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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군 님의 서재입니다.

루미네라스 연대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도라군
작품등록일 :
2016.04.10 10:35
최근연재일 :
2016.05.03 21:37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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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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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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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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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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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북쪽으로 가는 여정 (4)

DUMMY

덴브는 필라드 왕자의 죽음을 슬퍼할 틈도 없이 취조실로 불려왔다. 특수 부대는 덴브에게 로스와의 일들을 연신 묻곤 했다. 그가 왕자를 시해한 동기부터 시작해서 동기는 없었는지 등을 연신 묻곤 했다. 덴브는 열심히 조사에 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 부대는 어떤 결과도 얻지 못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취조실에서 덴브를 보내주진 않았다. 덴브는 비통해하고 있었다. 그런 덴브를 지크리트가 방문했다. 지크리트는 차분히 덴브의 건너편에 앉았다.


"그대가 왕자님을 모신지 얼마나 되었는가?"

"25살 때부터 올해로 12년째입니다."

"오랫동안 모셨군. 그럼 왕성에는 언제 왔었지?"

"저는 10살 때 도서관에서 필사를 맡아하던 아버지를 따라 사자 실로 들어왔던 때를 왕성에 온 것으로 친다면 올해로 26년이 되었군요. 일을 맡은 때를 여쭈는 것이라면 도서관 사서로 임명된 것이 17살 때이니 올해로 19년이 되었습니다."

"그렇군. 자네는 언제부터 리베레아 로코드라는 여자아이를 알게 되었지?"


덴브는 잠시 멈칫했다. 지크리트의 예상 밖의 질문에 잠시 놀랬던 것이다. 지크리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분명히 이자는 뭔가를 알고 있군.'


"10년 전부터입니다."

"오래된 관계로군. 그 여자아이를 어떻게 알게 되었지?"


덴브는 지크리트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지크리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는데 여태까지 느껴지지 않던 묘한 긴장감이 들었다.


"그녀의 부모가 과거 전쟁에서 후궁까지 밀려온 적을 막아내며 자신들의 목숨으로 왕자님과 공주님 그리고 저를 구했습니다."

"호오. 그렇단 말인가? 그렇다면 왕실에 은혜로운 자들이 분명하다. 보통 그 정도의 일이 있었다면 왕실에서 죽어간 그들을 대신해서 여자아이를 보살피는 것이 분명할 것인데, 어찌 왕실에선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단 말이냐?"

"왕자님께서 자신이 입은 은혜를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갚고자 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크리트는 턱을 괴고 손가락을 취조실의 책상을 연신 두드렸다. 지크리트는 왕자와 리베레아의 관계를 고의적으로 숨기진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도통 어떤 실마리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런 지크리트를 덴브는 퀭해진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지크리트가 연신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추고 덴브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녀의 집에서 로스가 발견된 것이냐?"


덴브는 로스를 추적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알았다. 덴브는 마지막에 왕자가 부채로 그를 이동시킨 것을 보았기 때문에 마법에 목적지로 설정해둔 곳으로 이동했음을 알았다. 다만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그녀의 위치를 발견한 것에 놀랐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본래 그것은 왕자님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필라드 왕자가? 어째서 그것이 왕자를 위한 것이지 알고 있느냐?"


지크리트의 물음에 덴브가 대답했다.


"왕자님께서는 조심스러운 분이셨습니다. 최후에 최후의 순간까지 만약의 사태들을 걱정하셨지요. 그런데 왕위 계승식이 결정되면서 왕자님은 더욱 어딘가 불안하다 하셨습니다. 이렇게 될 것을 아셨는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그런 마법진을 준비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에 사태에 자신에게 사용하기 위한 마법이었습니다. 근위 대장에게도 비밀로 하였던 것이었습니다. 오직 그것에 대해 아는 사람은 저와 왕자님 외엔 없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급박한 상황에서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결국..."


덴브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덴브를 보며 지크리트는 어떤 미동도 배려도 없이 다음의 질문을 이어갔다.


"어찌 근위 대장이던 자가 그것을 모를 수가 있지?"

"왕자님은 언제인지 몰라도 그런 것을 준비하고 자신이 이동된 후에 근위 대장에게 위치를 말하라고 저에게 전했습니다."

"그럼 그가 뭣 때문에 일전에 그곳을 방문했던 것인지는 알고 있느냐?"


