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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군 님의 서재입니다.

루미네라스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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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군
작품등록일 :
2016.04.10 10:35
최근연재일 :
2016.05.03 21:37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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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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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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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왕위 계승식 (4)

DUMMY

오전 훈련이 끝나고 제1군단의 내무실에 징집 명령이 하달되었다. 밴이 명단에 적힌 사람들을 호명할 때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면 모두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모든 명단이 발표되고 밴은 바로 짐을 꾸려 대기할 근위대 막사로 이동할 것을 명령했다.


명단에 포함된 기사들은 근위대 막사로 이동하기 위해 개인 군장을 꾸렸다. 징집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자신들의 기록에 근위대에 징집되었다는 기록을 추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두들 들뜬 표정을 하고 짐을 꾸리고 있었다. 그리고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병사들은 그들을 한껏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입대한지 얼마 되지 않은 랜서 역시 다른 이들처럼 짐을 꾸리고 있었다. 랜서는 젊을 때의 롤랑처럼 짧은 갈색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각진 얼굴로 다부진 체격의 사내였다. 그리 근육질의 몸은 아니었지만 탄력 있는 근육을 갖춘 사내였다. 일주일 후에 있을 왕위 계승식이 끝이 나면 바로 다시 복귀를 하기 때문에 군장에 챙길것이 많이 없었다. 랜서의 바로 옆 침상을 쓰는 병사도 징집 명령을 받아 짐을 꾸리고 있었다.


"이봐. 자네는 좋겠어. 근위 대장님의 부대에 편성되니 말이야."


랜서와 나란히 징집 명령에 포함된 그는 야드소라는 사내였다. 랜서보다 나이가 많고 먼저 군에 입대한 그는 랜서와 가장 친분이 두터운 사내였다. 물론 그가 먼저 병사로 입대했지만 현재까지 둘의 관계는 선, 후배일 뿐 같은 등급의 병사일 뿐이었다.


처음 랜서를 보았을 때 무관 시험에 장원 급제를 하였다는 그가 굉장히 어린 청년인 것을 보고 많이 놀랐었다. 곧 그의 '드발'이란 가문 이름을 듣고 롤랑을 떠올리며 그가 동생이란 것을 알아챘다. 위대한 기사의 동생이니 당연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쉽게 생각했었다.


'위대한 형님을 두는 바람에 늘 제 이름보다 형님의 이름을 모두가 먼저 떠올리더군요.'


랜서는 그런 대답만을 하고 새로 배정받은 침대에 짐을 풀어놓았다. 그는 랜서에게 묘한 쓸쓸함이 감도는 것을 느꼈다. 랜서가 형이던 롤랑과 나이 차이가 많았고 너무도 급작스러운 사건으로 형이 죽었기 때문에 랜서는 형에게 검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는 것을 당시에 야드소는 모르고 있었다.


'한 해만 지나면 검술을 배우자꾸나. 지금은 귀여운 동생으로 놀기 바빠 보이는 게 좋거든.'


롤랑은 그렇게 말하고 그해 사막에서 돌아오지 못 했다. 랜서는 형이 예비용으로 두었던 검으로 매일 홀로 울면서 연습을 했다. 형수도 그런 랜서를 가엽게 생각하며 늘 랜서를 친 동생처럼 키워주었다. 랜서는 자신을 잘 모르는 이들이 롤랑의 동생이기 때문에 그의 실력이 뛰어난 것이 당연하다는 시선으로 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노력을 형이 동생이란 이유만으로 평가해버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다. 자신이 더 대단한 사람이 될수록 형 롤랑을 사람들이 계속해서 위대한 사람으로 기억해주리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형처럼 무과시험을 치르고 장원 급제를 하여 롤랑이 처음 생활을 했던 제1군단에 바로 입단하게 되었다.


"야드소 아저씨도 뽑히셨잖아요. 근위대장의 징집은 100명이지 20명이 아니었으니 비슷한 거죠."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뭐 그래도 부럽다. 부러워."


