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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이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자의 이세계 구원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탑이
작품등록일 :
2022.01.01 17:27
최근연재일 :
2022.04.04 17:11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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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8
추천수 :
3
글자수 :
129,042

작성
22.01.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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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이세계 전생 라이프

.




DUMMY

오직 구름 속에 숨어 있는 달만이 보이는 어둡고 고요한 밤. 캄캄한 어둠 속 피투성이가 된 누군가가 빛나는 검을 땅에 박은채로 숨을 헐떡였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의 목소리에는 슬픔과 화남, 그리움 등등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와 대치하던 한 인물은 이에 대답하였다.


"...원래 이렇게 될 운명이었습니다."


검은 실루엣만 보이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때 인간이었으나 더 이상 아니게 된 육편조각들과 정체불명의 시체들이 그들의 주변에 쌓여있는 것을 통해 이 둘의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고 끔찍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운명이라..."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고작 운명이라는 단어로 설명된다는 것이 살짝 어이가 없었던 그는 피식 웃더니 땅에 박힌 검을 뽑으며 검은 실루엣을 향해 겨누었다.


"운명이 아니라 운명을 가장한 네놈의 계략이겠지."


그의 혈관과 근육은 이미 진작에 다 파열되었고 뼈들은 조각났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최고의 비기를 펼칠 준비를 하였다.


주변의 공간이 뒤틀리고 심지어는 마나의 본질 또한 변형되기 시작하자 검은 실루엣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유리가 깨지는 듯한 균열들이 생겨나더니 그곳에서 털복숭이의 거대한 팔과 비늘로 뒤덮인 주둥아리, 검은 것도 흰 것도 아닌 무언가 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이 균열 속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피투성이의 인간을 향해 달려 나가려 하자 갑작스레 시간이 멈추기 시작했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이 곳의 시간이 멈춰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어떤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영상을 보다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말이다.


"...이런, '관찰자'가 있었군요."


허나 잠시 후 검은 실루엣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곧 그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검은 실루엣은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씨익 웃었다. 매우 불길하고 끈적한 웃음이었다.


"유감스럽게도 당신은 아직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됩니다. 이만 당신의 세계로 돌아가시길."


검은 실루엣은 웃음을 지우지 않고 허공에서 무언가를 조작하는 듯한 행동을 하더니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들이 나왔던 균열이 내 주변에 생기더니 모든 것이 회색으로 변하며 나는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


"...라는 꿈을 최근에 계속 꾸고 있습니다. 보살님."


후줄근한 티셔츠와 싸구려로 보이는 청바지를 입고 있는 한 사내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용하다고 알려진 만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며칠 동안 계속 꾸는 꿈에 대해 말을 했다.


"끌끌, 일단 자네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사주를 말해줄 수 있겠는가?"


보기만 해도 정신이 사나워지는 오방색으로 이루어진 무복을 입은 노파가 혀를 끌끌 차며 사내에게 사주팔자를 물어보았다.


"아, 이름은 백유성입니다. 올해로 21살이고 생일은 1월 2일. 태어난 시간은 술시인 거로 기억합니다."


유성이 대답하자 노파는 누리끼리한 종이에 끄적거린 후 방울을 흔들며 이상한 염불 같은걸 외우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노파의 이상행동에 유성이 '아 시발 사이비였구나.'라고 생각하며 도망칠 준비를 하자, 그와 동시에 노파는 이상행동을 멈추었다.


"호오, 이거 참. 이렇게 이상한 사주는 신령님을 모신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구먼. 일단 자네는 이번 달 안에 죽게 될 걸세."


"안녕히 계세요."


노파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사주가 적힌 종이를 바라보다가 태연하게 이번 달 안에 유성이 죽는다고 말했다.

