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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군 님의 서재입니다.

루미네라스 연대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도라군
작품등록일 :
2016.04.10 10:35
최근연재일 :
2016.05.03 21:37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13
추천수 :
37
글자수 :
196,239

작성
16.04.2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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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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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22쪽

리베레아의 능력

DUMMY

로스는 빠르게 론페즈 봉우리의 정상을 향해 달렸다. 꽤나 높은 산이었는데 칼라스의 신속 마법 탓인지 몸이 평소보다 더 가벼웠다. 나무의 가지들을 밟아가며 날아오르듯 오르는 방식은 그를 순식간에 론페즈 봉우리의 정상에 가깝게 할 것이었다.


'론페즈 봉우리로 오라'


마법진에 적혀있던 글귀가 말하는 곳은 오래전 발견했던 그곳이 분명했다. 발견한 뒤로 비상시를 대비하여 몇 번의 건조식과 곡식을 날라두기 위해 들렸을 뿐 실제 은신처로 이용한 적은 없었던 곳이었다. 위험을 대비할 뿐 위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로스는 순식간에 산 중턱까지 도착해있었다.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무리 마법의 힘까지 받았더라도 숨이 차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로스는 중턱에서 더욱 가파른 산을 오르기 전에 숨을 돌리려 멈춰 섰다. 숨을 돌리는 로스에게 칼라스가 말했다.


"날아가면 더 빠르지 않겠어? 내 날개도 있는데?"

"그편이 더 빠르겠지만 괜하게 튀는 행동은 삼가는 게 좋겠어."


로스도 그런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는 지금은 그런 눈에 띌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칼라스가 로스의 대답에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말했다.


"흥. 하여튼 귀찮은 놈이야. 다 쓸어버리면 될 것을. 그나저나 이상하지 않냐?"

"뭐가 말이지?"

"네 놈이 이런 상황에 빠지게 왕자가 만든 거 같지 않아?"


로스는 칼라스의 말에 적잖게 동요했다. 그런 로스의 마음을 놓치지 않고 칼라스가 비열하게 느껴지는 웃음을 섞으며 말했다.


"크크 역시 네 놈도 그리 생각했구만."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점들이 왕자님을 가리키진 않아."

"크크 용쓰고 있군. 그래 그편이 네놈에게 편하겠지. 하지만 나중에도 그런 말을 할수 있을까? 계속 이런 의문이 쌓이고 쌓여서 눈덩이가 될 거야. 인간들은 그런 존재지."


로스는 대꾸하지 않았다. 물론 로스도 그런 생각을 아주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소환수가 몸에서 튀어나오던 그 순간 필라드 왕자의 평소 무공실력이라면 충분히 반응하여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 소환수만 피했더라면 왕자 자신에게 부채를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지만 어쩐지 너무 허망하게 소환수가 왕자의 몸을 갈랐다. 로스가 의문의 공격에 의해서 무너지는 것을 의식하던 탓에 왕자가 피할 생각도 못하고 말려들어 죽었다고 보기에도 리베레아로 이동된 집에 남겨져 있던 글귀는 마치 미리 계획된 일이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봐. 모르는 거야. 왕자도 네놈을 이용하는 것일지도. 죽게 내버려 두면서 실상은 어떨지 어떻게 알아?"

"내가 죽길 내버려 둔 것이라면 마법진에 그런 글귀가 없었겠지. 아마도 왕자님께서도 내가 당해서 왕자님께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는 계산은 없었던 것 같아. 아쉽게도 그런 과정에서 나로 인해 되려 왕자님이..."


로스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렸다. 왕자가 쓰러지던 모습이 다시 생각나서 말을 잇지 못 했다. 그런 로스에게 칼라스가 느긋한 말투로 대답했다.


"호오. 역시 머리도 잘 돌아가네. 뭐 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 좋아. 좋아. 가자고 어서"


로스는 칼라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엄청난 속도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칼라스는 로스의 내면 깊숙한 곳에 누워서 연신 미소를 띄고 있었다.


"인간이란 참 재미있군. 크크"



산의 정상 근처까지 올라 로스는 방향을 동쪽으로 바꿔 벼랑 끝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에 전에는 없던 암석이 하나 있었다. 본래 동굴 입구가 있을 곳에 암석이 메워져 있고 동굴의 입구는 온데간데 없었다. 자신이 잘못 길을 든 것인가 했지만 위치를 살펴봐도 틀림없이 제대로 도착한 것이 분명했다. 로스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암석을 더듬어 보았지만 보통의 암석일 뿐 어떤 특이한 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로스를 보며 칼라스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왜? 전에는 이게 없었나 보지? 이런 마법 하나 쉽게 꿰뚫어 보지 못하다니 원."


