 앞 부분은 점차 바깥으로 나온다.

새하얗게 얼어버린 모습이었다. 지독한 한기가 검은 용을 때렸고, 그 직전에는 얼음 결정이 MP의 폭발을 일으키며 물리적으로 갉아냈다. 온전하게 마스터 마기아의 스킬이었다. 이전에 제냐가 위검기를 사용했을 때의 모습과 비교한다면 훨씬 더 완성도가 높은 정도이다. 100레벨까지 앞으로 몇 발자국. 검은 용을 잡고, 또 몇 마리 정도 네임드를 잡으면 안정적으로 100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그 이전에 한 마리 한 마리 사냥할 적에, 어마어마한 고생을 하고 수퍼 플레이를 해낸다면 추가 경험치를 받아서 더 빨라질 수도 있었고 말이다.


지금까지 하고 있는 공격은 확실히 수퍼 플레이였다. 다만 릿샤로서도 이 정도 수준의 중첩 스킬은 조금 무리를 하는 셈이다. 공격력으로 치자면 100레벨도 넘은, 라이엔 정도 레벨 이상의 플레이어가 하는 스킬이었다.

초상술사는 한 발 한 발에 싣는 위력이 크고 그것이 공격하는 범위가 거대하기에 고수가 될수록 기하급수적인 힘을 자랑한다. 아주 견고하게 레벨을 짜올리고, 스펙과 컨트롤 실력을 갖춘 120레벨 이상의 고수가 공격하듯한 스킬을 선보인 릿샤이다.


그녀는 아직 스펙이 많이 부족했고, 한 발 한 발에 쏟아야 하는 집중력이 그만큼 더 크다. 연속적으로, 안정적으로 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때와 마찬가지로 두 발 정도로 준비를 했다. 운트 작힘 성에서 폭풍의 한 자락과 태양의 숨결을 쓴 것처럼 말이다.


릿샤가 준비해 온 아티팩트들은 열과 빛을 토해낸다. 신체 여기저기에 걸어두고, 준비를 해둔 장신구들이 뜨끈하게 느껴진다. MP도 에너지이다보니 그런 현상을 동반한다. 현실의 지구에서 사용하는 물리적인 에너지들, 전기니 화석 연료니 하는 것들을 쓸 때만큼 발열이 크지는 않다. 아무리 막강한 위력을 다룬다고 해도 그저 따뜻한 손난로를 넣어둔 정도의 열 발생이 한계였다.

친환경적이고, 진보적인 에너지라고 할만했다. 당연하다. 상상 속의 에너지였으니 말이다. 이 세계에만 존재하고, 여기에서도 아무나 사용할 수 없는 초월적인 힘에 대한 상상이 SP니 MP니 하는 것들이었다.


그만한 에너지와 그로부터 발전한 공학이 있기 때문에 콘란드 대륙이 지금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현실적인 지구를 그대로 모티브삼아 만들어졌다면, 훨씬 더 핍진성이 넘치는 세계관이 되었으리라. 아마 일정 연령 이하는 제대로 플레이하기가 힘들 정도로 팍팍한 세상을 그려내게 되었겠고.


판타지에는 여러모로 연출이 필요한 법이었다. 결국 이 작품이 소비되는 시대는 ‘현대’이기에 말이다. 현대의 누군가가 겪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면 작품으로서는 쓸모가 없었다. 여러가지 연출적 의도에 따라, 비련의 시나리오는 지금 이렇게 지어져 있었다.


큰 에너지를 다루는 초인들이 활보했고, 초상공학이 발전해서 핵무기 까지는 아니지만 대형 폭발 무기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였다. 시대의 전환점, 변혁기. 그런 점에서 현대와 같을지 모른다.

21세기의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는 현실의 지구 역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는 늘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세계는 늘 불안정을 안고서 나아가는 바다 위의 배와 같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쓰이게 된 지도 한 세기가 지나가고 있었고. 좋든 싫든 인류라는 건 한 배 위의 이웃들이었다. 이웃의 패악과, 마을을 망치는 행위는 때로 삶을 너무나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즐거움을 타인의 행동 때문에 빼앗길 수는 없긴 하지만.

머리가 복잡한 것도 사실이다, 늘.


시나리오 온라인은 플레이어들에게 늘 선택을 강요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런 일이 나타났을 때. 선악에 대해서 제대로 구분할 수 있겠는가. 네 기준은 무엇인가.

실수를 하고, 발을 헛디뎠을 때 가차없이 게임 오버가 되기도 한다. 지독한 게임이다.


릿샤는 시나리오 온라인의 지독성에 지지 않을만큼 지독한 성격이기도 했다.


