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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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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6.0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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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2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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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92. 독주

DUMMY

*


“이얏호.”


라고, 늑대원숭이가 말했다.


호아킨 팍스가 말이다.


“······.”


제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방어구와 어깨가 절묘하게 브라운의 발톱에 걸려서 안정적으로 날고 있었다. 옆에 있는 늑대원숭이, 그러니까, 웨어울프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괴물이 주변을 돌아본다.


구르르르르르릉.


긴 굉음을 내면서 산이 무너지고 있었다.


카운트 산의 한 면은 확실하게 붕괴되는 중이다.


경사면의 위에 길고도 높게 자리잡았던 절벽이다. 검은 용, 거대한 산흙벌레가 둥지로 쓰고 있던 곳이기도 했고.


그만큼 깊은 내벽을 가지고 있던 것이, 건물이 허물어지듯이 차례대로 무너졌다.


릿샤가 먹인 화염의 구는 제법 화끈했다. 릿샤의 성질머리보다도 더.


젊은 초상술사는 데슈칸 산맥의 한 봉우리에 자기의 시그니쳐를 남겼다.


검은 용은 발버둥치면서 쓸려 내려왔고, 그것이 산사태를 더욱 돋군다.


브라운, 거대한 갈색 매에게 잡힌 두 명의 사내는 눈으로 그것을 확인했다.


나무건 흙이건, 바위건. 거대한 해일처럼 쓸려 내려가는 파도에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다.


카운트 산의 아래는 적어도 생물이 살만한 곳이 아니게 되었다.


이렇게 되었을 때 아래에 있는 것들에 대한 경험치는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었다.


시스템이 그 지점까지를 ’전투‘라고 인식한다면 경험치를 얻기도 한다.


시스템이 인식하는 ’전투‘의 범위는 해당 플레이어의 인식에 따르며, 다양한 상황적 요소를 따진다. 릿샤는 검은 용을 가격했고, 고의성은 없었고, 산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몬스터 몇 마리가 운나쁘게 휩쓸렸다면 그 경험치 총량보다는 훨씬 낮은 가산점을 받기야 할 테다.


그리고 제냐가 알기로는, 이 게임은 거대한 무언가를 부숴도 경험치를 준다. 카운트 산의 일각을 부숴버린 것 자체를 ’노동‘으로 분류해서 경험치를 줄 확률이 높았다.


릿샤는 확실하게 마스터 마기아에 오를 것이다. 살아남고, 저대로 쓸려 내려가는 검은 용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면 말이다.


“푸르르르.”


갈색 매, 브라운이 부리를 열고 소리를 냈다. 그대로 고도를 높인다. 꽉, 움켜쥔 발톱의 강도가 안심이 된다. 브라운은 그대로 허공을 날아, 멀리에 있는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옆에 있는 늑대인간, 웨어울프, 시나리오 온라인 내에서 ’늑대원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모습의 호아킨은 그대로 사람의 말소리를 낸다. 사자의 모습으로도 사람 목소리를 낼 수는 있었다.

사람의 모습일 때 부분만 변화하는 것처럼, 완전 변화를 했을 때 성대와 발화 기관 근처만 변화시키는 셈이다.


까다로운 요령이었지만 호아킨 정도 되는 변신술사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죽었으면 좋겠지만.”


제냐보다 늑대원숭이의 모습을 한 호아킨의 몸뚱이가 훨씬 컸다. 그러나 대강 발톱에 붙들려 있는 신세라 얼굴 위치는 비슷하다. 양 발에 사이좋게 하나씩. 두 사내는 대롱거리면서 말한다.


“택도 없겠죠, 아마.”


제냐도 검은 용에 대해서 대강은 파악하고 있었다. 따로 자료를 찾아본 건 아니었지만. 게임 내에서는 정보를 모았다. 게임 외 커뮤니티 따위에서 공략 자료를 보지 않는 건 제냐의 습관이었다. 게임을 더 게임답게 즐기겠다는 의도이다.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의 발로였다. 기왕 역할극이라는 뜻을 가진,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의 몰입도로 양질의 경험을 해보겠다는 이야기다.


