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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군 님의 서재입니다.

루미네라스 연대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도라군
작품등록일 :
2016.04.10 10:35
최근연재일 :
2016.05.03 21:37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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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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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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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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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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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필라드 왕자가 모두를 모았다. 바그까지 매복을 그만두고 마법으로 간단한 트랩을 설치한 뒤 페트론 신전으로 들어왔다. 회의실에 6명이 둘러앉았다. 필라드 왕자는 모두의 얼굴을 한 번씩 지긋이 쳐다봤다. 그들의 눈빛은 의연했고, 그런 눈빛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왕자는 알수없는 감격에 가슴이 벅찼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왕자 스스로의 결단에 일부는 희생을 하였고, 자신의 안전을 버리고 함께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이렇게 온 것에는 거대한 위험에 맞서 함께한다는 소명과 자신을 믿고 따라준다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아마도 그런 것에 기인한 감격이었을 것이다. 필라드 왕자는 모두에게 거대한 위험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올바르다 생각했다. 이제는 어떤 것이든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 미리 대처하는 것이 더 올바른 선택이라 생각했다. 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긴박하게 돌아갈 수 있는 때라서 사전에 모두 정보를 공유하고 즉각적인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모두들 고맙다. 정말로. 물론 이런 인사를 하기 위해 모두를 모은것은 아니다. 모두에게 내가 생각하는 거대한 위험에 대한 것을 함께 공유하기 위함이다."


모두들 대답 없이 왕자를 바라봤다.


"헬리브 왕국은 강국임에도 늘 많은 위험이 있어왔다. 10년 전에 일어난 전쟁도 바로 그런 것이지. 그러나 내가 요근래 직감한 위험은 헬리브 왕국에만 국한되는 위험은 아니라고 생각하지. 그것은 어쩌면 루미네라스 대륙 전체에 끼칠 수 있는 위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네."

"루미네라스 대륙 전체에 말씀이십니까?"


놀란 듯 랜서가 대답했다. 랜서의 대답에 모두들 랜서를 바라봤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주목되자 랜서는 깜짝 놀라며 당황했다. 아마도 적잖게 놀란 마음에 외친 말에 모두가 반응하자 다소 부끄러워진 듯싶었다. 또 왕자의 말을 자신과 같은 별 볼 일 없는 병사가 끊은 듯싶은 죄송함도 깃들어 있었다. 그런 마음을 알아챘는지 왕자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랜서를 바라봤다.


"괜찮네. 그렇게 말을 해도. 이젠 모두 함께 언제든 의견을 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네. 모두들 하고 싶은 말이 생기거든 주저 없이 말을 하도록 하게."

"네. 알겠습니다."


덴브가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모두가 대답한 것과 같은 대답이었다.


"어쨌든 내가 바그와 함께 알아온 것들은 사실 별것 아닌 것이었네. 그저 마법 협회가 자신들이 이제껏 누려왔던 것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보수적인 행동에서 일어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별일 없었다는 듯 흘러갈 거라 생각했네. 로스도 실제로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해왔기 때문에 모두가 납득할 것이라고 보았지. 그러나 그들이 이렇게 왕위 계승식에서까지 나를 해할 것이라는 것까진 생각하지 못했지."


필라드 왕자의 말에 모두들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다. 그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왕세자를 직접 노리는 도가 넘는 행동에는 치가 떨릴 만큼 악질적인 행동이었지만, 그간 로스나 왕자에게 해오던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었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이렇게까지 나도 하지 않았을 것이네. 사전에 바그를 통해 그런 조짐들을 알아챘기 때문에 방식이야 어떻게 될지 몰랐어도 압박을 주어 해결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 내면에 깔려 있는 하나의 사건을 알게 되고 이것은 좀 더 다른 종류의 위험이었고, 시작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되었네."

"왕자님께 위험을 가하는 것이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


로스가 왕자의 말에 대답했다. 필라드 왕자는 굳게 입을 다물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턱을 괴었다.


