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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군 님의 서재입니다.

루미네라스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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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군
작품등록일 :
2016.04.10 10:35
최근연재일 :
2016.05.0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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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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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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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북쪽으로 가는 여정 (3)

DUMMY

지크리트가 마법 협회의 고위 관리직들을 모았다. 마법 학교의 학장과 왕성으로 진출한 정치인사들도 있었다. 또 작위를 부여받은 귀족들도 있었다. 총 10명으로 구성된 회의였다. 지크리트는 회의 중심에 앉아 있었다. 그는 비상 대책 회의에서 부여받은 안건을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하였다.


"흠. 회장님 그럼 저희 쪽에서 한 부대를 구성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게. 분명히 아직은 경험이 부족할 수 있는 아이들이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네. 대신 분대장은 반드시 협회까지 등록된 마법사로 구성하게."


마법 학교에서 이제 곧 졸업을 앞둔 아이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학장을 엮임 중이던 문트는 벌써 60살을 넘긴 늙은 마법사였다. 그는 한때 지크리트와 함께 회장직에 거론되기도 했었지만 본인 스스로 그 자리를 사퇴했었다. 그리고 학교에 남아서 마법 협회로 등록하기 전까지 마법사들을 가르치는 일에 매진했다. 나름 많은 마법사에게 존경을 받는 자였다.


자식들도 그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대체적으로 좋은 평판을 얻어왔다. 장남인 아이는 교수가 되었다. 차남은 호위무사로 일했었는데 아쉽게도 오래전에 호위무사를 그만두었다. 차남인 아들의 이름은 바그였다. 물론 어떤 의미로는 명예와 관련한 좋지 않은 소식임은 분명했지만 바그의 의지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 후 바그는 조용히 마법 연구에 매진하며 세월을 보냈다.


"나머지 그럼 저희 쪽에서 속박을 대비한 부대를 구성하겠습니다."

"흠. 그러도록 하시게. 자네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그쪽에 능통하지."


지크리트의 대답으로 또 한 부대가 만들어졌다. 그는 흙의 민족 출신의 마법사였다. 불의 민족 출신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의 장기인 속박 계열의 마법을 더욱 연구하여 자연을 매개체로 다루는 마법을 발전시킨 남자 센듀크였다. 고위 관리직에 오른 마법사 들중에 오직 3명의 마법사만이 불의 민족이 아니었는데, 그중 한 명이었다.


땅의 민족 출신은 과거 가장 마법에 먼 자들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대체로 그들은 기사나 전사, 용병이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중 마법에 재능이 있는 자들도 그리 좋은 실력을 갖추진 못했었다. 그러나 센듀크가 자연을 매개체로 하는 마법을 개발하면서 흙의 민족 마법사들의 대우가 달라졌다. 자신들의 재능을 십분 활용한 마법은 학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후에 흙의 민족은 그를 영웅으로 추앙하며 센듀크의 마법을 배우며 마법 협회에 당당한 마법사들이 되었다.


지크리트는 불의 민족을 중심으로 가장 강력한 마법을 위해 구성된 부대를 함께 파병시켰다. 회의가 끝나고 바로 모든 마법사들이 준비를 하고 문제의 델라스로 가기 위해 순간이동을 시전했다. 40명으로 구성된 마법사들만 모인 병력이었다.


마법사들이 모두 조사를 위해 떠나고 집무실에 혼자 남은 지크리트는 홀로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고 있었다. 그는 어째서 양치기가 여섯 장의 날개를 보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크리트의 속셈은 역시 근위 대장직으로 자신의 아들인 바슈를 등용시키기 위함이었다. 바슈가 근위 대장이 되면 그가 그리는 큰 그림을 보다 명확히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때문에 그는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그의 바람대로 모든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진 않았다.


듀라드 왕자의 속을 알수 없는 행동으로 왕세자가 되지 못하면서 바슈의 앞날에 제동이 걸렸다. 물론 그 전에도 문제들이 있었지만, 우르를 처단하고 헤단 가문을 몰락시키는 일까지 직접 지시하며 바슈를 근위 대장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심지어 그는 마법을 금지당한 상태에서 전쟁에서 휩쓸린 우르를 직접 자신의 손으로 살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듀라드 왕자가 왕세자로 책봉되지 못하고 그의 아들이 근위 대장이 되지 못하자, 필라드 왕자에게 손을 쓰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로스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대단한 사내였다. 그가 시도했던 몇 가지의 일들을 문제없이 처리하는 바람에 모두 무산으로 돌아가고 더욱이 그걸 계기로 필라드 왕자와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주기 시작하자 지크리트는 한발 물러나야만 했다.


