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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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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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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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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16. 밤을 꿰뚫어보는 까마귀는 누구일까

DUMMY

*


이건 그야말로 개고생이 아닌가.


맥기는 생각했다.


그녀, 는 대공가의 전술사단에 합류한 지 10년 차 즈음 되는 워메이지다.


맥기 조르드.


여인은 ‘때’를 노리고 있었다. 비단 그녀 뿐만은 아니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워메이지가 다섯에, 늑대단만 열 명이 있었다.


맥기를 포함해 총 열 다섯 명의 인원이 ‘살수조’를 이루고 있었다. 살수조, 실행조.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임시 조組이다.


작전이 꾸려지면 이런 식으로 임시 구성을 만들 때가 많다. 중요한 일의 경우에는 보통 대공이 작전조의 상세 구성에도 관여를 한다만은. 지금 그녀가 참가한 일은 어떤 면에선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대공의 입장에서는 들러리에 가까운 누군가를 치우는 일이었다. 그 ‘누군가가’ 대공의 계획을 결국 막을 수는 없었으니. 조금 귀찮고 짜증이 나서 치워버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에 불과했다.


결국 프린스 알사드에 대해 무지하고, 그가 꾸미고 있는 일련의 일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부외部外자에 불과하다. 열심히 단서를 모으고 프린스 알사드가 하려는 일들에 대해 알아채고. 각 지방에 흩어져 있는 그의 수족들을 모조리 해치우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지금 맥기와 암살조가 노리는 사냥감 몇 명이 말이다.


그다지 머리가 좋은 놈들도 아닌 것 같았다. 맥기의 생각에 사냥감 A는.


결국 제 발로 이렇게, 적지에 들어오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대공이 암살로 놈을 노리려고 하기는 했지만. 꼭 놈의 죽음이 계획에 필요한 조건인 것도 아니었고. 그대로 어딘가로 도망치던가, 도시 한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면 명을 재촉할 일은 없었을 것을.


“······.”


맥기는 작은 입술을 오므렸다. 침을 삼킨다. 어두운 밤. 야음을 틈타 호텔Hotel을 노려보고 있었다. 대공령, 알사드 영지에 세워진 숙박소다. 타 지역에서 나름대로 돈이 있거나, 권세가 있는 자들이 오면 저곳에 자주 묵는다.


이번에 노리고 있는 사냥감은 그 호텔에 묵고 있지는 않았지만. 정확히 말하면 호텔 뒤켠으로 보이는 작은 골목 거리를 보고 있었다.


밤의 어둠.


어느 건물의 위.


맥기는 아주 눈이 좋았다. 거기에 더해, MP를 사용해 멀리를 째려보고 있기까지 했으니. 그녀가 사용하는 초상 스킬의 이명은 ‘밤을 꿰뚫어보는 까마귀’다.


그녀의 시야는 어둠을 꿰뚫고, 심지어 엄폐물이 있더라도 각도를 틀어 그 너머를 볼 수 있다. 휘우웅, 하고 맥기가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어느 건물의 어두운 옥상 위에 홀로 있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맥기 혼자서 이 일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근처에는 아까 말했듯 살수조의 다른 인원들이 있었고. 그녀가 드러나 있을 뿐.


모두가 상대의 경계를 위해서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다. 맥기는 첫째로, 이게 개고생이라고 여겼다. 자기 혼자 팀원들의 눈이 되어주는 일 말이다. 자신이 감각, 감지 계열의 가장 뛰어난 초상술사도 아닌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연차에 밀려서 이 일을 시켜먹는 것 같았다.


그녀의 위, 선임 술사라고 할만한 자들이 같은 조에 참여했으니까.


바람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든 대공령의 어느 거리에서 고요히, 손을 흔든다. 그러자 검고 반투명한 무언가가 그 손길에 따라 생성되어 나왔다. MP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신비한 물체나 일들은 말이다.


그 현상들은 결국 초자연적인 힘으로 인해 만들어졌다. 이 콘란드 대륙에 분명하게 실재하는 힘이었으니, ‘따지’고 보면 자연적인 힘이라고 해도 그리 이상할 건 없기도 한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힘이나 일상적인 자연 법칙들과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으니, ‘초자연’이 더 어울리는 말이겠지.


