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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군 님의 서재입니다.

루미네라스 연대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도라군
작품등록일 :
2016.04.10 10:35
최근연재일 :
2016.05.03 21:37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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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1
추천수 :
37
글자수 :
196,239

작성
16.04.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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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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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왕위 계승식 (1)

DUMMY

"대장님 씻으러 가십니까?"

"아, 그렇다네.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한 가지 상의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만, 잠시 후에 다시 올까요?"

"아니 괜찮네. 잠시 안으로 들지."


방으로 들어서 로스는 자신의 침대에 앉고 의자를 밴에게 내주었다. 밴의 표정은 다소 경직돼 있었다. 결심을 한 듯 굳건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인가?"

"오전에 회의에도 나왔던 안건 때문입니다. 정말 연미복을 입지 않으실 것입니까?"


회의에 참석하는 이들은 늘 두 명의 호위무사를 모두 대동하여 참석하게 된다. 필라드 왕자의 경우 근위 대장인 로스가 제1 호위무사였고, 부대장인 밴이 제2 호위무사가 였기 때문에 오전에 있었던 회의에 참석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참여한다고 해도 호위무사들이 회의에서 발언을 하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부대장인 로스만이 유일하게 회의에 참석하여 발언하는 지위를 가지게 된다. 회의에 참석했던 밴은 필라드 왕자의 뒤쪽에 위치해서 오전의 회의를 참관하고 있었다.


"연미복? 그게 무슨 대수라고 그런가. 그리고 연미복 따위에 갑주가 있단 말인가?"

"왕위 계승식은 그야말로 근위대장이 왕권의 중심에 들어서는 순간입니다. 더 이상 왕세자의 호위무사로서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더욱이 그런 곳까지 근위복을 입고 참석한다면 국민들도 가뜩이나 마법사의 협회와의 관계로 인해 반목이 있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실제로 몇몇 연례행사에서도 그런 말들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도대체 그런 것까지 어찌 모두 신경 쓴단 말이냐? 가장 중요한 것은 왕자님의 안위일 뿐 다른 것을 신경 써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도통 그래야 하는 이유조차 모르겠네."

"당연한 말씀입니다. 물론 그래야만 합니다. 근위대장이기 전에 호위무사로서 대장님께 가장 중요한 것은 왕자님의 보호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젠 단순히 그런 위치에 지나지 않음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근위대장은 호위무사와 달리 정치에 참여하게 되는 지위 임도 분명합니다. 그러니 더욱이 행사의 참여하여 위상을 뽐내는 것도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또 그렇기에 20명이나 되는 병사를 대장님 주위에 두는 것이 아닙니까?"


로스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회의에 발언권이 생기고 징집 명령권에 이어 부대별의 통솔권까지 가지게 되는 근위대장은 밴의 말대로 더 이상 호위무사만의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를 분명히 벗어난다. 또한 헬리브 왕국의 근위대장이 연례행사에서 연미복을 입고 자태를 뽐내는 것은 오랜 전통처럼 자리매김되어 있었다. 고귀한 모습을 보임으로서 국력의 중심에 선 자태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불의 민족 출신 마법사 협회의 자제들이 대대로 근위대장을 맡으면서 생겨난 것이라 볼 수도 있었다. 그들은 마법사이기에 갑주가 붙은 옷을 입을 평상시에도 잘 입지 않았다. 마법력을 아로새긴 로브 등이 마법을 발현하는데 더 편했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이런 장점을 이용해 연미복으로도 충분히 자신들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을 함께 갖출 수 있었다. 그렇기에 늘 연례행사에 평소 입는 근위복과 달리 더욱 화려한 연미복 차림으로 연례행사에 참여하곤 했다.


실제로 곧 있을 계승식에 참여하는 듀라드 왕자의 호위무사나 다른 귀족이나 대신들의 호위무사들도 연미복으로 참여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행사에 홀로 갑주를 입고 한가운데 선다는 것은 더욱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 분명했다. 마법 협회가 물론 오전에 안건으로까지 꺼낸 것은 늘 있던 것처럼 트집을 잡고 신경을 거스르게 만들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왕가의 화려함을 통해 건재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에도 분명히 필요한 행위이기도 했었다.


