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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드룬 - 만들어진 사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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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잎
작품등록일 :
2019.12.01 19:53
최근연재일 :
2023.10.02 01:28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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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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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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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부 나가기 - 28화

DUMMY

듀너는 곧장 근처 론즈로드로 오르는 오르막길 입구에 있는 통행검문소로 향했다. 더러워진 옷을 하티의 옷으로 갈아입고 그의 신분증과 통행증을 챙겼으나 긴장을 풀지 않고 다가갔다.


폭동 때문에 그 길에는 수용지를 나가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프레노칩이 맘에 걸리긴 했지만 그의 생각만큼 철저하고 빠르게 조치를 취할 리 없다는 희망에 기대를 거는 수 밖에 없었다.


머릿속은 복잡했다. 또 누군가의 살해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매대가리는 작은 놈이라 했다. 화살도 그렇고 전의 자르키라는 놈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뒤돌아가서 놈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강했으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에 수용지를 탈출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검문의 줄에 듀너의 차례가 왔다. 검문관에게 신분증을 내밀었다. 반응으로 보아 칩은 무력화 된 것이 확실했다. 검문관이 말했다.


“하티씨? 사진이 그을렸군요. 알아보기 힘듭니다.”


미리 불로 지진 신분증이었다.


“미안합니다. 담배를 피다가 실수를 했습니다.”


검문관은 예상보다 깐깐했다.


“곤란하군요. 지금 폭동으로 비상상황이라 말이죠. 2급 시민에 국왕청 소속이시지만 확실히 해야 합니다. 얼굴은 왜 그렇소? 옷은 왜 찢어졌습니까? 바느질이 형편없이 되었군요.”


애써 옷을 갈아입은 효과가 없었다. 찢어진 옷이며 얼굴에 아직 남은 멍들이 수상하게 보일 법 했다. 어차피 쫓길 팔자. 문제가 된다면 여기서 몇 명 정도 쓰러뜨리고 도주하기로 마음 먹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부싸움을 좀 심하게 했습니다.”


뒤돌아보자 자그마한 여자가 신분증을 내밀고 있었다. 머리와 입을 긴 천으로 말아 두른 사이로 붉은 머리카락의 끝자락과 차가운 푸른색 눈동자가 보이는 모르는 여인이었다.


듀너의 앞으로 나서서 천을 풀어 보이는 여자의 얼굴을 본 검문관은 살짝 놀란 표정이 스쳤으나 이내 웃음을 지었다.


“아주 심한 부부싸움이었군요. 남편 분을 감옥으로 안내해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수감자보다 더 불쌍한 처지에 있는 남자니까.”


검문관이 듀너를 한번 더 쳐다보고는 신분증을 돌려줬다.


“그렇군요. 남편 분이 나이보다 좀 들어 보입니다. 부인께서 좀 살살 다뤄주세요. 이 세계 남자들은 좀 불쌍하지 않습니까?”


듀너에게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둘을 통과시켰다.



론즈로드로 올라 여인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듀너의 눈을 피하고 천을 조이면서 말했다.


“감사는 필요 없소. 곤란해 보였고 저 통행검문소가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소. 줄 기다리는 것이 제일 짜증이 났고. 그럼 이만.”


말 끝에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남쪽을 향해 걸어갔다. 전혀 납득되지 않았다. 그러나 듀너는 주위의 눈이 많은 대로에서 수상한 여자를 붙들고 의문을 풀기는 싫어 가만히 그녀를 쫓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고 자전거들과 릿쉬가 끄는 수레들은 꽤나 방해가 되었다. 작은 몸집의 그녀는 인파 사이를 잘도 헤치고 나아갔다. 정면에 우뚝한 페리야마이옘으로 가까워질수록 더 거리는 더 벌어졌다.


이러다 놓치겠다 싶은 듀너는 결국 무리를 하기로 결심하고 그녀의 앞으로 뛰어 막아섰다. 그러나 그녀와 눈도 마주치기 전에 북쪽에서부터 뛰어오는 호라크티마가 눈에 들어왔다.


놈의 기세에 놀란 사람들이 피하면서 열린 길로 맹렬한 속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듀너는 그녀를 뒤로 세우고 놈에게 맞섰다. 그러나 놈은 듀너의 앞에서 어마어마한 점프로 듀너를 훌쩍 뛰어넘었다. 어느새 멀리 뛰어가고 있는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듀너도 소리를 지르며 쫓았다.


“이봐! 어딜 가는 거야?”


호라크티마는 보이는 것이라곤 그 여자뿐인 듯이 곧장 달려 그녀의 뒤통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그 여자는 뒤에 눈이 달렸는지 허리를 숙여 피하고는 옆의 수레 밑으로 미끄러져 빠져나간 뒤 스프링처럼 일어나 달렸다.