맥기는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스킬을 발동시킨다. 밤을 꿰뚫어보는 까마귀는 두 세 단계의 발동 과정을 거친다. 첫째로는 그녀의 눈에 MP가 집중되어 안력眼力이 올라간다. 희미한 빛을 잡아내고 먼 거리를 상세하게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그녀가 초상력으로 만들어진 비행체를 날려 조종한다. 마치 새처럼 생기고, 불투명한 그것은 허공을 날아 집과 집 사이를 지나간다. 자유로이 방향이 꺾이고 속도마저도 조절할 수 있다. 아마 진짜 새와 비슷하게 날 수 있으리라.


거리 또한 그리 짧지 않다. 반경 2, 3km 정도의 거리라면 거뜬하다. 사실 먼 곳을 바라보는 원시遠視의 능력보다는 어둠 속에도 볼 수 있다는 야간시視의 기능이 더 유용한 스킬이었다.

혹은 빽빽하게 둘러쌓인 엄폐물 너머를 정찰한다거나.


이렇듯 어둠과 건물들로 어지러운 도심 속에서 상대의 모습을 보기에는 최고의 스킬이라고 할 수 있다. ‘까마귀’라고 그녀가 부르는 검고 불투명한 것은 유연하게 저공 비행을 해서 호텔 건물 너머의 골목까지 닿는다.


첫 번째 시야가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이었고. 두 번째 시야는 ‘까마귀’가 있는 곳을 볼 수 있는 종류였다. 진짜 까마귀는 아니었지만. 맥기의 시각과 연동되어 화면을 그녀에게 전달해준다. 야습이나 소규모 유격전, 암습 따위에 그녀의 능력이 많이 쓰인다.

그녀 나름대로도, 잔뼈가 굵은 워메이지라고 할 수 있을 테였다.


낡은 여관 건물의 전경이 보인다. 장정 네 다섯이 나란히 걸어가면 벌써 비좁을 것 같은 골목길의 틈바구니에 건물이 있었다.


‘알사드의 은혜’라는 촌스런 이름의 여관이다. 알사드의 은혜라. 이곳이 알사드슈트, 대공령이기는 하지만. 당대에 이르러 알사드 대공이 딱히 주민들에게 무언가 해 준 바는 없었다. 아,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이 영지와 자산들을 그저 유지한 것만 하더라도 잘 한 일이라고 한다면. 뭐 큰 은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맥기가 바라보기에 알사드 대공은 그런 게 어울리는 인물도 아니었다. 그냥 관심이 없어서 내버려둔 것이었지. 그리고 그 휘하에 있는 신복臣僕들이 유능한 작자들이라 그럴 뿐이지. 프린스 알사드는 이 대공령이 망하던 말던, 시민들이 죽던 말던 조금도 관심이 없는 양반이다.


‘알사드의 은혜’라는 여관의 이름이 언제 지어졌는 지는 모르겠지만. 당대의 알사드를 뜻하는 바라면. 참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맥기는 여긴다.


그런 알사드 대공의 아래에서 암살자 짓거리나 하고 있는 자신도 참 촌스런 처지이기는 하다만.


“후.”


맥기는 첫째로는 이 정찰과 경계 임무가 개고생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 다음으로는 그녀가 하고 있는 ‘암살’ 자체가 참 개고생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게 다 뭐하는 짓일까.


갖은 애를 다 써가며 위험 확률을 없애고. 실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리스크risk가 없을 리가 없잖은가. 까딱하면 칼이 날아와서 맞을 수도 있었고. 일이 잘 풀려도 여러 알력관계에 얽히고 원한을 사면 제대로 잠을 못잔다.

물론 맥기는 대공가의 휘하에 있기에 거대한 조직이 보호를 해주는 실정이기는 했다만. 사람 일이 어떻게 될 줄을 알겠는가. 외부 임무에라도 나가 있다면 그녀 자신의 몸은 스스로 보호를 해야 했다.


목숨의 원한, 핏값이라는 건 깊고도 진하니. 아무 데서나 그것을 빚졌다가는 곱게 죽지 못한다는 게 맥기의 상식이었다.


대공가는 사람을 너무 마구 굴린다.


그녀 스스로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워메이지라는 탓도 있었다. 능력이 없었다면 굴릴 여지도 없었겠지. 그러나 일단은 대공가에서 요구하는 무수한 임무들을 수행할 기본 자질이 되었기에. 그리고 계속해서 살아남고,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켰기에 그녀는 역설적으로 더 고생스럽게 굴렀다.


워메이지가 겪는 ‘구름’은 늑대단의 기사들이 겪는 고생에 비해 크게 댈 것도 못된다는 걸 알기는 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고통이지.

맥기의 고통은 아니지 않은가. 맥기에겐 일단 자신이 중요하다.


“킁.”


