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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군 님의 서재입니다.

루미네라스 연대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도라군
작품등록일 :
2016.04.10 10:35
최근연재일 :
2016.05.03 21:37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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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6
추천수 :
37
글자수 :
196,239

작성
16.04.2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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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덴브와 랜서 (2)

DUMMY

장서관에서 발동시킨 마법을 따라 낯선 곳에 두 명이 도착했다. 빛이 사라지고 서서히 두명의 모습이 나타났다. 랜서는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 분명히 여름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이동된 곳의 날씨가 제법 서늘한 것으로 보아 왕성에서 먼 곳이라 생각했다. 랜서는 자신이 이동한 곳이 어디인지 살펴보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빽빽한 나무가 가득했고 나무의 응달이 진 곳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까지 보였다. 랜서는 이곳이 산속이란 생각에 덴브에게 물었다.


"여긴 산속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랜서님 이곳은 론페즈 봉우리입니다."


헬리브 왕국에서 멀리 떨어진 보데만 왕국의 북쪽에 펼쳐진 산맥 중 가장 높은 봉우리였다. 론페즈 봉우리는 왕실에서 엄청난 거리에 떨어진 곳이었다. 물론 말을 타고 쉬지 않고 달리면 5일 정도면 봉우리가 있는 산의 초입에는 도착하겠지만, 산의 봉우리인 론페즈까지는 오랜 시간 올라야 올수 있는 곳이었다. 빽빽한 나무들 틈 사이로 보이는 절경이 꽤나 높은 곳에 자신이 위치해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왜, 이런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오셨습니까?"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가 나옵니다. 보통의 방법으로는 올수 없도록 하고 저처럼 만에 하나 이동하더라도 마법을 분석해서 정확한 위치로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약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랜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의문을 품었던 것에서 시작된 덴브의 이상한 행동과 장서관에서 자신들을 쫓던 이까지 모든 일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조금 후면 도착합니다. 가시지요."

"덴브님. 저도 함께 가겠지만 어째서 이렇게 왕성에서 빠져나와야 했는지 먼저 알아야겠습니다."


랜서는 자신보다 몇발짝 앞에 서있던 덴브에게 말했다. 우직한 표정에서 덴브는 아무런 설명 없이 마냥 데리고 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덴브는 산의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며 말했다.


"랜서님. 왕성엔 위험한 것들이 가득합니다. 알고 계십니까?"

"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이런 일도 위험한 일 때문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운명이 어찌 이리 상황을 어렵게 만든지는 몰라도 롤랑님의 동생이신 랜서님을 뵈었을 때 저는 왠지 이렇게 랜서님과 함께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랜서도 앞서기 시작한 덴브의 뒤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납득할만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덴브가 움직이자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랜서님. 저는 사실 아직 완전히 랜서님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파른 산에 나뭇가지를 잡으며 힘겹게 경사를 올랐다. 가파른 경사로 인해 금새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며 덴브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랜서님이 왕자님께 느꼈던 그 이상한 감정이 불러일으킬 위험과 또 저의 막연한 믿음 때문에 함께 모시고 온 것입니다. 롤랑님은 저에게도 대단한 기사였고 그런 믿음직한 기사의 동생이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랜서는 롤랑이란 이름이 거론되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형님은 오래전에 죽음으로 삶을 달리했지만 이름은 여태까지 여러 곳에 남아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된다는 기분 탓이었다. 그런 기분은 늘 죽어버린 형을 그리워하는 씁쓸함으로 다가오곤 했다.


"그래서... 헉헉... 저는 이곳으로 랜서님과 함께 하길 결정했습니다. 후우... 장서관으로 가는 위험을 부담하고도요."


덴브가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랜서도 무거운 갑주까지 두르고 무장한 채 오르는 가파른 산행이 쉽지 만은 않았다. 서늘한 날씨가 금세 힘겨운 산행으로 덥게 느껴졌다.


"덴브님 어떤 위험입니까?"

"헉. 후아. 힘드네요. 역시. 후우... 그 위험은 늘 존재했습니다. 애석하지만 롤랑님도 지금의 연장선에 그치지 않는 일로 희생된 것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 오래된 위험이란 말씀입니까?"


덴브가 멈춰 서 숨을 잠시 고르더니 랜서를 뒤돌아봤다. 랜서는 다소 당황한 눈빛으로 덴브를 쳐다봤다.