왕위 계승식을 열겠다고 국왕이 회의에서 공표한 날, 늦은 저녁에 지크리트를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그 손님은 정말 뜻밖에 손님이었다. 그 손님은 올카랜트 공국에서 온 듀라드 왕자의 부인 아멜리아였다. 뜻밖에 손님에 지크리트가 적잖게 놀랬다. 듀라드 왕자와 함께 매일 사치를 부리던 그녀는 아름다운 용모의 아멜리아는 함께 온 시종을 밖에 두고 홀로 그의 집무실에 거만한 자태로 앉았다.


'어서 오시지요. 부인.'

'안녕하십니까. 긴히 상담할 내용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허허 저같이 마법 연구에만 묻혀사는 남자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멜리아는 지크리트의 대답이 재밌다는 듯 빙긋 웃었다. 지크리트는 아멜리아의 맞은 편에 앉았다.


'어쩐 일이십니까. 이런 곳까지. 아성에만 계시는 줄 알았습니다.'

'어찌 아성에만 있을 수 있답니까. 생각보다 따분하답니다. 그곳은.'

'왕성엔 사실 재미난 일들이 많이 없지요. 그럼에도 아성엔 매일 밤 끊임없이 재미있는 일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지크리트도 아멜리아처럼 빙긋 웃었다. 언중유골이 깊이 자리 잡은 지크리트의 말을 듣고 아멜리아는 자존심이 상했다. 듀라드 왕자와 자신의 사치를 비꼬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모두의 평판과 달리 아멜리아는 본래 올카랜트 공국에서도 자신의 아버지를 돕는 책사의 역할을 자주 해왔던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여자였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교활함도 함께 갖추게 되는 법이었다. 이야기가 겉돌면 되려 자존심만 더 상할 것 같은 기분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저는 사실 이곳에 와서 많은 것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더군요. 저의 부군은 생각보다 무기력합니다. 불경스럽다 생각되더라도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지크리트님도 사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허허. 제가 어찌 그런 생각을 담겠습니다. 존귀하신 적장자 듀라드 왕자님께 말이죠.'


말은 웃고 있었지만 지크리트는 요망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 했다.


'제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듀라드 왕자님과 사랑보다는 가문의 영광을 위함이었지요.'


올카랜트 공국은 본래 왕국이었다. 크진 않았지만 3대째 이어온 왕국으로 그들은 광산업이 발달된 나라였다. 북쪽 산맥을 중심으로 광산을 개발하여 광물을 수출하고 금을 이용한 장신구로 유명한 나라였다. 올카랜트 왕국의 장신구는 무역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물품이기도 했다.


그런 올카랜트 왕국은 늘 이슬란트 왕국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이슬란트 왕국의 왕은 훌륭한 기마부대와 독특한 그들의 전술을 이용하여 주변국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독에 들이던 것은 올카랜트 왕국이었다. 작지만 부유한 나라였던 올카랜트 왕국은 이슬란트 왕국이 가장 가지고 싶던 나라였다.


이런 불안감은 올카랜트 왕국이 자연스럽게 헬리브 왕국과 동맹을 맺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그것 외에도 사막을 건너 무역을 하던 중에 밴파드 왕국의 정책으로 무역로가 불안해지자 헬리브 왕국에서 새롭게 개발한 켈즈 항구 무역로를 이용하면서 더욱 좋은 관계를 돈독히 쌓게 되었다.


올카랜트 왕국과 헬리브 왕국이 동맹관계가 되자 이슬란트 왕국은 올카랜트 왕국을 더욱 적대적인 왕국으로 인식했다. 이슬란트 왕국은 헬리브 왕국과 그리 좋지 않은 관계였는데, 올카랜트 왕국이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자신들보다 산맥을 넘어 있는 헬리브 왕국과 동맹이 된다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헬리브 왕국의 동맹국임을 인식하며 쉽게 올카랜트 왕국을 건드리지 못 했다..


