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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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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9 08:17
최근연재일 :
2021.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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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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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7,834

작성
21.05.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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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BeatONE is Back!! (3)

DUMMY

바삐 돌아가는 방송사의 하루, 그 틈새에 유일하게 나른함이 배인 시간. 든든히 차오른 배 위에 손을 올리고 잠깐 눈을 붙인 유한열에게 익숙한 알람이 들려왔다.


깨톡-


한쪽 눈꺼풀만 간신히 들어 알람을 확인하는 유한열. 노란색 메신저에 떠오른 것은 익숙한 발신자였다. 그는 푹신한 의자에 깊이 기대고 있던 몸을 다급히 일으켰다. 빠른 속도로 그의 두 눈에 총기가 돌아오기 시작한다.


“······.”


메시지는 지난 며칠간 유한열이 그렇게나 원하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첨부된 영상을 내려받았다.


길어야 1분이 넘지 않는 시간. 그 긴 기다림 끝에 유한열의 모니터에 하나의 영상이 떠올랐다.


짝짝짝-


활기찬 박수 소리에 이어지는 펑키한 일렉기타 연주. 그리고, 그에 맞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각 잡힌 안무를 선보이는 5명의 아이돌.


그들의 모습을 본 순간, 유한열은 자연스레 자신의 입꼬리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뭘 또 그렇게 보고 계세요?”


나유나는 그런 유한열의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아무리 바쁜 시기에도 낮잠 15분의 원칙을 고수하던 유한열. 그가 오늘은 무슨 일인지 채 10분이 되기도 전에 몸을 일으킨 것이다.


“······.”


돌아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그의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꽂혀 있었고. 그가 태블릿 PC로 보는 영상은···.


탁-!


나유나가 재빠르게 팔을 뻗어 유한열의 태블릿 PC를 낚아챘다. 한창 비트원의 영상에 몰입하고 있던 유한열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나, 나 작가!?”

“잠시만요, 유 피디님.”


턱 끝까지 늘어진 짙은 눈 그늘과 그 위에서 반짝이는 두 개의 눈동자. 결국 유한열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유나를 대신 앉혔고. 한쪽 이어폰을 빼 그녀의 귀에 꽂았다.


나유나는 살짝 고개를 꾸벅이곤 영상을 처음부터 재생시켰다. 4분을 넘지 못하는 그 영상은, 두 사람에겐 너무나도 짧게만 느껴졌다.


영상이 끝나자마자 다시 처음부터 재생한다.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또 영상이 끝나자마자 다시 처음부터 재생한다. 한 마디 대화조차 없다. 그렇게, 한 번 더, 한 번 더.


잠시 후. 일곱 번째 재생이 끝나고 나서야, 유한열과 나유나는 태블릿 PC 속 영상에서 시선을 거두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떤 것 같아?”


작게 중얼거리는 듯한 유한열의 목소리엔 흥분이 한가득 섞여 있었다. 나유나는 그 짧은 질문 하나에 떠오른 수많은 말을 한 단어에 우겨 담아 말했다.


“···좋아요.”

“그게 끝이야?”

“···뭐라 말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방송 작가인 그녀로서는 퍽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 말고는 자신의 감정을 대체할만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좋다. 그냥 좋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도윤이 혼자서 무대를 채울 때도, 태오와 함께 듀엣을 할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 비트원의 멤버들과 함께 무대를 채우는 도윤의 모습. 그건 그냥···, 좋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그때 그 ‘느낌’이란 건, 단순한 아집이 아니었던 것 같군.’


유한열 역시 나유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트원의 리얼리티가 아니라면 절대 리얼리티를 찍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던 도윤. 그는 분명 자신이 비트원과 함께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었다.


‘혼자일 때와는 이렇게나 다른 모습 보여주었으니 말이야.’


그리고, 그 느낌이 도윤의 재능에 근거한다는 사실이 지금 이 영상을 통해 분명해졌다.


본래 6인 조 그룹인 커넥츠의 안무를 5명에 맞춰 수정하며 추가한 구성 안무들. 복잡하게 변화하는 동선에도 비트원의 멤버들은 단 한 번의 머뭇거림을 보이지 않았다.