멀쩡히 있다가 스트레이트를 맞은 듯한 기분을 느낀 유성은 이 노인네는 사이비가 맞다고 확신했다. 잠시 후 무슨 악귀가 씌였느니 조상님께 제사를 드리면 괜찮아진다느니 이런 소리를 할 것이 뻔했기에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노파의 입에서는 유성의 예상과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본디 죽음이 예정된 자들의 사주를 본다면 어떤 짓을 하더라도 사망 이후의 미래는 내게 보이지 않으나 이상하게도 자네의 것은 어렴풋하게 보이네."


노파는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무당의 길을 걸어왔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사주를 보았으나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산 자들의 것인 사주가 죽음이 예정된 자한테도 보이는 것은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천신들보다 위에 있는 누군가가 개입을 했다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그 말씀은 제가 죽어도 살아있다는 뜻인 것 같은데 제가 뭐 좀비라도 되는 겁니까? 무속인들이 좀비의 존재를 인정할 줄은 꿈에도 생각은 못했는데 말이죠."


노파의 말에 흥미를 느낀 유성은 언제 다시 자리에 앉았는지 턱을 괴고는 노파에게 비꼬듯이 물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이상한 사주는 생전 처음 본다고 하지 않았나. 끌끌. 자네가 계속 꾼다는 그 이상한 꿈도 아마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네."


노파는 싱긋 웃으며 유성의 말을 넘겼다.


"그럼 혹시 어렴풋하게 보인다는 제 미래를 말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거야 어렵지 않지. 내 눈에는 자네의 영혼이 이승도, 저승도 아닌 다른 세계에서 자네가 육신을 가진 채로 살아가는 것이 보인다네."


유성은 '이번에는 흔해빠진 이세계 소환이라는 말인가. 요즘 무당들, 아니 노인들도 웹소설을 읽나 보지.' 라고 생각하며 정말로 집으로 돌아갈 마음을 먹었다.


"...아예...감사합니다. 보살님. 복채는 얼마죠?"


"끌끌. 복채는 필요 없네. 먼 훗날 자네가 복채보다 더 큰 것을 줄 것이라고 내 신령님께서 말씀하시니까."


노파가 쭈글거리는 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복채를 받지 않자 유성은 돈 굳었다고 속으로만 기뻐하며 노파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후 무당집을 빠져나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노인은 공경해야 하며 체면이 중시되는 대한민국의 유교정신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어느새 무당집 밖으로 빠져나온 유성은 그 즉시 악담이란 악담은 다 퍼붓는 사기꾼을 자신에게 소개해준 빌어먹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야 이 새끼야!!! 용한 무당이라며! 너는 오늘내일하면서 헛소리만 지껄이는 노인네가 용한 무당으로 보이냐? 딱 봐도 사기꾼인데 왜 못 알아보냐?!"


긴 통화 연결음이 끝나고 달칵거리는 소리와 '여보세요'라는 말이 들리자마자 유성은 소리를 지르며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아무리 사기꾼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 자신에게 이번 달 안에 죽는다고 말한다면 아무래도 기분이 찝찝하지 않은가?


[...뭔 미친 소리야. 그렇게 따지면 나는 사기꾼 손자냐?]


"그건 또 무슨 참신한 개소리야?"


[그분 내 할머니다.]


"죄송합니다!"


유성은 그의 친구, 이강현의 할머니가 무당인 것은 알고 있었다. 옛날에 자신의 할머니가 무당이기에 이에 영향을 받아서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영안이 트였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성은 같은 꿈을 며칠간 계속 꾸자 이를 불길하게 여겨 사이비 무당이 아닌 진짜 무당들과 관련이 있는 강현에게 용한 무당을 소개시켜주라고 했었다.

그러나 유성은 소개받은 무당이 강현의 할머니라는 사실을 그에게서 듣지 못했기에 강현의 말을 듣자마자 휴대전화를 공손히 잡고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하하, 유성아. 왜 갑자기 우리 할머니를 욕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아니, 그분이 나보고 이번 달 안에 죽는데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형태로 이세계로 간다고 하잖아요. 참 어처구니없죠?"