제냐는 근처 마을을 돌아다니고, 게임 내의 서적 따위를 뒤졌다. 도시의 시민들, 개중에서 검은 용에 대해서 알법한 이들이나 기관을 돌면서 정보를 모았다. 뭐, 물론 팀원들이 이야기해주는 것 역시 새겨 들었다는 점에서 완벽하게 외부 정보를 차단했다는 건 아니다.


결국 개인의 몰입을 위해서 그런 방식을 쓰겠다는 거지, 게임 내의 세상과 외부의 세상을 완벽하게 분리하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불가능한 말이었고. 싱글 플레이 게임이 아닌 이상에야 말이다.


검은 용의 HP는 이제 반절 정도 깎았다면 많이 깎은 것이리라.

물론 이 현실감 넘치는 게임은 반절이 아니라 온전하게 HP가 남아 있더라도 급소 부위가 한 번에 날아가면 단번에 죽게 되긴 하지만. 저 용의 본질은 벌레였고, 또 하등 생물이었다. 심장이나 뇌로 보이는 기관만 하더라도 여러 종류였고, 대가리를 비롯한 심장 부위를 날려도 아마 재생을 해낼 거다.

검은 마력, 곧 저 녀석의 MP를 다 갉아내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다. 그도 아니라면 재생할 여지도 주지 않고 전신을 소멸시키거나.


전신을 소멸시키는 방법은 결국 불가능에 가까웠다. 체급이 어지간해야 말이다. 릿샤 정도 되는 초법술사가 전력으로 스킬들을 토해내고 있음에도 그러지 못한다.

가능한 방법은, 최대한 상대의 MP를 깎아먹도록 여러가지 특수 속성이 깃든 공격들을 갈겨대는 것이다.


강력한 원소술사와 마스터 급의 검사가 있었으니 가능성은 충분하다. 라이엔이라는 탁월한 테이머가 그들의 기동을 돕고 있었고 말이다.


크워어어어어.


아래에서 검은 용이 울부짖었다. 지겨울만도 하지만, 공포감이나 압도감은 잘 줄어들지 않는다. 게임 내였기에 한꺼풀 막이 씌인듯 느껴지는 면이 있었으나, 그래도 상당한 위용이다. 산사태에 떠밀려 아래로 떨어지는 검은 용은, 곧 정신을 차린듯 꾸물거리며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말이다. 그보다는 훨씬 흉물스러운 꼴이었지만. 릿샤 역시 허공에 떠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라이엔이 조종하는 브라운에게 걸려, 위로 오르는 제냐의 눈길에도 릿샤가 걸렸다.


최태현은 마침 라이엔의 등 뒤에서, 검은 용을 노리며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내고 있었고.


“하악.”


릿샤에게로 시선을 가깝게 두고 보면, 그녀는 곧 연발해서 대형 스킬들을 쏟아낸 터라 숨을 고르고 있었다. MP를 쓴 것에 불과하지만. 결국 MP나 HP나 일부 연결된 것이 사실이었다. 정신적인 탈력감도 무시할 수 없었고. MP고갈이 어지럼증 따위를 유발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MP의 과도한 사용은 육체의 기능 저하를 불러온다.


“후우.”


릿샤는 인벤토리를 열어, 특제의 푸른 물약을 벌컥대며 마시고, 입가를 닦았다. 몇 병 정도를 들이키고 허공을 날아, 더욱 상공에서 검은 용을 바라다본다.


토사를 거슬러 오르는 용의 꿈틀거림이다. 굉음에 굉음을 더한 소음이 아래에서 울리고 있었고, 카운트 산은 엉망이 되어간다. 지형이 변할 정도였다. 데슈칸 산맥을 여행하는 여행자는 그리 많지 않겠지만. 동식물들은 천재지변의 영향을 많이 받으리라.


피유우우우.


릿샤가 아래의 검은 용을 지켜보는 가운데. 멀리에서 최태현이 쏜 화살들이 차례대로 날아가 움직이는 용을 맞추었다.


툭, 그리고 콰앙-!


몇 발이 그 거죽에 꽂히는가 싶더니, 곧이어 대폭발을 일으켰다. 검은 용의 전신에 비하자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릿샤가 좀 전에 터뜨렸던 화염의 구보다는 훨씬 적은 규모이다.

