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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아미드룬 - 만들어진 사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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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잎
작품등록일 :
2019.12.01 19:53
최근연재일 :
2023.10.02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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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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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가기 - 33화

DUMMY

비가 갠 새벽의 숲은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가 가득했다. 이슬이 맺힌 풀 사이로 낮게 낀 안개는 밝아오는 동쪽부터 살금살금 물러나고 있었다.


일찍 일어난 라만차가 연신 하품을 하며 집 앞 마당에 세워진 비비아이로 향해 걸어갔다. 문을 열기 전에 가벼운 체조와 함께 심호흡을 하며 불룩한 팔 근육에 힘을 주고 눈을 부릅떴다.


교도부 본부에서 부재중 연락이 여러 차례 있었고 메시지 하나가 있었다. 재생시키자 허스키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길지 않은 메시지 안에서도 말의 속도가 자주 변하는 것이 격한 감정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만차 경위. 나 카이벨. 지금부터 장관인 내가 연락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마. 얌전히! 두 번째 통신에서도 대답이 없으면 화낼 꺼야.


지금 폭동 때문에 기분 더럽거든. 조심해. 참. 자기 어머니는 궁금하지 않으니 소개해 줄 필요는 없어. 만나면 날개를 뜯어버릴지도 몰라.”


어제 통신 보고로 루시아의 부상 치료와 안정을 위해 며칠 동안 이곳에서 요양하겠다 하였다. 허가도 나왔지만 임시방편임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장관의 귀에 들어갔기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고민거리가 추가된 라만차가 오토웹에 늘어져 앉아서 멍하니 있을 때, 페이츠가 집에서 나와 천천히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것은 모그다일에서는 꽤나 사치품이었다.


매혹적인 모습으로 몇 모금 빨더니 비비아이의 문이 열린 것을 발견하곤 다가왔다.


“거기서 뭐하세요?”


“꼼짝도 안하고 있어. 얌전히.”


배시시 웃는 페이츠의 홀리는 듯한 눈빛에 경계심이 솟았다.


“담배는 좋지 않아. 어린이.”


“걱정해 주시는 거예요? 기뻐라.”


“이 깨끗한 숲에 해롭다는 거야. 나한테도 가까이 오지마.”


“또 미움 받고 있나 보네~”


“어제 회의 내내 약 올리고, 싸움 붙이는 걸 봤는데 좋아할 리가.”


“그래요? 난 당신에게 반해버렸는데. 어쩐다?”


다가와 라만차의 무릎에 손을 올리는 페이츠. 이 여자가 진짜! 그녀에게 쏘아붙였다.


“가서 밸러바슈 전하랑 놀아. 이번에는 그 멍청이랑 나랑 한판 붙이고 싶은 거야? 씨알도 안 먹히는 수작 부리지마.”


페이츠가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건드리며 대답했다.


“라우샤니님 사건 때문에 밸러바슈 전하는 나는 물론이고 두르가님과도 거리를 두고 있어요. 심심하다고요.”


그녀의 손을 밀쳐내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허리를 굽혀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노려보았다.


“나는 전혀 심심하지 않거든? 사람이 하나 죽은데다가 아직 탈출 성공 여부는 깜깜하단 말이야! 말이 나왔으니 한번 더 말하지. 스트롱거프는 어떻게 책임질 거지? 왕까지 얽혀 있다며?”


그녀는 뻔뻔할 정도로 생글거리는 표정을 버리지 않았다.


“그 점은 저도 예상치 못했어요. 그 남자도 보통이 아니란 말에요. 미안하긴 한데 기왕이면 즐기면서 해결하죠. 대책은 생각 중이에요. 조금은 시작했고요. 일주일은 여유가 있다면서요?”


“그 남자 말을 믿어도 되나? 그렇다면 이틀이 지났으니 이제 닷새 남았지만 남부로 날아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야. 거기서 자네가 빠지면 다른 대책은 필요 없지.”


“거프님은 자기가 뱉은 말은 책임 질 남자에요. 문제는 왕이죠. 제 뜻대로 다루기 벅찬 분이에요. 그리고 우리 멤버들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거든요. 조금 더 함께였으면 싶은데.”