"네. 그렇습니다. 헉헉. 그만큼 오래되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왕국이 생긴 직후부터 언제나 있었을 위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덴브가 숨을 고르면서 이야기를 하더니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랜서도 지독히 가파른 경사를 힘겹게 따라 올랐다.


"왕위가... 바뀔 때 몇 번의 암살이 있었는지... 후아... 랜서님은 아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무려 열 두번입니다. 열두 번이나 아니 필라드 왕자님까지 열세 번이로군요."


더욱 지독해지는 경사에 덴브가 나무를 붙잡고 섰다. 자칫 잘못하면 굴러떨어져 치명상을 입을 수 있을 정도로 급격한 경사면이었다. 게다가 높은 지형인 만큼 숨쉬기도 어려웠다. 몇 걸음 걷지 못했지만 엄청난 거리를 단숨에 달린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 따르는 랜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간 헬리브 왕국이 모두가 보는 것처럼 위대하고 공명정대한 왕국이었던 것만은 아닙니다. 헉헉. 가려져있는 곳에는 늘 추악한 일들이 많았지요. 사서가 된 다음 장서관에 왕가를 기록해둔 문서들을 보며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럼 이번 왕자님도 그런 추악한 일들이었습니까?"

"네. 분명합니다. 하지만 저와 왕자님은 오래전부터 위험이 올것을 예상하고 대비를 해왔습니다. 필라드 왕자님은... 후우... 모두의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저 또한 그분의 통찰력과 명석함을 다 이해하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아직 다 알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후아..."


덴브는 비탈길을 오르며 말을 하는 것이 힘들었는지 멈춰 섰다. 약간 뒤 떨어져 있던 랜서가 덴브의 옆에 올 때까지 덴브가 기다리더니 랜서가 도착하자 더이상 오르지 않고 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곳에는 여태껏 가득 자리 잡은 나무들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들의 틈 사이로 거대한 암벽이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위험을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하기 시작한 건 안타깝게도 롤랑님의 일을 겪으면서 입니다."

"브린입니까?"


랜서는 롤랑이 브린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을 전해 듣고 오랫동안 그를 증오해왔다. 그가 군에 입대한 것에도 막대한 영행을 끼쳤다. 군에서 높은 곳에 오르면 브린과 관계될 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날이 오면 자신이 직접 브린의 가슴팍에 칼을 꽂아 주겠다고 늘 다짐했다.


"물론 브린도 위험요소입니다. 탐욕스러운 암흑의 용이 깨어난 것은 분명히 위험스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위험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브린보다도 말입니까? 대체..."

"랜서님. 아까도 말했지만 왕성은 위험한 곳입니다. 롤랑님이 돌아가시고 저희는 막연한 실체에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상을 잘 몰랐던 때와 달리 롤랑님의 사건으로 대상이 보다 명확해 졌기 때문입니다."


뒤따르던 랜서가 갑자기 멈춰 섰다. 덴브는 뒤에서 랜서의 인기척이 멀어지자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랜서는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서 있었다.


"형님을 죽인 대상입니까?"

"네. 직접적인 원인이야 이제껏 알려진 대로 브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희는 전사한 그들을 아직도 찾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를 그곳까지 몰아넣은 이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들과 그날의 사건이 저희에겐 관계가 없으리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누굽니까 그놈들은!!"


숲과 암벽에 부딪히며 랜서의 소리가 메아리쳤다. 덴브는 깜짝 놀랐다. 소리가 퍼지며 숲에 숨어있던 동물들도 일제히 놀랐는지 숲의 곳곳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들이 함꼐 퍼졌다. 주위를 살펴보며 덴브가 다소 떨어져 있던 랜서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아직 안전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소리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저희는 그 대상은 마법 협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덴브의 말에 랜서가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덴브에게 말했다.


"마법 협회 말씀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마저 다 설명드릴 테니 일단 가시지요."


덴브의 손짓에 랜서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덴브는 그런 랜서를 보고 안심하며 앞으로 다시 향했다.


"마법 협회가 아마도 처음부터 그런 일들을 작당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직도 조사할 여지는 남아있지만, 적어도 그들은 필라드 왕자님이 발단이 되었을 것입니다."

"불의 민족이나 마법사가 호위 무사가 되지 못한 것인가요?"

"잘 알고 계시는 군요."