그런 관계들이 형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헬리브 왕국과 밴파드 왕국의 전쟁이 터졌다. 두 왕국의 전쟁은 주변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는데, 그런 영향은 이슬란트 왕국과 올카랜트 왕국에도 새로운 문제로 생겨났다. 이슬란트 왕국은 전쟁이 일어나자 본격적으로 올카랜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대놓고 그들에게 헬리브 왕국과 동맹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속국이 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대놓고 해마다 엄청난 양의 공물을 요구했다. 만약 요구를 거부한다면 대대적인 전쟁을 치를 것이라고 압박했다.


올카랜트 왕국에게는 재앙과 같은 일이었다. 올카랜트 왕국은 일단 시간을 벌기로 결정하고 적잖은 공물을 바치며 결정을 유예시켰다. 당시 레스타를 앞 세우며 전쟁에 돌입한 밴파드 왕국을 보고 이슬란트 왕국은 전쟁이 길어질 것이라 전망했기에 공물을 받아챙겨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전쟁은 한 달 만에 끝나고 말았다.


이슬란트 왕국은 전쟁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버렸지만 전쟁에서 큰 타격을 입었던 헬리브 왕국의 소식을 듣고 안심할 수 있었다. 자신들이 올카랜트 왕국과 전쟁을 일으켜도 헬리브 왕국이 쉽게 전쟁에 파병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다. 다만 유예기간을 더 준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있을 거라 생각하고 다시 올카랜트 왕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올카랜트 왕국은 큰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뜻밖에 상황이 생겼다. 이슬란트 왕국이 다른 왕국을 속국으로 만드는 과정 전쟁으로 발전한 일이 생겨났는데, 작은 나라였지만 예상보다 거센 저항으로 인해 전쟁이 제법 길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이슬란트 왕국은 다른 왕국들에 관심을 잠시 끊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해가 바뀌고 이듬해가 되어서 전쟁이 끝났다. 결국 이슬란트의 상대국은 멸망의 길에 이르렀다. 이슬란트 왕국은 보다 국경이 넓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슬란트 왕국은 두 가지를 동시에 잃게 되고 말았다.


당시 이슬란트 왕국은 올카랜트 왕국 외에도 보데만 왕국 또한 압박을 하고 있었다. 보데만 왕국은 산맥넘어 있는 작은 나라였는데, 후에 헬리브 왕국까지 생각한다면 이슬란트 왕국에 꼭 필요한 요충지였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멸망한 왕국을 지켜보던 보데만 왕국이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왕권을 포기하고 헬리브 왕국의 공국을 선언한 것이다.


그로 인해 이슬란트 왕국은 보데만 왕국을 포기해야 했다. 단순한 동맹국의 관계가 아닌 공국이 된다는 것은 이슬란트 왕국이 그들을 포기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동맹이 된 헬리브 왕국의 국왕은 후에 시이드라 공주가 성장하여 결혼할 나이가 되면 보데만 공국의 자제와 결혼을 약속하며, 보다 강력한 유대관계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올카랜트 왕국은 보데만 왕국이 공국으로 바뀌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생각보다 평화롭고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도 지켜봤다. 헬리브 왕국은 공국이 되는 대가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들의 자치권을 인정했고, 정치적 개입이나 공물을 요구하는 등의 어떤 행위도 없었다. 아마도 헬리브 왕국이 전쟁을 계기로 몇몇 동맹국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기 때문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정책은 올카랜트 왕국에게도 좋아 보였다. 반대로 이슬란트 왕국은 속국을 요구했고 수많은 공물을 요구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이런 평화로운 방법이 자신들의 왕국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 판단했다.


결국 아멜리아는 자신의 아버지인 국왕에게 공국이 되는 방법을 권했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우리의 자치권도 보장되고 어떤 요구도 없는 평화로운 방법이었고, 후에 공국에서 다서 왕국이 되는 기회도 있을 거라는 뜻을 담아 올린 생각이었다. 그리고 보다 강력한 유대관계를 위해 자신이 듀라드 왕자와 자신이 결혼을 하는 것도 제안했다. 적장자인 왕자와 결혼을 하면 보다 안전한 위치에 서게 될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올카랜트 국왕도 그런 아멜리아의 결정에 찬성하고 헬리브 왕국으로 사신을 보냈다. 그리고 올카랜트 왕국의 국왕은 헬리브 왕국으로부터 작위를 받고 공국이 되었다. 또 아멜리아의 생각대로 듀라드 왕자와의 결혼도 성사되었다. 그렇게 아멜리아의 혜안으로 인해 올카랜트 왕국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은 한참 후에나 성사되었다. 당시 듀라드 왕자도 아멜리아와의 결혼에는 긍정적이었으나 전쟁을 복구해야 하는 국가적 문제와 왕세자에 관련된 이슈들이 등장하면서 결혼을 훗날로 미뤘다. 아멜리아는 이제 공국이 된 올카랜트 공국에서 헬리브의 왕세자와의 결혼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기다렸다. 후에 결혼이 성사되었지만 듀라드 왕자는 왕세자로 책봉되지 못 했다.