로스는 칼라스의 말에 암석을 더듬어보다 맘추고 한발 물러섰다.


"마법?"

"그래. 마법. 그거 마법으로 옮겨 둔 거야. 마력을 읽어내는 능력을 키워야 될 것인데... 어째서 이런 마법 초짜에게 온 거지... 쯧쯧"

"그래. 알겠어. 그럼 어떻게 이걸 뚫어야 하는지 말해줘."

"말해주세요. 라고 해도 도울까 말까한데 건방지긴. 내 그래도 친절히 설명해주지. 거기 틈 보이지?"

"틈?"


로스는 암석의 한쪽에 세로로 깊게 갈라진 틈을 보았다.


"그래. 거기 손을 넣어. 그럼 안으로 갈 수 있어. 암석을 옮겨두고 마법으로 통로를 감춘 거야. 별거 아닌 초보적인 마법이지."


로스는 칼라스 말대로 손을 넣었다. 쑥하고 손이 들어갔다. 로스는 마저 안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통과한 안쪽은 예전과 같은 동굴이었다.


로스는 동굴을 지나 페트론 신전으로 향했다. 이전에는 없던 장치 탓에 경계를 하며 신전으로 다가갔다. 어떤 마법사가 이런 장치를 했을까 생각해봤지만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안쪽에 마법사가 있어. 그놈이 했을 테지 분명히."

"마법사?"


로스는 칼라스의 말을 듣고 허리춤의 칼을 빼어 들었다. 신전의 문에 다가가고 있는데 신전의 입구 근처에 어떤 한 사람이 있었다. 로스는 그에게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다가갔다.


로스가 조심스레 다가가 사정거리에 닿을만한 곳에 도착하자 순식간에 달려들어 서성이던 이를 뒤에서 제압했다. 뒤에서 목에 칼을 겨누고 말했다.


"누구냐?!"


칼을 겨두고 제압을 했음에도 칼라스가 로스에게 외쳤다.


"떨어져! 멍청아!"


로스가 칼라스의 말을 듣고 바로 뒤로 폴짝 뛰었다. 그 순간 정체모를 남자가 빛나더니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그리 크지 않은 폭발이었지만 가까운 곳에서 폭발을 받았다면 위험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마법? 분신인가?"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한심하구만."


칼라스가 말하지 않았다면 위험할뻔 했다. 론페즈 봉우리에 있는 은신처가 아무에게도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 생각한 데서 온 방심이었다. 입구에 마법으로 장치가 있었음에도 아군일 거라고 그냥 단정한 것에서 온 실수였다. 그때 로스의 등 뒤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로스님?"


로스가 뒤를 돌아보자 한 남자가 동굴의 그늘진 공간 사이에서 나오고 있었다. 갑주를 착용하지 않고 단촐한 튜닉의 차림을 한 것으로 보아 마법사였다. 로스는 이윽고 드러나는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그?"

"로스님! 아니 머리칼 색깔이 달라서 몰라뵀습니다. 침입자라 생각하고 상황을 먼저 살펴본다는 게 그만!"


바그를 2년 만에 만나는 것인데다가 그가 여기에 있다는 매우 놀랐다.


"자네가 여길 왜?"

"아하하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하고 일단 들어가시죠. 일단 무사하시니 다행이십니다."


넘어져 있는 로스에게 바그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로스는 잠시 바그를 쳐다보다가 그의 손을 잡았다. 로스가 손을 잡자 덥석 나머지 손으로 로스의 손을 덮으며 반갑다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많이 달라 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머리칼이..."

"어찌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 언제부터 함께했던 거지?"

"호위무사를 그만둔 직후 입니다. 제가 그만두면서 매우 서운해 하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실 왕자님께서 극구 부탁하신 사안이라 별수 없이 호위 무사직을 거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내심 로스님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좋지 않습니까?"


바그가 특유의 유쾌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로스는 바그가 호위 무사를 거절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그저 바그를 바라봤다.


"로스님. 저도 로스님께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곧 왕자님도 저도 그런 생각을 그만 두었지요."

"근래 내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 군. 왕자님도 지키지 못하고 무력함이 이토록 느껴진 적이 없었네."


바그가 로스의 말을 듣고 진지한 표정으로 로스에게 말했다.


"그 누구도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로스님께 모든 상황을 설명하지 않은 것이 로스님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란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로스님이 충분히 스스로 상황을 이겨낼수 있는 분이라 믿었기에 저도 왕자님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보다 명확히 상황을 지켜보고 실체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로스님이 그럴 능력 밖에 사람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로스는 바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동굴의 끝에 거의 다다를 때쯤 바그가 로스에게 말했다.


