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라군 님의 서재입니다.

루미네라스 연대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도라군
작품등록일 :
2016.04.10 10:35
최근연재일 :
2016.05.03 21:37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17
추천수 :
37
글자수 :
196,239

작성
16.04.23 14:24
조회
172
추천
2
글자
17쪽

덴브과 랜서 (1)

DUMMY

"저의 팔에 안겨있던 왕자님이... 전 너무 이상했습니다. 덴브님."

"어찌 그리 생각하십니까?"


랜서는 덴브의 물음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결심한듯한 표정으로 덴브를 쳐다봤다. 덴브의 표정이 몹시 진지했다.


"불경스러운 말씀일 수 있겠으나, 저는 왕자님의 시신을 가장 가까이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왕자님의 눈빛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제가 아직 실전 전투 경험이 없어 사람이 눈앞에서 쓰러져 있는 상황을 처음 보았기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뭔가..."

"뭔가 어떻다는 말씀이신지요."


랜서는 덴브의 눈빛을 피해 책상을 쳐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괜찮습니다. 어떤 말씀도 다 괜찮으니 말씀하시지요. 저 또한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네. 저는 왕자님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죄송합니다. 불경스러운 말씀을 자꾸 드리는 것 같아. 머뭇거리게 됩니다. 그냥 말씀드리자면 저는 왕자님이 아니라는 것보다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덴브는 왕자가 쓰러지던 장면을 떠올렸다. 처참히 잘려나가던 팔과 그의 몸. 그의 몸에서 분출되어 흘러내리던 엄청난 양의 피. 그리고 그런 왕자를 안아 바닥에 주저앉던 랜서까지.


"덴브님. 적어도 경험이 없는 저이지만,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이 너무도 명확하게 생각됩니다. 이질감과 기묘한 기분만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덴브님께 여쭈러 왔습니다. 왕자님을 가장 오래 모셨던 분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의 이상함을 여쭤볼 수 있는 분은 덴브님밖에 없었습니다."


덴브는 랜서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급히 일어났다. 랜서는 덴브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덴브는 그대로 탁자에서 일어나 문으로 가서 누군가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기척을 살펴보듯 문을 천천히 열어 주위를 살펴봤다. 복도에서 덴브의 방에 가깝게 있는 사람은 없었다. 덴브는 안심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황급히 랜서에게 다가왔다.


"랜서님. 저도 불안한 기운이 너무도 가득해서 혼자서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취조실에서 나올 때부터 이런 생각이 계속 지배적으로 저를 압박했습니다. 예정과는 다르지만 랜서님도 저와 함께 가셔야 할것 같습니다."

"가다니요? 어딜 간단 말씀이시진..."

"제가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덴브는 마법이 그려진 종이를 다시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렸다. 덴브의 행동에 랜서도 탁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덴브를 쳐다보고 있었다.


"랜서님. 저를 믿고 일단 함께 가시지요. 제가 소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본인의 숙소로 은밀히 이동하여 무기를 채비하십시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홀로 장서관 앞으로 오십시오. 저 또한 이 순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랜서님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최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당황한 듯한 랜서에게 탁자 위에 놓인 마법이 적힌 종이를 가리키며 덴브가 말했다.


"지금 보시는 이것은 저를 어디론가 이동시켜주는 마법입니다. 저는 이것을 사용하여 이곳을 벗어날 것입니다. 현재 너무도 위험한 상태에 처하게 된 듯싶습니다. 취조실을 나와서 바로 이동할 생각이었지요. 그러던 중 랜서님이 저를 만나러 오신 것입니다. 어쩐지 기묘한 생각으로 바로 이동하지 못했는데, 되려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랜서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랜서님의 물음에 이대로 랜서님을 두고 가는 것 또한 위험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저는 전투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위험이 있다면 랜서님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랜서님의 의문은 반드시 설명드리겠습니다."


랜서는 아무 말 없이 덴브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굳게 마음먹은 듯 덴브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뭔가 역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군요.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제가 생각하는 이상한 점과 왕자님, 로스님을 위해서 뭔가 일이 있었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알고 싶습니다."

"좋습니다. 어서 빨리 준비하시고 장서관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랜서는 덴브의 말에 대답하고 곧바로 방을 나섰다. 복도에는 병사들이 몇명 서 있었다. 그들은 랜서에게 잠시 눈길을 두는 것 같았지만 곧 다시 왕자의 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랜서는 그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복도의 건너편에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그가 근위 부대에 소속되면서 개인 군장을 들고 이동했던 내무실이었다. 내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취조를 마치고 각자 비상사태에 맞춰 왕실 곳곳으로 배정된 모양이었다.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고 랜서는 자신에게 배정되었던 침상으로 이동하여 갑주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급한 마음에 갑주가 잘 채워지지 않았다.