"이 부분은 바그를 통해 듣는 것이 좋겠군."


필라드 왕자의 말에 모두들 바그를 쳐다봤다. 바그는 모두의 시선에도 의연하게 그들 모두를 바라보고 차분한 어투로 말을 시작했다.


"사실 호위 무사를 그만둔 것은 왕자님께서 저에게 임무를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저희 집안은 대대로 마법 협회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었지요. 저 또한 그런 중책을 이어받는 것이 부모님의 소망이셨고, 저 또한 그것에 거슬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단 한번 스스로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로스님과 함께 호위무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1 호위무사는 아니었기에 집에서는 그간의 가문이 해오던 위치를 생각할 때 죄송하게도 썩 달갑게 와닿는 직책은 아닙니다."


바그는 그렇게 말하고 왕자의 눈치를 봤다. 필라드 왕자는 괜찮다는 듯 손짓을 보였다.


"하지만 저의 굳건한 생각에 부모님도 호위 무사직을 받아들이셨죠. 물론 거기에는 뛰어났던 동생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호위 무사를 그만두는 것이 절대로 쉬운 결정은 아니었고, 저 또한 그만두는 것을 좋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함입니다."


로스는 바그의 말을 듣고 그가 호위 무사를 그만둔다는 의사를 표명할 때가 떠올랐다. 그 후로 바그를 줄곳 보지 못했는데, 물론 바그가 대외적인 일들이나 행사에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바그를 찾아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로스는 그런 생각을 했던 과거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제가 받은 임무는 마법 협회에 남아서 지크리트와 파슈를 감시하고 그와 관련된 모든 자들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 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저는 마법서를 참고할 일이 생겨서 도서관을 찾게 되었지요. 제가 찾는 마법서는 오래전 드래곤들로 인해서 생겨난 마법이 적혀져 있는 마법서였습니다. 구룡기의 용들이 적혀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왕국이 생기기 전부터 용들이 루미네라스 대륙에 살아왔기 때문에 몇권의 마법서로 그들을 다 표현할 수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오랜 기간 누적된 책들을 통해 마법 협회는 수 많은 마법을 새롭게 개발하기도 했었습니다."


마법사는 오직 바그 한명이었기 때문에 다들 별말 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로스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칼라스만은 로스에게 이런저런 말들을 했다. 그러나 로스는 그런 말들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드래곤의 마법 중에서 실제로 악마가 개발한 마법도 있다는 둥 악마가 드래곤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둥의 이야기였다.


"그 중 저는 특히 레스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불의 민족이기 때문에 불의 용에 끌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파괴적인 마법들에 관심이 있었고, 전쟁에서 보고되었던 처음 보는 마법들도 있었다고 해서 특히 관심이 있었죠. 하지만 레스타에 관련된 책은 한 권도 찾지 못 했습니다. 누군가 이미 빌려간 것인가 싶어서 대출 목록을 살펴봤지만 아무런 흔적이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뭐 고위직에서 책들을 때론 연구할 때 비밀에 부칠 때도 있었기에 달리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별수 없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책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잊어버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저는 마법 협회의 도서관에 빌렸던 마법서를 대출하기 위해 다시 도서관을 들렀습니다. 그리고 대출을 하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그 책을 찾아봤지만 여전히 없는 상태였습니다. 저는 사서에게 혹시라도 그 책이 들어오면 연락을 달라고 하고 다시 집으로 왔습지요."


바그는 말을 잠시 멈추고 물을 마셨다. 긴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입술이 타는 듯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와 같은 길이었지만 누군가 따라오는 기분이 들었지요. 저는 섣불리 돌아보기보다 따라오는 자가 있다면 그를 확실히 잡을 생각으로 평소와 다른 길로 접어들어 막다른 길로 향했습니다. 시가지를 지나 막다른 길로 접어들어 모퉁이를 돌자마자 투명 마법을 시전하고 한쪽 편에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는 막다른 길에서 사라진 저를 찾으려고 두리번 댔습니다. 저는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 누군지 한눈에 알았습니다. 그는 지크리트의 둘째 아들이자 파슈의 동생인 파드였습니다."