“절대 싫어. 적어도 나는 자네 장난감 목록에서 빼줘. 저리 가. 마음에 드는 아무나 데리고 놀라고.”


“흐음~ 어떤 결정이 좋지 않은 결정일까나~.”


페이츠는 여전히 웃음기가 끈적한 얼굴로 담배연기를 길게 뿜고는 돌아섰다.



햇빛이 비치자 거프가 졸린 눈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이제야 해가 뜨는 군. 물 주머니가 무슨 소용이야? 밤새 실컷 빗물을 먹었는데. 파라솔을 놓고 가라고 할걸 그랬어. 그치?”


헤롤다스는 몽롱한 정신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비에 젖어 식어가던 몸이 아침햇살에 말라가며 조금씩 기운을 차리게 해 주었다.


옆에서 계속 들려오는 거프 말이 아니었으면 밤에 저체온증으로 죽었을 수도 있었지만 점점 지겨웠다. 이젠 따뜻하니 잠 좀 자자라고 했으나 웅얼거리는 소리를 거프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때 비비아이 하나가 빠르게 다가와 그 곳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착륙을 마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남자 하나가 뛰어내렸다.


“마울라나! 어딨어?”


“어이! 아마드. 여기야!”


그는 거프와 헤롤다스가 꽁꽁 묶여 뒹굴고 있는 곳으로 뛰어오면서도 마울라나만 찾았다.


“그녀는 어디 있습니까?”


씁쓸한 표정의 거프가 물었다.


“뭐야? 아마드. 마울라나 연락 받고 온 게 아니야? 우리 꼴은 안보여?”


“그녀가 안 돌아 오기에 비비아이 위치추적으로 왔어요. 저 아래 그녀의 비비아이에는 아무도 없더군요. 어찌된 겁니까? 마울라나한테 당한 거에요?”


“대단한 상상력이군. 자네 머리 속에 마울라나는 어떤 인간이야? 그리고 마울라나에게 관심 없다며 왜 말끝마다 마울라나야?”


“오늘이 그녀에게 꿔준 돈 받는 날이라고요. 어디로 갔습니까?”


“우리를 풀어주고 비비아이에 태워주기 전에는 한마디도 안 할거야. 나한테 온 메시지는 없나?”


아마드는 귀찮은 듯이 거프의 밧줄을 풀면서 말했다.


“투레씨에게서 온 메시지가 있는데 내용은 별거 없어요. 아저씨 일당을 누가 습격했는데 싸우는 중에 매의 얼굴 남자가 없어졌고, 교도부 경비병 시체가 셋 나왔고, 활동비는 도둑맞았다던가요? 마울라나에게 있는 제 돈은 무사하겠죠? 참. 아저씨 새로운 친구도 없어졌답니다.”


거프는 헛웃음이 나왔다.



비가 내린 탓에 더욱 질퍽거리는 숲 속을 헤치며 가던 듀너가 후제를 따라잡았다. 다급하게 외쳤다.


“이봐. 말도 없이 혼자서 출발하다니. 이러기야? 피곤해 죽을 것 같더니 갑자기 어디서 힘이 솟았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무를 꺾으며 후제가 말했다.


“내 친구 밀항선은 아마 8일 날 출발이야. 이틀 안에 서구 바닷가 동네 기가나에 도착해야 해. 넌 날 따라올 이유는 없잖아? 천천히 쉬다가 내가 만든 길로 따라와서 네 갈길 가.”


“그렇게 야박하게 굴지 마. 난 배를 타겠다고 결정한 것도 아니고 그만한 돈도 없어. 그저 같은 도망자끼리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같이 가자는 거야.”


듀너의 속 마음은 다소 달랐다.


‘그럴 수는 없지. 난 그 배를 탈 것이고, 그 전에 네놈 돈도 뜯어내야 한단 말이다.’


그런데 확실히 후제의 움직임은 어제와 달랐다. 굵은 가지도 뚝뚝 끊어내던 앞발이 오늘은 가늘고 약한 가지만을 고르느라 제대로 직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숨도 가빠 보였다.