롤랑은 기사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존경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왕국 제일의 검술을 가졌으면서 훌륭한 인격까지 갖춰 기사일 때도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던 남자였다. 이후 호위무사로 발탁된 이후로도 사령관 임무를 수행하고 차기 근위대장이었던 사람. 그리고 조국을 위해 사라져간 기사. 군대에 갖 입대했던 야드소는 롤랑과 함께 제1군단에서 생활했던 적은 없었지만, 선배들로부터 늘 그 사람의 무용담을 들으며 지냈다.


그의 무용담은 야드소에게 자신도 그런 남자가 되길 꿈꾸게 만들곤 했었다. 하지만 실상은 늘 둔하고 특출난 재능이 없어 그냥 제1 군단에 입단한 것이 가장 최고로 자신의 기록에 남을 사내일 뿐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 장원 급제를 하고 군대에 입대한 그의 동생이 자신의 옆에서 군장을 풀어 놓을때 굉장히 놀라웠다. 자신의 목표였던 남자의 동생인 랜서의 등장은 야드소에게 해가 지날수록 잊고 지내던 꿈을 다시 깨우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그 후 랜서와 함께 한 분대에서 생활하며 몇 개월 만에 야드소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의 기록에 근위대라는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스스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어차피 기록이 남아도 똑같이 징집 명령에 참여했다는 기록일 뿐인데 뭘 그런답니까."


랜서가 갑주의 고정 끈을 묶고 있으며 말했다. 야드소는 입을 굳게 다물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가만히 랜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랜서는 화들짝 놀랬다.


"그래. 둘 다 근위대였던 것이겠지. 허허"


징집 명령을 받은 근위대 병사가 머무는 공간은 평소 왕자의 호위부대가 사용하는 내무실 바로 옆에 마련된 공간이었다. 굉장히 넓은 공간의 내무실로 100명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크기였다. 간단한 침대와 개인 장구를 놓을 수 있는 관물대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랜서와 야드소는 본래 사용하던 10인실만을 보다가 100명이 수용되는 공간을 보고 압도 당했다.


"뭐야. 이거 엄청 답답하겠는데. 근위대라고 해서 엄청 좋은 공간인 줄 알았더니 평소보다 더 안 좋잖아."


야드소가 툴툴대며 말했다. 랜서는 그런 야드소의 쳐다보며 말했다.


"어차피 길어야 일주일 후면 원래 내무실로 갈건데 뭘 그래요."

"하아. 이거 호화스러운 생활을 잔뜩 자랑해주려고 했더니..."


관물대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왼쪽부터 20개의 자리는 근위 대장인 로스의 병사들이었고, 그 다음으로 밴과 나머지 부하들의 순서로 징집된 병사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야드소는 밴의 근위 병사로 소속되었다. 야드소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 걸어갔다. 랜서는 입구의 바로 좌측의 7번째 자리에 있었다. 이미 두어 명의 병사들이 먼저 와있었다. 두 명 모두 제1 군단 소식이 분명했지만 내무실이 다른 분대에 소식된 이들이라 특별히 인사를 나누거나 할 사이는 아니었다. 랜서는 말없이 자신의 침대에 군장을 올리고 짐을 풀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흘러 모든 병사들이 자신의 침대에 위치했다. 곧 문이 열리고 근위 대장인 로스와 나머지 호위무사 8명이 내무실로 들어왔다. 랜서는 로스를 한눈에 알아봤다. 그가 근위대장이 된 후에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연례행사에 참여했던 그를 먼 곳에서 몇번 그를 본 적이 있었다. 로스도 랜서를 한눈에 알아봤다. 하지만 로스는 랜서를 아는체하지 않았다. 내무실의 입구 앞에 로스가 서고, 각 호위무사들이 자신들의 병사가 들이 위치한 10명의 한가운데 위치했다.


"모두들 징집 명령을 받고 이동하느라 수고했다. 훌륭한 인재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그대들의 앞에 있는 호위무사들이 바로 그대들의 분대장이 될 사람들이니 얼굴을 잘 익혀두도록 하라. 잠시 후에 열병식을 예행연습하고 각각 왕위 계승식에서 지켜야 할 자리를 부여받을 것이다. 후에는 각 분대별로 연습을 할 것이다. 훈련에 최선을 다해 무사히 왕위 계승식을 마칠 수 있도록 무단히 노력해주길 바란다. 이상."

