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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아미드룬 - 만들어진 사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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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잎
작품등록일 :
2019.12.01 19:53
최근연재일 :
2023.10.02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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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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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가기 - 38화

DUMMY

전 국왕의 생일행사에 몰리는 유명인사들의 행차는 제너너따냥의 시민들을 한껏 들뜨게 했다.


“쇼팽이다!”


“전생보다 훨씬 화려해졌어. 꼴레가와 빌리조엘과 함께 내일 밤 협연을 한다더군.”


“난 그런 건 모르겠고 저길 봐. 사다트야. 남부에서 꼼짝도 않던 위인이지. 조용히 살 팔자는 아니겠지만 뭐하러 여기까지 왔을까?”


“그게 누군데? 아까 지나간 플라톤 정도는 되어야 위인이라 할 수 있지.”


“멍청아. 그건 가짜야. 마릴린 먼로랑 같이 가던 거 보면 몰라?”


줄줄이 이어지는 행차들 중에 등장한 동부지사 하오 페이푸의 행차는 규모에 비해 조용하였고 긴장감이 팽팽했다.


악단의 행진곡도 없이 무장한 사병들과 릿쉬들만이 세대의 수레를 호위하고 있었으며 공중에는 길들인 지브올카바인 아미드와이번까지 경계를 펴며 날고 있었다.


연도에 늘어선 시민들에게 수레방의 창문은 한번도 열리지 않았지만, 그 절도 있는 행렬 자체로도 충분한 구경거리였다. 5층 건물 하나의 깊숙한 곳에서 높은 나팔 소리가 울린 것은 갑작스러웠고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때문에 반대편 건물에서 불화살이 날아와 수레에 꽂히는 것을 호위병들은 막지 못했다. 몇몇의 병사들이 건물로 뛰어들고, 수레와 호위병들은 속도를 붙여 거리를 질주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시민들도 비명을 지르며 피하기 시작했다.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병사들을 뒤로하고 얼마쯤 내달린 수레는 갑자기 나타난 밧줄에 릿쉬의 발이 걸려 꼬꾸라지며 멈춰 섰다. 동시에 나타난 복면을 한 이들이 수레들로 뛰어들어 문을 부수었다. 그러나 어느 수레도 그 안에 사람은 없었다.


“없다!”


“여기도 없어. 함정이다! 후퇴!”


그러나 릿쉬를 타고 호위하던 병사들은 태세를 정비하고 그들을 둘러싼 뒤였다. 곧 양쪽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복면의 인간들은 뛰어난 무예를 보이며 포위를 뚫으려 애썼으나 호위병들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릿쉬들이 휘두르는 긴 창은 너무나 위협적이었다. 그들은 전투훈련을 받은 릿쉬로 전선에서나 볼 수 있는 이들이었다.


특히 금색 투구를 쓴 릿쉬 하나는 인간을 태우지 않은 채 홀로 창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그 실력과 기세가 압도적이었다. 복면인간들은 그 창에 하나씩 쓰러졌다.


인간을 상대로 저 정도의 폭력을 사용하는 릿쉬를 본 적이 없던 시민들은 경악했지만, 이미 소문으로 들은 터라 야유의 소리는 없었다.


숨어서 엄호를 하는 이들의 화살이 날아와 복면 일당을 도왔지만 포위를 뚫은 복면은 둘 뿐이었다. 그나마 한 명은 날아오르듯 뛰어 덮친 금 투구 릿쉬에게 크게 베여 즉사해버렸다. 도망치던 나머지 하나가 멈춰서 돌아섰다.


“네놈이 윙롱이냐?”


대답 없이 우뚝 서 있는 금 투구 뒤로 동료들이 고통스럽게 뒹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화살로 엄호하던 동료들의 수색을 시작하는 병사들을 보며 모든 것을 포기한 그는 복면을 벗었다. 그는 단죄단의 지휘를 맡은 고든이었다.


“나는 단죄단. 죄인 하오 페이푸는 어디에 있나?”


대답은 없었고, 뒤쳐졌던 호위병들이 나타나 고든의 뒤를 막았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고든은 동요 없이 거듭 외쳤다.


“나와라. 하오 페이푸! 나는 단죄단의 고든. 의뢰인 루웨이님의 한을 풀기 위해 너를 찾아왔다!”


뒤쪽의 병사들 중 릿쉬를 탄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포기를 모르는군. 루웨이의 망령은 도대체 몇의 생명을 꺼트리는가?”


고든이 뒤돌아 섰다. 천천히 투구를 벗는 날카로운 눈빛과 긴 수염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경찰들이 나타나 고든을 둘러쌌다.


“무기를 버려라. 너를 체포한다.”


긴 수염의 남자. 하오 페이푸 동부지사가 경찰에게 말했다.


“이자와 그 일당들은 우리를 공격했다. 정당방위로 우리가 죽였으니 그대들은 그리 알고 물러가라.”


“아직 살아있는 놈들은 우리가 연행하겠습니다. 저희의 불찰로 험한 일을 겪으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뒤는 경찰에게 맡겨주십시오.”