폭풍의 한 자락이 대강 끝나가고 있다.


릿샤는 태양의 숨결을 준비했다.


모체가 되는 스킬들은 유니크 스킬인 그 두 이름이었으나, 예전에 쓴 것과도 많이 다른 형상이다. 중첩 스킬로서 첨가되는 여러가지 부품들을 바꿨으니, 최종적으로는 아예 다른 기능의 기계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다른 기능이라는 건, 위력적으로 획기적인 증대를 해냈다는 말이다.


한기를 쏟아냈으니, 다음은 열기를 줄 차례였다. 릿샤의 성격은, 호아킨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랄맞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자신의 성격이 제법 마음에 든다. 이런 식으로 상대를 괴롭힐만한 좋은 공격 수단을 궁리할 때는, 아주 괜찮은 성격이었다.


부들거리는 팔을 다시 뻗는다. 허공에 가짜 태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짜’여도 태양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의 물체라는 건, 그것의 어마어마한 열기를 짐작케 한다. MP를 다루는 초상술사들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먼저 폭풍의 구가 생겨났던 것처럼, 이번에는 불의 공이 생겨났다.


그녀가 뻗은 짧은 팔 앞 쪽으로.


십 수 미터는 떨어진 곳에서 작은 불의 기운이 피어난다. 이글거리고, 붉다. 빛이 밝았고. 주홍색을 띈다. 모래 알갱이인가? 싶은 수준의 크기를 가진 입자들이 모였고, 점차 찰흙이 그렇듯 붙어 모양을 갖춘다.


모래, 콩, 손가락 한 마디, 손가락, 손바닥, 팔뚝. 순식간에 지름의 크기가 그렇게 순차적으로 넓혀진다. 멀게 보였던 구체는 어느새 릿샤의 바로 앞까지 다가올 정도로, 거대해진다.


불의 기운이 허공에서 생겨나는 것 같았다. ‘태양’이라는 이름이 참으로 잘 어울렸다. 우리는 대부분 실제의 태양을 가까이서 보지 못하니까 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해라는 건, 하늘 위에 떠 있어서 그리 크지는 않은 모양의 그것이다. 그런 상상과 결부되어서, 얼추 비슷한 꼴로 느껴졌다.


눈이 시리도록 밝게 빛나는 구체이다. 화끈한 열기가 그것을 이루고 있었다. 주변의 대기가 다시금 달라진다. 먼 앞에서 검은 용은 여전히 한기와 싸우고 있었다. 폭풍의 구가 용의 몸뚱이를 거의 집어삼키고, 동굴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용은 거진 몸을 바깥으로 빼내려다가, 폭풍의 구 때문에 멈춘 상태였다.

멈춰 있는 꼴이지만 검은 용의 사투는 치열하다. 내부적으로는 냉기를 이겨내고 다시금 살아나려고 MP가 돌고 있었다. 그것을 다시 릿샤가 보낸 폭풍의 구 소속 MP들이 막고 있는 형국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MP들이 생명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마치 두 종류의 군사들이 싸우듯 치열한 다툼을 하는 중이었다.


결국은 폭풍의 구가 질 것이다. 저 한 방에 실려 있는 MP는 아무리 과밀하게 투입을 하고, 거대한 파괴력을 담았다고 해도 검은 용을 단번에 K.O시킬 정도는 되지 못한다. 아무래도 체급이 달랐다. 지금 저렇게 움직임을 멈춰놓고 지속적인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제냐나 최태현도 섣불리 공격을 하지 못했다.

폭풍의 구가 일을 하고 있으니, 쓸데 없는 자극을 주어서 검은 용의 일어남을 더 빠르게 할까봐여서였다.

대신에 푸른 물약을 마시고, 각종 포션들을 들이키면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검은 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에 최적의 공격을 쏟아붓기 위해서였다.


데슈칸 산맥. 멀리는 돌 절벽. 절벽에서 뻗어나온 검은, 기괴한 모양의 선 하나. 그 선이 허공에 그대로 얼어 붙어 있었다. 선을 지나가고 있는 구체 형태의 폭풍이 있었고, 그건 곧 돌 절벽에 닿으리라.


릿샤는 고도의 집중을 하고 있었다. 사냥에 참가하고 있는 다른 파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길게 느껴졌다. 저 한 발로 끝났으면 좋겠다, 고 개중에서 라이엔은 생각했다. 그녀로서도 그게 별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건 알았지만 말이다.