듀너는 달리면서도 상황파악에 애를 먹고 있었다. 여자를 잡고 싶으면서도 도와줘야 하나 헷갈렸고 매대가리와는 한판 붙던지 달아나던지 결정해야 했다. 어떤 결론이던 가야 할 방향은 길을 따라 남쪽이니 일단 뛸 뿐이었다.



얼마 안가 론즈로드의 양쪽으로 수용지의 성벽이 접해있는 곳 가까이까지 왔다. 그 성벽으로 오를 수 있는 곳에는 초소가 있고 경비병이 상주해 있었다.


그들은 저 멀리서부터 인파를 헤집고 뛰어오는 작은 여자와, 사람이고 수레고 방해물은 밀쳐버리며 쫓는 매의 머리를 한 키메라를 보고 있었다. 그 뒤로는 어떤 남자 하나도 부지런히 뛰고 있었다. 경비병들은 서로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은 성벽진입초소를 지키기만 하면 되기에 저들이 큰 말썽 없이 이 앞을 지나쳐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날렵하게 달리던 여인은 통나무를 잔뜩 실은 거대한 수레에 뛰어올랐다. 그녀는 그 곳에 꽂혀있던 도끼를 빼어 들고 통나무를 묶은 밧줄을 끊어버렸다.


약간의 경사가 진 론즈로드의 북쪽을 향해 통나무들이 쏟아져 굴렀다. 호라크티마는 힘껏 점프했으나 그의 예상보다 통나무 무더기의 양이 더 많았다.


거의 수레의 끄트머리까지 뛰었지만 착지점은 아직 쏟아지는 통나무들 속이었다. 곧바로 그 속에 휘말려 함께 굴러버렸다. 그 광경을 즐겁게 보며 듀너는 옆으로 피해 뛰었다.


길쭉한 수레의 중심이 뒤로 쓸리며 앞이 들려졌고 거기에 몸을 묶어 끌고 있던 릿쉬 둘이 동시에 허공에 뜨면서 소리를 질렀다.


“뭐야! 뭐야?”


“어. 어. 잡아! 나 좀 잡아줘!”


그들 위로 여인이 뛰어넘어 땅에 착지했다. 손에는 아직 도끼가 들려있었다. 일어나 다시 뛰려는 때 장대 하나가 그녀의 발목을 걸어 채었고 그녀는 옆으로 뒹굴어 넘어졌다.


릿쉬 하나가 그녀를 내려보며 장대를 휘둘렀다. 장대는 반대쪽에 날붙이가 박힌 창이었다.


“뭐냐? 인간. 뭐 하는 짓이야?”


듀너가 그녀의 앞으로 뛰어들어 릿쉬에게 손을 뻗었다.


“잠깐. 이봐 진정해. 말로 하자고.”


릿쉬는 코웃음을 쳤다.


“허허. 다짜고짜 시비를 걸어놓고 말로 하자니. 그러려면 시비도 말로 걸었어야지.”


릿쉬가 휘두른 창을 듀너가 몸을 비틀고 뒤로 재주를 넘으며 피했다. 여인은 진작에 일어나 뛰고 있었다.


듀너도 달아나고 싶었으나 릿쉬는 그보다 빠를 터이고 쉼 없이 휘두르는 창을 피하기도 바쁜지라 뒤로 돌 새도 없었다. 그 릿쉬는 화난 듯도 했고 신나 보이기도 했다. 듀너가 다급하게 외쳤다.


“이봐! 네 수레를 건드린 건 내가 아니잖아?”


릿쉬가 공격을 멈추고 말했다.


“맞아. 그렇지? 근데 넌 왜 날 방해하지?”


“그게 방해냐? 말리려는 거였지!”


그때 호라크티마가 그 창을 빼앗으며 달려나갔다. 릿쉬가 잠깐 멍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다 뒤쫓았다.


“어라. 저건 또 뭔 새대가리야? 이봐! 거기서!”


듀너도 다시 뛰었다. 뒤로 수레손잡이에 매달린 릿쉬들의 외침이 들렸다.


“이봐! 후제! 우리부터 구해줘!”


후제라 불린 릿쉬는 들은 체도 안하고 뛰었다.


호라크티마가 달리기 속도를 줄이며 창을 들어 그 여인에게 날리려 했다. 듀너는 경악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저 미친놈.


그러나 그 창은 던져지기 전에 뒤에서 후제가 잡아채었다. 서로 창을 놓지 않으면서 엉켜 넘어졌다.


거진 700킬로그램의 몸무게에 깔린 호라크티마는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곧이어 후제의 목과 허리를 노린 공격을 퍼부었지만 후제도 맷집으로 버티며 놓아주지 않았다. 그 옆으로 듀너가 뛰어 지나갔다.