과거 늘 롤랑이 왕성에서 돌아오면 부인에게 있었던 일들을 말하곤 했었다. 이런저런 그날의 일들을 이야기했었지만 그중에선 불의 민족과 마법사, 마법 협회에 관련된 것들도 있었다. 당시 이야기를 엿듣게 된 랜서는 롤랑 또한 마법 협회가 호위무사로 인해 좋지 않은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랜서도 늘 막연하게 마법 협회를 좋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또 헬리브 왕국에 일어난 끔찍한 전쟁도 역시 발단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저는 왕자님이 살해 당했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희망이요?"

"네. 마지막에 왕자님께서 로스님을 이동시키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이 왕자님이 생각한 희망일 것입니다. 저도 물론 그렇게 생각합니다. 로스님이 살아 계시다면 말이지요."


랜서는 끔찍하게 찢겨나가던 로스가 떠올랐다. 팔이 날아가고 몸이 뜯겨가던 그와 그의 몸안에 있던 서늘한 눈빛이 머릿속을 스쳤다. 랜서는 몹시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로스님이 살아있을 수 있을까요?"


덴브가 랜서의 물음에 옅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왕자님은 그것에 기대를 걸고 있고, 저 역시 그렇습니다. 이제껏 그분께서 보여준 기량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살아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거진 나무들이 암벽에 다다르며 점점 듬성듬성 해졌다. 눈앞에 암벽이 보다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암벽의 끝은 깎아지른 절벽이었다. 거대한 암벽을 뚫고 나무도 자라지 못했기에 어떤 도구도 없이, 아니 있더라도 쉽게 오르거나 내려갈 수 없어 보이는 절벽이었다. 덴브는 그곳에 멈춰 뒤따라오는 랜서에게 말했다. 절벽으로부터 강한 바람이 불어와 덴브의 머리칼이 휘날렸다.


"왕자님과 저는 오래전부터 왕위 계승식에 어떤 위험이 있을 경우 두 가지가 반드시 행해지도록 계획했습니다. 첫째는 로스님을 무조건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왕자님이 들고 있던 부채가 바로 저희가 사용한 것과 같은 마법이 담긴 것입니다."


랜서는 절벽의 끝자락에 덴브와 멈춰 섰다. 막다른 길에서 앞선 덴브를 바라보며 말했다.


"두 번째는 무엇인가요?"

"바로 제가 어떻게든 살아서 홀로 이곳으로 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처럼 랜서님과 오는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그 두 가지가 왕자님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었습니까?"


랜서의 물음에 덴브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아니 사실 왕자님은 어떤 일이 생긴다면 그곳에서 반드시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고 계셨습니다."

"네?! 왕자님이 돌아가시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게 무슨..."


덴브가 손을 들어 암석의 틈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암석의 틈에 끼이지 않고 그대로 쑥 통과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덴브는 랜서에게 따라 오라 말하고 그대로 벽을 관통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랜서는 놀란 표정으로 덴브를 쳐다봤다. 덴브가 사라진 암석을 두드려 봤지만 암석은 보통의 딱딱한 암석이었다. 뚫고 들어갈 수 없는 형태로 어떤 환상 같은 것이 아니었다. 암석을 이곳저곳 두드려보다가 덴브가 집어넣은 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그 순간 덴브처럼 랜서의 몸도 암석 안으로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암석을 뚷고 안에 들어가자 놀랍게 동굴이 있었다. 동굴은 길지 않았다. 동굴의 끝에 빛이 켜져 있었다. 앞서가던 덴브를 따라 주변을 놀랍게 쳐다보며 랜서가 뒤를 따랐다. 동굴은 사람의 키보다 조금 높게 파져 있었는데, 수많은 종유석들이 있었다. 오랜 기간 자연스럽게 생성된 것이었다. 동굴 반대편에서 비쳐오는 빛이 종유석들에 난반사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은 저와 왕자님, 로스님을 제외하고 대부분 알지 못하는 곳입니다. 잊힌 곳이지요. 과거 롤랑님이 계실 때 이곳을 발견하고 위험에 대비할 장소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동굴의 입구의 장치도 저희가 만든 것입니다. 원래는 없던 것이지요. 지금은 좁지만 안쪽은 엄청 넓습니다."

"그렇군요. 로스님도 살아계신다면 이곳으로 오시는 것입니까?"

"네. 무사히 저희의 메시지를 보았다면 이곳으로 올 것을 알 것입니다."