‘도윤이의 모자란 부분을 나머지 멤버들이 채워준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겠지.’


애초에 도윤의 퍼포먼스에는 모자란 부분이 없었다. 다만, 비트원 멤버들과 함께하며 그가 지닌 장점들이 한층 더 빛나기 시작했다.


1, 2차 경연으로 보여주었던 무대 장악력과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에서 드러났던 케미. 그 모든 것이 이번 3차 경연 퍼포먼스에 담겨 있었다.


‘···이거 정말, 비트원의 리얼리티를 찍게 될 수도 있겠는걸?’


한철동 국장조차 이 3차 경연 퍼포먼스를 보고서 딴지를 걸진 못하리라. 그의 감각이 무뎌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생각을 갈무리한 유한열의 만면엔 흡족한 미소가 가득했다.


“좋아. 리허설 준비부터 확실히 하자고. 시청자 평가단도 올 테니 작은 실수도 있으면 안 돼.”

“하하, 저희 할 일이나 잘하면 된다 이거죠?”

“그래. 우리가 하는 일은 변하지 않으니까.”


나유나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그렇게 비트원의 영상을 돌려보는 동안, 어느새 큐넷의 점심시간을 끝나있었다. 다시 고된 일과를 향해 돌아가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 마음은 전혀 무겁지 않았다.


나유나가 떠난 자신의 자리에 앉은 유한열. 이내 그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다는 목소리로 다시 나유나를 불렀다.


“아, 참. 나 작가.”

“네. 피디님.”

“그, 3차 경연 당일에, 리아 지인으로 여운이 오고 싶다고 했으니까. 따로 자리 좀 만들어 줘. 시청자 평가단하고는 좀 거리를 둬서.”

“···에이블랙의 여운이요?”

“응. 아마 도윤이랑 JYM 에서 같이 연습생 생활을 했던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아···! 그러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알겠어요. 미리 준비해 둘게요.”

“고마워. 나 작가.”


어느새 남은 것은 철저한 리허설과 촬영뿐. 아이돌계의 역대급 돌풍을 일으킨 <빗더돌> 시즌 2의 마지막 무대는 이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



“와···, 저 사람들이 다 기자라고?”


준수가 선팅된 창문 너머에 모여있는 기자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가람과 재범은 별말을 하진 않았지만, 창문에 착- 달라붙어 있기는 준수와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시선엔 기대감과 걱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데뷔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관심이었다. 그렇게나 바라왔던 일인만큼, 부담감이 커지는 것 역시 당연한 일.


그런 멤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도윤은 자신이 <빗더돌> 첫 출근을 했을 때가 떠올랐다. 자신 역시 지금의 멤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제 익숙해져야지.”


그때, 가만히 정면만 응시하고 있던 지원이 말했다. 도윤을 비롯한 멤버들의 시선이 모이자, 지원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이 시작이니까.”


조금 멍한 표정을 짓는 멤버들과 흐뭇한 미소를 짓는 도윤. 도윤은 지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멤버들을 돌아보았다.


“지원이 말이 맞아. 오늘이 마지막은 아니니까 너무 부담가질 필요 없어. 우리는 연습한 그대로만 보여주고 오면 되는 거야. 알겠지?”


이내 멤버들에게서도 긴장한 기색이 조금씩 가시기 시작했다.


“흐음-, 분명히 똑같은 말인데, 왜 도윤 형이 말할 때랑 지원이가 말할 때랑 이렇게 차이가 나지···?”

“그러니까. 지원이 말은 약간 ‘뭐지?’ 싶었는데, 도윤 형이 이야기하니까 바로 확- 마음이 편해지네.”

“···그거야 형들이 나를-”

“그게 바로 리더의 무게감이지. 응.”

“······.”


지원은 억울하단 표정으로 도윤을 바라봤지만.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지원을 다독이는 것뿐이었다.


“자, 그럼 준비 다 됐으면 내릴까?”