'하지만 결국 부군은 왕세자가 되지 못했지요. 물론 지크리트님처럼 저도 무척이나 속상하답니다.'

'허허.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몰랐군요. 제가 속상할 것을 염려해주셨다니.'


지크리트는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심기를 아멜리아가 슬슬 건드리는 감정은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더욱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지 알수 없는 아멜리아의 속내도 거슬렸다.


'게다가 부군은 매일 연회에 빠져 작위도 받지 않아서 저는 공비(공작의 부인)도 아니고 신세가 참 처량 맞은 한낱 부인이 되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듀라드 왕자님의 부인이시니 남들과 같다할순 없지요.'

'그게 어디 공작의 부인과 같을 수 있답니까?'


왕자도 왕세자가 아닌 이상은 작위가 없는 귀족일 뿐이었다. 보통은 왕자들도 공작의 작위를 받곤 하는데, 듀라드 왕자는 늘 방탕하게 살며 국왕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국왕은 왕자에게 작위도 내리지 않았다. 아멜리아는 왕세자의 비를 꿈꾸고 훗날 왕비가 되는 것을 자신의 미래로 생각했었는데, 왕비는커녕 공비도 되지 못하고 실상은 아성에만 머물면서 사치나 부리는 신세가 된 것이었다. 그런 것이 자신의 성미에는 영 맞지 않았다.


아멜리아가 눈을 번쩍이며 지크리트에게 소리죽여 말했다.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이 생각은 지크리트님과 저에게 모두 좋은 조건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전 어떤 걱정도 없이 편하게 지크리트님께 의논 드리러 온 것입니다.'

'흠.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신지 궁금해지는군요.'


지크리트도 이야기가 심상치 않은 것이 될 것이라 직감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놀라운 이야기였다.


'저는 왕세자의 비가 되어 훗날 국왕의 왕비가 되고 싶습니다. 지크리트님도 자제분이 근위 대장이 되길 바라시지요. 저는 온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과거의 일들을 관심 있게 찾아봤습니다. 심지어 우르란 이름의 남자도요.'


지크리트의 얼굴이 굳어졌다. 가식적으로 웃고 있던 웃음도 사라졌다. 요망한 년 같으니라고.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교활했다.


'제가 사실 마법사 한 명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와 친분을 쌓으면서 저는 큰 힘을 가지게 된것 같습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결국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서 어떤 사람이 좋을까 생각해봤는데 길게 생각할 것도 없었습니다. 바로 채비를 해서 이곳으로 왔지요.'

'어떤 일을 하시려고 하십니까?'

'로스라는 자는 소환사더군요. 그는 역시 근위 대장이 될 만큼 수많은 소환수를 다루는 대단한 실력자더군요. 저는 마법에 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나름 많은 책들을 읽었답니다. 소환사와 마법이 얼마나 상극의 관계인지도 잘 알고 있지요.'


아멜리아가 슬며시 미소를 띠었다. 지크리트의 표정이 자신의 예상대로였기 때문이었다. 지크리트는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듣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라고 아멜리아는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혼자서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마법사도 아니거니와 더욱이 헬리브는 악마와 관련된 것은 모두 금기되어 있으니까요.'

'악마를 이용하려는 것입니까?'

'후후. 그렇습니다. 저는 근위 대장의 몸 안에 마력을 잔뜩 지닌 악마를 집어넣을 생각입니다.'


지크리트가 깜짝 놀랐다. 생각도 못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녀의 잔인함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소환사에게 악마를 집어넣는다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알고 있었다. 지크리트는 그녀가 로스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실상 그녀의 바람대로라면 로스를 노릴 이유가 하등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악마를 집어넣게 됨으로 생기는 문제가 필라드 왕자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하지만 절대로 약한 악마는 안됩니다. 단 한번 밖에 없는 기회니까요. 그러면서도 너무 강한 악마도 안됩니다. 딱 왕위 계승식에서 근위 대장과 왕세자를 죽일 정도의 힘만 있으면 됩니다. 이후에는 당연히 그것을 마법 협회와 병사들이 제압하면 되는 문제겠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부군께서는 싫어도 왕위를 받게 될 것이고 저는 왕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크리트님의 자제도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되겠지요.'