거기에 검은 용의 마기가 그것의 외피를 감싸고 있었기에, 치명적이거나 절대적인 충격은 아니었다. 견제기 정도의 의미이다. 그리고 그게 최태현이 하고자 하는 정확한 행동이었고.


라이엔의 뒤, 썬더스의 등 위에서. 최태현은 거대한 각궁을 부지런히 다루었다. 일반적인 사람은 드는 것도 어려운 활이었다. 크기도 제법 컸고, 장력은 인간의 힘으로 당길 수 있는 게 분명 아니었다. 무게 역시 특수한 몬스터의 뿔 따위를 섞어 만든 것이라 무거웠다. 밀도가 높았고, 여러가지 특수 재료들을 합성해 만든 활대이다.


최태현은 인벤토리에서 굵직한 종이들을 꺼냈고, 꺼내는대로 그것들을 찢었다. 쉽게 뜯어진 것에서 MP가 흘러나왔고, 스킬로서 발사되기 이전의 MP들이 최태현의 의지력에 따라 활대와 화살에 스며들었다. 가장 많이 흘러들어가서 뭉치는 곳은 단연 자철시의 첨단, 화살촉이다.


크워어어어어.


검은 용은 짜증이 난다는 듯, 몸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산사태가 떨어져 내려오다가, 그것의 춤에 조금쯤 비산했다. 물장구를 치는 것과도 비슷하다. 검은 용이 쳐내는 것은 바위의 조각, 흙과 모래, 나무조각 따위라는 게 조금 다르다만.


멀게 날아간 부산물들이 산맥의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검은 용은 유유히 헤엄치듯 올라간다. 원래는 암반도 파고드는 괴물이었다. 바위를 씹어먹는 이빨과 아가리를 가진 생물이었고. 산맥 내부, 땅 속을 제 집이나 정말 허공을 지나가듯 쉽게 통과하던 놈이었으니.

흘러내리는 토사를 이기는 건 아무 일도 아니리라.


흐느적거리면서 올라가는 놈의 몸뚱이가 점점 길어지는 꼴이다. 잡아야 하는 사냥자들의 입장에서는 끔찍한 소식이었다. 그렇잖아도 길고 거대한 놈이.

다만 다행인 점은 원래의 크기 이상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소식이다. 제냐가 잘라버리고, 호아킨이 썰고. 릿샤가 떄려대며 없앴던 부위들을 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검은 용은 원래의 제 몸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검은 용은 바위 절벽에 닿는다. 최태현의 화살 견제를 맞으면서 말이다. 릿샤는 조금 숨을 몰아쉬면서 정비를 하고 있었다. 결국 대형 초상 스킬을 계속해서 날릴 수 있다면, 그 자가 최고의 워메이지가 될 것이다. 릿샤는 아직 최고는 아니었다. 최고가 되려 하는, 재능 넘치는 추격자였으나. 최정상의 길까지는 아직도 멀다. 그리고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그 자리에 오른 자가 아무도 없었다.


초상술사들의 스킬은 강력하지만 쿨다운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릿샤의 몸 근처, 손발목, 목께, 허리 근처, 옆구리, 다리의 여기저기. 목걸이와 서클렛. 여기저기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차고 있는 악세서리들은 미약한 빛을 뿜는다. 배터리의 역할을 하는 놈들이었다. 머리에 쓰고 있는 화이트 서클렛도 그녀의 스킬을 계속해서 돕고 있었다.


아티팩트의 일종이었고, 빠르게 난다거나 하면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릿샤는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고, 천옷과 겹쳐 입은 상태였다. 타이트한 옷차림보다는 조금 품이 남는 편이었고, 적색이나 갈색 톤 위주로 색감을 맞추었다. 긴팔목의 상의와 긴바지를 입었고, 그 옷들 사이에서 빛이 새어나오거나 하는 중이다.


부릅뜬 눈. 성질머리가 더럽다는 의견을 자주 듣고는 하는 붉은 머리의 아가씨는 한참 호흡을 몰아쉬다가, 다시금 손을 벌렸다.

결국 검은 용을 죽이기까지는 끝없는 싸움이었다. 그녀가 가장 큰 피해를 줘야만 하는 메인 공격수다. RPG게임 따위에서는 데미지 딜러Dealer라고도 한다. 단위 시간당 적의 HP를 가장 많이 깎아내야 하는 이에게 붙는 이름이었다.