잠시 후. 멤버들의 대화를 흐뭇하게 듣고 있던 하준이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먼저 내릴 테니, 천천히 나와.”


조수석에 앉아 있던 우석이 너른 가슴을 팡팡 내리치며 자신만만하게 말하고는 문을 열고 내렸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 주변에 모여있던 기자들이 정확히 세 걸음씩 물러났다.


“크흠, 흠.”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안전거리를 확보한 우석이 이내 차의 문을 열었다. 준수를 시작으로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비트원 멤버들.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맹렬하게 손가락을 움직였고. 카메라는 푸르스름한 새벽을 밝히기 시작했다.


“둘, 셋-.”

“““안녕하세요, 비트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내린 도윤의 구호에 맞춰, 완전체가 된 비트원이 꾸벅- 인사를 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그 짧은 순간에도 소리는 겹겹이 쌓여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도윤은 그 소리의 파도 한가운데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가자.”


잠시 그런 도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멤버들. 그들도 이내 도윤의 뒤를 따라 당당히 걷기 시작했다.


오래도록 기록될 비트원의 첫걸음이었다.



**



“아, 도윤 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한열 피디님···?”


기자 무리를 뚫고 도착한 세트장에선 유한열이 도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유나는 그 뒤에서 도윤을 향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물론, 다른 비트원 멤버분들도 기다리고 있었고요.”

“···어, 아! 감사합니다. 피디님!”


유한열의 친근한 인사에 멤버들이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비트원을 바라보는 유한열의 표정은 흐뭇함 그 자체. 이어지는 그의 목소리도 나긋나긋하기 그지없었다.


“크흠, 도윤 군. 우리가 했던 약속 잊지 않았겠죠?”


약속. 당연히 도윤은 유한열과 나누었던 그 약속을 잊지 않았다. 갑작스런 환대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도윤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답했다. 그 목소리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물론이죠, 피디님. 오늘 저희 무대 기대하셔도 좋아요!”

“하하하. 저는 이미 연습 영상으로 보긴 했지만, 얼른 무대로 직접 보고 싶어지네요.”


그러나, 도윤과 유한열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변 사람들의 얼굴엔 의문이 떠올랐다. 약속이라니? 두 사람 사이에 있을 약속이란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나유나는 눈을 흘겨 유한열을 노려보았고, 비트원의 멤버들은 저들끼리 숙덕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 오직 우석만이 그 ‘약속’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조금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 도윤아. 피디님께 인사드렸으면 얼른 대기실로 돌아가서 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 피디님도 리허설 준비로 한창 바쁘실 것 같기도 하고···.”

“아, 죄송합니다, 피디님. 제가 너무 들뜬 바람에···.”

“하하하. 아닙니다, 도윤 군. 그럼 조금 있다 리허설 때 보도록 하죠.”


그렇게 간단한 인사를 끝내고 대기실로 향하는 도윤을 비롯한 비트원 멤버들과 우석. 우석은 앞장서 걸어가는 도윤에게 바짝 따라붙은 뒤 속삭였다.


“도윤아. 아직 애들 앞에선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괜히 기대했다가 불발되면, 애들 상심이 클 수도 있잖아.”


도윤은 조금 동그란 눈이 되어 우석을 바라보다 가벼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응?”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최종 우승 가능성을 아주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점쳤던 도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정말 여유로운 태도로 말하고 있었다.


<빗더돌> 시즌 2. 그 최종 우승은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우석의 얼굴에 의문이 그려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도윤은 그런 우석을 향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저 혼자면 몰라도, 비트원이 질 거란 생각은 안 들어요. 설마, 우석 형이 저희를 의심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거짓은 아니었다. 지금 도윤의 머릿속에는 너무나도 선명한 한 장면이 그려지고 있었다. 오늘은 분명, 비트원에게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다,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 너희를 의심해.”


당황한 목소리로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우석. 도윤은 그런 우석을 뒤로하고 멤버들을 향해 돌아섰다.


“오늘 잘할 자신 있지? 난, 너희들만 믿는다?”


돌아오는 대답은 들어 볼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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