"이상!"


호위무사 8명이 로스의 말이 끝나자 외쳤다. 100명의 병사들은 일순간 깜짝 놀랐다. 로스는 바로 밴을 불러 작은 소리로 지시를 하고 내무실을 나갔다. 랜서는 로스가 내무실을 나갈 때까지 쳐다보았다. 자신을 못 알아 본 것일까 생각하며 내심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밴이 로스에게 배정된 근위 부대 앞에 섰다.


"대장님께서 개인 면담을 실시할 것이니, 제일 좌측에 있는 병사부터 대장님의 방으로 면담을 하러 이동하도록."



한시간 쯤 지나 랜서의 차례가 왔다. 랜서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로스가 환한 얼굴로 랜서를 반겼다.


"어서 오게. 멋지게 컸구나."

"안녕하십니까. 대장님. 기억하고 계셨군요."

"기억하다마다. 다만 나와의 관계가 있어 근위대에 발탁되었을 거라고 주변 사람들이 생각할 수도 있어서 모른 척 한 것이니 서운하게 생각 말게."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랜서는 자리에 앉았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로스지만 크게 변한 건 없어 보였다. 어딘가 모르게 그리운 생각이 자꾸만 일었다. 아마도 형이 있을 때 집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때의 로스가 겹쳐 보여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그간 사실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가지 못했지만, 실은 롤랑님을 지키지 못한 것이 내 탓만 같아서 쉽게 갈수가 없었다."

"그게 어디 대장님에 잘못이랍니까. 형수님도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알고 있지. 그렇지만 마음의 문제란 게 그렇게 쉽게 되진 않더라."

"로렌도 많이 컸습니다. 장난도 많이 치고요."

"아하하. 그래 로렌. 롤랑님을 정말 똑 닮았었지."

"점점 더 형님을 닮아갑니다. 한번 보러 오시면 분명 형수님도 좋아하실 겁니다."

"그래. 왕위 계승식이 끝나면 함께 날을 정해 방문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다시 만나니 정말 기분이 좋다. 함께 무사히 왕위 계승식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네. 저도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대장님.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둘은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스는 왕위 계승식이 끝나면 꼭 한번 집으로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랜서는 형수님도 정말 좋아하실 거라고 말했다.



면담을 모두 마치고 이어진 열병식을 예행 연습했다. 이어진 분대별 훈련이 끝나자 1일차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로스는 방에 들어와 갑주를 벗었다. 피곤했지만 면담을 하며 기록했던 병사들의 특기를 한번 더 읽어두기로 했다. 각자의 특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가장 합리적인 운용을 위해 특기를 외워두는 편이 만약에 사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꼭 필요한 일이었다. 로스는 책상에 앉아 촛대에 불을 켰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로스는 방문을 쳐다보았다.


"누구십니까?"

"대장님 덴브입니다. 아가씨와 함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인사? 들어오세요."


리베레아를 왕성으로 데려오고 며칠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이었다. 그간 왕위 계승식을 신경 쓰느라 잊고 있었다. 물론 로스가 리베레아를 만나러 갈 이유도 없었기에 특별히 그녀를 신경쓰지 않기도 했다.


"대장님. 안녕하세요!"

"네. 아가씨. 오랜만입니다."


리베레아가 쾌할하게 인사했다. 그동안 입고 있던 사내 같던 옷이 아니라 움직이기 편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하얀 드레스는 특별한 장식이 없어 단아한 모습의 옷이었다. 유독 하얗고 가녀린 느낌의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대장님. 저 이제 델라스로 돌아 가요. 여기까지 데려다주셨는데 그냥 가기 아쉬워서 인사하러 왔어요!"

"가신다요?"


옆에서 가만히 서서 대기하던 덴브가 말을 이었다.


"왕자님께서 이제 아가씨를 집으로 돌려보기로 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누가 함께 갑니까?"

"병사 두 명과 마차로 이동합니다."


들어올 때는 모두가 그녀를 모르게 했었는데, 갈 때는 병사가 대동한다니 다소 의아했지만 어떤 조치가 있으려니 생각했다. 로스는 리베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심히 가도록 하세요. 다음에 꼭 다시 볼 날이 있을 겁니다."

