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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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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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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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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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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4. 귀퉁이

DUMMY

검은 용도 그렇게 때려잡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라이엔은 무리를 하거나, 모험을 하지는 않았다.

검은 용에 비하자면 종잇장이나 마찬가지인 몸뚱이였다. 피해는 전혀 받지 않고, 깔리지도 않고 철저하게 피하면서 공격만을 해야 하는데, 라이엔은 쉽게 이 게임을 접고 싶지 않았다.

재미있는 여행 시뮬레이터로서 비련의 시나리오를 잘 이용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이들의 열정에 이끌려서 이만치 온것만 하더라도 이미 과한 모험이다.


뭐, 재미가 없지는 않았다.


검은 머리를 뒤로 나부끼면서 라이엔은 신나게 웃었다.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그리고 워낙 빠른 탓에 그녀의 얼굴을 누가 볼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속에 있는 모험심이 자극을 받는지도 모른다. 혼자였다면 하지 못했을 일을 이들과 함께하니 할 수 있다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일지도.


“어둠.”


릿샤는 말을 뱉었다.


저 위, 검은 용을 내려다보는 창공에서였다. 브레스가 오더라도 금방 닿지는 못하는 상공 수 백 미터까지 고도를 높였다. 그녀가 아래로 뻗은 팔 아래에는 여전히 검은 창이 있었다. 우주의 조각을 떼어다가 창공에 둔 것만 같은 기이한 모양새.


시동어를 읊으며 검은 용을 노려본다.


임시의 궤적은 릿샤의 눈 앞에도 생겨났다.


투척류의 스킬을 발휘하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이용하고 있는 시스템이었다.


가상의 궤적은 점선으로써, 붉고 또 선명하게 허공에 이어진다.


릿샤가 뻗어낸 검고 어두운 형체로부터 시작해 쭈욱, 저 아래로.


상공 수 백 여 미터 위에서 바라보는 카운트 산의 꼴은 엉망이었다. 데슈칸 산맥은 넓고도 웅혼하게 뻗어 있다. 개중 카운트 산의 한 면은 검은 용의 지랄과, 릿샤 일행의 난리법석으로 쑥대밭이 되어 있었지만. 다른 면은 아직 멀쩡하다. 이제 돌 절벽을 넘어서 전장이 확대된다면 산의 봉우리 하나가 전부 엉망이 될 지도 모른다.


릿샤는 차라리 그러길 바란다. 화끈하게 무너뜨리고, 검은 용을 죽이고.


어둠의 창이 검은 용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붉은 점선이 주욱 이어져, 저 아래에 있는 검은 용에게 닿았다.


분수처럼 검은 브레스를 토해내는 놈이다. 녀석의 정수리, 인지 목 즈음 되는 부분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릿샤는 그대로 스킬을 내려보냈다.


검은 창은 아래로 떨어진다.


떨어진 돌의 조각을 아주 크게 만들어놓은 것 같고, 또 평평했다. 그래서 ‘창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깨어진 광물의 조각처럼 보여서 단면이 아주 날카롭기도 했다. 가로로 길게 늘어져 있던 것이 세로로 섰고, 그대로 떨어졌다.


휘우우, 하는 바람의 소리가 릿샤의 귓전을 스친다.


데슈칸 상공의 바람은 그럭저럭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붉은 머리칼은 바람의 방향대로, 이리저리 바뀌어가며 나부낀다.


코를 찌르는 자연의 향취. 별 것은 없었다만.


어쨌든 릿샤는 메마른 표정으로 창을 날린다.


표정이 그리 많지는 않은 여자였다. 릿샤 애드윈은. 게임 바깥의 바르샤 애드윈 역시 마찬가지였고.


늘 복잡한 생각을 하는 것같은 표정으로, 살짝 눈매를 찡그리고 있을 뿐이다.


아, 머리가 아프다.


애드윈은 그렇게 여겼다.


너무 게임에 집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그와 동시에, 검은 창이 검은 용의 대가리를 찔렀다.


쿠욱.


*


콰앙.


폭음이 번진다.


