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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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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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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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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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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언제나, 널 보면 내 맘엔 파도가 쳐-”


도윤 시원한 음색으로 시작된 노래, ‘Blue Ocean’. 미디엄 템포의 R&B인 동시에 댄스 팝이기도 한 그 노래는 도윤의 목소리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특유의 청량감 가득한 목소리가 마치 해안가에 파스스- 부딪치는 하얀 포말 소리처럼 노래에 녹아든다. 원곡의 R&B 감성 짙은 보컬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Blue Ocean’의 숨겨져 있던 면모가 드러나는 듯한 느낌. 도윤의 전신을 감도는 저릿한 감각도 기쁜 듯이 날뛰었다.


그렇게,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끌어올린 도윤이 다음 소절을 이어가려는 때.


“부서진 내 삶의···”

“······.”


도윤의 첫마디가 끝난 직후 이어져야 할 차연우의 연주가 들리지 않았다. 감았던 두 눈을 뜨니, 차연우는 멍하니 도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윤이 노래를 멈췄음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그녀. 도윤은 잠시 차연우를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 연우 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 어? 아, 아니. 없어. 방금 그 느낌 정말 좋았으니까, 그대로 다시 가보자.”


차연우는 손을 가볍게 털고는 키보드 위에 올렸다. 하얀 건반 위에 올려진 그녀의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언제나, 널 보면 내 맘엔 파도가 쳐-”


이내 다시 감정을 잡은 도윤의 노래가 시작되었고. 차연우의 연주 역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시작되었다.


두 눈을 감고,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노래를 이어가는 도윤과 그런 도윤의 목소리를 따라 홀린 듯 손가락을 움직이는 차연우.


작은 트레이닝실 안으로는 한 여름밤의 파도가 쳤다.


“-난 끝내 깊은 바다에 잠겨, 너를 그리다.”


잠시 후, 노래가 끝난 뒤.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정적에 잠겼다. 도윤은 마구잡이로 날뛰는 감각을 갈무리했고. 차연우는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채 4분을 넘기지 못하는 짧은 시간이었건만. 차연우의 몸은 모든 기력이 다 빠져나간 듯이 축- 늘어졌다.


그러나, 그녀가 느끼는 것은 탈력감이 아니었다.


‘내 예상보다 몇 배는 더 잘 맞아···.’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짜릿한 감각. 차연우 그 감각을 버텨내며 연주를 이어가기 위해 혼신을 다해야만 했고. 그 끝에 찾아온 것은 진한 충족감이었다.


‘···그리고, 아직 더 나아질 방법도 존재해.’


아직 도윤은 원곡의 00년도 R&B 감성은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살리지 않았다. 애초에 도윤은 R&B 느낌을 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무대가 나올 수는 있겠지.’


도윤 특유의 시원하고 청량한 음색과 ‘Blue Ocean’의 조화. 이미 그것만으로도 <빗더돌>에서 선보일만한 충분한 퀄리티가 완성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도윤의 음색에 R&B라는 향이 첨가된다면?


“······.”


간신히 가라앉혔던 소름이 다시 돋아나는 느낌이었다. 기분 좋은 짜릿함에 차연우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저, 연우 쌤.”


그때, 연우를 부르는 도윤의 목소리. 생각을 정리한 연우가 채 지우지 못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들었다.


“일단은 제가 지금까지 부르던 방법으로 불러보긴 했는데, 어떠셨어요?”

“정말 좋았어. 특히, 도윤이 네 음색이랑 노래가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차연우는 양 엄지를 모두 치켜세웠다. 본래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란 것은 충분한 칭찬 이후에 이뤄져야 하는 법. 그녀는 그 뒤로도 세세하게 좋았던 점을 쉼 없이 늘어놓았고, 그 모두에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하하, 감사해요. 연우 쌤.”


그런 차연우의 칭찬을 듣는 도윤은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느꼈다.


‘역시 이렇게 부르는 게 나한테는 잘 맞는 건가?’


도윤은 R&B 감성에 익숙하지 않았다. JYM에서 연습생 생활을 할 때부터 그가 줄곧 연습해왔던 것은 춤을 추며 노래를 하는 법이었다.