'아니 그런... 생각보다 더 무서우신 분이군요.'

'여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잔인해지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럼 악마를 제가 데려다 달라는 것입니까?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집어넣을 것인가요. 부인'


아멜리아는 지크리트의 대답을 듣고 자신의 뜻대로 될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교활한 미소를 지으면서 지크리트에게 대답했다.


'연미복을 입을 수 있게만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물론 저도 노력하겠지만 근위 대장이 그것만 입을 수 있으면 가장 왕자에게 가깝게 있을 확실한 순간에 악마를 그의 몸 안에 집어넣음으로써 필라드 왕자까지 죽일 수 있을 겁니다. 연미복을 입게 될 왕위 계승식보다 좋은 때는 없을 것입니다. 또 그편이 모두에게 듀라드 왕자가 왕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좋겠지요. 모두의 눈앞에서 왕세자가 죽으면 더 이상 남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요.''

'놀라운 생각이군요. 연미복이라... 그것을 근위 대장이 입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게다가 설령 그것을 입는다 해도 악마를 소환하는 마법진은 눈에 띄는 법입니다. 그가 분명히 의심을 할 것입니다.'


아멜리아가 갑자기 소리 내 웃었다. 아마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듯했다. 지크리트는 놀라서 아멜리아를 쳐다봤다. 아멜리아는 한참을 웃더니 경망스러운 행동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크리트님. 너무 재미있어서 그랬습니다. 그간 이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거든요.'

'흠. 괜찮습니다. 저의 질문에 답변을 해준다면 저로서도 더욱 좋겠군요. 안 그래도 아멜리아님의 생각에 부쩍 관심이 생기고 있어서 말입니다.'

'네. 그럼요. 말씀드려야지요. 제가 한 명의 마법사를 알고 있다고 했지요? 그게 누구일 것 같습니까?'


지크리트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아멜리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는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섭고 대단한 여자였다.


'바로 밴입니다.'


지크리트는 크게 놀랬다. 제2 호위무사였던 밴이 그녀와 긴밀한 관계의 마법사라니. 실로 놀라웠다. 지크리트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녀의 제안대로라면 그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로 모든 일이 무사히 끝나면 그녀와의 관계는 더욱 자신에게 큰 힘이 될 것이었다.


'놀랍군요. 좋습니다. 단단히 준비하셨군요. 그럼 저도 제대로 준비하도록 하지요.'

'의논을 드리러 오길 잘했네요. 그럼 저도 믿고 가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지요.'


지크리트는 아멜리아가 돌아가고 나서 한참을 웃었다. 자신에게 큰 기회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길로 그는 아무도 모르게 지하 서고로 향했다. 그리고 오래된 문서들을 하나씩 뒤지기 시작했다. 과거 명계의 악마들과 대륙에 큰 전쟁이 났었을 때 악마를 물리친 영웅들이 기록한 책들을 바탕으로 네장의 날개를 가진 악마를 찾고 있었다. 그 정도의 악마가 아멜리아가 요구한 악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랜 탐독 끝에 네장의 날개를 가진 악마 노통브를 이용하자고 결정했다.



'분명히 내가 결정한 이는 네 장의 날개였는데,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지크리트는 집무실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이 실수한 것은 없었는지 다시 생각해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곳이 없었다. 악마를 마법진으로 녹여내기 위해선 악마의 신체의 일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악마 노통브를 아무도 모르게 명계에서 불러낸 적이 있었다.


그는 책에 적혀있는 대로의 모습이었다. 네 장의 날개를 가지고 있던 그는 두 장의 날개는 몸통에 두 장의 날개는 다리에 돋아나 있었다. 명계에서 불려 나온 노통브는 모처럼의 바깥출입에 즐거워했다. 그런 악마에게 지크리트가 무사히 일이 끝나면 인간의 영혼 30명 분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풍족하게 맛볼 인간의 영혼에 혀를 내두르며 노통브는 자신의 머리칼을 한 움큼 뽑아 지크리트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시 나올 날을 기대하며 명계로 돌아갔다.


'어차피 네놈은 행사장에서 즉시 죽을 것이다. 멍청한 악마 같으니...'