멀리서 도망치고 있던 라이엔과 최태현이 똑똑히 보고 있던 광경이다.


하늘로부터 운석처럼 검은 물체가 떨어지더니 검은 용, 지렁이의 대가리를 찔렀다.


그리고, 그대로 그 몸을 가르면서 곧게 선 몸뚱이의 내부까지 파고들었다. 언뜻 보기에도 수십 여 미터 정도는 파고는 게, 폭발을 했다.


지렁이의 몸뚱이는 중간에서 뚝, 잘린 꼴이다.


몸의 중간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으니 말이다. 제 몸을 높게 세우고서 허공을 오시하던 검은 용의 몸이 터진다.


브레스는 끊어졌고, 초고속으로 이동하던 갈색 매는 여유를 되찾았다. 길게 선회를 해서, 검은 용의 측면으로 다가선다. 최태현은 한결 여유가 생긴 압력과 속도에 백룡각궁을 다시 쥐었다.


“장관이네요.”


라이엔이 말했다. 최태현은 덜그럭거리는 전통 내의 화살 중 하나를 뽑아들며 답한다.


“그러게요.”

“이제 절반 정도는 닳았을까요?”

“아마도,”


최태현이 답했다.


“지겨운 새끼.”


그리고는 혼잣말로 낮게 뇌까리면서, 자철시를 시위에 걸었다. 굵은 줄에 화살의 엉덩이가 걸렸고, 그대로 당겼다. 순식간이었다.

그의 앞에는, 화살을 메기자마자 늘 보이는 광경이 펼쳐진다. 푸른 점선이 저 멀리까지 뻗어 검은 용의 몸에 닿았다.


수 백 여 미터, 혹은 키로미터 단위로 떨어진 자리였으나, 궁수의 시야가 그것을 보조했다. 원거리를 바라보는 확대경같은 화면이 그의 시야 한 켠에 펼쳐진다.


검은 용에게 닿은 자리, 그 몸뚱이가 크게 보이는 것이다. 망원경으로 보듯이 착탄지를 관찰할 수 있었다.


최태현은 화살을 놓았다.


쉬우우우우.


자철시가 날았다. 하나가 날기가 무섭게, 또 다시 여러 발을 시위에 걸면서 연달아 날린다. 속사는 최태현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 중 하나이기도 했다. 갈색 매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허공에 자리를 잡자, 쉼없이 쏘아내기 시작한다.


잘려나간 몸뚱이라, 허물어지는 상단과 돌 절벽을 더듬고 있든 하반신 중 어느 쪽이 본체인 지 알 수 없었다. 일단 최태현은 둘 모두를, 골고루 때렸다.

화살이라면 질릴 정도로 가져온 상태였다.


콰과광.


멀리서부터 화살이 날아와, 떨어지자마자 작은 폭발들을 일으켰다.


기력을 충분히 담아 날리면, ‘버닝 샷’이라는 이름의 스킬을 쓸 수 있었다. 기본적인 화살에서 조금 더 강화된 버전이었고, 그리 큰 소모는 아니었다.

사냥이 길어지면 플레이어들도 충분히 포션을 마시며 장기전을 벌일 수 있다. HP만 떨어지지 않고 신체의 절대적인 손상만 입지 않는다면, 그리고 전략만 잘 짤 수 있다면. 플레이어는 몬스터들과의 싸움에서 늘 절대적 우위를 가질 수 있었다.


몬스터가 과연 순순히 당해주기만 할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처럼 완벽한 기동성을 갖고, 적절하게 어그로 관리를 해주는 마스터 급의 동료들이 여럿 있다면 생각보다 쉬울 지 모른다.

견적이 나오기에 잡고자 한 것이기도 했다. 애초부터.


투두두둥.


최태현은 연속적으로 현을 뜯듯이, 악기를 연주하듯이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 날렸다.


라이엔은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


검은 용이 두 쪽으로 갈렸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검은 창은 검은 용의 방어력을 찢어 발기고 그 몸 내부로 들어가 터졌다.


상반신과 하반신.