유려한 기교를 섞기보다는, 격렬한 안무 중에도 흔들림 없이 보컬을 유지하는 것. 노력하는 재능만을 지녔던 과거의 도윤은 그 한 가지 목표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만 했었다.


게다가 새 재능을 얻은 이후로 곧장 <빗더돌>에 출연했던 그는, 지금껏 다른 시도를 해볼 기회도 없었었다.


‘한 번쯤 새로운 창법을 시도해봐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아쉬운 마음이 고개를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새로이 얻은 재능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만 활용하기엔 너무나도 엄청난 것이었으니까.


도윤의 얼굴에 그려졌던 쑥스러운 듯한 미소가 지워져 갔다. 차연우의 칭찬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그의 아쉬움이 짙어졌다.


그리고, 짙어진 아쉬움은 결국 도윤의 입을 움직이게 했다.


“연우 쌤.”


도윤의 부름에 차연우는 의문을 그렸다. 무언가를 굳게 결심한 듯한 단단한 도윤의 목소리. 그건 지금의 상황에선 조금 뜬금없게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왜 그러니, 도윤아?”

“선생님이 저를 좋게 봐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지만, 저는 이번 노래를 통해 조금 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시도?”


‘새로운 시도’라는 단어에 차연우가 그렸던 의문이 서서히 변해간다.


‘설마.’


설마, 도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떠올린 것일까? 곧바로 지금 이 노래의 개선 방안을 찾아낸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다시, 차연우의 손가락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그 새로운 시도라는 게 뭔데?”

“제 목소리와 어울릴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이 ‘Blue Ocean’을 원곡처럼 R&B 느낌을 살려서 불러보고 싶어요.”

“······.”


양 볼을 찌르르 울리는 소름에 차연우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행복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매번 <빗더돌> 무대를 보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도윤이 새롭게 개화한 재능은 평범함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것이 분명했다. 지난 며칠간 기초적인 보컬 연습을 하면서 보여줬던 모습은 물론이고. 이제는 스스로 정확하게 자신의 개선점을 찾아내기까지 한다.


“하하-.”


저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을 흘린다. 과연 도윤에게 자신이 필요하기는 한 것일까? 자신이 없었더라도 도윤은 ‘Blue Ocean’이라는 곡을 찾아내고, 지금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연우 쌤?”


그런 그녀의 정신을 차리게 한 것은 풀이 죽은 도윤의 목소리였다.


“연우 쌤이 생각하기에 정말 아닌 것 같으면···, 그냥 이대로 갈게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쉬움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도윤의 얼굴. 처량하게 빛나는 큼지막한 눈동자는 비 맞은 강아지의 것을 똑 닮아있었다.


차연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냐. 나도 너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예?”

“‘Blue Ocean’에 담긴 R&B 느낌. 남은 기간 동안 같이 잘 살려보자고, 도윤아.”

“저, 정말요?”

“진짜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조금 더 ㅃ···.”


문득 스치는 불길한 기억들. 차연우는 급히 말을 가다듬었다.


“조금 더··· 뭐라고요, 연우 쌤?”

“···빨리빨리 하자고, 응. 시간이 없으니까, 서둘러야지.”


도윤의 얼굴에 행복이 번졌다.


“네! 좋아요! 빨리빨리!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차연우는 잠시 눈을 감고 이마를 짚은 뒤,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



지난주 방영되었던 <빗더돌> 6화에서는 2차 경연의 최종 순위와 함께 그 베네핏이 공개되었었고, 3차 경연의 세 무대가 담겨 있었다.


- 아니, 3차 경연에서 출연자 그룹마다 인원이 다른 게 2차 경연 베네핏 때문이었다고?

ㄴ 진짜, 독하다 독해, 큐넷!

ㄴ 그런데 이게 묘하게 적정선 잘 지킨 베네핏인 것 같기도 함.

ㄴ ㄹㅇ 어차피 무대 준비 기간이 짧아서, 사람 많다고 꼭 무대 퀄이 좋아지는 건 아님.