그러나 금 투구를 쓴 릿쉬가 다가와 그 경찰을 창으로 후려치자 뒤로 구르며 고꾸라졌다. 나머지 경찰들은 질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뿐 아무도 대들지 못했다.


“경찰 제군들. 이들은 단죄단. 여러 차례 나를 노린 놈들이니 잘 안다. 취조는 필요 없고, 이 자리에서 살아서 나갈 놈도 없다. 어서 물러가 다른 귀빈들의 경호에 전념하라.”


경찰들이 찜찜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면서도 슬슬 물러났고, 동부지사의 경호원 몇이 새로이 나타났다.


“불화살을 날린 놈들은 모두 죽였습니다. 그러나 나팔을 분 두 놈만은 놓쳤습니다. 우리 쪽 피해가 셋입니다.”


동부지사가 수염을 매만지며 고든의 표정을 살폈다.


“나팔을 부는 데 두 놈이나 필요했을까? 고든이라 했지? 설명 좀 해주겠나?”


고든은 안전한 역할이라 여겨 나팔을 맡겼던 푸들이 걱정되었다. 그러나 다른 인물은 누구를 말하는지 알지 못했다. 어쩌면 기셀일까? 아무튼 무사하기를 바라며 눈을 하오 페이푸에게 집중했다.


“루웨이님의 한은 네놈이 벌을 받기 전까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단죄단은 마지막까지 너를 노릴 것이고 혹여 단죄단이 괴멸된다 하여도, 네가 평안히 죽음을 맞는다 하여도, 다음 생애에서라도 그 의지를 이을 것이다.”


하오 페이푸의 새카만 눈동자는 작은 동요도 없었다.


“허튼 소리. 다음 생은 없네. 이 세계를 꾸민 자는 실패했어.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지도 못하지 않은가? 어설픈 세계를 만들고 방치하고 있을 뿐. 다음 세상을 만들만한 그릇은 없다는 방증이지.”


금 투구 릿쉬가 창을 세우고 다가왔다. 그러나 동부지사는 손짓으로 그를 세웠다.


“그만두어라 윙롱. 도망친 잔당을 잡은 뒤에 죽이겠다. 나머지는 죽여라.”


동료들이 베이며 지르는 비통한 소리를 들으며 고든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소동을 지켜보던 페이츠가 두르가에게 말했다.


“무서워라. 동부도 만만한 땅은 아닌 듯 하네요. 문명인들만 모여 산다고 들었는데. 어쩜 저리 잔혹할 수가.”


그리고는 걸음을 옮겨 병원으로 향했다. 반면 두르가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살육에 압도되어 멈춰 있었다.


그녀의 발은 하오 페이푸의 허락이 있어야 움직일 듯 했고, 눈은 윙롱의 창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에 고정되어 있었다.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어 꽉 쥐는 손은 떨고 있었다.



페이츠가 병원 옥상에 도착하자 라만차가 물었다.


“무사했나? 두르가씨는?”


“곧 올 거에요. 여기는 별일 없었나요?”


루시아가 끼어들었다.


“저. 밸러바슈 전하는 혹시 못 보셨어요?”


불안해하는 루시아의 눈을 보고 라만차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죠? 전하가 어디 가셨어요?”


“나도 몰라. 별안간 내려갔어. 거리를 관찰하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 눈을 감고 무엇엔가 집중하더라고. 한참 있다가 잠시 다녀온다면서 나가버렸어. 잡아도 소용 없었지. 제길.”


루시아가 덧붙였다.


“단죄단을 쫓아 가신 거예요. 틀림 없어요. 우리가 찾아 나서야 해요. 큰일이 벌어졌잖아요. 전하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면 어떡해요.”


침묵하고 있던 헬름가이투가 입을 열었다.


“아니다. 그자는 단죄단을 쫓아 간 것이 아냐.”


모두가 그를 보자 말을 이었다.


“앙겔로스를 찾아간 거야. 이유는 나도 모르지만.”


라만차는 어리둥절했다. 헬름가이투는 줄곧 벤치에 앉아 꼼짝 않고 있었다. 뜬금없이 앙겔로스라니. 아무튼 제멋대로인 키메라들에게 깊이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우리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루시아. 그는 설명도 없이 나갔고 금방 온다고 했어. 우리가 찾아 나선들 저 복잡한 거리에서 쉬운 일이 아니야. 스스로 강하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말자.”


불만이 내비치는 소녀의 얼굴을 애써 무시하고 페이츠에게 말아 묶은 종이를 하나 내밀었다.


“밸러바슈 전하가 당신 주라는 군.”


그러나 페이츠는 못들은 채 헬름가이투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슨 소리죠? 앙겔로스라니? 어떻게 아셨어요?”


헬름가이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그냥 안다오. 내 말은 엉망이 된 저 거리로 나가 단죄단을 떠들며 찾는 위험한 짓은 할 필요 없다는 말이었소.”


그 때 두르가가 올라왔다. 페이츠는 그제서 라만차가 내밀고 있는 두루마리 종이를 받아 들었다.