검은 용의 뇌나 심장은, 아가리 쪽에 있었지만 그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코어들도 때에 따라서 계속해서 뇌나 심장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MP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또 방출하는 데 쓰이는 기관들이었다. 십 수 개 정도가 기나긴 몸에 분산되어 있었고, 그 전부를 터뜨리지 않는다면 검은 용을 한 번에 죽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재생하는데 쓰일 MP를 모조리 소모시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직까지 지겹게도, 검은 용의 여력은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고로 죽지 않고, 그것은 몸의 중앙에 있는 코어를 다시 뇌나 심장으로 쓰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거대한 구멍이 생기고 폭발력에 넝마가 되어버린 상반신은 버렸다.


수백 여 미터의 몸뚱이 중에서, 잘려나간 중부에 가장 가까운 하반신의 코어가, 뇌와 심장의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MP가 움직인다.


초월적인 질료와 마찬가지였다. 몸의 모든 성분을 대체할 수 있고, 심하게 말해 영혼마저 대체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초월적인 어떤 성분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비유가 떠오를 만하다.


정확히 말하면, 뇌에 심어져 있는 정보 따위는 몸에 있는 여러 개의 코어에 모두 중복 저장 되어 있는 셈이었다. 이미 보조 뇌와 심장으로서 기능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위엣 것이 터지면 다른 게 새로 기능하는 식이었다. 물론 그런 식의 변화와 탈태에 MP는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였고.


크에.


작은 신음이 먼저 들렸다.


검은 용이 내지르는 것이었다.


잘려나간 몸뚱이의 중간에서, 하반신의 위쪽으로 해서, 놈의 머리가 다시 생겨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봐야, 아가리를 제외한 다른 면은 밋밋한 몸뚱이와 그다지 구분이 가지도 않는다. 눈도 잘 보이지 않고, 귀도 안 보였고 말이다.


살에 파묻혀 있는 꼴이었고, 또 MP를 이용한 기력 감지술이라거나, 전신의 예민한 촉감으로 진동을 감지하거나 했다.


검은 용의 몸뚱이는 순식간에 절반 근처로 줄어들었다.


MP는 남아 있었고, 아가리가 튀어나오며 낮아진 자세에서 검은 용은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후우우우우우···.”


상공에 있는 릿샤는, 다시금 찾아온 쿨타임에 길게 숨을 내뱉으면서 잠시 쉬었다.


*


“우리가.”

“가야할 때 같은데.”


두 번째 마디는 그륵거리면서 뱉은 호아킨의 것이었다.


늑대인간, 웨어울프,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 내에서는 늑대원숭이라고 불리는 종의 모습을 하고서 말을 한다. 성대는 거칠고 마치 인간의 것이 아닌듯한 느낌이 있었다. 주절대는 아가리가 늑대의 아가리라 그런 지도 몰랐고.


브라운의 위에 올라탄 두 사람이었다. 호아킨이 앞자리에. 제냐가 뒷자리에. 제냐는 라이엔에게 말했다.


[“라이엔.”]

[“예.”]


대답은 빠르다. 통신용 아티팩트의 성능도 멀쩡했고.


[“우리를 다시 검은 용 근처로 데려다줘요. 약해졌을 때 파고 들어야지.”]

[“알겠습니다.”]


제냐의 말에 반응하는 것처럼, 곧바로 브라운이 날았다. 산과는 조금 떨어진 허공을 유유자적하게 날고 있던 녀석이, 잽싸게 방향을 잡고 직진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가속도가 붙었고, 총알 위에 타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느낌마저 받았다.


주변의 광경이 사라지는 듯도 보였다. 일순간이었다. 초인의 시력과 시야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변화하는 광경마저 순식간에 잡아낸다. 그런 시력 보정이 없다면 제대로 전투를 해내지 못할 테였다. 물리 계열 스텟들을 골고루 올리면, 대부분의 일은 문제가 없었다.