"실체가 이젠 보다 분명해졌습니다. 로스님도 왕자님도 잘 알지 못 했던 바로 그 실체 말이지요."

"역시 마법 협회인가?"


로스는 지크리트의 마지막 표정을 떠올리며 바그에게 말했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겪고 있는 일은 겨우 시작에 지나지 않습니다. 훨씬 더 큰 위험이 있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이데 시간 문제이겠지요. 제가 호위 무사를 그만두고 마법 협회에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위치에 있었기에 더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왕자님이 제게 부여한 임무였습니다."

"그렇군. 하지만 우린 너무 큰 것을 잃어버렸네."


바그가 로스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로스는 뜻밖에 바그의 웃음을 보고 적잖게 놀랐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저도 왕자님도 로스님을 직접 대상으로 삼아 그런 짓을 저지르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지요. 위험에 대비하여 첫 번째로 해야 하는 일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닐까 생각했죠."

"첫 번째 일?"

"네. 첫 번째 일. 그것은 로스님을 안전히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왕자님이 부채를 로스님께 사용한 것이 바로 그것이죠. 저희는 무조건 로스님을 먼저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첫 번째 목표였습니다."


로스의 눈 앞에 왕자가 쓰러지던 모습이 다시 되풀이 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첫번째 임무가 자신을 이동시키는 것이었다니 도통 알수 없는 일이었다.


"어째서 자신보다 나를 그리..."

"로스님 자책하지 마세요. 왕자님을 노리는 일이 있을 거라는 것을 저도 왕자님도, 심지어 로스님도 알고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왕자님은 되려 그것을 그대로 이용하려 하셨습니다."

"자신을 희생해서 말인가?"


바그가 로스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희생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저희가 앞으로의 위험에 자유롭게 대처하기 위해선 말이지요."


로스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다. 그때 바그가 신전으로 들어가자는 손짓을 보였다.


"로스님. 안에서 모두 로스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젠 앞으로 함께 갈일만 남아있습니다."

"그렇군. 알겠네."

"로스님. 저는 다시 바깥을 살펴보고 있겠습니다. 왕성에서 큰 난리가 났을 테니 혹시 모를 일에 대비를 하고 있어야지요."


바그는 로스에게 가운데 방에 모두가 있다 하고 다시 동굴을 통해 바깥쪽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과거 호위 무사로서 함께 임무를 수행하던 때가 떠올렸다. 계속 로스는 바그를 아쉽게 생각해왔는데, 실상 이렇게 함께 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고 나니 적잖게 미안해졌다.


"뭐 딱히 의심되는 건 없나 보네."


칼리스가 로스에게 말했다. 로스는 가만히 바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잠자코 지켜봤다.


"이곳에 있는 자라면 왕자님이 신임하는 사람이란 뜻이지. 그리고 나 또한 바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과연 그럴까? 밴은? 크크크"


칼라스가 잔인하게 웃었다. 로스는 칼라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신전의 정문을 열고 입구로 들어갔다. 예전과 같은 모습의 신전이었다. 되려 너무 조용하고 변한 것이 없는 것이 더욱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로스는 신전에 중앙에 위치한 드워프의 동상을 돌아 가운데 방으로 향했다. 모두를 만나면 왕자님을 지키지 못한 회한이 밀려와서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쉽게 문을 열지 못하고 한동안 문앞에 서있다가 크게 숨을 한번 몰아 쉬고 방문을 열었다.


넓은 공간의 방에 회의용 탁자가 있었다. 문이 열리자 안에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문쪽을 바라봤다. 테이블에는 네명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로스의 모습에 적잖게 놀랬다. 머리칼의 색은 핏빛처럼 물들었지만 그를 한눈에 알아보는 듯했다.


"로스님!!"


랜서가 소리쳤다. 로스도 랜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여길 자네가 어떻게..."

"아... 무사하셨군요. 저희도 이곳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랜서님은 제가 모시고 왔습니다."


덴브가 탁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탁자의 가장 안쪽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자네는 반드시 오리라 믿었네. 고맙네. 살아줘서. "


로스는 음성이 들리는 곳을 바라봤다. 가장 안쪽이라 잘 보이지 않건 그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로스는 그를 알아보고 힘이 풀린 듯 풀썩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떨구고 단 한마디 떨리는 음성을 내뱉었다.


"왕자님!"


탁자의 가장 안쪽에 필라드 왕자가 리베레아와 함께 있었다. 여느 때처럼 온화한 미소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로스도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럼 두사람을 보며 리베레아도 환하게 웃으며 울었다. 덴브외 랜서도 코 끝이 찡해졌다.


