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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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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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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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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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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BeatONE is Back!! (1)

DUMMY

이튿날 오전. 유한열은 큐넷 국장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오늘의 차는 보리차. 그리고 컵 홀더의 색은 붉은색. 그가 차를 한 모금 홀짝이자,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네.”


큐넷의 국장, 한철동의 목소리였다. 그는 소파에 등을 깊숙이 기대고, 다리를 꼬았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꿀꺽-


고요한 국장실 안으로 유한열이 차를 삼키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유쾌한 반응은 아니군.’


엄청난 커리어를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온 한철동 국장. 그는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지닌 인물이었고. 실제로, 일선에서 물러난 지금도 그의 날카로운 감각은 여전하다는 평이 사내에 자자했다.


‘역시 3차 경연까지 모두 끝난 뒤에 이야기하는 게 맞았나?’


그런 한철동에게, 유한열은 조금 전 하나의 소식을 전했었다.


‘···아냐, 그랬다면 오히려 일을 크게 만들기만 했겠지. 지금 이야기 하는 게 맞다.’


그 소식은 바로 도윤이 개인 리얼리티 촬영을 거절했다는 것. 평소처럼 반갑게 유한열에게 차를 건네던 한철동이 지금의 상태에 이르는 데는 단 5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유 피디. 자네 생각은 어떤데. 정말 그게 맞다고 생각해?”


찻잔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김이 사그라들 즈음. 한철동이 유한열을 향해 물었다. 유한열은 남은 보리차를 단숨에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윤이에게 관심이 쏠리면서 자연히 비트원 멤버들에 관한 관심 역시 어느 정도는 생겨나는 상황이니까요.”


한철동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거참, 유 피디, 알만한 사람이 왜 그래. 지금 우리가 제작비를 받아 가면서 찍는 것도 아니잖아. ‘어느 정도’라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고.”


반박할 구석이 없는 정론. 본래 아이돌 리얼리티는 아이돌 소속사의 제작비 협찬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도윤의 경우처럼 방송사 측에서 먼저 촬영을 제안하고, 제작비까지 부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때문에, 리얼리티의 성공은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어야만 했다. ‘어느 정도’란 말에 한두 푼도 아닌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일단 3차 경연까지는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유한열은 며칠 전 도윤과 이야기를 나눴던 때를 떠올렸다.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반짝이던 도윤의 확신에 찬 두 눈빛. 유한열은 그 빛이 도윤의 재능에서 발한 것이리라 믿기로 했다.


꿋꿋한 유한열의 답변에, 한동철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래. 일단은 기다려 보도록 하지. 자네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걸어두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이렇게 미리 와서 내게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어림도 없었을 이야기였어.”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유 피디 말대로 3차 경연에선 정말 최고의 무대를 보여줘야 할 거야. 그냥 어중간한 1등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거, 유 피디도 알지?”

“네. 물론입니다, 국장님. 저도 제 커리어가 달린 일이니, 대강 봐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래···. 정말 유 피디가 아니었으면, 3차 경연이고 뭐고 바로 리얼리티는 캔슬했었을 거라고. 응? 내가 그만큼 유 피디를 믿고 있다는 것도 좀, 이참에 잘 알아두고. 응?”

“하하하. 물론이죠, 국장님.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번 말로만 감사지. 말로만.”


미지근해진 보리차를 단숨에 들이켠 한철동이 탁- 소리가 나게 컵을 내려놓았다. 유한열은 슬쩍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도윤이 싸인이 더 필요하신 거라면 편하게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쿨럭-, 쿨럭-!”


다급하게 휴지로 입가를 닦는 한철동. 그가 조금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 그건 또 갑자기 무슨-”

“필요 없으신가요?”

“아, 아니! 내가 또 필요 없다고 하지는 않았잖아! 스읍-. 가, 가만 보면 유 피디 자네도 참 성질이 급해. 응?”

“···이번엔 몇 장이면 되겠습니까? 넉넉하게 스무 장? 아니면, 서른 장?”

“······.”


잠시 후. 한철동은 유한열의 은근한 시선을 외면한 채, 양손을 활짝 펼쳤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



한결같이 허름한 HJ 엔터의 지하 연습실. 아무리 때 빼고 광내도 특유의 낡은 분위기가 가시지 않는 그 공간에, 비트원의 멤버들이 모여 있다.


