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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군 님의 서재입니다.

루미네라스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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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군
작품등록일 :
2016.04.10 10:35
최근연재일 :
2016.05.03 21:37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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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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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왕위 계승식 (3)

DUMMY

책상에 두 장의 종이가 올려져 있었다. 종이에 사람들의 이름이 가득 적혀있었는데, 로스의 지시로 밴이 징집 명령을 내리게 될 사람들을 정리한 명단이었다. 사람들의 이름들 사이로 가문명과 특이사항들도 함께 적혀 있었다. 밴 특유의 꼼꼼함이 돋보이는 명확한 구분의 문서였다. 로스는 먼저 자신이 징집해야 할 20명의 명단을 훑어봤다. 별다를 것 없이 명단을 살펴보다 한 지점에서 로스는 잠시 멈췄다.


"랜서?"

"네. 그 랜서입니다. 놀랍지 않으십니까? 벌써 18살이 되어서 군에 지원을 했더군요."

"호오.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던가."

"물론 이름만 보고 뽑은 것은 아닙니다. 실력도 뛰어난 검사로 성장했더군요. 아무래도 헬리브 최고의 검사였던 형을 극진히 따르던 동생이라서 남달랐나 봅니다."

"자네가 그렇다면 실력은 충분하겠지.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라 참으로 반갑군."


랜서 드발. 그는 18세의 나이로 군에 들어온 지는 불과 5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군에 지원하며 무관 시험에 급제를 하였다는 기록만 보아도 얼마나 훌륭한 인재가 되었는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형과 같이 훌륭한 사내가 되어가는군."

"네. 정말 그런 사내더군요. 당차 보이는 표정에 기백이 대단했습니다."


롤랑 드발은 왕국 제일의 검사였기에 과거 듀라드 왕자의 호위무사를 발탁하는 과정에서 후보에 올랐었다. 검술도 뛰어나 듀라드 왕자와 필라드 왕자의 검술 수업을 맡아하던 그는 두 사람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터라 후보로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듀라드 왕자가 시간을 축내며 연회에 빠져 놀면서 결정하지 못하자 국왕이 후보를 우르와 파슈로 압축하면서, 그는 호위무사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당시만 해도 듀라드 왕자가 적장자로서 왕위를 계승할것이 분명했던 때라 듀라드 왕자의 호위무사로 마법 협회의 마법사를 등용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때여서 롤랑은 후보에서 금방 잊혔다.


필라드 왕자 역시 당시 호위무사를 정하고 있지 않았다. 물론 필라드 왕자의 호위무사가 되는 것도 충분히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듀라드 왕자와는 그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관심에서 다소 멀어져 있던 것은 필라드 왕자에게는 되려 행운같은 일이었다. 당시 16세로 어린 나이였지만 듀라드 왕자와 달리 필라드 왕자는 여러 공부를 두루 하며 사람을 보는 안목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런 점은 호위무사를 고르는 과정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롤랑이 명단에서 제외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필라드 왕자는 사실 자신에게 검술을 가르치던 그의 실력과 인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형님의 호위무사 후보로 올랐을 때부터 그가 호위무사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그가 제외되었단 소식은 희소식으로 다가왔다. 필라드 왕자는 바로 덴브를 앞세워 롤랑을 찾아갔다.


필라드 왕자는 롤랑을 만나 자신의 호위무사가 될 것을 청했다. 롤랑은 본인도 호위무사가 되는 것을 그리 바라진 않았으나 후보에서 제외되자마자 다른 왕자의 호위무사가 된다는 것에는 부담을 느꼈다. 그런 그에게 필라드 왕자가 말했다.


'형님께서 만약 후보를 고르지 못하는 이때 후보들 중에 무슨 변고라도 생긴다면, 다시 그대가 호위무사로 오를 것이오. 난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대를 꼭 내 호위무사로 두고 싶소.'