"대장님. 달리 생각할 것이 없습니다. 연미복을 준비하겠습니다. 정 걱정이 되신다면 제가 보호 마법을 아로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대장님과 함께 수행하는 저희들을 믿고 부디 위상을 살려주시길 바랍니다."

"위상의 문제라... 생각해보겠네. 이만 물러나게."


밴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지으며 방문을 나섰다. 밴이 돌아가도 잠시동안 로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뒤쪽에 걸어둔 자신의 근위복을 바라봤다. 다른 기사들과는 달리 갑주는 경갑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마법사들의 옷에는 전혀 갑주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옷보다는 단단한 방어를 할 수 있지만, 실제 검과 창을 다루는 기사들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가벼운 경갑에 속한다. 그렇게 제작된 이유는 바로 로스가 일반 기사들과는 달리 정찰병으로서의 임무에 익숙해져 있는 데다가 그의 전투 방식이 다른 기사들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런 비교적 가벼운 경갑이어야 그의 빠른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전투가 가능했고, 또 소환수를 부리기에도 적합했다. 그렇게 로스의 주문대로 제작된 경갑에 근위 대장의 직책을 표시하는 왕가의 색상과 문양을 입혀 제작되었다. 그 후로 모든 행사와 임무에 반드시 근위복만을 입고 전투에 임했다.


'연미복이라... 그런걸 입어보는 날도 오는군.'


로스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욕실로 걸어갔다. 가뜩이나 신경 쓸 것이 많은데 사람들의 시선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머리가 아팠다. 정찰병의 임무를 수행할 때가 요즘처럼 그리운 적이 없었다. 물론 정찰병의 부대장을 맡을 때에도 이런 골치 아픈 일들이 더러 있어왔지만, 로스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다소 변경해도 문제가 없었다. 로스가 이끄는 실피 부대는 그런 방법을 통해 많은 임무를 성공하여 증명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부 전방 초소는 너무도 변방이라서 중앙으로부터의 시선이 쏠리지 않는 것도 그의 방식에 자유를 불어넣는 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왕궁에는 수많은 제약들이 불필요하게 존재했다. 로스 본인도 불합리한 것을 모두 바꿔버려야 한다는 급진적인 성격은 아니었기에 대체로 잘 이행해왔다. 하지만 근위복만은 그가 늘 지켜오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었다. 언제 왕자를 지키지 못할 때가 올지 모른다는 이유였다.


욕실에 도착해 옷을 벗어 한쪽에 접어두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홀로 이용하기에는 큰 욕실이었다. 네모 반듯하게 만들어진 널찍한 욕실. 저녁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각에 이용할 사람이 없었기에 홀로 욕실을 이용했다. 대리석으로 조각된 화려한 조각들이 눈에 띄었다. 그런 화려함이 더 로스를 불편한 기분이 들게 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욕조라면 충분했는데, 왕궁에는 그런 욕조를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모든 것이 다 있는 곳에서 되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이런 것들도 권위나 체면을 중시하는 풍조가 팽배하기 때문이겠지.


고향 자이덴을 떠나올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부모님과 같은 정찰병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도시로 향했는데 어느 순간 왕자의 호위무사가 되어 있었고, 왕자는 일순간 왕국을 짊어진 왕세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틀 후 왕위 계승식을 치르게 된다. 군에 입대한지 7년 만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이제는 왕의 근위대장이 되는 것이다. 왕위 근위대장이 되어도 왕세자를 보필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8명으로 이루어진 분대를 운영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왕의 근위대장은 왕세자의 근위대장을 맡을 때와는 달리 언제든 징집 명령을 통해 근위병 1명당 10명의 휘하 병사를 배치하고 자신은 30명의 병사를 이끌 수 있다.