대공령의 밤바람은 가끔 추울 때가 있었다. 근처의 너른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 중부 대륙은 황무지도 많고, 특히 산슈카는 평지 지역이 대부분이다. 낮에 달구어졌던 열기가 머무르는 지방이 있는 반면 사라지는 곳들도 있다.


그런 황야와 접한 지방의 바람은 멀리까지 불고, 그 탓에 대공령에서도 제법 추울 때가 있다. 계절과 관계없이 말이다.


맥기가 알지 못하는 뭐 여러가지 기후 요소들이 있겠으나. 거기까지 분석할 생각은 없었고.

어쨌든 코를 훌쩍였다. 숨소리 하나하나 제어를 해야 하는 암살 작전이라고 한다면 숨도 골라서 쉬겠으나. 지금은 그런 게 아니다.


그녀가 조종하는 검은 까마귀는, 그렇게 대공령의 어둠을 타고 여관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


맥기가 조종하고 있는 검은 까마귀를 보고 있는 건, 릿샤였다.


릿샤는 여관 방 안에 들어온 미상의 MP적 물체를 바라본다. 누군가에 의해서 조종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두운 방 안. 고요한 거리이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해가 지면 일찍 잠에 든다. 주점이라거나, 향락을 위해서 만들어져 있는 여러 거리의 경우에는 조금 더 늦게까지 환호성을 지르고 밤을 밝히지만.


일반적인 주민들의 거주구나, 혹은 상가나 시내에서도 이런 구석탱이의 여관 거리는 일찍이 불이 꺼지고. 소리도 꺼진다.


릿샤 역시 그렇게 자고 있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중이었다.


밤 시간이다. 산슈카, 중부지역 시간으로 새벽 2시. 한국의 시간으로 친다면 아침 7시가 되리라. 다섯 시간이 현실이 더 빠르니까. 거기에서 다시, 릿샤가 거주하는 미국 서부는 한낮이었고.

한낮은 게임을 하기에 좋은 시간은 아니었다. 비련시 온라인 내부의 세계는 결국 ‘여가’ 시간의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세계였으니까.


낮은 현실에서, 생업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본격적인 시간이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한낮의 긴 시간. 저녁이 되기 전에 하루 일과를 끝마쳐야 하고, 생을 위해 누구나가 자신만의 역사를 이루어가야 하는 시간이리라.


날백수로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인생들이 많은, 풍요로운 시대이기는 하다만. 그런 이들도 다들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구도求道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힘든 삶이고,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는 삶이니까. 쓸데없는 짓을 최대한 줄이고, 무언가 답을 찾아보겠다며 제 속으로 파고드는 미련한 청춘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 자기 확인의 과정 중에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고인 물이 되어 썩기야 하겠다만.


아무튼.


릿샤는 날백수가 아니었으므로, 그녀가 살아가는 현실 기준 시간으로 이 한낮에 대공령의 여관에 접속해있지 못한다.

그녀가 사용한 건 간단한 트릭이라고 할 수 있다. 치트cheat나 트릭trick. 사실 그렇게 불릴만치 대단한 건 아니었고, 게임사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을 하라며 용인을 해둔 방식이리라.

kevin-mueller-iBER-hi4DyU-unsplash.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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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226. 대립 24.03.19 14 1 14쪽
226 225. 술사조 조장 24.03.19 12 1 11쪽
225 224. 부부단장, 히베 24.03.18 15 1 24쪽
224 223. 작게 숨을 내뱉었다. 24.03.17 16 1 23쪽
223 222. 누구의 끝, 그 다음 24.03.15 17 1 16쪽
222 221. 누구의 끝 24.03.14 18 1 10쪽
221 220. 두려움이 이빨을 갉아먹다 24.03.14 16 1 19쪽
220 219. 떨어지듯 달리다 24.03.14 13 1 12쪽
219 218. 제냐는 미리 준비했다. 24.03.13 16 1 13쪽
218 217. 다이스Dice, 릿샤, 흑각 24.03.12 16 1 22쪽
» 216. 밤을 꿰뚫어보는 까마귀는 누구일까 24.03.12 24 1 11쪽
216 215. 살수조 모집 24.03.11 17 1 16쪽
215 214. 사냥감 A 24.03.10 18 1 12쪽
214 213. 이미 따라진 와인, 근처로 달려온 골칫덩이 24.03.10 16 1 16쪽
213 212. 조금 시간이…. 24.03.10 15 1 17쪽
212 211. 한 번 불꽃처럼(악의) 24.03.08 15 1 21쪽
211 210. 미치광이는 그네를 거꾸로 탄다. 24.03.07 16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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