필라드 왕자가 의자에서 일어나 로스에게 다가와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따뜻한 손길이 옷을 뚫고 느껴지는 듯했다.


"미안하다. 내 너를 잃는 줄 알고 얼마나 슬펐는지 모른다. 미안하다."


왕자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로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둘을 바라보는 이들도 연신 코를 훌쩍 거렸다.



한참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들은 겨우 진정하고 자리에 앉았다. 말없는 분위기 속에서 필라드 왕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왕위 계승식에서 일이 생길 거라는 것은 바그를 통해 알수 있었네. 바그는 오랫동안 마법 협회에서 조용하게 그들을 조사하며 나를 돕고 있었네. 그의 안전을 위해 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알지 못했지. 하지만 그들이 노리는 정확한 방법은 알 수 없었지. 실제로 나는 아직도 어째서 자네가 그런 술책에 빠진 것인지 모르겠네."


로스는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밴을 떠올렸다.


"밴이 저의 연미복에 손을 댔습니다."


로스의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덴브는 탄식을 쏟아냈다.


"그렇군. 밴이 연루되어 있었다니... 깊게 들어가면 갈수록 더 사건이 복잡해지는군."

"왕자님.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어찌 왕자님께서 옥체를 보전하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로스의 물음에 왕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럴테지. 내 자네에게 미안함이 커서 쉽게 말하지 못하겠네만 소상히 말해주겠네. 그 자리에 있던 것은 내가 아니었네. 난 이미 그때 이곳에 있었지."

"하지만 저는 똑똑히 왕자님 곁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로스는 말을 하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나비가 날아다니던 그날의 기묘한 경험이 떠오른 것이었다. 로스는 리베레아를 쳐다봤다. 리베레아는 아직도 벌개진 눈으로 로스와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필라드 왕자가 로스에게 말했다.


"그래. 이 아이의 힘이지."

"그것이 가능하다니..."

"난 이 아이의 능력을 빌려서 목숨을 부지했네. 정확하게 계승식에서 죽어버린 것은 리베레아가 그린 초상화를 통해 만들어진 날세. 하지만 작년부터 준비한 그림이라 완벽하게 나와 같지 않아 재단사와 실랑이를 하기도 했지. 들통나는 것은 아닌지 어찌나 놀랬는지..."


왕위 계승식에서 왕자의 옷 매무새를 다시 잡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제단사가 떠올랐다.


"이 아이의 능력은 그린 것을 현실로 불러내는 능력이 있다네. 처음엔 간단한 것들이 가능했는데 점점 실력이 늘더니 생명을 모방하기 시작하더군. 그때부터 나는 리베레아에게 사람을 모방하는 것을 연습시켰네. 바로 나의 그림이지."


리베레아가 로스와 함께 왕성으로 올 때 가져왔던 초상화를 떠올렸다. 물론 초상화를 보진 못했지만 대략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 알수 있었다.


"하지만 그림을 마냥 그린다고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아닌데다가, 정말 나인 것처럼 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통해 모방된 것이 움직이도록 집중해야 했네. 그런데 평소 왕가의 풍속을 모르는 리베레아는 그것이 불가능했지. 직접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 내 스스로 그것을 해야 했네. 모두를 속이기 위해서 말이지."


왕자의 말을 들으며 로스만큼 칼라스도 놀라고 있었따. 특히 칼라스는 연신 감탄하며 왕자의 지혜와 리베레아의 능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리베레아를 다시 왕성에서 내볼때 이미 모방된 나를 두고 내가 직접 바그와 함께 이곳으로 왔네. 그때부터 이미 나는 왕성에 없었던 것이지."

"그러셨군요."


로스는 리베레아가 다시 왕성을 떠날때 품었던 의문이 생각났다. 몰래 데려온 것과 달리 동행인을 붙여 보낸다는 것에 이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마도 왕성을 벗어나서 바그의 이동 마법으로 이곳에 왔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 쭉 모방된 나를 움직여왔네. 신기하게도 그림을 붙들고 집중하면 모방된 나를 통해 모든 상황들을 볼 수 있었다네. 정말 대단한 능력이지 않는가? 죽는 순간엔 실제가 아님에도 내 자신이 충격을 받을 정도였네. 물론 그 때문에 그림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지. 아마도 그들은 아직까지 그것이 내 육체라 생각하겠지."