강현의 상냥한 물음에 유성은 그에게 높임말을 쓰면서까지 최고의 예를 갖추었다.


[그동안 즐거웠다. 유성아.]


"야! 아니 이강현!"


은근히 자신의 말에 동조해주며 용서받길 원했던 유성은 자신이 생각하던 반응과 전혀 다른 반응이 튀어나오자 상당히 당황했다.


[할머니가 예언한 것 중에는 하나도 안 일어난 게 없어. 우리나라의 광복이랑 6.25 전쟁도 예언하셨던 정돈데 말 다했지.]


"그러면 아무 저항도 못한 채로 이세계로 끌려가란 거야?!"


예상보다 사이비 무당, 아니 강현의 할머니가 생각보다 용한 무당이라는 것을 알게 된 유성은 냉정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강현의 말에 울컥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뭐 그런 셈이지. 아, 손님 왔다. 끊는다.]


물론 쥐뿔도 못 건졌지만 말이다.


"야야, 잠깐만!"


손님이 왔다고 강제로 전화를 끊으려는 강현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으나 이미 전화는 끊긴 상태였다.


"에이씨..."


유성은 휴대전화를 신경질 내며 집어던지려 했지만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 그가 휴대전화를 고칠 돈은 전혀 없었기에 살포시 주머니에 욱여넣었다.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유성은 건너가던 횡단보도의 중앙에 있는 작은 돌을 힘껏 차 버렸다.


빠앙!


그와 동시에 유성의 옆에서 5톤 트럭이 브레이크가 고장 났는지 빨간불임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듯한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누구나 5톤 트럭이 미친 듯이 자신에게 달려온다면 그 즉시 도망가면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마주하게 되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그대로 얼어버린다.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던 유성은 결국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로 트럭에 치이게 됐고, 쾅 소리와 함께 공중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아, 시발. 인생 한번 좆같네.'


이것이 유성이 공중에서 한 최초이자 마지막 생각이었다.




.


작가의말

뭐라도 보여드리겠습니다. 눈물의 똥꼬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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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내가 너 만한 손자가 있어! 22.03.14 34 0 11쪽
22 암월철단의 수장 22.03.10 34 0 11쪽
21 제 이름은 바사고입니다. 22.03.08 47 0 11쪽
20 거대 여왕개미와의 전쟁 [8] 22.03.05 31 0 11쪽
19 거대 여왕개미와의 전쟁 [7] 22.02.17 34 0 10쪽
18 거대 여왕개미와의 전쟁 [6] 22.02.12 28 0 10쪽
17 거대 여왕개미와의 전쟁 [5] 22.02.08 33 0 10쪽
16 거대 여왕개미와의 전쟁 [4] 22.02.06 28 0 10쪽
15 거대 여왕개미와의 전쟁 [3] 22.02.01 39 0 11쪽
14 거대 여왕개미와의 전쟁 [2] 22.01.27 40 0 12쪽
13 거대 여왕개미와의 전쟁 [1] 22.01.25 49 0 10쪽
12 군침이 싹도노 22.01.21 43 0 10쪽
11 폭탄 발언이었다 22.01.19 53 0 11쪽
10 난 비흡연자라고! 22.01.17 46 0 10쪽
9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22.01.16 53 0 10쪽
8 백유성입니다 22.01.13 48 0 11쪽
7 이세계 환생 라이프 시작 22.01.08 53 0 11쪽
6 기계는 재부팅이 답이다 22.01.04 51 0 10쪽
5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22.01.04 61 0 10쪽
4 카르텔과 마피아 22.01.03 71 0 13쪽
3 폭주는 예술이다 +1 22.01.01 83 1 12쪽
2 비밀 실험실 22.01.01 74 1 12쪽
» 이세계 전생 라이프 22.01.01 12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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