“하여간, 도윤 형도 촬영 끝난 다음 날이면 하루쯤 쉬어도 될 텐데.”

“게다가 3차 경연은 시청자 평가단분들도 온다며. 내 생각에도 컨디션 조절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래도 도윤 형이랑 연습할 수 있어서 좋은 건 맞잖아?”


동굴 목소리를 지닌 서브 래퍼, 가람의 이야기에 잠시 머무는 정적. 지원을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은 가람을 멀뚱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렇긴 하지.”

“확실히 도윤 형이랑 같이하는 게 연습이 잘되는 느낌이 들긴 해.”

“예전에도 그랬지만, 저번에 도윤 형이랑 같이 연습했을 땐 진짜, 뭔가···”

“···뭔가 다르긴 했지?”


멤버들은 지난주의 일을 떠올렸다. <빗더돌> 3화의 본방이 있던 날, 죽기 직전까지 도윤에게 굴려졌던 그 날의 일을···.


“···으으 어떻게 그렇게 연습을 계속했는지 모르겠네, 진짜.”

“우리 연습생 때도 그렇게 한 번도 안 쉬고 연습한 적은 없을걸?”


해맑은 표정으로 ‘한 번 더!’를 외치던 도윤의 모습은. 연습의 막바지에 다다라선, 흡사 공포영화의 그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근데···, 뭔가 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었어.”

“맞아. 도윤 형이 알려주는 것들이, 막- 내 몸에 달라붙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응. 갈 땐 가더라도 이건 완벽하게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몸은 지쳐갔지만, 정신과 감각은 더욱 또렷해지던 경험. 그 기묘한 각성 속에서, 멤버들은 자신의 실력이 조금씩이지만 증가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체감했었다.


“어쨌든, 도윤 형이랑 같이 활동하려면 우리가 훨씬 더 연습을 많이 해야 해.”


의욕 가득한 지원의 목소리에 모두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비트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도윤. 그가 만들어낸 기회를 자신들의 부족함으로 날려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끼익-


그렇게 비트원 멤버들이 마음 깊숙이 다짐을 하는 때. 연습실의 문이 열렸고, 도윤이 허름한 연습실로 들어왔다.


“아, 기다리고 있었구나. 미안.”

“아냐, 우리도 온 지 얼마 안 됐어.”

“맞아. 그리고 우린 몸은 다 풀어뒀어. 도윤 형도 오면서 이미 몸 다 풀었지? 바로 연습 시작할까?”

“뭐부터 할까? 일단 타이틀곡부터 쭉 한 번씩 맞춰볼까?”


평소답지 않게 적극적인 멤버들의 반응에 도윤은 잠시 의문을 그렸다. 그리고, 이내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뭐야, 벌써 들킨 거야? 역시 우석 형이 말해 준 건가?”

“응? 뭘?”

“에이. 인제 와서 괜히 모르는 척 안 해도 돼. 어차피 나도 지금 바로 말해줄 생각이었거든. 하여튼 우석 형은 은근히 입이 가볍단 말이지.”

“아니, 도윤 형. 그러니까 뭐를?”

“···뭐냐니. 당연히 <빗더돌> 3차 경연 무대를 우리 다 같이 준비한다는 거지.”

“···어?”


순간. 짧은 의문사와 함께 그대로 굳어버린 멤버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초점 잃은 눈, 살짝 벌린 입. 도윤은 그런 멤버들을 보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 몰랐었구나. 그럼, 진짜 그냥 연습을 열심히 하려던 거였어? 기특한데?”

“···아, 아니. 도윤 형. 조금 전에 뭐라고 했어?”


간신히 제정신을 찾은 메인 래퍼, 재범의 질문이었다. 도윤은 기분 좋은 웃음을 머금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열심히 연습할 준비를 마친 너희들이 기특하다고?”

“아니, 형! 장난치지 말고! 그 말 전에 있잖아!”

“빨리 다시 이야기해 줘! 우리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흥분이 가득 서린 목소리로 가람과 준수가 도윤을 보챘다. 지원 역시 이글거리는 눈으로 빤히 도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흐흐흐. 알겠어, 알겠어. 다시 확실히 말해줄 테니. 이번엔 확실하게 잘 들어.”


꿀꺽-


도윤을 제외한 네 멤버가 동시에 마른침을 삼키고. 흐뭇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도윤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빗더돌> 3차 경연 퍼포먼스, 우리 다 같이 준비하게 됐어.”