어느 정도 가자 굳은 땅이 발에 밟히기 시작했고 울창함도 덜해졌다. 이제는 나뭇가지를 헤치기만 해도 될 정도였다. 느려도 꾸역꾸역 나아가던 후제가 걸음을 멈추고 앞의 나무에 기대어 섰다. 말없이 따르던 듀너가 걱정이 되어 물었다.


“이봐. 너무 무리하지 마. 잠깐 쉬면서 뭐라도 먹자고. 기다려. 내가 도마뱀이라도 잡아오지.”


후제가 간만에 고개를 돌려 듀너를 바라보았다. 눈이 퀭한 것이 한눈에 봐도 이상했다.


“이봐. 저 앞을 봐봐. 드디어 찾았어.”


“뭔데? 무어던 네 몰골이 더 구경거리거든? 정말 괜찮아?”


듀너가 앞으로 나아가 후제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나무가 없는 공터가 보였고, 그곳에는 앙겔로스 레드가 하나. 그리고 그레이가 둘이 있었다. 레드는 2미터가 채 안되어 보였고 그레이들은 4미터 정도로 비슷했다.


레드는 그레이를 뒤적이며 그 열매, 바룻랑이라 불리는 것을 따 먹고 있었다. 듀너는 신기한 기분으로 말했다.


“올해는 레드를 두 번이나 만나네. 저것들도 릿쉬처럼 바룻랑을 먹는군. 처음 보는 광경이야.”


후제가 지치고 진지한 소리로 듀너에게 말을 건넸다.


“이봐. 무식한 듀너. 내가 왜 이지경인지 말해주지.”


“...”


“릿쉬다덴은 저 바룻랑을 정기적으로 먹어 줘야 살 수 있어. 바룻랑은 스와즈곤을 만들 수 있게 해 주지. 난 어제 스와즈곤을 몽땅 꺼내야 했단 말이다. 스와즈곤이 없으면 기운이 빠져.


이 상태로 일주일 안에 바룻랑을 먹지 않으면 죽어버린다고. 하필 예비 바룻랑을 깜박하고 챙기지 않은 상태에서 네놈들을 쫓다가 스와즈곤까지 써버리는 바람에 지금 죽을 맛이야.


야생의 숲이니 럼투칭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생각했는데 재수없게 이제야 발견했어. 그런데 어이 없게도 턴크룻이 있어. 아! 무식한 네놈이 알아 듣게 말하자면 그레이에 레드가 붙어 있다고.”


수용지 생활에서 릿쉬와 별 인연이 없고 관심도 없던 듀너는 그제서야 여러가지가 이해되었다.


“알겠어. 내 도움이 필요한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후제는 기대하지 못한 대답을 들었기에 말투를 누그러뜨렸다.


“그래. 며칠 더 버틸 수는 있지만 당장 저 럼투칭에 달린 바룻랑을 먹고 싶어. 저 턴크룻을 럼투칭에게서 떨어뜨려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되는데? 저것은 위험한 존재잖아? 나도 그 정도는 안다고.”


“그래? 그냥 시비 좀 걸어주고 쌈질이 시작되면 바로 항복하면 돼. 턴크룻은 매너가 좋은 무도가들이니까 말야.”


듀너는 후제와 레드를 번갈아 보며 망설였다. 작은 편이긴 하지만 아미드룬 최강의 생물에게 싸움을 걸라고? 후제가 결정적인 제안을 했다.


“도와주면 배에 태워줄게. 공짜로. 사실 태워주려 했어. 마누라 찾아가야지?”


“진심이야?”


“안 도와주면 안 태워줄 거야. 진심이지.”



찝찝한 기분으로 나무를 헤집고 나갔다. 그레이들이 뿌리 같은 촉수를 박고 선 공간은 그 때문인지 다른 나무가 없는 공터였다.


레드는 듀너가 다가오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고 손에 든 바룻랑을 천천히 씹고 있었다.


아직 어린 앙겔로스인 듯 했지만 철근을 연상시키는 촉수들과 검붉은 윤기가 도는 탄탄한 근육은 절대 상대하고 싶지 않은 묵직한 위압감이 있었다. 한편으로 그 육체의 단련된 아름다움은 감탄이 나올 생물이기도 했다.


“이봐. 앙겔로스. 레드.”