"넵! 금방 만날 거예요!"


리베레아가 활기차게 인사하고 덴브와 함께 방에서 나갔다. 로스는 한참 방문 쪽을 바라봤다.


'금방 만날 거예요...'


어딘가 묘한 기분이 드는 말이었다. 마치 그녀가 나비를 돌려보낼 때 느꼈던 그런 기분이 들었다.



리베레아가 떠나고 다음날부터 매일 병사들과 왕위 계승식에 대한 온갖 것들을 연습하느라 하루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로스는 마법 협회의 마법사와도 동선을 맞춰보기도 하고 군단 전체의 열병식을 보며 행사의 전체 흐름을 익혀나갔다. 그렇게 며칠이 빠르게 지나갔다.


"대장님. 연미복이 나왔습니다. 보러 가시겠습니까?"

"아. 지금 입어봐야 하나?"

"제가 엄청나게 신경 썼습니다. 당장 보러 가시죠!"


밴의 기분이 들떠 보였다. 로스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방에서 나섰다. 자신의 병사들을 훈련시키느라 피곤해서 쉬고 싶었지만 밴이 고생한 만큼 그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귀족들의 옷을 재단하는 왕실 재단사의 방에 들어섰다. 재단사는 로스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방 한가운데 짙은 파란색과 황금색 자수로 수놓아진 옷 한벌이 있었다. 튜닉부터 외투까지 세 벌 정도를 겹쳐 입는 옷이었다. 다행히도 걱정만큼 지나치게 화려하진 않았다.


"저기에 갑주를 입으면 안 되는 것이겠지..."


밴에 놀란 표정으로 로스를 바라봤다. 로스는 농담이라며 손을 내젓고 재단사가 주는 튜닉을 입기 위해 옷을 벗었다. 튜닉을 입으려고 보니 튜닉 안쪽에 문양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로스는 잠시 문양을 바라봤다. 밴은 헛기침을 하며 콧대를 높이고 말했다.


"제 최고의 보호 마법을 새겨두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최고의 보호 마법을 동원하겠다고."

"아. 그렇군. 고맙네. 자네라면 믿을 수 있지. 안심이 되는 걸."

"하하. 갑주는 입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튜닉은 몸에 딱 맞았다. 그 위로 다른 색감으로 포인트를 준 조끼를 입고 다시 그 위에 몸에 감기는 긴 외투를 입었다. 처음 입어보는 연미복에 낯설고 불편했다. 로스는 멋쩍은 표정으로 밴을 쳐다보았다. 밴은 웃으며 잘 어울리신다고 로스에게 말했다.


연미복까지 입고 나니 정말로 코앞으로 왕위 계승식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재단사의 방을 나와 밴과 함께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고 있었다. 복도를 돌아 회랑을 향해 가는데 회랑의 한쪽에 덴브가 있었다. 덴브는 로스를 발견하고 로스 쪽으로 걸어왔다. 덴브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밴에게 이만 가보라는 손짓을 보이고 로스도 덴브를 향해 걸어갔다.


"다녀오셨습니까."


로스가 덴브에게 말했다. 덴브는 인사를 올리고 로스 앞에 섰다.


"네. 아가씨는 잘 모셔다드렸습니다. 저도 방금 복귀하여 왕자님께 인사를 드린 참입니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피곤하시겠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왕자님께서 왕위 계승식에 가지고 갈 물품과 복장을 결정하셨으니 함께 들어오라 하십니다."

"아. 그렇군요. 안 그래도 내일 오전에 찾아뵈려 했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가시지요."


필라드 왕자가 어떤 물품이든 소지할 수 있지만, 모든 행사에 참여하기 전 소지품을 익혀두는 것이 호위무사에겐 꼭 필요한 절차였다. 만약에 사태에 어떤 물품이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덴브와 함께 방에 들어서니 황금색으로 빛나는 옷을 갖춰 입은 필라드 왕자가 있었다. 화려하게 빛나는 의상에 짙은 푸른색으로 용을 형상화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용은 헬리브 왕국을 오랫동안 지켜온 지크롤을 형상화한 문양이었다. 아직 재단사와 조율 중이었는지 몇 명의 제단사들이 왕자의 주변에서 이것저것을 재고 있었다. 필라드 왕자는 로스가 들어오자 재단사들에게 모두 물러나라 일렀다. 그들은 자신들의 장비를 들고 왕자의 방에서 나갔다. 왕자는 연회용 옷을 벗어 침대 위로 던져두고 집무용 의자에 앉았다.