그 시각 덴브는 방을 벗어나서 장서관으로 향했다. 본래 바로 왕성에서 벗어날 생각이었지만 랜서와의 대화를 한뒤로 필요한 것이 생겨서 장서관에 들려야 했다. 헬리브 왕국에서 가장 많은 책을 모아둔 장서관은 회랑을 지나 왕자의 방과 반대편에 있었다.


장서관은 왕성에서 가장 큰 공간이기도 했다. 총 3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공간이었고, 엄청난 양의 책을 모아두기 위해 공간 자체도 가장 크게 지었다. 그런 장서관은 헬리브 왕국에서 책들의 무덤이라고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너무도 많은 책들이 있는 곳으로 한번 들어간 책들은 다시 왕성의 바깥으로 나올 수가 없기에 그곳에 들어간 책들은 영원히 그곳에 남겨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도 했다.


헬리브 왕국은 과거부터 세계에 돌아다니는 책들을 모아왔다. 책은 다양한 정보들이 가득했고, 때론 그것들 중에 마법과 관련된 것들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헬리브 왕국이 건국을 한 뒤부터 온갖 사람들에게 책을 모아 그것들을 분류하여 장서관에 보관하였다. 그렇게 모아진 책은 사자실로 보내져서 필사를 하기도 하고 학자들과 함께 고대 문자 등을 해석하며 다양한 연구를 하기도 했다. 그런 지식들 위에 왕국이 보다 강해진다는 것이 헬리브 왕국에 이어진 믿음이었다. 그렇게 판독하던 중에 일부의 책들은 다양한 마법이 담긴 것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마법서인 경우도 많았다. 그런 책들은 장서관에서 다시 분류되어 마법 협회로 보내졌다. 마법 협회는 이런 책들을 분석하여 과거의 마법들을 배우고, 또 새로운 마법을 창조하는 연구를 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역할을 하는 곳이 장서관이 왕성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이유였다. 그만큼 중요한 곳이었다.


장서관의 책들은 너무도 가득해서 도서관 사서들도 다 알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길을 잃어버리는 일도 많았다. 어릴때 사자실에서 필사를 맡아 일했던 아버지를 따라 왕성에 들어왔던 덴브는 홀로 장서관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이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자신의 오랜 일과였다. 그 때문에 사서가 된 후에도 다른 사서들보다 장서관의 모든 공간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많은 책들은 모두 책장에만 꽂히지 못할 정도로 많아서 때로는 그것들을 그냥 바닥에 쌓아 올려두기도 했는데, 이렇게 쌓아 올린 책들로 인한 벽이 생겨날 정도이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이 누적되어 책들과 장서관의 책장으로 인해서 장서관은 독특한 미로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사서들도 가끔 길을 잃어버릴 정도의 규모였다. 덴브는 그런 사서들 사이에서 누구보다 장서관의 위치를 자세히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던 그에게는 자신의 방과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능력에 필라드 왕자가 그를 집사로 고용한 것이기도 했다. 수많은 책들 사이를 오가며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가져다주는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난 사서였기에 덴브는 왕자의 집사가 된 이후에도 장서관을 자주 출입했다. 그러던 중 왕자의 요구와 자신의 생각을 더해서 장서관에 잘 닿지 않는 곳을 찾아 개인적인 물품들을 넣어두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둔 곳은 어떤 공간보다 안전하고 다른 사람들은 쉽게 찾지 못하는 공간이 되었다.


로스가 근위 대장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필라드 왕자가 밤에 덴브를 불러 긴밀하게 지시한 일이 있었다. 그것은 한 명의 마법사를 만나서 왕자의 청대로 두 가지 물품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덴브는 왕자의 명령대로 마법사를 만나 마법을 물품에 새겨 넣었다. 마법은 이동할 공간에 마법진을 그려두고 다른 한쪽에 이동을 위한 마법을 새겨 둠으로서 마법진으로 순식간에 이동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이었다. 마법은 곧장 두 장의 종이에 새겨 넣어 비상시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다. 그것을 이용하여 언제든 위험한 순간에 왕성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왕위 계승식이 있기 전 그 마법을 부채에 새겨 넣어서 마지막 준비를 마쳤다.


