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랄랄라

아미드룬 - 만들어진 사후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F

멸잎
작품등록일 :
2019.12.01 19:53
최근연재일 :
2023.10.02 01:28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2,048
추천수 :
45
글자수 :
279,622

작성
21.02.17 12:25
조회
33
추천
0
글자
12쪽

1부 나가기 - 43화

DUMMY

레무스는 굳어진 얼굴로 페이츠를 노려보았고 라만차는 두 사람을 빠르게 번갈아 보았다. 한가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레무스의 대답 또한 궁금했다.


비비아이를 크게 돌려 다시 바다 쪽으로 날았다. 파르키유의 도발 섞인 통신이 흘러나왔으나 아무도 귀에 담지 않았다.


“이 세계의 비밀이 있겠지. 그 이상은 해줄 말이 없네.”


페이츠는 잠깐 웃음기를 지웠다. 그 시간은 짧았으나 강한 압박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표정이었다.


“부족해요.”


레무스는 표정의 변화 없이 대답했다.


“들었다시피 난 두 번의 시도를 모두 실패한 바 있네. 무엇을 알고 있겠나?”


“아시는 게 없다면 세 번째 시도도 없겠죠.”


파르키유의 비비아이가 라만차의 비비아이를 밀어붙이며 긁고 지나갔다. 잔뜩 움츠리며 떠는 루시아를 감싸 안으며 레무스가 외쳤다.


“전생 모든 인간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하지. 흔한 가설 중 하나일 뿐이야. 우리는 그것에 대한 단서를 얻었지만 증명할 길도 없어. 자네도 거기까지는 알고 있지 않은가! 맹세컨대 더 아는 것은 없어. 그리고 그게 왜 궁금한가?”


페이츠는 몇 초간 그를 응시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라만차님처럼 목표가 없어 따분하던 참이거든요. 좋아요. 다음 질문은 ‘무엇’이 아니라 ‘왜’일 테니 답을 준비해 두세요. 물론 기브앤테이크에요. 자. 라만차님?”


라만차가 바쁜 와중에 그녀를 바라보았고 다시금 가벼워진 목소리를 들었다.


“사실 제가 저 비비아이 고장을 내드린다는 것은 아니에요. 방법은 라만차님도 잘 아실 거예요. 비비아이 운용교본에 나와 있는 내용이니까요.”


“무슨 소리야? 쉽게 말해!”


“헬름가이투님이 맡겠다고 했잖아요. 수단은 레무스님이 가지고 있고요.”


레무스와 라만차는 눈이 마주치고 짧은 탄성을 주고받았다. 레무스가 말했다.


“그렇지만..”


라만차가 받았다.


“맞아요. 결과는 예측 불가능. 헬름가이투씨가 위험할 수 있죠. 그래도 해 볼만 합니다.”


라만차는 비비아이를 급히 올려 파르키유의 위로 날았다. 해안가에서 꽤 벗어난 바다 위였다. 비비아이 밑바닥에서 예인용 와이어를 사출시켰다. 빠르게 풀려 떨어진 그것은 곧장 파르키유의 비비아이 위에 걸려 결합했다. 파르키유는 바로 알아챘지만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뭐야? 뭐 하자는 거야?”


라만차가 속도를 줄여 와이어를 팽팽하게 만든 후 외쳤다.


“레무스씨. 지금입니다!”


레무스가 프레노칩 제어기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헬름가이투의 전신이 경련하며 전류를 일으켰다. 오토웹에 싸인 그에게서 번진 전류는 곧 파르키유의 비비아이 조종패널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자 그녀의 비비아이는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작동을 일으킨 비비아이는 속도와 방향이 모두 제멋대로 변화하며 폭주 상태에 들어가버렸다.


오토웹이 풀려 사라졌으나 헬름가이투는 그대로 기절했고, 파르키유는 강한 전류를 견뎌내었으나 비비아이의 제어는 불가능했다.


“제기랄! 왜 이러는 거야? 끄아악!”


의식을 잃은 헬름가이투의 육중한 몸이 그녀를 덮쳐 눌렀다. 욕지거리와 함께 밀어 던졌으나 비비아이의 급격한 회전은 다시 그 단단한 몸을 되 던져 파르키유를 깔아뭉갰다.