"파드? 또다시 지크리트인가?"


로스가 말했다. 모든 사건에 지크리트라는 이름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는 모든 일에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있었다.


"네. 저는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투명 마법을 유지하고 파드를 되려 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놓친 파드는 다시 마법 협회를 향하더군요. 마법 협회 안에까지 들어가면 마법을 쓰고 출입할 수가 없기 때문에 쫓아갈 방법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가 마법 협회에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가 향한 곳은 마법 협회의 근처에 마법사들이 주로 모여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중 한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저는 추격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좇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겠단 생각 때문이었죠."

"그럼 그건 누구의 집이었습니까?"


랜서가 물었다. 바그는 흥미진진하다는 듯 눈을 반짝거리는 그가 재미있어 보였다.


"그 집은 로데론의 집이었습니다. 그는 마법서를 만드는 팀의 중책을 맡고 있던 사람이라 저도 얼굴을 알고 있었죠. 그런데 기묘하게도 그는 지크리트의 조카입니다. 당최 마법 협회가 가족사업도 아닌데 이렇게 모두가 얽혀있는 것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만큼 권력을 쥔 자가 모두를 끌고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흠... 자꾸만 지크리트라는 이름이 거슬리는군. 계속해보게."


로스가 바그에게 말했다.


"그럼 저는 왜 그에게 미행을 당했던 것일까를 고민하게 되었지요. 내가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그것이 그 둘의 이름이 저의 일상에 거론된 까닭이 될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음날 마법 협회의 도서관으로 가서 사서를 불러 물어봤습니다. 혹시 내가 떠난 다음에 찾아온 이가 있었는지 말이지요. 사서는 단번에 파드가 다녀갔다고 하더군요. 누군가 레스타의 책을 찾았는지 물어봤다고 하는 것을 듣고 저는 그 책이 뭔가 심상찮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그 책이 어떤 대단한 것이라고 미행까지 붙인답니까?"


랜서가 물었다. 랜서의 물음에 모두 바그를 다시 바라봤다.


"저도 알수 없었습니다. 그 책을 찾아서 읽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그날부터 저는 적극적으로 그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덴브님의 말에 따르면 모든 책은 먼저 장서관으로 이동되어 분류되고 마법 협회로 옮겨지기 전에 사자실로 옮겨져서 필사를 먼저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그 책은 마법 협회 외에도 사자실, 혹은 장서관에 있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저는 왕자님께 이것을 말씀드렸죠."

"호오. 그래서 왕자님께서 저에게 그 필사본을 찾아보라고 하신 거였군요."

"그렇다네. 그 필사본을 찾아볼 수 있는 자는 왕성에서 자네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덴브의 말에 왕자가 말을 덧붙였다.


"제가 며칠 동안 장서관에 살다시피하며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필사본을 찾았습니다. 수많은 책들에 파묻혀서 오랫동안 구역을 분류하며 매일을 열심히 뒤졌죠.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덟권의 책과 작성되다만 두루마리 열두 개를 찾았습니다. 알수 없는 말로 적힌 것들도 많아서 모든 것을 가지고 저는 왕자님께 전하였죠."

"네. 그것을 제가 받았습니다. 그것들은 용과 관련된 서적이었지만 모두가 레스타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책들은 별 도움이 되지 못했지요. 저는 적잖게 실망하며 작성되다 만 두루마리를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놀랍게 그 두루마리에서 단서를 찾았습니다."


대꾸해주지 않는 로스에게 지쳤는지 잠자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던 칼라스가 갑자기 외쳤다.


"그것인가! 발견한 것이!"


칼라스의 외침을 듣기라도 한듯 바그가 말했다.