왕세자의 근위대장의 경우에 징집을 하기 위해선 회의를 통해 승인을 받아야 했다. 너무도 큰 권력은 되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의 근위대장이 되면 승인이 없어도 징집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이는 왕권을 강화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왕의 근위대장의 징집 명령을 받기 위한 상비군은 언제나 가장 많은 훈련을 소화하며 최고의 전투력을 갖추고 대기하는 헬라브 제1 군단에서 징집할 수 있었다. 그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징집 명령을 반드시 이행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으며 평소에도 언제 있을지 모를 징집 명령에 대응하는 훈련들도 함께 수행해왔다. 거기에 더해져 또 하나의 징집 명령이 생기는데 그것은 바로 마법 협회의 마법사를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법사 협회의 마법 병사들은 근위대장의 명령에 따라 최대 50명까지 분대를 이루어 배치되어야 한다. 이렇게 갖춰진 160명의 병사가 근위대장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야말로 명령을 통해서 순식간에 헬리브 왕국에서 가장 강력한 하나의 중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왕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처단하거나 외부 위협들로부터 왕권을 보호하고 나아가 언제든 왕이 권력의 중심이 되며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왔다. 그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보통의 수순이었기에 왕자의 호위무사로 시작하여 왕자와 오랜 기간 충성심을 쌓을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어 있던 것이다.


그런 막중한 임무를 이제 곧 수행해야만 됐다. 로스는 몸을 깊이 잠기게 들어 눕고 욕실 밖에 대기 중인 시종을 불렀다. 로스의 물음에 커다란 타월을 들고 시종이 들어왔다.


"밴을 불러주게."


시종은 옷이 놓인 곳 바로 옆에 타월을 두고 곧바로 욕실을 나섰다. 로스는 가만히 눈을 감고 욕조에 더 깊이 몸을 뉘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 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대장님 밴입니다. 들어갈까요?"

"들어오게."


여전히 물에 잠긴 로스를 뒤로 밴이 걸어왔다. 밴을 돌아보지 않고 로스는 말했다.


"금일 불침번의 대기조에서 빠지고 업무를 이행하게. 해야 할 업무의 내용은 근위 병사 마다 배치될 각 10명의 병사 소속과 이름을 파악하고 출신을 조사하도록. 그리고 나에게 징집될 인원도 추천할만한 사람을 찾아서 기록하도록 하게."

"오늘 밤에 100명을 다 조사하란 말씀이십니까?"


밴은 적잖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로스는 고개만 돌려 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단, 명심해야 할 것이 있네. 첫째 듀라드 왕자님과 연관된 적이 없어야 할것. 둘째 마법 협회와 관련이 적은 자로 배치할 것. 셋째 적어도 임무 수행을 한번 이상 한 자들로 구성할 것.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된 자들이어야 하네."


밴은 적잖게 곤란한 표정으로 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스는 그런 밴의 표정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침에 그것이 다 되어 있다면 내 자네를 믿고 연미복을 입도록 하지."


로스의 말이 끝나자 밴의 심각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밴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처리하도록 하지요."


로스는 가볍게 가봐도 된다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내 꼼꼼히 확인할 것이니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이네."


등 뒤로 곧 밴이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더욱이 선호작으로 표시해주신 분들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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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덴브과 랜서 (1) +4 16.04.23 173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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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북쪽으로 가는 여정 (3) +2 16.04.17 237 2 25쪽
11 북쪽으로 가는 여정 (2) +2 16.04.16 230 2 22쪽
10 북쪽으로 가는 여정 (1) +2 16.04.16 168 2 24쪽
9 왕위 계승식 (5) +4 16.04.14 202 3 19쪽
8 왕위 계승식 (4) +2 16.04.13 128 2 18쪽
7 왕위 계승식 (3) +2 16.04.13 116 2 17쪽
6 왕위 계승식 (2) +2 16.04.13 229 3 21쪽
» 왕위 계승식 (1) +2 16.04.12 218 2 11쪽
4 그림을 그리는 아이 (4) +2 16.04.11 158 2 20쪽
3 그림을 그리는 아이 (3) +2 16.04.11 284 2 32쪽
2 그림을 그리는 아이 (2) +2 16.04.10 154 2 23쪽
1 그림을 그리는 아이 (1) +9 16.04.10 300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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