와이어로 이어진 라만차의 비비아이도 파르키유의 비비아이를 통제하지는 못한 채 끌려 날아갔다. 속도를 줄이려 해도 방향이 수시로 바뀌어 충돌을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고약합니다. 멈출 수가 없어요!”


“숲이나 바다 아래로 내려가면 어떻게든 멈출 수 있지 않을까?”


“함부로 다른 것에 부딪히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어요. 저 폭주가 멈추거나 출력 정지가 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페이츠가 조금 흥분한 소리로 끼어들었다.


“아니. 도대체 왜 저쪽이랑 연결한 거죠? 끊으면 되잖아요. 헬름가이투님은 포기하면 간단하잖아요.”


둘은 그 제안에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는지 대꾸가 없었다. 그러나 라만차가 할 수 있는 것은 상대 비비아이의 폭주에 대응하는 비행으로 바다 위 안전한 고도를 유지하는 것뿐이었다. 그대로 두 비비아이는 멀리 날아가 버렸다.



듀너는 갑판위로 날렵하게 뛰어올랐다. 바로 앞으로 날아든 아미드와이번의 날개를 베어 잘랐다. 그리고는 가까운 경호대원 하나에게 달려들어 칼을 휘둘렀다.


상대는 창을 들어 막았으나 인간인 듀너의 힘을 얕본 탓에 어깨를 베이고 말았다. 앞발을 휘둘러 듀너를 잡으려 했지만 날랜 동작으로 피한 듀너는 여유롭게 자세를 잡고 주위를 살폈다. 상대는 뒤따라 올라온 후제가 창을 휘두르며 넘겨받았다.


갑판 위는 커다란 릿쉬들의 전투로 인간이 끼어들기에는 무시무시하고 위험천만한 곳이었다. 다만 듀너는 전생에 이들만큼 크고 더욱 강한 전투강화복을 상대한 전투의 경험이 있기에 별로 위축되지는 않았다.


빠른 몸놀림으로 릿쉬들의 아래를 파고들어 다리를 베고 밧줄을 타고 위로 뛰어 경호대의 등을 노렸다.


부상으로 전투 불능이 된 릿쉬들이 늘어가며 싸움은 마무리로 접어들었으나 배의 피해는 심각했다. 난간이 부서지고 밧줄들이 끊어지면서 돛들도 풀리고 늘어지며 떨어졌고, 내지르는 창에 찢어지기도 했다.


동료의 복수를 하려는지 아미드와이번 한 마리가 듀너에게 달려들었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뒤 위를 보니 행글라이더가 벼랑 위로 착륙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세하려는 모양이었다.


별안간 창이 날아와 피했다. 경호대 릿쉬 하나가 듀너에게 달려들었다. 듀너는 위로 점프해서 밧줄 하나를 잡아 올랐다. 그러나 재수없게도 그 밧줄 끝에 찢어진 돛이 갈라져 떨어지며 듀너를 휘감았다.


중심을 잃은 듀너를 본 릿쉬가 창을 휘둘러 쳐냈고 그 힘은 하필 돛을 회전시키며 듀너의 몸을 돌돌 말아버렸다. 거기에 밧줄까지 얽혀 감기며 온몸을 감아 옭아맸다. 그 상태로 듀너는 바다로 떨어져버렸다.


경호대와 선원들의 남은 숫자는 비슷했지만 불리한 쪽은 선원들이었다. 경호대는 대열을 맞추고 절도 있는 창술을 일부로 선보이며 선원들을 위압하려 했다. 지휘관 릿쉬가 타륜 앞에 섰다.


“이쯤에서 항복해라. 이미 피해가 크다!”


옷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뒷허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는 아길레프는 독한 눈을 풀지 않았다.


“서부의 릿쉬에게 가장 안 어울리는 말이 항복이다! 그 따위 말을 가르친 것은 네 아비냐, 어미냐? 아니면 꼬랑지 흔들어주면 좋아하는 네 주인 라딜두냐?”


화가 더욱 치민 지휘관은 앞발로 타륜을 뜯어버렸다.


“네 혓바닥을 이 타륜에 묶어 바다로 던져 버리마!”


그때 검은 그림자 같은 형상이 지휘관에게 날아들더니 그대로 목을 베어버렸다. 마기야였다.