집무용 책상 위에는 필라드 왕자가 가져갈 물품이 놓여있었다. 부채, 행사에 참여할 화려한 검 한 자루. 보호 마법이 걸려있는 작은 목걸이였다.


"거기 있는 것들이 전부일세. 확인하게."

"네. 알겠습니다."


로스는 물품을 집고 이리저리 살폈다. 물품 중에 가장 특이하게 생각한 것은 부채였다. 접을 수 있는 모양의 하얀 부채였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희미하게 어떤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빛을 이용해서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게 새겨져 있었다. 분명 마법이 새겨진 부채가 분명했다. 평소에 부채를 들고 다니는 일이 없었고 부채를 들 만큼 날씨가 덥지도 않은 날씨에 마법이 새겨진 부채라 로스는 주의 깊게 그것을 살펴봤다.


"왕자님. 이 부채의 용도가 무엇인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특수 제작했네. 순간이동 주문이 걸려있는 부채일세. 만약의 순간에 부채를 펼쳐 내리치면 순식간에 내가 지정한 안전한 곳으로 이동되지."


입고 있던 연미복을 불편한지 목깃을 푸르며 왕자가 말을 이었다.


"마법 협회에서도 모르는 마법사를 통해 제작한 것이라네. 덴브가 고생 좀 했지."

"어디로 이동되는 것인지요?"

"델라스. 자네가 갔던 그곳이네."


리베레아의 집을 말하는 것이었다.


'10년이나 아무도 몰랐던 장소라 안전하다 생각하신 걸까? 왕성보다 그곳이 더 안전한 것이 분명한 것일까?'


로스는 더 여쭤볼까 하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필라드 왕자가 자신도 모르게 이런 순간이동이 담긴 부채까지 준비를 한 것이니 필시 어떤 이유가 있을것이라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잘 알겠습니다. 외워두도록 하겠습니다."


왕자는 턱을 괴고 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 일 없이 끝나면 좋겠군. 그러면 자네도 이젠 왕의 근위 대장이 되겠구나. 더 힘들어지겠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해주게."

"부끄럽지 않는 근위 대장이 되겠습니다."


로스는 필라드 왕자의 방을 나와 회랑을 걸었다. 벌써 달이 떠 있었다. 보름달이 떴던 것이 엊그제 같으데 곧 있으면 다시 그믐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많은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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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리베레아의 능력 +4 16.04.25 222 2 22쪽
16 덴브와 랜서 (2) +4 16.04.23 182 2 21쪽
15 덴브과 랜서 (1) +4 16.04.23 173 2 17쪽
14 북쪽으로 가는 여정 (5) +3 16.04.21 230 2 21쪽
13 북쪽으로 가는 여정 (4) +2 16.04.18 175 2 21쪽
12 북쪽으로 가는 여정 (3) +2 16.04.17 237 2 25쪽
11 북쪽으로 가는 여정 (2) +2 16.04.16 230 2 22쪽
10 북쪽으로 가는 여정 (1) +2 16.04.16 169 2 24쪽
9 왕위 계승식 (5) +4 16.04.14 202 3 19쪽
» 왕위 계승식 (4) +2 16.04.13 129 2 18쪽
7 왕위 계승식 (3) +2 16.04.13 116 2 17쪽
6 왕위 계승식 (2) +2 16.04.13 229 3 21쪽
5 왕위 계승식 (1) +2 16.04.12 218 2 11쪽
4 그림을 그리는 아이 (4) +2 16.04.11 158 2 20쪽
3 그림을 그리는 아이 (3) +2 16.04.11 284 2 32쪽
2 그림을 그리는 아이 (2) +2 16.04.10 154 2 23쪽
1 그림을 그리는 아이 (1) +9 16.04.10 301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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