덴브의 살짝 동요했다. 리베레아가 왕성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리 없을 것이라 바라며 말을 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왕자님이 순찰을 하고 오라고 한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법진이 잘 설치되어있는 장소가 평소와 같은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럼 그럼 어째서 그와 함께 그 정체 모를 아가씨가 사라진 것이지?"

"거기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전 아직도 리베레아 아가씨가 그곳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본래 마법으로 이동할 때 어떤 상황에서 이동될지 알 수 없었기에 왕자님은 그곳에 그녀가 있기를 바랐습니다. 지금 지크리트님의 말을 듣고 그녀가 그곳에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디로 간 것인지...""


지크리트는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덴브를 쳐다봤다. 덴브는 지크리트의 눈빛에서 그가 자신의 말을 전부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만약 그가 이것이 진실이 아님을 알고 있다면 어디서부터 알고 있는 것일지 몰랐지만 덴브는 끝까지 모르쇠로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대화가 빨리 끝나기만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런 것을 특수 부대에게 말하지 않았지?"

"저는 마법 따위엔 문외한인지라 방금 지크리트님이 말하기 전까지 왕자님이 사용하려던 것이 근위 대장에게 쓰인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 장치가 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크리트님의 말을 듣고 나니 그것의 존재가 생각났습니다. 만약에 순간이 되면 왕자님이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는데 전 왕자님께 그런 일이 생겼던 순간에도 그것을 잊고 있었을 만큼 말입니다."


덴브느 말을 하면서 계속 울음을 연신 삼켰다. 그런 지크리트는 아까와 같은 차가운 눈으로 어떤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했다. 다시 손가락을 몇번 두드리기를 하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군. 알겠네. 내가 특수부대에게 지시해둘 터이니 취조실에서 나와 자네의 방으로 가서 대기하며 쉬도록 하게."

"감사합니다. 하지만 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왕자님이 돌아가신 상황에서 어찌 쉴수 있겠습니까?"

"나도 가슴이 아프지만 이미 벌어진 일에 슬퍼만 해선 아무것도 안되지. 모든 것을 명백히 하는 것이 필라드 왕자님을 위하는 길일 것이네."


지크리트가 취조실을 나갔다. 지크리트는 바깥에서 대기 중인 전령에게 나지막히 사람을 붙여 은밀하게 덴브를 감시하라 일렀다. 덴브에게 느껴졌던 그 찰나의 위화감을 알기 위해서 그를 일부러 돌려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방법을 취하기 위해 군단의 사령관 실로 향했다. 특수 부대를 맡아 취조를 위임받은 사령관으로부터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하기 위함이었다.


지크리트가 물러나고 덴브는 잠시동안 취조실에 앉아서 지크리트가 물었던 질문들에 자신이 대답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봤다. 혹시라도 지크리트가 느꼈을지 모르는 모순이 있었나를 생각해봤다. 다행히 그런 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말 조심해야겠다고 연신 다짐했다. 그런 다짐을 하는 순간에도 지크리트의 차가운 눈빛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잠시 후 덴브는 취조실에서 풀려났다. 덴브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향하여 힘없이 걷고 있는 덴브의 뒤를 따라 덴브가 알지 못하도록 한명의 마법사가 뒤따랐다. 지크리트의 전령으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은 남자였다. 그는 최대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덴브를 조심히 따라갔다.



로스는 밀밭에 자세를 낮추고 움직이고 있었다. 밀은 곧 수확할 정도로 자랐지만 로스를 감춰 줄수 없었다. 하지만 잘 자란 밀은 자세를 잔뜩 낮추면 로스를 보이지 않도록 감춰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동속도는 현저히 줄었다. 넓은 평야를 이대로라면 밤새 움직여야 겨우 벗어날 것 같았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론페즈 봉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네놈 집정도는 순간이동으로 갈 수도 있는데, 뭣때문에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지 원."


칼라스가 투덜댔다. 순간이동 마법은 가본적이 있는 곳이라면 이동이 가능한 마법인지라 그가 지내던 집으로 가는 데는 이보다 빠른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로스는 마법을 써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없었고, 무엇보다 칼라스를 이용한 마법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도 없었다.


"그래. 알겠다. 순간이동은 그렇다 쳐도 이봐. 병사들은 모두 죽여버리면 되잖아. 이렇게 답답해서 언제 북쪽에 갈거야?"