"그것은 레스타가 전쟁 중에 지크롤과 했던 대화가 기록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레스타의 대화가 중심으로 적혀있었지요. 레스타가 지크롤과 전투를 벌이던 중에 그것을 지켜보던 마법사의 일지가 훗날 레스타의 책에 함께 끼워진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용들의 나이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대충은 알고 있지요. 지크롤과 브린이 가장 많고 레스타가 가장 어린 용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어리다고 해도 인간에 비하면 거의 영생하고 있는 존재이지만요."


덴브가 바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바그는 덴브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용들은 나이가 다 다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불의 용, 빛의 용이란 이름이 있듯 각자 고유의 속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겹치진 않습니다. 물론 그들과 비슷한 동류의 용들이야 가끔 발견되지만 그들의 힘은 구룡기와 절대 비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죠. 그런 그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힘이 약해지면 한 번씩 잠에 들면서 마력을 보충해온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때 가장 힘이 미약해지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고요. 레스타와 지크롤이 싸울 때 레스타는 곧 지크롤에게 잠이 들 때가 다가온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브린을 의식해서 밴파드와 함께 전쟁에 임했다는 말도 했지요. 그런 레스타에게 지크롤이 한낱 그것이 두려워 이런 전쟁을 일으키느냐고 핀잔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때 레스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브린에게 자신의 힘을 주느니 인간에게 차라리 힘을 줘버리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칼라스가 낮게 웃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바그의 말에 적잖게 놀랐다.


"아니 그것이 가능하단 말이오?"


덴브가 바그에게 말했다. 다소 흥분한 덴브를 바라보며 대조적으로 차분하게 바그가 대답했다.


"저도 처음엔 그냥 하는 말인줄 알았습니다. 왜 그럴바엔 이렇게 하겠다는 식의 흔한 대화 말이지요. 그런데 그 뒤에 지크롤이 이런 말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과거에 브린의 변덕으로 힘을 빌려줬던 이로 인해 대륙에 큰 사단이 났지 않느냐느 말이었습니다. 거기에 레스타가 그런 말을 합니다. 브린이 그때 줘버린 힘을 복구하기 위해 자신을 노리는 것이라면 차라리 대륙 따위야 어떻게 되든 자신은 인간에게 그것을 줘버리겠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나름 심상치 않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딘가 브린에 관련된 것을 본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왕자가 바그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리케아 레네스크의 이야기겠지."

"네. 맞습니다."


바그가 왕자의 말에 대답했다. 그때 가만히 있던 리베레아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레네스크라면 왕자님이신 거네요?"


리베레아의 말에 왕자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말을 이었다.


"그렇지. 필라드 레네스크. 나의 성과 같은 리케아 레네스크는 헬리브 왕국을 세운 리제 레네스크 선조의 동생이지."

"아... 그렇군요. 그런데 그분이 무슨 문제인 건가요?"


리베레아의 말에 덴브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과거 헬리브 왕국이 세워질때 함께 왕국을 세우는데 일조했던 많은 영웅들이 있었죠. 그들은 당시 왕국을 세우기 위해 많은 전사들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던 오크와 많은 마물들과 치열한 전투를 했습니다. 후에 왕국을 세운후 리제가 초대 국왕이 되었죠. 그리고 리케아는 사령관이 되어서 왕국을 함께 다스렸습니다. 그런데 리케아는 왕국을 세운 후에도 아직 남아있던 잔당들의 공격에 어떻게 하면 더욱 왕국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에 구룡기의 힘을 빌리는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그때 가까이에 있던 지크롤이 가장 유력한 존재였죠. 그는 온화하고 도덕적인 용이라 칭송받기도 했으니까요. 다행히 지금처럼 지크롤이 우리와 함께하면서 평화가 금방 찾아오는 듯싶었습니다. 그런데 용의 힘을 빌려 강해지는 왕국을 보고 리케아가 독단적으로 남쪽에 있던 브린까지 왕국의 힘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되려 브린을 만나러 간 리케아는 브린의 꾐에 빠져 암흑의 힘에 물들고 말았습니다. 브린의 힘에 취해버린 것이지요."