부채에 새겨진 마법은 리베레아의 집에 그려둔 새겨둔 마법진과 연결되었다. 물론 이런 마법진은 발동되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오래전부터 준비해둔 것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장의 종이에 새겨진 마법은 론페즈 봉우리에 연결된 것이었다. 왕자는 나머지 두 장을 덴브에게 주었다. 덴브에게 자신이 이동되고 나면 바로 이동해서 오라는 것이었다. 덴브는 그중 한 장의 종이를 자신의 방에 두고 한 장은 만약을 위해서 장서관에 보관해두었다. 혹시나 사건이 생겨서 방에 들리지 못할 상황이 되었을 경우 장서관의 것을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덴브를 찾아온 랜서의 말을 듣고 덴브는 랜서와 동행하기로 결심했다. 가뜩이나 지크리트의 취조에 위화감을 느꼈던 터라 교활한 그라면 자신을 주시할 것이 분명했고, 이는 곧 위험한 순간이 생길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위험한 순간이 온다면 랜서와 동행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 같았다. 그런데다가 랜서도 이런 상황에서는 좋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만약에 그가 느꼈던 왕자에 대한 이상한 감정을 타인에게 말하는 것은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하여 한 장은 자신이 쓰고 장서관에 보관된 나머지 한장을 랜서에게 사용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리하면 둘다 왕성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장서관의 입구로 오는 동안 어떤 인기척도 없었다. 다행이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랜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갑옷을 챙기는데 시간이 걸리겠거니 생각하며 초조하게 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복도의 끝에서 랜서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덴브는 그 짧은 기다림에도 무척 불안했는지 랜서를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랜서도 덴브를 발견하고 빠른 걸음으로 덴브에게 다가왔다.


"가시지요. 랜서님. 도착하고 나면 설명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장서관의 입구를 열고 들어가자 온갖 책들의 모습에 랜서는 압도되었다. 수많은 책들이 가득했다. 랜서는 장서관에 오는 것이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장서관은 아무나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공간이었다. 중요한 문서들은 사자실을 통해 필사를 하여 여분의 책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모든 책을 보관할 수는 없었기에 장서관의 책들은 소실되면 다신 구하지 못하는 책들이 많았다. 그 때문에 왕성은 장서관의 출입을 막고 오직 허락된 사서만이 장서관의 출입을 허용했다. 그래서 장서관의 안쪽을 아는 이들은 사서들을 제외하곤 거의 없을 정도였다.


입구는 장서관의 2층에 해당하는 공간에 있었다. 계단은 한층을 1층과 3층으로 연결되어있었고, 계단 넘어 엄청난 크기의 공간에 책들이 빽빽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물론 바닥에 수북이 쌓인 책들이 랜서를 압도했다. 덴브는 랜서를 이끌고 계단을 내려갔다. 한 층을 내려가자 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두웠다. 빛에 민감한 책들을 보호하기 위해 창문을 만들지 않고 오직 작은 틈으로만 습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곳이라 오직 마법석을 이용하여서만 내부를 밝히고 있었다.


몇 개의 책장을 지나는 동안 랜서는 오른쪽, 왼쪽을 속으로 생각하며 그들이 지나는 공간을 가늠해보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도 복잡한 공간에 다 헤아리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었다. 책들이 쌓인 공간들을 얼마간 돌아 알 수 없는 깊은 공간으로 계속해서 들어갔다. 아마 덴브가 없으면 되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그 둘의 뒤쪽에서 갑자기 책 한 무더기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자신들이 막 돌았던 코너 넘어에서 들려왔다. 소리를 듣고 랜서가 덴브에게 말했다.


"덴브님. 누군가 있습니다."


덴브는 랜서의 말에 잔뜩 긴장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그냥 책이 무너질 리가 없었다. 덴브는 건너에 누군가 있다고 직감했다. 쌓아둔 책들은 사서들에 의해 잘 정리되는 나름의 방법이 있었기에 무너지는 경우는 오직 사람이 건드리는 경우를 제외하곤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쪽으로 가시지요."


덴브가 조용히 랜서에게 말하고 모퉁이를 돌아 책의 무더기 뒤쪽에 몸을 숨겼다. 숨죽이고 그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건너편에 누군가의 낮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덴브는 지크리트가 누군가를 시켜 자신을 감시한다는 것이라 생각했다. 취조실에서 장서관까지는 문제없이 따라왔겠지만 장서관에 들어오면서 복잡해진 경로 탓에 아마 가까이 붙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온 것이 분명했다. 두사람을 놓치지 않으려고 급히 따라오다가 책을 무너뜨린 탓에 자신의 존재를 둘에게 발각되고 만 것이었다.


은신한 공간 뒤쪽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덴브와 랜서가 쌓인 책을 힘껏 밀어 책들을 무너뜨렸다. 사람의 키보다 훨씬 높게 쌓인 책은 덴브와 랜서의 힘에 무너져 반대편에 있던 사람을 덮쳤다.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따라오던 이가 책에 묻혔다. 그와 동시에 덴브가 랜서를 이끌고 복잡한 공간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누군가 따라오고 있었군요."


랜서가 다소 놀란 말투로 덴브에게 말했다. 덴브는 계속해서 달리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랜서에게 대답했다.