칼라스가 계속해서 투덜댔다. 로스는 대꾸하지 않았다. 물론 그의 말대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지만 괜한 교전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막대한 힘이 있다고 해도 로스는 아직 칼라스의 힘을 다 알지 못 했다. 게다가 마법을 써본 적도 없었기에 그것을 함께 구사하는 전투에도 자신이 없었다. 소환수도 거의 다 잃었기 때문에 가급적 전투를 피하기로 했다.


"그래. 다 네 맘대로 해라. 이거원 재미없어서. 노통브를 괜히 죽인 건가?"

"노통브?"

"하! 이제야 대꾸를 하네. 그래 노통브. 약해 빠진 녀석. 내가 그놈을 죽였지. 지크리트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겠지."

"지크리트... 역시 그자의 소행인가?"

"흠... 뭐 다른 것이 더 있을지는 모르지만 네 놈의 몸에 노통브를 불러들인 건 분명히 지크리트야. 그놈이 노통브와 계약했거든. 그리고 네놈도 마지막에 지크리트를 봤으니 예상하고 있던 문제아냐?"


지크리트의 마지막 미소가 떠올랐다. 로스는 계속해서 밀밭을 천천히 움직였다. 쭈그리고 걷는 걸음은 몇 시간째 계속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오랜 훈련을 통해 단련된 그였지만 지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몇 시간을 더 이렇게 움직이면 동이 터오기 전에 숲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런데 노통브가 아니라 왜 칼라스 네가 온 것이지?"?"

"아. 그놈이 나오기로 한순간에 내가 그놈을 죽여버렸거든."

"어째서?"

"아까도 말했잖아. 명계는 정말 지루한 곳이라고. 난 곧 8장의 날개를 가진 악마가 될 거야. 알고 있어? 8장의 날개의 악마."

"아니 본적도 없어."

"그렇겠지. 크크"


칼라스는 로스를 비웃었다. 악마에게는 등급이라는 것이 있었다. 명계도 인간계만큼 커다란 세계였다. 하지만 그곳은 악마들과 죽은 자들만이 살아가는 곳으로 보통의 방법으로는 갈수 없는 세계였다. 인간계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이 악마들도 마찬가지로 여러 종류들이 있는데, 악마의 힘의 척도는 날개를 몇 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하고 인간계의 시민에 해당하는 보통의 악마들은 날개가 없었다. 주로 꿈을 통해 인간계를 오고 가는 정도의 힘으로 악몽을 꾸게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가끔 그들 중에선 어느 정도 전투력을 가진 이들이 있기도 했다. 그러면 간혹 날개가 자라나는 녀석들이 생겨난다. 두장의 날개를 가진 악마가 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은 확실히 날개가 없는 녀석들에 비하면 1/3 정도의 숫자였다. 그렇다고 해도 숫자는 엄청나게 많은 편이라 인간계에게도 흔히 알고 있는 악마들이다.


두 장의 날개를 가진 녀석들보다 훨씬 강한 녀석들은 네 장의 날개를 가지게 된다. 그들은 보통 강력한 녀석들로 인간계에 나타나면 몇십 명의 병사들이 한꺼번에 덤벼도 손쉽게 죽여버릴 정도의 악마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네 장의 날개를 가진 악마는 악마 만 마리당 한 마리가 있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들은 주로 두 장의 날개를 가진 녀석들을 부리며 살아가거나 여섯 장의 날개를 가진 이들이 부리는 악마들의 장군 노릇을 하기도 했다.


칼라스처럼 여섯 장의 날개를 가진 이들은 더욱이 적은 숫자의 악마였다. 그들은 대체로 인간이 왕국을 세우고 왕으로 군림하듯이 명계의 일부분을 자리 잡으며 살아가는 정도의 악마들이다. 좀처럼 흔하지 않는 강력한 그들은 인간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존재였다. 칼라스와 로스를 발견한 양치기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흔하지 않는 상황을 본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명계에서 권세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일종의 취향의 문제로 칼라스는 오직 혼자 행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마지막으로 여덟 장의 날개를 가진 이들이 있다. 그들은 명계에서 10명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이 인간계에 등장한다면 재앙이 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이들이었다. 아마도 여덟 장의 날개를 가진 이가 헬리브 왕국에 나타난다면 마법 협회의 모든 마법사들과 혼자 싸울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계에서 구룡기가 군림하듯 그들도 명계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들은 고대의 문서에도 절대적인 악마로 나오며 가장 공포스러운 전설 정도로 기록이 되어있었다.