랜서가 신기하게 동굴을 쳐다보며 덴브의 뒤를 따랐다. 덴브의 음성이 동굴에 울려 독특한 소리처럼 메아리쳤다.


"왕자님이 돌아가셔야만 저희가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왕자님은 위험에서 멀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무서운 말씀이시군요. 목숨을 버려야 한다니... 하지만 로스님도..."

"네. 사실 왕자님을 노리는 위험요소가 로스님을 대상을 이뤄질 것은 저희도 몰랐던 것입니다. 그 때문에 로스님을 잃었을지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변수가 되었습니다. 정말 무사히 오시길 기다릴 뿐입니다."


덴브의 말에 랜서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로스님도 모르셨습니까?"

"네. 로스님은 마법 협회에서 늘 감시하던 대상이었습니다. 되려 왕자님보다 그 정도가 더 극심했죠. 이런 위험이 있을 거라는 것은 로스님도 알고 계셨지만 저희가 준비하던 이 모든 것은 알지 못하셨습니다. 언제 사건이 생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왕위 계승식이 유력해 보이긴 했습니다. 그렇기에 왕자님도 단단히 준비를 하셨죠."

"어째서 로스님께 알리지 않으셨던 것입니까? 근위 대장인 그분께서 알고 계셨다면 더 안전히 이곳으로 모일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그 말이 백 번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언제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습니다. 또 로스님의 성격상 왕자님의 신변에 위험이 감지되면 가장 최선을 다할 것이 분명해서 로스님을 이동시킨다는 첫 번째 계획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고 저희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로스님이 모르고 있는 것이 계획에 더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덴브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로스의 모습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에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다 저의 불찰입니다. 제가 왕자님께 로스님에게 이 모든 것을 알리지 말자고 하였습니다. 첫 번째 계획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것을 떠나서 로스님은 저희의 계획을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의 계획은 왕자님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도 분명했고, 왕자님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호위 무사인 로스님은 모든 계획을 반대하고 스스로 그것을 해결하려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더욱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어선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로스님은 저희의 최후의 보루셨으니까요. 안타깝지만 이젠 살아계시길 빌수 밖에 없습니다."


랜서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둘은 말없이 동굴을 지났다.


동굴의 끝에 엄청나게 큰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성인 남성 스무명이 나란히 서있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었다. 그런 엄청나게 큰 공간에는 마법석이 곳곳에 놓여 동굴을 밝히고 있었다. 넓은 공간엔 암석이 가득 들어차 있었는데, 암석을 그대로 깍 아 만든 오래된 신전이 있었다. 큼직한 기둥과 창문들까지 모두 암석을 그대로 파내서 만든 것으로 신전 자체가 암석에 박혀지어진 것처럼 아름답게 음각되어 있었다. 신전의 규모도 굉장히 커서 넓은 공간에는 오직 이 신전 하나만 들어차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규모로 보아 안쪽도 넓고 많은 공간이 있어 보였다.


"이곳은 대체..."

"페트론이라고 불리는 신전입니다. 잊혀진 이들이 만든 신전입니다. 과거 이곳을 지었던 이들은 드워프들이었습니다. 북쪽 산맥에 많은 광석과 금들을 채취하고 살아가던 드워프들이 자신들의 왕과 신을 위해 지은 것이지요. 아마 천년정도 되었을 것입니다."

"굉장합니다. 이런 곳이 있다니..."

"시이드라 공주님이 결혼을 하기 전에 보데만 공국을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롤랑님과 로스님이 필라드 왕자님을 모실 때였지요. 보데만 공국에 왔던 이유는 시이드라 공주님이 살아갈 곳을 미리 보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왕자님은 시이드라 공주님을 끔찍이 아꼈기 때문이었지요. 그때 보데만 공국의 영주님께서 왕자님께 선물을 하나 주셨습니다. 오래된 드워프의 신화가 적힌 책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 책이 천년 정도 책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전의 모습에 압도되어 랜서는 신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덴브의 말을 들었다. 난생처음 보는 대단한 건축물이었다.


"보데만 공국에 머무는 이틀 동안 그 책을 다 읽은 왕자님은 돌아가는 길에 론페즈 봉우리에 들리셨습니다. 그리 오래된 책이라면 적혀있는 내용들이 모두 전설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셨죠. 그리고 책에 적힌 묘사를 근거로 론페즈 봉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이틀 만에 저희가 이곳을 발견했지요. 저희도 지금의 랜서님처럼 압도되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였지요."