"그럼 아까 지크롤이 이야기했던 사람이 리케아라는 분이셨나요?"


리베레아가 물었다. 그 대답에는 쉽게 아무도 대답하지 못 했다. 실상 힘을 주는 것 자체가 가능한 것인지 모두 알지 못했다. 하지만 확신에 찬듯한 말투로 바그가 리베레아의 말에 대답했다.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시 기록들에는 리케아 레네스크가 브린의 힘을 받았다라는 말들은 없지만 탐욕의 용 브린의 사자라는 말을 했다는 기록들도 있고, 또 그가 쓰던 마법은 여태껏 본적이 없는 마법들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리케아는 전사였지 마법사가 아니었기에 마법을 갑자기 쓴다는 것도 놀라운 것이었죠. 모두들 그저 잘못된 힘을 알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레스타의 대화가 담긴 기록에 의하면 저는 브린이 변덕스럽게 자신의 힘을 주었다는 이는 리케아 레네스크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왕자님도 저의 생각에 동의하셨고요."


리베레아는 무척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라도 듣는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바그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랜서도 마찬가지였다. 리케아 레네스크의 일은 왕국의 수치로 여겼던 탓에 좋은 것만을 기록을 남기고자 후에 많은 것들이 각색되어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그때문에 실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은 편이었다.


"아마도 그때의 기록이 충분했다면 되려 브린의 힘을 받았던 것을 알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의 선조, 리케아 레네스크는 우리 가문에서도 수치스러운 자로 칭하며 왕국의 좋은 것만을 남기기위해 말살할 정도였다네."


그때 로스의 내면에서 칼라스가 말했다.


"아니, 그건 리케아 본인이 한 것이지."

'그게 무슨 말이지?'


로스가 물었다. 대꾸도 없다가 자신의 말에 반응하는 로스에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는 명계의 왕이야. 물론 네놈들은 그런 말을 애써 부정하겠지만 그는 네놈들의 왕국에서 물러난 뒤 명계로 와서 스스로 악마가 되었지. 그리고 명계의 왕이 되었다고. 후에 자신의 힘에 만족한 리케아가 되려 인간으로서의 기록을 모두 없애버리려고 했었지."


칼라스의 말대로 리케아는 명계의 왕이 된 후에 악마를 이끌고 2차 전쟁을 치렀던 적이 있었다. 2차 전쟁 때에 이미 노장이 되었던 리제가 자신의 아들 온테만과 함께 그들을 막았다. 그때 전쟁은 7년이나 이어졌고, 결국 헬리브 왕국을 노리고 일어났던 전쟁에 엘프와 드워프까지 참전하면서 결국 명계의 악마들이 패배했다. 후에 그들이 이용한 입구를 막아버리고 보통의 방법으로는 쉽게 악마가 지상으로 나올 수 없도록 조치되었다.


로스는 칼라스가 말했던 내용을 모두에게 말했다. 모두는 리케아의 그런 행동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그럼 이 기록은 어째서 없어졌는가? 제 생각에는 이러합니다."


바그가 겉돌던 이야기를 단숨에 본론으로 끌고왔다. 리베레아도 옛날이야기를 듣던 것처럼 반짝이던 눈을 거두고 바그의 말에 집중했다.


"제가 우연히 레스타의 기록에 접근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레스타의 기록을 가지고 오랫동안 관련된 기록들을 찾고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에 제가 그들의 주의를 끈 것이었겠죠. 그 탓에 되려 저는 그들의 관심사를 알게 된 것이고요. 저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저는 마법 협회의 누군가가 혹은 지크리트가 용의 힘을 받으려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려 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전과 같은 방법인 브린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브린은 이미 레스타의 힘을 이용해 잃어버린 힘을 복구하려 한다는 것으로 보아 아주 정상적인 상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브린이 평소보다 훨씬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럼 두 번째 목표는 레스타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레스타의 힘을 받는다고요?"