롤랑은 왕성에서 군단의 기사직을 수행하며 뛰어난 검술로 두 왕자의 검술을 가르치게 되었다. 6개월 정도 검술을 가르치며 듀라드 왕자의 좋지 않은 기질과 필라드 왕자의 명석함을 잘 파악하게 되었다. 물론 롤랑 스스로 호위무사라는 직책보다는 군단에서 검사로서 생활을 하고 싶었으나, 호위무사 직을 수행하도록 강제로 발령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기에 필라드 왕자의 말이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롤랑은 필라드 왕자에게 하루만 고민할 시간을 달라 말했다.


다음날 롤랑은 필라드 왕자의 방을 찾았다. 필라드 왕자의 호위무사 직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필라드 왕자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리고 며칠 후 필라드 왕자의 말처럼 듀라드 왕자의 후보였던 우르가 재판에 회부되어 추방당하는 사건이 생겼다. 롤랑은 사건을 듣고 필라드 왕자의 혜안에 거듭 놀랬다. 그렇게 제1 호위무사가 된 롤랑은 제2 호위무사로 사제였던 휴고를 필라드 왕자에게 추천하였다. 롤랑의 올곧음을 늘 배워오던 필라드 왕자 역시 고민 없이 그를 제2 호위무사로 선택했다.


마법 협회의 마법사들은 이를 두고 두 명 모두 마법사 협회의 마법사가 속하지 않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으나, 우르의 사건으로 인해 공석이 되어버린 후보자 자리를 신경 쓰느라 별 탈 없이 지나갔다. 물론 마법 협회의 사람이 아니라도 불의 민족이 한명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에 불만을 가졌을지도 몰랐다. 롤랑의 가문은 흙의 민족 출신이었고 휴고는 물의 민족 출신의 사제였다.


그로부터 일년 후 일어난 전쟁으로 인해 왕성의 절반이 날아갔다. 빛의 용 지크롤이 참전했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의 대세는 아직 기울지 못 했다. 왕성의 병력의 피해도 막심했다. 그러던 중 헬리브 제1군단의 사령관이 적의 활을 맞고 사망하여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미 부사령관도 사망했던 터라 사령관의 자리를 대신할만한 병력이 없어, 다른 군단에서 데려오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다른 군단들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듀라드 왕자의 호위무사들이 후에 근위대장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호위무사가 임시로 사령관을 맡는 방법도 있었지만, 18세를 넘긴 듀라드는 적장자로서 전쟁에 참여해야 했다. 국왕은 전쟁에 참전하여 위험에 노출될 듀라드 왕자의 호위무사를 사령관으로 배치하여 왕자의 안전을 감축하는 위험을 둘 순 없었다. 반면에 필라드 왕자는 아직 전투에 참여할 만큼 성장하지 못 했기에 시이라드 공주와 함께 후궁으로 대피해야 했다. 결국 국왕은 필라드의 제1 호위무사였던 롤랑을 사령관으로 임시 발령했다. 당시 왕국 최고의 검사이자 오랫동안 기사직을 수행했기에 당시로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었다.


필라드 왕자는 휴고의 보호를 받으며 후궁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후궁도 적의 습격을 받게 되었다. 휴고의 격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함께 후궁으로 대피했던 화가 부부의 희생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은 리베레아의 부모였다. 후궁이 습격을 당했던 그날 밤을 기점으로 전쟁의 흐름이 서서히 바뀌었다. 마법 협회와 힘을 합친 지크롤은 레스타의 힘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롤랑이 이끄는 헬리브 제1군단은 적을 휩쓸며 왕성에서 적들을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전쟁이 끝이 나고 롤랑은 다시 필라드 왕자의 호위무사로 복귀했다. 하지만 휴고는 후궁이 습격 받았을 때 생긴 상처로 정상적인 호위무사로서 수행이 불가능해졌다. 필라드 왕자에게 휴고는 자신을 호위무사에서 박탈하고 새로운 호위무사를 선택할 것을 부탁했지만, 그렇게 할 경우 휴고가 받을 불명예를 고려하여 필라드 왕자는 끝까지 곁에 남아 회복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깊은 감사를 느끼며 자신도 회복을 위해 3년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온갖 합병증에 시달리다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명예의 전당 비석에 이름으로 기록되게 되었다.