하지만 양치기가 말한 로스는 여섯 장의 날개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령을 시켜 최초 소식을 접수한 이와 그의 상관까지 확인했지만 여섯 장의 날개가 분명했다고 한다. 더욱이 노통브가 가지고 있던 다리의 날개도 없었다. 이로써 노통브가 그간 여섯 장의 날개가 되었을 가능성도 없어졌다.


노통브가 그 사이 여섯 장의 날개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리에 날개가 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로스가 네 장이든 여섯 장이든 날개를 가졌다는 것은, 이미 악마에게 육신을 먹혀버린 상태라는 이야기였다. 악마에게 육신을 먹혔다면 로스는 이미 죽었을 것이니 문제가 없겠지만 어떤 변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장님. 파견된 이들로부터 새로운 소식이 전달되었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오게."


지크리트의 직속 전령이 들어왔다.


"로스의 마지막 흔적을 찾았습니다. 델라스에 있는 집이었습니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여자아이가 혼자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여자아이?"

"네. 이름은 리베레아. 가문명은 로코드라는 유명하지 않은 가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매년 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귀족? 그들이 누군지는 모르더냐?"

"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것으로 보아 필라드 왕자와 시이드라 공주, 그리고 집사 덴브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필라드 왕자가?"


지크리트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세 사람이 매년 다녀갈 정도의 여자아이인데 누군지 도통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묘한 일이군. 그래서 로스는 잡았느냐?"

"아닙니다. 현장엔 이미 없었습니다. 연미복의 일부가 발견되었던 것으로 보아 그곳에 온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마법진이 발견되었습니다."

"마법진? 순간이동의 주문이었겠지?"

"네. 맞습니다."

"마법진을 만들었다는 것은 마법을 발동한 사람은 마법사가 아니었겠지만, 마법진을 만들었을 마법사가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되는군."

"네. 조사단의 일부는 이미 마법 협회와 마법 학교에 이와 관련된 마법사가 없는지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시 그렇군. 그 외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더냐?"

"마법진의 흔적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지워져버린 흔적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어떤 글귀가 마법진과 함께 새겨둔 것 같았는데, 추정컨대 그가 지워버린 것 같습니다. "

"글귀라... 마법력을 역추산해서 계산해보면 어떤 흔적인지 알 수 있을 테지. 알겠다. 병사들에게 주변을 샅샅이 조사하라고 이르라"

"네. 알겠습니다."


전령이 나가자 지크리트는 잠시 집무실에서 전령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필라드 왕자와 시이드라 공주, 덴브까지 함께 방문했다는 여자아이의 정체가 궁금했다. 어쩐지 그가 준비하던 일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 그 여자아이 때문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크리트는 집무실에서 나와서 왕성으로 가보기로 했다. 조사실에 있을 덴브르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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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네라스 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추격 (4) 16.05.03 151 0 18쪽
20 추격 (3) 16.04.29 163 0 16쪽
19 추격 (2) 16.04.26 177 0 23쪽
18 추격 (1) 16.04.25 125 0 17쪽
17 리베레아의 능력 +4 16.04.25 222 2 22쪽
16 덴브와 랜서 (2) +4 16.04.23 182 2 21쪽
15 덴브과 랜서 (1) +4 16.04.23 172 2 17쪽
14 북쪽으로 가는 여정 (5) +3 16.04.21 229 2 21쪽
13 북쪽으로 가는 여정 (4) +2 16.04.18 175 2 21쪽
» 북쪽으로 가는 여정 (3) +2 16.04.17 237 2 25쪽
11 북쪽으로 가는 여정 (2) +2 16.04.16 230 2 22쪽
10 북쪽으로 가는 여정 (1) +2 16.04.16 168 2 24쪽
9 왕위 계승식 (5) +4 16.04.14 201 3 19쪽
8 왕위 계승식 (4) +2 16.04.13 128 2 18쪽
7 왕위 계승식 (3) +2 16.04.13 115 2 17쪽
6 왕위 계승식 (2) +2 16.04.13 229 3 21쪽
5 왕위 계승식 (1) +2 16.04.12 217 2 11쪽
4 그림을 그리는 아이 (4) +2 16.04.11 158 2 20쪽
3 그림을 그리는 아이 (3) +2 16.04.11 284 2 32쪽
2 그림을 그리는 아이 (2) +2 16.04.10 154 2 23쪽
1 그림을 그리는 아이 (1) +9 16.04.10 300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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