양쪽 릿쉬들은 모두 얼어붙었다. 둔탁한 소리로 바닥에 쓰러지는 지휘관의 몸을 보지도 않은 채 돌아서 경호대들을 향해 선 마기야는 칼을 휘둘러 묻은 피를 흩뿌렸다.


질려버린 그들을 향해 선원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자 하나 둘씩 바다로 뛰어들어 내빼기 시작했다.


아길레프는 마기야가 올라온 쪽 갑판에 기절해 쓰러져 있는 푸들을 살펴본 뒤 마기야에게 외쳤다.


“칼을 버려라!”


마기야는 순순히 칼을 던졌고 아길레프의 지시가 뒤따랐다. 그의 목소리는 대단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저 여자를 묶어 가둬라. 일단 바다로 나간다. 부상자 치료와 수리는 그 다음이다. 서둘러라.”



마기야는 갑판 아래로 끌려가 기둥에 묶이는 도중에 한구석에 널브러져 있는 밸러바슈를 보고 크게 놀랐다.


“저자는 왜 여기 있지?”


그녀를 묶으며 선원 릿쉬가 대답했다.


“걱정 마라. 시체는 아니니까.”


“다른 남자는 어디 있나? 짧은 머리.”


“모른다. 어디 숨어 있겠지. 넌 네 걱정이나 해라.”


그는 마기야의 턱을 움켜쥐고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감히 릿쉬다덴을 죽여? 넌 멀쩡한 몸으로는 땅을 다시 밟지 못할 것이다. 선장이 가만둘 리 없어.”



엉망이 된 배를 간신히 몰아 먼바다로 나간 아길레프는 배의 수리를 지시했다. 한편으론 부상자의 치료와 경호대 지휘관 시신의 처리가 이루어졌다. 이때 선원들 간에 험악한 언쟁이 있었다.


“어쨌거나 적이었수다. 그냥 바다에 던져버리면 될 것 아니오!”


“돌대가리야! 라딜두 동부지사 휘하라잖아. 아무일 없이 넘어갈 리 없다고.”


“어쩌자고? 목이 날아간 것을! 꿰매서 돌려줄까?”


“...”


“엄밀히 말해서 우리가 죽였어? 엉뚱한 놈이 끼어든 거잖아. 게다가 라딜두라고. 라딜두!”


“그 라딜두 여자를 같이 묶어서 돌려보냅시다. 그 수 밖에 없어요.”


“그러면 되겠네. 좋은 방법이야. 그러고 보니 아까 그 여자를 놈들에게 던져주고 올 것을.”


“그걸로는 해결이 안돼. 전투가 왜 일어났는지 잊었어? 애초에 단죄단과 얽인 게 문제의 시작이라고. 우리 모두 끝장이야!”


아길레프가 창으로 갑판 바닥을 두들겼다.


“문제의 시작은 말이다!”


선원들 모두를 훑으며 눈을 부라렸다.


“네놈들 한놈한놈이 밀수질에 가담한 순간이다. 누구를 탓해?”


반박이 없이 조용해지자 다소 낮아진 톤으로 말을 이었다.


“인간의 법은 인간에게 맡기고, 릿쉬다덴의 법은 얼간이들이 알아서 하라지! 단죄단의 법은 그들 몫이고, 내 배의 법은 내가 정한다! 난 약속한 바는 반드시 지킨다. 그 여자를 던져버리지 않고 데려온 것은 약속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얌전히 풀어 줄 수야 없지.”


시신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일단 시신을 정중히 수습한다. 관을 만들고 사진기를 가져와라. 모든 장면을 찍어두어라.”


모두들 흥분은 가라앉았으나 못마땅한 분위기로 흩어지려는 때 후제가 입을 열었다.

“근데. 듀너를 본 릿쉬는 없나? 내가 데려온 강아지 말야.”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후제는 한숨을 내쉬며 구석에 주저앉아 있는 푸들에게 다가갔다.


“하여간 인간들은 왜 말썽을 못 피워 안달인 거야? 그 주제에 릿쉬의 일에 껴들기는 좋아하지.”


푸들이 뒷목을 주무르며 얼굴을 찌푸렸다.


“씨발. 뭔 헛소리야? 보아하니 그 여자 덕에 이긴 거구만. 덩치만 큰 머저리들.”