“······.”


잠깐의 정적, 그리고.


“와아아아아악--!!!”

“아아악---!!”

“호오오오오오우우우우-!”


난생 들어보지도 못했던 기괴한 환호성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멤버들은 연습실을 마구잡이로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그중 지원만이 멍한 표정으로 도윤 곁에 남아 재차 질문했다.


“···거짓말 아냐, 도윤 형?”

“그럼. 내가 왜 이런 걸 가지고 거짓말하겠어.”

“진짜 맞지···?”

“그렇다니까. 인제 그만 좀 믿어라! 한지원!”


도윤은 지원의 등을 팍- 내리치며 웃었다. 그러자, 또르르- 흘러내리는 눈물 한 방울.


“···어, 지원아?”


침침한 형광등 빛에도 반짝이는 그 눈물에, 도윤은 당황한 목소리가 되었고. 지원은 순식간에 그 한 방울을 훔쳐냈다.


“후우-. 아, 잠깐 눈을 너무 크게 뜨고 있었더니. 뭐가 들어갔나 봐. ···어쨌든, 잘됐네. 빨리 연습 시작해야겠다. 그지?”

“어? 한지원, 너 방금 울었냐?”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매섭게 끼어드는 깐족이는 준수의 목소리.


“뭔 소리야! 울기는 누가 울어! 그냥 먼지가 들어가서-”

“야! 얘들아. 이리 와봐. 한지원 울었어!”

“뭐?”

“지원이가 울었다고?”

“아니, 안 울었다니까!!”


그렇게 네 멤버가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는 정말,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크흠! 그럼, 이제 내가 이야기 좀 해도 되겠지?”


잠시 후. 도윤은 간신히 진정한 멤버들에게 짧고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3차 경연에 비트원의 멤버들이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2차 경연 순위에 대한 베네핏 덕분이었다.


“아, 그러니까. 2차 경연 6위는 자기 그룹 중에서 한 명을 고르고, 5위는 두 명, 4위는 세 명. 이런 식으로 늘어나서 형은 우리랑 다 같이 할 수 있게 됐다는 거지?”

“그렇지.”

“와···, 진짜 큐넷 무서운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베네핏을 생각해낼 줄은 진짜 상상도 못 했다.”

“게릴라 콘서트 순위로 시청자 평가단 팬덤 비율을 차등 적용한다고 했을 때도 진짜 놀랐었는데···.”


멤버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참가자 간의 경쟁에 불을 붙이는 큐넷의 아이디어에 혀를 내둘렀다. 도윤은 그런 멤버들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참가하는 멤버 수가 많은 만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많을 거야. 하지만,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테니, 오늘부터 정말 열심히 연습 해야 해.”

“그럼! 당연하지! 나는 뭐든 상관없으니까, 얼른 연습 시작하자!”


재범이 넘치는 의욕을 꾹꾹 눌러 담아 말하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지원은 그런 재범을 향해 눈을 한 번 흘기고는 도윤에게 물었다.


“그 전에, 3차 경연 주제가 뭔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우선 곡 선정부터 해야 하잖아.”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3차 경연의 첫 주제가 ‘그룹 미션’이라면, 두 번째 주제는 ‘레전드의 노래’야.”

“···레전드의 노래?”


3차 경연의 주제인 ‘레전드의 노래.’ 1, 2차 경연의 주제였던 ‘나의 노래’와 ‘너의 노래’를 생각해 본다면, ‘레전드의 노래’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K-POP 역사에 남은 수많은 레전드 곡들. 바로 그것들이 <빗더돌> 시즌 2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3차 경연의 주제인 것이다.


“······”


각 멤버들의 머리를 스치는 수많은 레전드 곡들. 비트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곡을 찾기 위한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도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얘들아. 사실, 나는 이 주제를 보자마자 떠올랐던 곡이 있거든.”


멤버들의 시선이 도윤에게 모이자, 도윤은 자신의 핸드폰의 재생목록의 스크롤을 빠르게 내려 하나의 곡을 찾아냈다.


“우리가 연습생 때부터 많이 연습했던 노래긴 한데···.”


이내 도윤의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전주. 그 전주에 다른 멤버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은은한 미소를 그리기 시작했다.


“너희들 생각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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