레드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철없는 바보로 취급하는 것인가? 욱하는 기분에 발치의 돌을 차 날렸다. 레드의 허리에 명중하는 것을 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비 탓에 잠을 설치고 숙취로 몽롱했던 정신이었다.


인간이 앙겔로스에게 꼼짝도 못하는 이유는 이 레드의 막강함과 무자비함 때문이라는 상식이 머리에서 나와 가슴을 찔렀다.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좋아 덤벼라. 한대쯤은 맞아주지.’


그러나 레드는 여전히 바룻랑만 우적우적 씹고 있을 뿐이었다. 듀너는 어이가 없어 멍하니 상대를 바라보았다.


긴장과 두려움, 동시에 평온함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상대는 생전 처음이었다. 아니다. 처음이 아니었다. 전생의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이봐. 의사아가씨. 그 샘플 주사가 잘못된 것이었으면 난 이 시간쯤에 죽었을 꺼야. 당신은 지구로 돌아가는 길을 시체와 엉겨서 갈 뻔 했다고.”


“후후. 그쪽 덕분에 내가 죽을 뻔 하기도 했으니 없던 걸로 하자고. 군인아저씨. 이 신호는 뭐지?”


좁아터진 1인용 귀환모듈 안에서 조종석에 앉은 유나의 앞에는 약간의 공간을 비집고 듀너가 간신히 구겨져 있었다. 그 탓에 상처투성이의 두 얼굴은 매우 가까웠다.


“산소 소모량이 비정상이라는 표시야. 말을 줄이자고.”


“할 말이 더 있어 보이는데?”


듀너의 눈동자는 침착하지 못했다.


“시한폭탄 같은 여자랑 2주일이나 난리를 쳤더니 없던 일로 할 수가 없네.”


유나가 피식 웃었다.


“만만치 않은 상대라면 어설픈 각오로 마주하면 안되지. 자. 정신 집중하고 다시 말해봐.”



뜬금 없이 튀어나온 기억을 날려버린 뒤, 정신을 집중하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러자 레드가 무언가를 감지한 듯 동작을 멈추고 듀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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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앙겔로스 레드와 블루 23.10.02 12 0 1쪽
55 지도 23.05.22 17 0 1쪽
54 비비아이 23.05.17 16 0 1쪽
53 라피앗덴, 릿쉬다덴 23.05.01 24 0 1쪽
52 1부 나가기 - 52화 21.11.14 30 0 13쪽
51 1부 나가기 - 51화 21.11.13 30 0 13쪽
50 1부 나가기 - 50화 21.11.11 27 0 13쪽
49 1부 나가기 - 49화 21.11.09 26 0 13쪽
48 1부 나가기 - 48화 21.11.07 25 0 13쪽
47 1부 나가기 - 47화 21.07.15 26 0 12쪽
46 1부 나가기 - 46화 21.07.15 24 0 13쪽
45 1부 나가기 - 45화 21.02.21 31 0 15쪽
44 1부 나가기 - 44화 21.02.19 32 0 13쪽
43 1부 나가기 - 43화 21.02.17 34 0 12쪽
42 1부 나가기 - 42화 21.02.15 30 0 12쪽
41 1부 나가기 - 41화 21.02.13 29 0 12쪽
40 1부 나가기 - 40화 20.02.11 41 0 13쪽
39 1부 나가기 - 39화 20.02.09 50 0 13쪽
38 1부 나가기 - 38화 20.02.07 33 0 12쪽
37 1부 나가기 - 37화 20.02.05 34 1 13쪽
36 1부 나가기 - 36화 20.02.03 36 1 13쪽
35 1부 나가기 - 35화 20.02.01 39 1 13쪽
34 1부 나가기 - 34화 20.01.30 37 1 11쪽
» 1부 나가기 - 33화 20.01.23 41 1 12쪽
32 1부 나가기 - 32화 20.01.21 36 1 12쪽
31 1부 나가기 - 31화 20.01.19 36 1 11쪽
30 1부 나가기 - 30화 20.01.17 34 1 13쪽
29 1부 나가기 - 29화 20.01.15 33 1 13쪽
28 1부 나가기 - 28화 20.01.13 39 1 12쪽
27 1부 나가기 - 27화 20.01.11 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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