"마법사인듯싶습니다. 아마도 취조실에서부터 따라온 것 같습니다."


덴브의 말을 듣고 랜서는 역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덴브를 쫓아가는 것 외에는 달리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공간을 얼마간 더 굽이굽이 돌아서 덴브가 멈춰 섰다. 추격하던 이를 한참이나 따돌린 곳이었다. 복잡한 공간 때문에 다시 따라온다 해도 한참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복잡한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브는 주의 깊게 뒤를 돌아보며 추격하는 이가 없는지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아무도 더 이상 따라오는 것 같지 않았다. 안심한 덴브는 책장 깊숙한 곳에서 한권의 책을 꺼냈다. '향신료를 넣지 않는 일반 음식 조리법'이라는 이름의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책이었다. 책을 펼쳐 책 사이에 끼워져 있던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덴브의 방에서 본 것과 같은 형태의 종이였다. 덴브가 랜서에게 그것을 주며 말했다.


"이것을 바닥에 놓고 손바닥으로 가운데를 치면 여기에 새겨진 마법과 연결된 곳으로 이동될 것입니다. 저도 나머지 한 장으로 함께 갈 것입니다. 저는 아직 아무도 믿을 수 없지만 랜서님의 말을 듣고, 믿고 함께 하자는 모험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랜서님이라면 믿을 수 있을 테지요.""

"어디로 간단 말이십니까?"


다급해 보이는 덴브의 말을 듣고 랜서가 물었다. 그런 랜서를 바라보며 덴브가 다시 대답했다.


"멀리 이동될 것입니다. 설명드릴 시간이 부족합니다. 아마도 아까 따라오던 상부에 보고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곳에 수많은 이들이 몰려오겠지요. 한시가 급합니다. 궁금하신 것들은 이동하고 나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덴브는 곧바로 따라 하라는 듯 종이를 펼쳐 바닥에 놓고 손바닥을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쳤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일순간 빛이 일더니 덴브를 감쌌다. 그리고 곧 덴브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왕위 계승식에서 랜서의 눈앞에서 사라지던 로스와 같은 모습이었다. 랜서는 덴브를 쳐다보다가 희미 해지기 시작한 덴브와 눈을 마주쳤다. 마법이 시작되어 덴브의 목소리가 들리진 않았지만, 그는 랜서에게 어서 자신과 같이 사용하란 말을 하는 듯 싶었다. 랜서도 종이를 펼치고 바닥에 놓은 뒤 덴브와 같은 방법으로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바닥에 손바닥을 부딪히자 빛이 랜서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한 기분이 들었다. 투명해지기 시작한 손 뒤로 마법이 발동된 종이가 불이 붙은 듯 일순간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덴브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완전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정리되지 못한 글을 먼저 올립니다.
평소 글을 먼저 써두고 정리를 두어번 고쳐쓴 뒤에 올리는 것이 보통의 방법이지만
급한 일로 인해 금일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소 미흡한 글에 죄송합니다. 후에 글을 한번 정리할 생각입니다.
크게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쪼록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루미네라스 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추격 (4) 16.05.03 151 0 18쪽
20 추격 (3) 16.04.29 163 0 16쪽
19 추격 (2) 16.04.26 177 0 23쪽
18 추격 (1) 16.04.25 125 0 17쪽
17 리베레아의 능력 +4 16.04.25 222 2 22쪽
16 덴브와 랜서 (2) +4 16.04.23 182 2 21쪽
» 덴브과 랜서 (1) +4 16.04.23 173 2 17쪽
14 북쪽으로 가는 여정 (5) +3 16.04.21 229 2 21쪽
13 북쪽으로 가는 여정 (4) +2 16.04.18 175 2 21쪽
12 북쪽으로 가는 여정 (3) +2 16.04.17 237 2 25쪽
11 북쪽으로 가는 여정 (2) +2 16.04.16 230 2 22쪽
10 북쪽으로 가는 여정 (1) +2 16.04.16 168 2 24쪽
9 왕위 계승식 (5) +4 16.04.14 201 3 19쪽
8 왕위 계승식 (4) +2 16.04.13 128 2 18쪽
7 왕위 계승식 (3) +2 16.04.13 115 2 17쪽
6 왕위 계승식 (2) +2 16.04.13 229 3 21쪽
5 왕위 계승식 (1) +2 16.04.12 217 2 11쪽
4 그림을 그리는 아이 (4) +2 16.04.11 158 2 20쪽
3 그림을 그리는 아이 (3) +2 16.04.11 284 2 32쪽
2 그림을 그리는 아이 (2) +2 16.04.10 154 2 23쪽
1 그림을 그리는 아이 (1) +9 16.04.10 300 3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