단발로 데슈칸의 검은 용을 침묵시킬 수 있는 실력자라고 한다면, 고수급 중에서도 한참은 위로 올라가야 하는 숙련자다. 레벨 100을 옛저녁에 넘고 새로운 경지를 바라보고 있는 그런 이들 말이다.

보통 레벨 100대의 구간을 고수급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 정도로 포진되어 있었다. 그 때부터는 레벨업이 지독하게 어려워지기도 했고, 분포한 사람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레벨 200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랭커에 도전할 수 있는 그 즈음이었다.


레벨 200이 곧바로 랭커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으나, 거의 그에 준한다. 개중에서도 더 레벨을 높이고, 그에 적합한 실제 실력을 갖고 있다면 확실히 랭커였다. 레벨 300을 넘는 이들은 다른 조건을 볼 것도 없이 랭커들이었고 말이다. 만 명으로 이루어져 있는 랭커들 중에서도 수준 높은 이들이 레벨 300이상의 존재들이다.


제냐가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 몇 개월 전에 이미 300중반을 돌파한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성장 속도도 그리 빠르지만은 못하다. 높은 수준에 올라갈수록 길이 가파라지는 탓이다. NPC와 플레이어들간의 격차가 거기에서 난다. 초보, 중수 구간에서는 유저들의 성장세가 NPC들의 쌓아온 수준을 이기기가 쉬웠지만. 고수급 이후부터는 진정한 의미로 이 세계에서 연단을 쌓아온 NPC들의 경륜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았다.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했다.


가짜의 세상이라고 할 지라도, 이 안에 숨겨져 있는 현실에 대한 비유와, 그로부터 오는 진리의 편린들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우스운 이야기와 같은 게임 속 세상이지만. 분명히 현실에서도 적용할만한 지혜의 조각들은 있었다.

어디를 가나, 어떤 상황에 있던, 그건 마찬가지인 이야기다.


반어법적인 의미로, 세상은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게임에 접속해 있다고 현실에서 살고 있는 삶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고작해야 감각을 완벽하게 구현했을 뿐인 가상 현실 세계가 만들어진다고, 실제 삶의 의미나 실체가 퇴색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 비련의 시나리오는, 역설적으로 가장 ‘실제의 삶’의 확실성을 부각시켜준다.


아무리 가깝게 따라 만들어도, 절대로 따라할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가 실제의 그것에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정교한 가짜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이들은, 진짜의 놀라움과 위대함에 대해서 갈수록 경탄하게 되어 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창작을 업으로 삼는 이들은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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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221. 누구의 끝 24.03.14 18 1 10쪽
221 220. 두려움이 이빨을 갉아먹다 24.03.14 15 1 19쪽
220 219. 떨어지듯 달리다 24.03.14 13 1 12쪽
219 218. 제냐는 미리 준비했다. 24.03.13 16 1 13쪽
218 217. 다이스Dice, 릿샤, 흑각 24.03.12 16 1 22쪽
217 216. 밤을 꿰뚫어보는 까마귀는 누구일까 24.03.12 23 1 11쪽
216 215. 살수조 모집 24.03.11 17 1 16쪽
215 214. 사냥감 A 24.03.10 16 1 12쪽
214 213. 이미 따라진 와인, 근처로 달려온 골칫덩이 24.03.10 16 1 16쪽
213 212. 조금 시간이…. 24.03.10 14 1 17쪽
212 211. 한 번 불꽃처럼(악의) 24.03.08 15 1 21쪽
211 210. 미치광이는 그네를 거꾸로 탄다. 24.03.07 15 1 21쪽
210 209. 이동移動 24.03.06 14 1 20쪽
209 208. 지루한 옮김, 라이엔의 상념 24.03.05 17 1 21쪽
208 207. 지루한 옮김 24.03.05 16 1 14쪽
207 206. 퍼레이드parade 24.03.04 15 1 19쪽
206 205. 거북이 사냥 24.03.03 18 1 36쪽
205 204. 따스한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24.03.01 13 1 12쪽
204 203. 화살막이 24.03.01 14 1 19쪽
203 202. 방패, Shield 24.01.07 19 1 14쪽
202 201. 짜증 24.01.07 13 1 24쪽
201 200. 공습 24.01.06 15 1 22쪽
200 199. 필멸창 24.01.06 11 1 20쪽
199 198. 둘러 앉아서 24.01.05 17 1 14쪽
198 197. "…시작인가?" 24.01.05 16 2 23쪽
197 196. 띄어쓰기 24.01.05 12 2 15쪽
196 195. 호아킨은 웃었다. 24.01.05 9 2 11쪽
195 194. 귀퉁이 24.01.03 14 2 12쪽
194 193. 가즈아 24.01.03 15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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