릿샤 애드윈은 부지런히 자신의 일을 하고자 했다.


오늘 내로 이 지겨운 사냥이 끝났으면 한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재미있지만, 버겁기도 한 게임이었다.


버겁지 않고 쉽기만 했다면 애초에 즐기지도 않았겠다만.


가끔 오래도록 레이드Raid를 하고 있다 보면, 보스 몬스터를 우루루 몰려가 잡고 있다 보면 여러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꼭 게임을 이런 난이도로 만들었어야만 했는가, 하는 이야기다.


검은 용의 모습이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죽지 않는 적에 대한 감상으로서는 아주 보편적인 느낌이다.


“후우, 인벤토리.”


릿샤는 2차 공격을 시작하기로 했다. 페이즈Phase 2라고 해도 좋았다. 보스 몬스터들에게만 있는 건 아니었다. 유저들 역시 준비하기에 따라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다.


그녀는 눈 앞에 튀어나온 반투명한 창에서 아이템 목록을 확인하고, 손가락을 가져다가 긁었다. 보랏빛의 구체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녀는 그것을 손으로 잡지 않았고, 그대로 허공에 벌려 두었다. 휙, 하고 떨어뜨린 구체는 떨어지지 않았고, 그대로 허공에 뜬다.


스스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듯, 자연스럽게 부유하며 릿샤의 근처에 머물렀다. 오브Orb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대형 배터리를 꺼낸 셈이었다. 더군다나 화이트 서클렛과 마찬가지로 초상 스킬의 위력을 증폭시켜주는 힘 역시 있었고.

출력이 좋은 녀석이었고, 앞에 몰아서 써버렸다면 이후의 전투가 힘겨워질까 아끼고 있던 물건이다.


‘독주獨珠’라는 이름의 아이템이었다. 3급 정도의 희귀도를 가지고 있었고, 그 정도만 하더라도 상당한 희소성이었다. 아이템의 등급이라는 건 오로지 희소성에 초점을 맞추어 정해지므로, 그게 성능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릿샤가 판단하기에 등급 이상의 강력함과 유용성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짧은 시간에 검은 용 레이드를 준비하면서 챙긴 물건이다. 여러가지 쟁여둔 아이템들이 있었고, 또 파티원들에게 분배받은 아이템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합성시켜 만들어낸 물건으로, 워메이지들에게는 보물이라고 할만한 것을 만들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반영구적인 물건은 아니었고, 사용 횟수가 정해져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렇게 특징적인 레이드에 써먹을 만큼은 횟수가 있었다. 충분히 사용하고 나면 아마 릿샤의 단계는 다음으로 넘어가고도 남을 테다.


마치 의지를 지닌 것처럼 릿샤의 근처를 붕붕, 공전하는 독주다. 보랏빛에, 볼링공 정도의 크기를 지닌다.


내부에는 막대한 양의 MP가 들어 있었다. 릿샤가 새롭게 채워둔 것이 있었고, 또 그 아이템 자체가 머금고 있는 MP가 있기도 하다.


이런 류의 아티팩트를 다룰 때 필요한 건 결국 사용자의 역량이었다. 의지력이 충분히 받쳐주어야만, 아티팩트 내부에 있는 MP를 쓸 수 있다. 결국 MP라는 도구를 한 번에 얼만큼, 또 정확하게 다룰 수 있느냐가 ‘의지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스텟이었으니까 말이다.


릿샤는 이 게임 내에서, 언제나 스펙spec 이상의 출력을 내곤 하던 실력자였다. 현실의 어떠함이 게임 내부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곤 하는 게 비련의 시나리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검술가에게는 검술 스킬이. 남다른 운동 신경을 가진 이에게는 그에 또 걸맞는 신체 능력이. 남들보다 정신력과 집중력이 뛰어났던 릿샤는 초상술사라는 클래스Class를 아주 잘 선택했다.


그녀의 능력을 120% 발휘할 수 있는 직군이었으니 말이다.


게임 내에서 뛰어나다는 게 현실적으로 봤을 때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만족한다. 현실의 연구와는 별개로, 부가적인 부업의 느낌으로서, 이 게임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건 제법 구미가 당기는 목표였다.


물론 과학자로서 업적을 이루는 게 최고의 목표이기는 했다만.