ㄴ 6화에서 나온 무대만 봐도 솔직히 사람 많다고 더 잘했다는 느낌은 아니었음.


아이돌 커뮤니티를 달구었던 논란은 6화가 방영되며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고.


- 근데 퀄리티를 떠나서 비트원 완전체 무대 기대되는 거 나 혼자임?

ㄴ 나도 기대됨. 솔직히 비트원 떡밥 너무 없어!

ㄴ 도윤이 찾아보다 비트원도 스며들었는데, 여긴 진짜 도윤이보다 더한 가뭄임.

ㄴ 진짜 음방 말고는 거의 전멸한 수준. 나도 겨우 찾았어 (링크)

ㄴ 와, 가뭄 중에 나눔을 하네;; 인성 ㅇㅈ.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아직 방영되지 않은 3차 경연 무대에 관한 관심이었다. 특히, 비트원을 향해 쏟아지는 관심은 어마어마했다.


1차 경연의 2위,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 2위, 그리고 2차 경연의 1위까지. <빗더돌> 초반의 날 선 조작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증명하는 데 성공한 도윤. 과연 그와 같은 그룹을 이룬 멤버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빗더돌>에 출연하며 그나마 떡밥의 대기근을 벗어난 도윤과는 달리. 다른 멤버들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상태였기에 그 관심과 궁금증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 가끔 올라오는 비트원 인증글 보면 일단 도윤이랑 사이는 좋아 보이던데.

ㄴ 진짜 친한 게 눈에 보이긴 하더라.

ㄴ 중소에서 2년 무명하고도 안 틀어졌으면 ㄹㅇ 찐 우정이지 저건.

ㄴ 근데 인증 올린 사람들 나만 부러움?

ㄴ 22 사실 나도 개 부러워. 왜 나만 덕계못이야 항상?


가물에 콩 나듯 올라오는 성덕 인증 글만이 멤버들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할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덧 다가온 <빗더돌> 7화의 본방일. 지난주 방영되지 못했던 3차 경연의 세 무대가 담긴 그 방송은, 아이돌 커뮤니티에 새로운 파란을 만들어냈다.


- 비트원 실화냐?

ㄴ 22

ㄴ 333

ㄴ 4444


많은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레전드 아이돌 그룹 커넥츠의 ‘박수 쳐’를 커버한 비트원의 무대는 또 다른 전설로 기록되고야 말았다.


- 솔직히, 그 전에 태오 그룹이 커넥츠 노래 너무 잘 커버해서 묻히겠다 싶었는데···

ㄴ 사실 주인공은 나중에 등장하는 거였음 ㅋㅋ

ㄴ 태오에게 미안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ㄹㅇ


완벽하게 배분된 파트.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적절하게 드러난 개성. 그러면서도 완벽하게 이뤄진 퍼포먼스의 조화. 비트원의 무대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것이었다.


특히, 멤버들에게 파트를 나누어 줬음에도 오히려 더욱 빛났던 도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이미지를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도윤은 비트원과 함께해야 한다.


스멀거리며 비트원을 좀먹으려던 ‘원 맨 캐리’ 논란을 단번에 지워버리는 이미지였다.


- 그럼 이제 8화 생방에서 3차 경연 순위하고 <빗더돌> 최종 순위 나오면 끝인 거지?

ㄴ ㅇㅇ 8화가 막방이니까.

ㄴ 아···, 근데 뭔가 아쉽다. 진짜 <빗더돌> 개꿀잼이었는데 ㅋㅋ

ㄴ ㅇㄱㄹㅇ 근데 어쩔 수 없지 뭐. 누가 최종 우승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ㅋㅋ

ㄴ ㅋㅋ 누가 할 건지 알 것 같지 않음?

ㄴ 사실 그럼 ㅋㅋ.


이제 <빗더돌>에 남은 것은 마지막 순위 발표식뿐. 7화가 끝난 후 <빗더돌>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생방 방청 공지와 3차 경연 온라인 투표 안내 공지는 순식간에 여러 커뮤니티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케이블 예능의 새 역사를 쓴 <비트 더 아이돌> 시즌 2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비트원의 새로운 시작과 함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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