랜서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네. 그럴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죠. 위험이 많이 따랐지만 위험을 감수한 만큼 하나씩 퍼즐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지크리트는 첫째 왕국에 위협이 되었던 밴파드 왕국에 복수를 할 생각이었듯싶습니다. 잠재적인 적을 없애버리는 것이지요. 그리하려면 먼저 전쟁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근위 대장이 확실히 자신의 편인 것이 좋겠지요. 그러면 군을 움직일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니까요. 아마도 그 때문에 그토록 오랫동안 자신의 아들 파슈가 제1 호위무사로 만드려고 노력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크롤이 전쟁에 임해줄까요? 그냥 전력으로 붙기에는 레스타가 언제 도울지 모르는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이번엔 덴브가 바그에게 물었다. 그런 덴브의 질문에 왕자가 대답했다.


"그들은 아마 막 깨어난 브린을 이용할 것 같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네."

"브린을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브린은 레스타를 좋아하지 않고, 오랫동안 레스타의 힘을 탐해왔으니 그들의 제안에 수락할지도 모르지. 게다가 아마 전체의 힘을 획득하지 못해도 일부를 취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리케아의 경우도 엄청난 힘을 가진 사내가 되지 않았는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네."


모두들 말을 잇지 못 했다. 이 모든 가정이 맞는다면 다시 밴파드와 전쟁을 치러야 하고 브린이 전쟁에 개입하게 된다. 그리고 왕국은 자칫 잘못하면 둘로 나뉘어 지크롤과 함께 세 마리의 용이 전쟁에 개입될 가능성도 있고, 반대로 지크롤이 브린과 손을 잡는 헬리브 왕국을 저버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는 엄청난 전쟁이 될 것이 분명했다. 또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그것만으로도 재앙인데 그들의 바람대로 브린이 레스타를 먹어버리는 것과 마법 협회의 누군가, 또는 지크리트 본인이 그 힘을 받는 것도 충분히 문제가 될 것이었다.


칼라스가 로스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봐. 슬슬 재미있어지고 있군. 괜히 노통브를 죽인게 아니라니까? 크크크"

'웃을때가 아니야. 심각한 일이라고.;


로스가 짜증을 부리듯 말했다. 그때 왕자가 탁자를 주먹으로 탁 치고 벌떡 일어났다.


"어디까지나 이건 조사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네. 하지만 지금껏 말한 것들 외에도 나름의 조사들로 밝혀진 것들이 모두 이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 그래서 우린 일단 좀더 깊숙히 이것을 조사해야만 하네."


왕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방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음성에 모두들 다부진 얼굴로 왕자를 바라봤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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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리베레아의 능력 +4 16.04.25 222 2 22쪽
16 덴브와 랜서 (2) +4 16.04.23 183 2 21쪽
15 덴브과 랜서 (1) +4 16.04.23 173 2 17쪽
14 북쪽으로 가는 여정 (5) +3 16.04.21 230 2 21쪽
13 북쪽으로 가는 여정 (4) +2 16.04.18 175 2 21쪽
12 북쪽으로 가는 여정 (3) +2 16.04.17 237 2 25쪽
11 북쪽으로 가는 여정 (2) +2 16.04.16 230 2 22쪽
10 북쪽으로 가는 여정 (1) +2 16.04.16 169 2 24쪽
9 왕위 계승식 (5) +4 16.04.14 202 3 19쪽
8 왕위 계승식 (4) +2 16.04.13 129 2 18쪽
7 왕위 계승식 (3) +2 16.04.13 116 2 17쪽
6 왕위 계승식 (2) +2 16.04.13 229 3 21쪽
5 왕위 계승식 (1) +2 16.04.12 218 2 11쪽
4 그림을 그리는 아이 (4) +2 16.04.11 158 2 20쪽
3 그림을 그리는 아이 (3) +2 16.04.11 284 2 32쪽
2 그림을 그리는 아이 (2) +2 16.04.10 154 2 23쪽
1 그림을 그리는 아이 (1) +9 16.04.10 301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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