휴고가 죽고 공석이 된 제2 호위무사 자리를 노리고 왕궁의 대신들과 마법 협회의 고위직들이 후보들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들이나 일가친척들이었다. 하지만 필라드 왕자는 모든 추천을 거절하고 당시 서쪽 전방 초소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로스를 제2 호위무사로 선발했다. 롤랑과 로스. 그렇게 두 사람이 필라드 왕자의 호위무사로 만나게 되었다.


로스는 롤랑과 굉장히 각별하게 지냈다. 왕국 제일의 검사였던 롤랑에게 검술을 배우기도 하고 왕자가 하달하는 임무를 함께 수행하며 신뢰를 쌓아갔다. 롤랑도 나이는 어리지만 뛰어난 실력을 갖춘 그를 대견하게 생각하며 늘 함께 했다. 더욱이 왕자를 지키는 공통의 임무도 그들을 더욱 하나로 연결해주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로스는 종종 롤랑의 집에도 초대받아 그의 부인과 당시 어린 나이였던 랜서와도 친분을 쌓곤 했었다. 외아들이고 전쟁고아가 되어버렸던 로스는 그들에게 가족이라는 감정을 배우곤 했었다.


그렇게 1년여를 보냈을 무렵 헬리브 왕국의 남서쪽으로부터 시작되어 밴파드 왕국 남쪽까지 이어진 산맥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는 소식이 왕궁으로 전해졌다. 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탐욕의 용 브린의 둥지로 추정되는 곳이었다.


전쟁이 끝난지 6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헬리브 국민들에게 레스타의 공포가 본능처럼 아로새겨져 있었다. 헬리브 왕궁에 비상 회의가 소집되었다. 왕궁의 모든 중요 인사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끝에 정찰 부대를 파견하자는데 의견을 좁혔지만, 브린의 둥지로 추정되는 곳은 국경 넘어 밴파드 왕국의 남쪽이었기에 정찰부대를 파견하는 것이 그리 쉽진 않았다. 결국 전쟁 6년 만에 헬리브의 국왕은 사절단을 벤파드 왕국으로 보내 회담을 요청했다. 전쟁으로 인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던 밴파드 왕국이었지만 브린이 깨어난다면 두 왕국 모두에게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


파견되었던 사절단에 응해 밴파드 왕국과 전쟁 이후 처음 회담이 열렸다.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진행된 회담이었지만 두 왕국은 합동 조사를 펼치기로 의견을 수렴했다. 다만 밴파드 왕국에 보다 가깝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발생되었을 때 밴파드 왕국의 명령체계에 따른 다는 것이 요구 사항이었다. 헬리브 왕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조건이었다. 곧 다시 회의를 열어 조사단 선별에 임했다.


마법 협회는 조사단에 마법사를 포함하는 것에 반대했다. 임시적으로 공동의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지만 밴파드 왕국의 속내를 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들이 밴파드 왕국에 생포될 경우 헬리브 왕국에만 존재하는 여러 마법들이 노출되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국왕도 그 의견을 받아들여 모든 조사단은 보병과 정찰병 중심으로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인물이 거론되었는데, 뜻밖에도 명단에 롤랑의 이름이 올랐다. 롤랑을 추천한 이는 마법 협회의 회장 지크리트였다. 필라드 왕자는 그 결정에 반대했다. 롤랑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틈을 타서 호위무사 자리를 꿰차려는 속셈이지 않느냐며 비난하고 싶었지만 엄숙한 자리이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당시에 듀라드 왕자의 행실이 문제가 되어 왕세자를 책봉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는데도 국왕은 그 시기를 미뤄버렸기 때문이었다. 국왕의 선택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듀라드 왕자가 왕세자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런 상황에서 예비 명단에 오른 롤랑의 이름은 너무도 속내가 뻔해 보이는 처사였다.