한 종류의 스텟만 올리고 나면, 감각이 자신의 움직임을 쫓지 못한다거나 하는 우스운 일마저 벌어진다. 보통 감각은 ‘순발력’ 스텟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었다. 다른 스텟들이 올라가더라도 일부 상승하지만, 순발력 스텟이 올라갔을 때만치 각종 감각 기관의 기능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제냐는 물리 스탯 중 순발력이 제일 높은 편이었고, 호아킨 역시 미련하게 한 종류만 파고든 사내는 아니었다.


브라운의 급가속에 곧 적응했다. 맞바람을 피하려 한 마리와 한 명이 바짝, 매의 등 위에 엎드리고 안전 장치의 끈을 쥐었다. 앞자리에 타고 있는 호아킨은 정식의 손잡이가 매의 목 근처에 있어서 그걸 잡을 수 있었다.


후우욱, 하는 바람 지나가는 소리가 귓전에 강렬하게 들렸다.


브라운이 두 사내를 순식간에, 검은 용의 몸뚱이가 있는 곳으로 운반했다.


*


하늘에서 두 사내가 떨어진다. 수십 여 미터 정도는 되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냥 떨어진다. 제냐도 호아킨도, 그만한 높이는 견딜 수 있었다. 기력을 제대로 단련한다는 건 무엇에도 부서지지 않는 막강한 몸뚱이를 완성해간다는 이야기와 같다.


MP가 남아있다면, 자유자재로 물리력에 대응할 수 있는 보호막의 여력이 있는 것과도 같았다.


쿵!


거친 소음과 함께, 제냐는 아래로 떨어지며 양도를 휘둘렀다.


돌 절벽의 무너진 잔해들 속을 뒹구는 검은 용의 몸뚱이 위에서다.


호아킨은 이빨을 날카롭게 만들었고, 발톱을 세웠다. 발톱은 마치 검처럼 튀어나왔고, 기력이 흐른다. 제냐가 그러는 것처럼 양 손으로 거침없이 피부를 찢어발긴다.


크어어어어.


검은 용은 뒤틀면서 소리를 지른다. 워낙 거대한 놈이라서 멀게 느껴질 정도이다.


놈의 몸뚱이는 상단과 하단, 양쪽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원래의 길이를 수복하려고 하는 중이다.


제냐도 호아킨도, 그걸 가만히 보고 있어 줄 셈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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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222. 누구의 끝, 그 다음 24.03.15 17 1 16쪽
222 221. 누구의 끝 24.03.14 18 1 10쪽
221 220. 두려움이 이빨을 갉아먹다 24.03.14 15 1 19쪽
220 219. 떨어지듯 달리다 24.03.14 13 1 12쪽
219 218. 제냐는 미리 준비했다. 24.03.13 16 1 13쪽
218 217. 다이스Dice, 릿샤, 흑각 24.03.12 16 1 22쪽
217 216. 밤을 꿰뚫어보는 까마귀는 누구일까 24.03.12 23 1 11쪽
216 215. 살수조 모집 24.03.11 17 1 16쪽
215 214. 사냥감 A 24.03.10 16 1 12쪽
214 213. 이미 따라진 와인, 근처로 달려온 골칫덩이 24.03.10 16 1 16쪽
213 212. 조금 시간이…. 24.03.10 14 1 17쪽
212 211. 한 번 불꽃처럼(악의) 24.03.08 15 1 21쪽
211 210. 미치광이는 그네를 거꾸로 탄다. 24.03.07 15 1 21쪽
210 209. 이동移動 24.03.06 14 1 20쪽
209 208. 지루한 옮김, 라이엔의 상념 24.03.05 17 1 21쪽
208 207. 지루한 옮김 24.03.05 16 1 14쪽
207 206. 퍼레이드parade 24.03.04 15 1 19쪽
206 205. 거북이 사냥 24.03.03 19 1 36쪽
205 204. 따스한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24.03.01 13 1 12쪽
204 203. 화살막이 24.03.01 14 1 19쪽
203 202. 방패, Shield 24.01.07 20 1 14쪽
202 201. 짜증 24.01.07 14 1 24쪽
201 200. 공습 24.01.06 15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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