여인은 달리기를 멈추었다. 정면에 구경꾼이 너무 많이 서 있었고 그 앞으로는 초소의 경비병들이 창과 칼을 뽑아 들고 그녀를 겨냥하고 있었다.


“멈춰라.”


여인은 들고 있던 도끼를 하늘 높이 던졌다. 경비병들과 사람들이 그 도끼를 따라 고개를 들었고 놀라서 피한 사람들 사이의 공간으로 도끼가 떨어졌다. 그리고 누구도 여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표적을 놓친 창과 칼들은 곧이어 도착한 듀너에게로 향했다. 잠시 뒤 호라크티마가 창을 들고 뛰어들었고 릿쉬 후제도 씩씩거리며 나타나 섰다. 경비병이 외쳤다.


“거기 새머리! 창을 버려라. 릿쉬도 멈춰. 너희 셋을 체포하겠다.”


그러나 이어진 호라크티마의 울리는 소리가 그들을 압도했다.


“붉은 머리 여자는 어디 있나? 난 국왕청 직속 감찰단이다. 범인을 쫓고 있다!”


말 끝에 옆 서쪽 초소의 위로 뛰어올랐다. 앞을 살피며 여인을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어디로 갔나? 멍청이들아!”


분노한 그는 구경꾼들과 경비병을 노려보았으나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뛰어내려 근처의 수레를 뒤집으며 여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하도 흉포하여 모두들 꼼짝을 못했다.


그때 관심에서 벗어난 듀너는 살금살금 옆으로 움직여 초소 뒤로 움직였다. 이 틈에 빠져나가야 했다. 그러나 후제가 소리를 질렀다.


“저 자식 봐라. 어딜 도망치나?’


모두 초소 쪽으로 눈을 향했다. 제기랄. 듀너는 사람이 없는 위쪽 철책을 뛰어넘어, 그러니까 서쪽 수용지 성벽을 향해 뛰었다.


경비병들이 뛰어 듀너를 쫓았고 그곳이 도망칠 길이 없는 높은 성벽이라는 것을 안 호라크티마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주위를 관찰하며 여인을 계속 찾았다.


그때 투레가 릿쉬 하나를 타고 헐레벌떡 나타났다. 술은 좀 깬 듯 했다.


“어이. 호라크.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잡았어?”


“놓쳤다. 듀너라는 놈은 저기로 튀었으니 곧 잡힌다. 암살자는 좀 전까지 여기 있었다.”


투레가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흠. 그래? 듀너자식은 우리 활동비까지 들고 튀었어. 꼭 잡아야 해. 어디.. 앗! 저 초소 안에 한 놈이 있어. 아마 저 놈 아닐까?”


그는 초음파를 다루는 능력이 있는 키메라였다.


“하. 그렇군. 쥐새끼답군. 고맙다.”


그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초소로 걸어갔다. 손에 들린 창에 힘이 들어갔다. 후제가 또 소리를 질렀다.


“이봐. 그 창은 내 꺼야. 이리 내놔.”


그때 초소 문이 열리고 여인이 뛰쳐나가 성벽 쪽으로 뛰어올랐다. 후제의 고함.


“이봐! 인간 여자! 우리 도끼 어딨나?”


호라크티마가 역시 뛰어올랐고 후제도 뒤쫓았다.



성벽 위는 폭이 넓었고 가운데는 두 줄의 철도가 깔려있었다. 인력으로 움직이는 수레차량을 위한 것이었다. 듀너는 초입에 있던 하나뿐인 차량을 타고 성벽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고 세 명의 경비병이 힘겹게 뛰며 따라가고 있었다.


“이봐! 헉헉.”


“그만 서라! 헉헉. 어차피 갈 데도 없어!”


안 그래도 힘들 텐데 칼까지 휘두르며 뛰는 그들이 측은했다. 듀너는 적당한 속도로 차량을 굴리며 앞을 보았다. 아무리 가도 높은 성벽. 경비병들의 말대로 대책이 없는 도망길이었다.


멀리로 다음 초소가 보였다. 그 곳에 있을 경비병이 듀너를 막을 터이고 순찰 비비아이도 나타날 것이었다.


오른쪽은 수용지. 아래는 강물이 있었고 왼쪽은 바깥세계이지만 아래는 대충 40미터는 되어 보이는 성벽아래로 넓은 숲이 있었다. 듀너는 알길 없지만 아침에 루시아와 라만차의 비비아이가 날아간 숲이다.


강물로 뛰어들면 살 가능성이 조금은 있지만 도로 수용지로 들어가는 짓은 하기 싫었다. 일단 서서히 속도를 줄여 수레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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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부 나가기 - 51화 21.11.13 28 0 13쪽
50 1부 나가기 - 50화 21.11.11 26 0 13쪽
49 1부 나가기 - 49화 21.11.09 2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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