“전하께서 주셨다고요? 뭐라 하시던가요?”


“알게 뭐야. 주라니까 줄 뿐. 답장을 할 거면 직접 줘.”


두르가가 그 종이를 노려보는 사이 페이츠는 가방 안에 그것을 넣고 평소의 생글거리는 얼굴로 돌아왔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습격이 있기 직전. 푸들이 숨어 있는 건물의 빈 방 앞에 밸러바슈가 나타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푸들이 놀라 그를 보며 커틀러스를 빼 들었다.


“뭐냐? 누구야?”


다른 한 손에 들려있는 나팔을 본 밸러바슈가 침착하게 말을 건넸다.


“제대로 찾아왔군. 푸들 맞지?”


“누구냐고 물었다!”


“난 밸러바슈라고 한다. 너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 찾아왔다. 그 전에..”


푸들은 창 밖을 보았다. 동부지사의 행렬이 지나고 있었다. 나팔을 입에 대는 순간.


“멈춰! 불지마! 동부지사는 저기에 없다.”


밸러바슈의 외침에 순간 머뭇거렸다.


“상대가 한 수 위야. 너희들은 위험하다.”


빠르게 창 밖과 밸러바슈를 번갈아 보던 푸들은 낯선 자의 경고를 무시하고 나팔을 길게 불었다. 동시에 커틀러스를 밸러바슈를 향해 세웠다.


“이봐. 칼을 겨눌 상대는 내가 아냐.”


“맞아. 내 적은 너 같은 애송이가 아니지. 저리 비켜. 난 좀 바빠.”


아래층에 귀를 기울이며 밸러바슈가 대꾸했다.


“안다. 일단 너를 한가하게 만들어줘야겠군.”


채찍을 꺼내 든 밸러바슈가 앞장서 내려가며 계단을 올라오는 병사들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그 동작은 우아한 춤사위 같았다. 좁은 계단에서 병사들의 긴 창은 위력이 없었고 채찍은 절묘하게 날아가 그들의 급소에 꽂혔다.


뒤따르던 푸들은 2층에서 건물 뒤 골목으로 뚫린 창문으로 뛰어 내렸다. 그곳에는 대기하고 있던 릿쉬가 하나 있었다. 푸들은 재빨리 릿쉬에 올랐다.


“아길레프 아저씨. 고든이 있는 곳으로 서둘러줘! 뭔가 잘못된 것 같아.”


그러나 릿쉬는 침착했다.


“난 너를 데리고 배로 돌아가도록 부탁 받았다. 나머지는 다른 이들의 몫이야.”


그때 병사 하나가 툭 떨어졌다. 죽었는지 기절했는지 비명도 없었다. 뒤이어 밸러바슈가 가볍게 착지하며 채찍을 휘둘러 잡았다.


“오. 릿쉬를 타고 가는 것인가? 나도 탈 수 있을까?”


“넌 뭐야?”


릿쉬 아길레프의 물음에 대답이 있기도 전에 푸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저놈이 뭐던 급해. 아저씨!”


아길레프는 달리기 시작했으나 그리 빠르지 않았고 푸들이 원하는 방향도 아니었다. 그래도 그들을 쫓기 시작한 밸러바슈를 따돌리기에는 충분한 속도였다.


“난 배로 안가! 저놈 말이 동부지사는 행렬에 없대! 다들 위험하다고! 방향 돌려!”


웅성대는 인파 속을 천천히 달리며 릿쉬는 말했다.


“고든을 믿어.”


푸들은 뛰어내리려 했으나 아길레프는 재빨리 잡아채 옆 한적한 골목으로 꺾어 돌아갔다.


“눈에 띄는 짓 하지마. 일부러 천천히 뛰는 거 안보여?”


“몰라. 씨발! 이거 놔. 나 혼자 도망치는 짓 따위 안 해!”


핏대를 올리는 푸들에게 아길레프는 인상을 찌푸렸다.


“정신차려. 세상 편한 풋내기. 고든이 널 껴주지 않은 것은 네놈이 방해가 되기 때문이야. 그리고 기셀과의 약속은 어쩔 거지?”


무섭게 치뜬 아길레프의 눈에 푸들은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갈며 마주 노려보는 눈에는 불꽃이 튀었다.


“이래서 단죄단과는 엮이기 싫었어. 아무튼 난 내 할 일을 할 테니까 얌전히 프로의 자세를 배우기나 해. 풋내기.”


그 때 밸러바슈가 나타났다. 몇 군데 골목을 꺾어 돌았기에 따돌렸다 생각한 터였다.

“뭐야 저건. 어떻게 쫓아온 거야?”


헉헉거리며 밸러바슈가 말을 던졌다.


“미행에는 프로거든. 그만 뛰고 대화 좀 하세.”


그 때 몽둥이 하나가 밸러바슈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는 곧 쓰러졌고 두 명의 건달 같은 사내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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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라피앗덴, 릿쉬다덴 23.05.01 24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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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부 나가기 - 51화 21.11.13 28 0 13쪽
50 1부 나가기 - 50화 21.11.11 2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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