랜서가 의문을 품었던 왕자의 마지막 순간은 실제 둘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일어난 현상을 이상하게 느꼈던 것이었다. 랜서도 왕자에게 설명을 들으며 적잖게 놀랬었다. 바그 또한 리베레아의 능력은 여태껏 본 적이 없는 것이라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마법도 아닌데 마법보다 우수하고 특별한 능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대화들을 나눌때 그랬던 것처럼 필라드 왕자의 곁에서 리베레아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로스를 바라봤다. 로스도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며 리베레아를 쳐다봤다.


"그 때문에 난 그곳에서 반드시 죽어야 했네. 그림을 통해 움직이는 것도 점점 버거웠고, 무엇보다 죽음으로써 모두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했네. 그런 방법을 위해선 마법사의 분신 같은 능력으론 택도 없었지. 오직 리베레아의 능력이기에 가능한 방법이었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네가 위험에 빠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네."


상상도 하기 힘든 놀라운 방법이었다. 로스는 오래전부터 리베레아를 왕성의 모두에게 감추며 준비했을 필라드 왕자의 혜안을 생각하며 다시금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깨달았다.


"안타깝게도 리베레아가 나를 그리기 위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네와 덴브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같은 방법을 취할 순 없었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더 안전하고 쉬운 방법이었을지 모르지. 나는 그곳에서 죽는 것이 목적이지만 나에겐 자네들이 절실히 필요했으니까."

"바그가 말한 첫 번째 일이 저를 옮기는 것이었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 알겠습니다."

"그래. 이젠 자네의 이야기를 들어보게나. 어찌 그런 모습이 되었는가?"


로스는 왕위 계승식의 날부터 일어난 일을 소상히 말했다. 왕위 계승식에서 일어난 일들과 자신에게 소환된 칼라스의 존재, 그리고 그가 어떻게 자신에게 소환되었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또 칼라스 덕분에 자신이 살아있으며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이유도 설명했다. 모두 로스의 말을 들으며 칼라스의 존재를 알게 되고 깜짝 놀랬다. 로스가 지크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덴브도 자신이 취조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각자의 이야기가 모여서 이틀의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이 모든 일들이 불과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수많은 사건이 너무도 긴박하게 일어났다. 모두의 이야기가 끝나자 가장 외부의 사람이었고, 사건과 가장 멀었던 랜서도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모두의 그간 일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왕자가 말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네. 난 죽은 사람에 지나지 않고, 로스 자네는 역적이 되었네. 그리고 덴브는 의문스럽게 사라진 존재로 마법 협회가 가장 먼저 찾고 있는 인물일지 모르고, 랜서는 공교롭게 사건에 휘말려 탈영병이 되었네. 또 덴브의 말에 의하면 그들은 리베레아도 첮고 았을 것이네. 아마 바그만이 그나마 자유롭겠지. 그는 좀처럼 자신의 집에서 나오지 않는 인물로 각인되어 있을 테니..."


왕자의 말에 자신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모두 격양된 표정으로 곰곰이 자신들의 현재를 생각하는 듯했다. 왕자는 그런 모든 이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부터 우리가 할일을 함께 의논해야 하네. 거대한 위험의 실체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서 말이지."


왕자의 말에 모두 의연하고 진중한 표정으로 각자를 바라봤다. 숱한 사건에도 모두의 표정은 다부지고 진중해 보이는 표정들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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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레아의 능력 +4 16.04.25 222 2 22쪽
16 덴브와 랜서 (2) +4 16.04.23 182 2 21쪽
15 덴브과 랜서 (1) +4 16.04.23 172 2 17쪽
14 북쪽으로 가는 여정 (5) +3 16.04.21 229 2 21쪽
13 북쪽으로 가는 여정 (4) +2 16.04.18 175 2 21쪽
12 북쪽으로 가는 여정 (3) +2 16.04.17 236 2 25쪽
11 북쪽으로 가는 여정 (2) +2 16.04.16 230 2 22쪽
10 북쪽으로 가는 여정 (1) +2 16.04.16 168 2 24쪽
9 왕위 계승식 (5) +4 16.04.14 201 3 19쪽
8 왕위 계승식 (4) +2 16.04.13 128 2 18쪽
7 왕위 계승식 (3) +2 16.04.13 115 2 17쪽
6 왕위 계승식 (2) +2 16.04.13 228 3 21쪽
5 왕위 계승식 (1) +2 16.04.12 217 2 11쪽
4 그림을 그리는 아이 (4) +2 16.04.11 158 2 20쪽
3 그림을 그리는 아이 (3) +2 16.04.11 283 2 32쪽
2 그림을 그리는 아이 (2) +2 16.04.10 154 2 23쪽
1 그림을 그리는 아이 (1) +9 16.04.10 300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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