“뭐라고? 이 자식아!”


푸들은 후제를 무시하고 아길레프에게 소리쳤다.


“이봐 선장아저씨! 그 놈들이 동부지사 졸개들이라고? 무슨 얘기 들은 건 없어? 고든네들에 대해서 말야.”


아길레프는 선 채로 푸들을 잠시 응시한 뒤 시선을 돌리고는 말이 없었다. 푸들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를 노려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배 돌려! 날 내려주라고! 썅!”


푸들을 내려보는 아길레프는 눈이 지쳐있었다. 찢겨 늘어진 돛으로 상처의 피를 닦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만 하자. 우리 꼴을 봐. 상황을 이 이상으로 더 피곤하게 만들고 싶나?”


그때 북쪽 하늘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다들 눈을 올려 그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비아이 두 대가 춤추듯이 서로를 끼고 돌면서 날아오더니 마스트에 와이어를 걸어 부러뜨렸다.


그대로 두 번째 마스트 마저 꺾으며 엉기더니 돛대들을 휘감아 빠르게 돌았다. 배 전체가 크게 기울었다. 비비아이 하나는 특히 더 요동치며 배를 전복직전까지 당기면서 바다에 빠졌다가 올라왔다.


굉음을 내며 회전하면서 갑판에 처박히더니 겨우 멈춘 듯 조용해졌다. 다른 하나는 와이어와 돛에 감겨 꺾인 마스트 중간에 매달렸다. 배 위의 모두가 혼비백산한 가운데 아길레프만이 그나마 침착했다.


“모두 진정해. 어이! 밑으로 내려가봐. 물 새는 곳 없나 확인해!”


그리고 창을 잡고 갑판에 기울어 박힌 비비아이 앞에 섰다. 피식피식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더니 피투성이인 파르키유가 미끄러지며 떨어져 나왔다. 안쪽에는 헬름가이투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아길레프는 창을 돌려 다른 쪽 비비아이를 향해 섰다. 그 비비아이의 문도 열리고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라만차가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미드룬 - 만들어진 사후세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앙겔로스 레드와 블루 23.10.02 11 0 1쪽
55 지도 23.05.22 17 0 1쪽
54 비비아이 23.05.17 16 0 1쪽
53 라피앗덴, 릿쉬다덴 23.05.01 24 0 1쪽
52 1부 나가기 - 52화 21.11.14 30 0 13쪽
51 1부 나가기 - 51화 21.11.13 28 0 13쪽
50 1부 나가기 - 50화 21.11.11 26 0 13쪽
49 1부 나가기 - 49화 21.11.09 26 0 13쪽
48 1부 나가기 - 48화 21.11.07 24 0 13쪽
47 1부 나가기 - 47화 21.07.15 26 0 12쪽
46 1부 나가기 - 46화 21.07.15 24 0 13쪽
45 1부 나가기 - 45화 21.02.21 30 0 15쪽
44 1부 나가기 - 44화 21.02.19 31 0 13쪽
» 1부 나가기 - 43화 21.02.17 34 0 12쪽
42 1부 나가기 - 42화 21.02.15 30 0 12쪽
41 1부 나가기 - 41화 21.02.13 28 0 12쪽
40 1부 나가기 - 40화 20.02.11 41 0 13쪽
39 1부 나가기 - 39화 20.02.09 50 0 13쪽
38 1부 나가기 - 38화 20.02.07 33 0 12쪽
37 1부 나가기 - 37화 20.02.05 33 1 13쪽
36 1부 나가기 - 36화 20.02.03 34 1 13쪽
35 1부 나가기 - 35화 20.02.01 38 1 13쪽
34 1부 나가기 - 34화 20.01.30 37 1 11쪽
33 1부 나가기 - 33화 20.01.23 40 1 12쪽
32 1부 나가기 - 32화 20.01.21 34 1 12쪽
31 1부 나가기 - 31화 20.01.19 34 1 11쪽
30 1부 나가기 - 30화 20.01.17 34 1 13쪽
29 1부 나가기 - 29화 20.01.15 33 1 13쪽
28 1부 나가기 - 28화 20.01.13 38 1 12쪽
27 1부 나가기 - 27화 20.01.11 33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