"난 곧 여덟 장의 날개를 가진 악마가 될 몸이란 말이지. 그런 귀한 몸이신 나와의 약속을 노통브가 지키지 않았었지"

"그래서 죽인 건가?"

"뭐 난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몸이거든. "

"무슨 약속이지?"

"흠... 뭐였더라. 뭐 시시한 것이었겠지. 그냥 지키지 않았다는 것만이 중요해. 그런 하급 악마와의 중요한 약속이랑 애초에 없거든. 그런데 웬걸 노통브를 죽이고 그의 힘을 흡수했는데, 묘한 기척이 느껴졌어. 몸 안에 흡수한 노통브가 가지고 있던 계약이었지. 흥미가 생겨서 살펴보니 재미난 일들이 있지 뭐야!"


로스는 그 재미난 것들이 지크리트와 자신과 관련된 일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강력한 악마가 되면 될수록 인간계로 올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어. 우릴 불러낼 만큼 강력한 인간들이 많이 없거든. 그런 강력한 인간이 있다고 해도 섣부르게 계약을 하지도 않고 말이야. 그래서 100년을 넘게 인간계를 가볼 기회가 없었는데, 뜻밖에 수확이었지 뭐야."

"그래서 내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거군."

"인간계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재미난 일인데, 소환수를 가지고 있던 네 녀석은 정말 최고의 재미를 줄것 같았지. 상상만 해보던 것을 이뤄볼 수 있게 된 거잖아."


로스는 이를 꽉 깨물었다. 왕자의 쓰러지던 모습이 생각났다. 칼라스는 그런 로스에게 말했다.


"이봐. 나를 원망하진 마. 되려 고마워해야지. 내가 너를 살리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계약을 한건 원래 내가 아니란 말야. 노통브였지. 노통브가 나왔어도 애초 같은 운명이었어."

"밴도 역시 그와 한패였겠지."

"말해서 뭐 하겠어. 분명한 거 아냐?"


로스는 씁쓸한 마음으로 물었다. 그의 말투엔 씁쓸함이 묻어 나왔다.


칼라스는 로스의 몸에 소환되고 로스의 기억을 들춰보았다.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 그가 태어나 살아오며 있었던 일들을 지켜보는 것은 재미난 일이었다. 물론 아멜리아와 밴의 관게들도 그런 것들 중 하나였다. 로스 본인은 알지 눈치채지 못한 것들에 비해 칼라스는 많은 일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칼라스는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네 녀석의 몸 안으로 소환되고 살펴보니 꽤나 많은 일들에서 넌 밴을 눈치챌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더군. 어리석게도 말이지."

"그가 지크리트와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을 말이야?"

"흠. 정확하게는 아멜리아라는 여자였지."

"아멜리아? 듀라드 왕자의 부인과?"

"그래. 그 여자. 밴이 그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넌 그쪽으로는 관심이 없었는지 눈치채지 못하더군."


로스는 무척 놀랐다. 듀라드 왕자가 그럼 왕위를 위해 이 모든 일들을 계획했던 것인지 생각해봤지만 그의 평소 행동으로 보아선 왕위엔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에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말이지 아멜리아란 그 여자와 밴은 보통의 관계가 아니었던 모양이야. 아마도 둘이 침대에서 굴러다닌 일도 많았겠지. 크크. 네 녀석을 이지경으로 몰아넣을 만큼의 깊은 관계를 말이야."

"놀랍군. 그럼 아멜리아가 계획한 일이겠군. 듀라드 왕자가 이런 일을 벌였다는 생각은 쉽게 되지 않아."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물론 지크리트도 한몫했겠지만 말야. 물론 네 녀석의 과거를 전부 다 둘러본 건 아니어서도 더 뒤져보면 재미난 것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이 정도로도 점점 재미있어지지 않아?"


재미있는 일이라니. 역시 악마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자신에는 절망과 슬픔의 일을 즐기는 것이 영 거슬렸지만, 로스로서는 그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로스는 칼라스에게 물었다.


"네 녀석이 말했던 것 중에 나를 살펴보니 재미난 것들이 바로 이런 것들인가?"

"아하. 그렇지 내가 그런 말을 했었지. 뭐 뒤져보니 이것저것 더 있긴 한 모양이긴 한데..."

"또 해줄 말은 없어?


"말을 해주고 싶은데, 그러면 나중에 재미가 없을 것 같단 말이지. 네 녀석의 놀라는 모습도 보고 싶고. 약간의 힌트를 주자면 북쪽으로 빨리 가는 것이 좋을 거라는 것 정도만 이야기해둘까?"