붕, 붕, 하는 소리가 날 것처럼 보랏빛의 보주가 그녀의 근처를 떠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것은 여러 종류의 몬스터들이 가졌던 MP이다. 결국 자연계에서 MP를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건 그런 식이라는 뜻이다. 몬스터들은 아티팩트 제작자들이 봤을 때, 아주 좋은 재료의 모음집 정도가 된다.


몬스터처럼 생물의 몸에 들어있지 않고, 무정물인 자연물 내부에도 막대한 MP가 깃들 수 있기는 하지만. 찾기가 어렵다. 그에 반해 몬스터들은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고, 보스 몬스터들도 찾고자 한다면 비교적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살아 움직이며 늘 행패를 부리곤 하니까 말이다. 그 포악성을 잠재우거나 죽일 수 있다면 재료를 얻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릿샤와 일행들은 모두 뛰어난 전투 클래스 유저들이었고, 여기저기서 모아온 재료들의 질과 양이 상당했다.

거기에 릿샤의 사비를 털어넣어 만들어낸 보주다.


처음엔 릿샤에게 복속하지 않겠다고 대들던 MP들이 이제는 조금 말을 듣기 시작한다.


릿샤는 머리가 깨질 것같은 느낌을, 조금 받았다. 실제의 고통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고통의 전조 증상이나, 혹은 아주 짧은 순간 느껴지는 고통이라고 해야할까. 애초에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 내부에는 락Lock 시스템이 있어서 사용자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아무리 적응도를 높이고 동기화율을 최고도로 설정해둔 플레이어들이라 할 지라도 말이다. 가상현실 시스템이 악용되지 않도록 개발진 측에서 막아둔 절대법 중 한 가지였다.

그러나 그건 릿샤 애드윈이 느끼는 게 아니라, 바르샤 애드윈이 느끼는 무언가다. 아주 지독하게 애를 쓰면서 복잡한 생각을 할 때 두통이 동반될 수도 있었다.

무리한 무게의 덤벨을 들어올리려 할 때 근육이 아픈 것처럼 말이다.


바르샤 애드윈은, 게임 내에서 릿샤 애드윈이 갖고 있는 스펙 이상의 힘을 내기 위해서 한 순간에 집중한다.


결국 현실의 그녀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릿샤는 그에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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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224. 부부단장, 히베 24.03.18 14 1 24쪽
224 223. 작게 숨을 내뱉었다. 24.03.17 15 1 23쪽
223 222. 누구의 끝, 그 다음 24.03.15 17 1 16쪽
222 221. 누구의 끝 24.03.14 18 1 10쪽
221 220. 두려움이 이빨을 갉아먹다 24.03.14 15 1 19쪽
220 219. 떨어지듯 달리다 24.03.14 13 1 12쪽
219 218. 제냐는 미리 준비했다. 24.03.13 16 1 13쪽
218 217. 다이스Dice, 릿샤, 흑각 24.03.12 16 1 22쪽
217 216. 밤을 꿰뚫어보는 까마귀는 누구일까 24.03.12 23 1 11쪽
216 215. 살수조 모집 24.03.11 17 1 16쪽
215 214. 사냥감 A 24.03.10 16 1 12쪽
214 213. 이미 따라진 와인, 근처로 달려온 골칫덩이 24.03.10 16 1 16쪽
213 212. 조금 시간이…. 24.03.10 14 1 17쪽
212 211. 한 번 불꽃처럼(악의) 24.03.08 15 1 21쪽
211 210. 미치광이는 그네를 거꾸로 탄다. 24.03.07 15 1 21쪽
210 209. 이동移動 24.03.06 14 1 20쪽
209 208. 지루한 옮김, 라이엔의 상념 24.03.05 17 1 21쪽
208 207. 지루한 옮김 24.03.05 16 1 14쪽
207 206. 퍼레이드parade 24.03.04 15 1 19쪽
206 205. 거북이 사냥 24.03.03 18 1 36쪽
205 204. 따스한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24.03.01 13 1 12쪽
204 203. 화살막이 24.03.01 14 1 19쪽
203 202. 방패, Shield 24.01.07 19 1 14쪽
202 201. 짜증 24.01.07 14 1 24쪽
201 200. 공습 24.01.06 15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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