지크리트는 마법 협회의 마법사도, 군단의 사령관들을 보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과거 전쟁에서 사령관을 임시로 맡았던 전력이 있는 점과 후에 필라드 왕자가 왕세자로 책봉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그가 근위대장 직을 수행하기 전에 타국과의 합동 임무를 펼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심 국왕도 필라드 왕자를 왕세자로 책봉할 것을 생각하고 있던 때라서 지크리트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었다.


회의가 끝나고 조사단이 결정되었다. 롤랑을 필두로 제1군단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병사 10명과 실피 부대장을 포함한 정찰부대 10명, 사제단 5명으로 총 26명의 인원이었다. 밴파드 왕국도 헬리브 왕국의 조사단 규모와 맞춰 30명의 병사를 파견했다. 필라드 왕자는 롤랑의 선발에 몹시 화를 냈다. 그런 그를 다독이며 로스에게 각별히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조사단을 이끌고 밴파드로 출격했다. 5일 만에 조사단은 밴파드 왕국의 수도로 입성해 밴파드 왕국의 조사단과 합류했다. 그 후 밴파드 왕국의 조사단과 함께 남쪽 산맥으로 출정했다.


조사단이 파견된 후 10일이 지났을때 비보가 왕궁으로 날아들었다. 조사단이 괴멸되고 살아남은 이들이 구조 요청을 보냈는데, 일전에 파견했던 사절단이 함께 구조 내용을 전해받고 왕궁으로 급히 전령을 보낸 것이었다. 조사단으로 파견했던 밴파드 왕국의 30명의 병사가 모두 사망했고, 헬리브 왕국의 병사 3명만이 유일하게 살아 남아 밴파드 왕국으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왕궁은 비통함에 빠졌다. 그들은 모두 탐욕의 용 브린에게 학살당했다. 필라드 왕자도 소식을 전해 듣고 절망했다.


급히 마법 협회의 마법사 4명을 밴파드로 파견했다. 순간이동 마법으로 부상자를 후송하기 위한 병력이었다. 그렇게 후송되어 온 병사 중에 롤랑은 없었다. 두 명은 심한 화상으로 위독했고 그나마 상대적으로 온전했던 병사 한 명은 완전히 미쳐버려 낮은 목소리로 브린이라고 읊조리며 히죽히죽 웃어댈 뿐이었다. 한눈에 봐도 정말 처참한 광경이었다. 살아남은 병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사를 시작한 지 5일째에 브린의 둥지를 찾아내었는데, 일순간 하늘을 덮은 어둠이 내려와 조사단을 산 채로 삼키거나, 연신 검은 브레스 뿜어대며 병사들을 녹여버렸다고 했다. 결국 퇴각 명령이 떨어지고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3인 1조로 산개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살아남은 세명은 그때 3인 1조로 도망쳤던 이들이었다.


왕국의 수뇌부는 공포에 빠졌다. 언제 브린이 왕국을 덮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려야 했다. 혹시나 조사단 중에 생존한 이들이 구조 요청을 보내올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영결식을 한달 후로 미뤘다. 필라드 왕자는 다시 구조 수색대를 보내자고 주장했지만 왕국의 대신들은 더 희생자를 낼 가능성이 있어 중단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모두들 간절히 기다림을 선택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다행히도 브린의 어떠한 움직임도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생존자들의 구조요청도 없었다. 왕국은 합동 영결식의 날짜를 정했다.