"상당히 협조적이지 못한 녀석이군. 자이덴에 들리고나면 바로 북쪽으로 갈 거야."

"그래 제발 얼른 좀 가자. 네 녀석이 자이덴에 가려는 이유는 알겠지만 그것이 꼭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로스는 자이덴에 있는 자신의 집에 들를 생각이었다. 로스는 자신의 특성을 살린 독특한 무기만을 사용했다. 보통의 활과는 다른 기능을 갖춘 활과 보통 기사나 검사들이 사용하지 않는 검이었다. 왕성으로 오면서 새롭게 무기들을 제작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이덴에는 과거 그가 훈련을 위해 만들었던 무기들을 놔두었기 때문에 그곳에 들려 자신의 무기를 회수할 생각이었다. 칼라스가 갖춘 힘이 있다지만 어떤 것도 확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잘 다룰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단 생각이었다.


로스의 활은 장궁과 단궁의 중간 길이의 활로 장궁만큼 멀리 쏘진 못했지만 단궁보다는 멀리 쏠 수 있었고, 단궁보다 근접에서 빠르게 활을 쏘는 것도 가능했다. 거기에 그가 바람을 이용해 활을 날리는 방법에 가장 잘 어울리는 활이었다. 흔히 사용하는 활은 아니었다. 또 그가 사용하는 1 큐빗의 칼도 흔하게 사용하는 길이의 칼이었다. 빠르게 뽑고 근접전에서 이용하기 좋은 방법으로 만든 칼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그의 근접전은 독특한 전투 방법을 유도하는 핵심이기도 했다. 두 개의 무기를 사용하며 중간에 소환수를 이용한 공격을 섞는 것이 그의 전투 방법이었다. 하지만 소환수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적어도 무기만큼은 그가 자주 사용하는 형태가 필요했다.


"할 일이 많군. 자이덴에도 가야하고 북쪽에도 들려야 하고 네 녀석의 소환수들도 다시 모아야 되잖아? 여기 확실히 남은 녀석들이 많이 보이지 않거든. 다행히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와 잘 지내고 있으니 소환수를 쓰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만."


로스도 몸안에 소환수가 확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전에 느껴본 적이 없는 기운도 느껴졌다. 아마도 칼라스의 마력이라 생각했다. 마법을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로스는 칼라스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더욱이 활을 이용하고 검을 이용하는 상황들에 소환수를 섞는 그의 방식에 이젠 마법도 활용해야만 했다. 물론 전보다 더 다양한 패턴의 공격 방식이겠지만 익숙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단기간에 이 모든 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한참 밀밭을 지나고 있는데, 순간 주변의 환경이 변했다. 눈앞에 밀밭이 모두 베어 없어지고 훤히 드러난 지형이 나타났다. 이전까지의 밀밭과 달리 추수를 해버린 곳이었다. 아직 평야는 절반 정도 남아있는데 난감한 상황이었다. 로스는 아직 남아있는 밀밭에서 나오지 않고 다시한번 칼라스의 날개를 이용하여 주변을 살폈다. 평야의 곳곳을 살펴보았는데 별다른 기책은 느껴지지 않았다. 로스는 밀밭에서 튀어나와 빠르게 숲을 향해 달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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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덴브와 랜서 (2) +4 16.04.23 182 2 21쪽
15 덴브과 랜서 (1) +4 16.04.23 172 2 17쪽
14 북쪽으로 가는 여정 (5) +3 16.04.21 229 2 21쪽
» 북쪽으로 가는 여정 (4) +2 16.04.18 175 2 21쪽
12 북쪽으로 가는 여정 (3) +2 16.04.17 236 2 25쪽
11 북쪽으로 가는 여정 (2) +2 16.04.16 230 2 22쪽
10 북쪽으로 가는 여정 (1) +2 16.04.16 168 2 24쪽
9 왕위 계승식 (5) +4 16.04.14 201 3 19쪽
8 왕위 계승식 (4) +2 16.04.13 128 2 18쪽
7 왕위 계승식 (3) +2 16.04.13 115 2 17쪽
6 왕위 계승식 (2) +2 16.04.13 228 3 21쪽
5 왕위 계승식 (1) +2 16.04.12 21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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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림을 그리는 아이 (3) +2 16.04.11 283 2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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