"그렇군요. 대단합니다. 정말."

"지금은 버려진 신전이지만 암석을 그대로 깍아 만들었기 때문에 견고하고 드워프의 기술이 곳곳에 녹아있는 대단한 건축물입니다. 저희는 이곳을 비밀에 부치고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구는 마법으로 막은 게 아닙니까? 그럼 마법 협회도 알고 있는 것 아닙니까?"


랜서의 물음에 덴브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물론 이것을 도와준 이는 마법 협회의 사람이 맞지만 모든 마법사가 마법 협회나 마법 학교에 충성을 다하고 있는 아닙니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철학과 이상을 가지고 있지요. 그중 우리를 돕는 마법사도 있습니다. 아마 곧 만나게 될 것이니 이만 들어가지요.


랜서는 덴브가 이끄는 대로 신전의 정면에 섰다. 신전에는 작은 글귀가 적혀있었는데, 고대 문자인지 랜서는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런 랜서의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 덴브가 말했다.


"알 카프네. 신전에 또 다른 이름입니다. 고대 드워프의 언어로 보물창고라는 의미지요. 물론 보물은 남아있지 않습니다만 지금의 저희들에게는 더없이 이 신전 자체가 보물입니다. 안전하게 저희가 있을 수 있을 테니까요."


신전에 덴브와 랜서의 발걸음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복도에는 수많은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복도의 끝에 거대한 문이 하나 보였다. 덴브는 독특한 방식으로 두드렸다. 탕탕 탕탕탕 탕하는 리듬감이었다. 그러자 안쪽에서 같은 소리가 났다. 안쪽에 누군가 있었다.


"덴브입니다."


안쪽에서 잠시 후 문을 걸어 잠가둔 어떤 것이 풀리는 소리는 났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한명의 남자가 덴브를 반겼다. 그리고 뒤에 있는 랜서를 보고 깜짝 놀라며 덴브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덴브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그님. 걱정 마십시오. 이분은 랜서 드발. 롤랑 드발님의 동생입니다. 저와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롤랑님의 동생 랜서?"


그의 대답과 동시에 랜서도 말했다.


"바그? 호위무사셨던 마법사?"


두 사람의 반응을 보고 덴브가 소리 내서 웃었다. 그리고 랜서에게 말했다.


"랜서님 이분은 바그님이십니다. 말씀대로 과거 왕자님의 호위 무사셨습니다. 마법 협회에서 저희를 돕는 마법사가 있다고 했지요? 바로 이분이십니다. 이분 덕에 저희가 이곳으로 오기도 했고요."

"아... 그렇군요. 바그님 방금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너무 놀라워서 그런 결례를 범했습니다."


바그도 미소를 지으며 랜서에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놀라면 안 될 일입니다. 저희와 함께하시니 더욱 놀라운 일이 많을 것이니까요. 환영합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덴브와 랜서는 바그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섰다. 신전의 내부에는 거대한 드워프의 동상이 있었다. 아마도 그가 왕이었거나 신이었거나 했던 모양이라 랜서는 생각했다. 거대한 동상 뒤로 작은 문이 곳곳으로 보였다. 여러 개의 방으로 이어진 문이었다. 바그는 덴브와 랜서를 안내하여 그중 가장 가운데 있는 방을 향해 걸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 놀라운 사람이 있었다. 랜서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도 놀라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런 랜서를 바그가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앞으로 더 놀라울 것들이 많을 것이라고요."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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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브와 랜서 (2) +4 16.04.23 183 2 21쪽
15 덴브과 랜서 (1) +4 16.04.23 173 2 17쪽
14 북쪽으로 가는 여정 (5) +3 16.04.21 230 2 21쪽
13 북쪽으로 가는 여정 (4) +2 16.04.18 175 2 21쪽
12 북쪽으로 가는 여정 (3) +2 16.04.17 237 2 25쪽
11 북쪽으로 가는 여정 (2) +2 16.04.16 230 2 22쪽
10 북쪽으로 가는 여정 (1) +2 16.04.16 169 2 24쪽
9 왕위 계승식 (5) +4 16.04.14 202 3 19쪽
8 왕위 계승식 (4) +2 16.04.13 129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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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왕위 계승식 (1) +2 16.04.12 2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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