조사단의 합동 영결식이 끝나고 모두 영웅의 전당에 마련된 비석에 모두의 이름을 올렸다. 23명의 이름중에 가장 먼저 롤랑의 이름이 새겨졌다. 비석에 이름을 새겨 넣던 그날 로스는 마지막으로 롤랑의 부인과 랜서를 만났다. 롤랑의 어린 아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울고 있는 부인의 품에 안겨있었다. 그들의 슬픔을 바라보며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더욱 비통함을 느꼈다.


영결식이 끝난 다음 날 필라드 왕자는 국왕의 부름을 받았다. 공석이 된 제1 호위무사 자리에 대한 것이었다. 영결식이 있기 전부터 마법 협회에서는 공석이 된 자리를 마법사로 채우기 위해 이미 추천서를 작성해두고 있었는데,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국왕에게 추천서를 보낸 것이었다. 시간을 주면 필라드 왕자가 이전처럼 바로 다른 인물을 호위무사로 선택해 버릴것을 염려한 처사였다. 왕은 추천서를 확인하고 필라드 왕자를 불러 추천서를 왕자에게 건넸다. 필라드 왕자는 몹시 불쾌했지만 국왕의 앞에서 열을 낼 수는 없었다. 마법 협회의 노골적인 행동에 이젠 염증이 났다.


필라드 왕자는 추천서에서 한명을 발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제1 호위무사로는 뽑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지크리트는 왕자에게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데, 국왕이 먼저 손을 들어 그를 멈추고 왕자에게 뜻대로 하라고 일러 모든 상황을 일축시켜 버렸다.


열흘 뒤 제2 호위무사로 불의 민족 출신 마법사인 바그가 발탁되었다. 수습 마법사였지만 마법 협회의 고위직을 맡던 귀족의 차남이었다. 그리고 두번의 계절이 흘렀다. 듀라드 왕자는 행실을 고치지 못하고 여전히 방탕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해 가을 필라드 왕자가 왕세자로 책봉되었다.



"모두 마음에 드는군. 연미복을 입도록 하지."

"정말이십니까? 다행입니다. 대장님. 그럼 제가 직접 지시해서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대장님께서 연미복을 고르는 재주는 절대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고맙네. 자네가 고른다면 분명히 멋진 연미복일 테지. 이제 가져가서 징집 명령을 하달하도록 하게."

"네. 명령대로 이행하겠습니다."


밴이 징집 명단을 들고 방에서 나갔다. 로스는 턱을 괴고 책상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랜서. 벌써 군에 입대할 나이가 되었구나. 반가운 이름이군.'


로스는 롤랑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리우면서도 한구석이 씁쓸해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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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리베레아의 능력 +4 16.04.25 222 2 22쪽
16 덴브와 랜서 (2) +4 16.04.23 182 2 21쪽
15 덴브과 랜서 (1) +4 16.04.23 173 2 17쪽
14 북쪽으로 가는 여정 (5) +3 16.04.21 230 2 21쪽
13 북쪽으로 가는 여정 (4) +2 16.04.18 175 2 21쪽
12 북쪽으로 가는 여정 (3) +2 16.04.17 237 2 25쪽
11 북쪽으로 가는 여정 (2) +2 16.04.16 230 2 22쪽
10 북쪽으로 가는 여정 (1) +2 16.04.16 168 2 24쪽
9 왕위 계승식 (5) +4 16.04.14 201 3 19쪽
8 왕위 계승식 (4) +2 16.04.13 128 2 18쪽
» 왕위 계승식 (3) +2 16.04.13 116 2 17쪽
6 왕위 계승식 (2) +2 16.04.13 229 3 21쪽
5 왕위 계승식 (1) +2 16.04.12 217 2 11쪽
4 그림을 그리는 아이 (4) +2 16.04.11 158 2 20쪽
3 그림을 그리는 아이 (3) +2 16.04.11 284 2 32쪽
2 그림을 그리는 아이 (2) +2 16.04.10 154 2 23쪽
1 그림을 그리는 아이 (1) +9 16.04.10 300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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