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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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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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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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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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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주인공은 마지막에 (4)

DUMMY

2차 경연의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간단한 근황 인터뷰가 끝나고 곧바로 이어지는 출연자의 무대들. 그 첫 순서는, 지난 1차 경연에서 최종 1위를 했던 워너비의 칸과 그가 선택했던 파트너, 포라이브 유진의 무대였다.


1차 경연 때 도윤이 주었던 임팩트가 컸던 탓일까. 두 출연자의 무대는 1차 경연 때와는 사뭇 다른 컨셉이었다. 특히, 칸은 자신의 보컬을 강조할 수 있는 포라이브의 발라드곡을 선택해 평가단의 놀라움을 샀다.


“이런 경연 프로그램에서 보컬에만 집중하는 것 자체가 쉬운 결심이 아니었을 텐데···. 그 도전정신에 만점을 주고 싶은 무대였습니다. 물론, 칸 씨의 보컬 자체도 굉장히 훌륭했고요.”


평가단의 보컬 부문을 담당하는 차연우의 긍정적 평가에, 같은 보컬 담당 평가단인 김인석 역시 동의했다. 반면, 평가단의 댄스 부문을 담당하는 트레이너들에게선 아쉬운 평가가 이어졌다.


“과거부터 발라드에 춤을 접목했던 퍼포먼스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퍼포먼스가 절대 질적으로 뒤처지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래서인지 칸 씨의 무대를 보는 내내, 춤에 관한 아쉬움이 남더군요.”


칸은 살짝 굳은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이곤 무대를 내려갔고. 잠시 후, 포라이브 유진의 무대가 이어졌다. 1차 경연 때 춤에 관해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그가 선택한 곡은 전형적인 트로피컬 팝 장르의 곡이었다.


“···아무래도 1차 경연의 영향이 크긴 큰가 봐요.”


유진의 무대를 지켜보던 김인석이 말했다. 차연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1차 경연의 최종 우승을 차지했던 것은 워너비의 칸이었지만, 가장 큰 인상을 남겼던 것은 도윤이었다.


모두가 비슷한 컨셉을 준비했던 1차 경연에서 유일하게 청량한 컨셉을 선택했던 도윤. 그는 그 청량한 무대로 다른 참가자를 제치고 평가단 점수 1위를 차지했었다. 효과적인 컨셉 선택이 지닌 힘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였다.


“돋보일만한 컨셉을 선택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컨셉이 자신과 잘 맞아야 한다는 게 더 중요한데 말이죠···.”


그러나, 도윤이 1차 경연의 평가단 점수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컨셉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칸과 유진의 2차 경연 무대가 더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2차 경연, 그 첫 번째 대결에서 승리한 참가자는 바로···, 워너비의 칸입니다!”


리아가 첫 대결의 승자를 호명했지만, 승자도 패자도 그리 만족스럽다는 얼굴은 아니었다. 그렇게 첫 대결이 끝나고, 잠시간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2차 경연 두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 대결을 치르는 출연자는 터칭의 동호와 선셋의 규한. 두 사람 중 먼저 무대에 오른 것은 규한이었다.


“-으음.”


평가단의 반응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유한열과 나유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결국 이렇게 돼버렸네요, 유 피디님.”

“뭐, 출연자들의 의지가 워낙 완고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미 중간 촬영을 통해 출연자들의 퍼포먼스를 살폈던 두 사람은 지금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출연자들의 의지가 너무나도 확고했기에 말릴 수가 없었던 것뿐이다.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출연자 자신이어야 했고. 제작진이 나설 수 있는 선은 명확하게 그어져 있었다.


“그래도 나머지 세 사람의 무대가 있으니까 괜찮겠죠?”


나유나의 질문에 유한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것은 동호, 태오, 그리고 도윤의 무대. 이 세 참가자의 무대는 다행히도 꽤 괜찮은 장면을 담을 만한 무대였다. 아니, 태오와 도윤의 대결은 2차 경연의 핵심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두 사람의 무대를 가장 마지막 순서로 미룬 것 역시 그 이유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니까.”

“크크크. 아무래도 저는 그 주인공이 누군지 알 것 같은데요?”

“흠흠···. 스스로 주인공의 자리를 쟁취해낸 걸 일부러 감출 필요는 없겠지.”


나유나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 사이, 규한의 퍼포먼스에 관한 평가단의 평가가 마무리되었다. 이어지는 동호의 무대. 그가 선택한 곡은 선셋의 미니 4집 타이틀, ‘멈춰(Stop me)’였고.


“1차 경연 때와 마찬가지로 동호 군의 장점이 잘 드러났던 무대였던 것 같습니다.”

“보컬과 춤의 배분이 아주 좋았어요. 어느 방면으로든 만족스러운 무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유한열과 나유나가 예상했던 것처럼, 동호는 호평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는 뚝심 있게 1차 경연에서 보여줬던 무대와 비슷한 컨셉을 선택하며, 그 퀄리티를 올리는 데 집중했었다. 그 결과 그는 규한과의 대결에서 아주 손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둔 동호가 간단하게 소감을 말하고 무대를 내려간 뒤, 다시 주어진 잠깐의 휴식 시간. 무대 뒤에선 태오가 자신의 순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무대를 위해 최고의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할 때이건만, 그의 머리는 복잡하기만 했다.


‘···젠장.’


하나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헤집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유한열. 태오는 리허설을 마치고 유한열에게 들었던 말을 지금까지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중간 점검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에서 수정할 부분이 어디에 있었다는 거지?’


태오는 중간 점검 때 도윤이 보여주었던 퍼포먼스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1차 경연과 같은 청량한 컨셉이지만, 전혀 지루함이 없었던 퍼포먼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거짓말을 하기는 더 싫었기에. 그는 ‘손댈 곳이 없다.’라는 평가를 남겼었다.


그런데, 유한열은 도윤이 그 퍼포먼스를 수정했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스태프들의 반응 역시 심상치 않았다. 태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그가 도윤에게 가진 이미지는 더 이상 ‘낙하산’ 따위가 아니었다. 도윤은···.


“······.”


태오는 입 밖에 내려던 말을 간신히 삼켰다. 말을 하고 나면, 정말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짝짝-!


대신, 그는 자신의 양 볼을 강하게 쳤다. 얼얼한 통증과 함께 복잡했던 머리가 조금 정리되는 것 같았다.


“태오 씨, 지금 무대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그때. 자신을 부르는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크게 숨을 내쉰 태오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이 직접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결과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비록, 자신의 퍼포먼스가 도윤의 조언을 통해 완성된 것이라 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전한 자신의 것이었다.


‘···후회하지 마라.’


마침내 무대 위에 오른 태오의 두 주먹은 전에 없이 단단하게 쥐어져 있었다.



**



무대 위 거친 호흡을 내뱉는 한 사람. 그에게 핀포인트 조명이 떨어진다. 이내 환한 조명 아래로 드러난 것은, 안 그래도 뚜렷하던 이목구비가 한층 강조된 도윤의 얼굴. 짙은 메이크업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시원한 미소가 도윤이 보여준 완벽한 무대에 어울리는 훌륭한 마침표를 찍었다.


“······.”


거대한 세트장에 정적이 감돌았다. 진행을 맡은 리아도, 차연우를 비롯한 평가단들도, 이미 리허설에서 도윤의 퍼포먼스를 보았던 스태프들도. 모두가 도윤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엔 도윤이도 힘들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차연우가 멍하니 반쯤 입을 벌린 채 생각했다. 도윤의 파트너인 태오가 보여주었던 무대. 그 무대는 1차 경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었다. 비트원의 데뷔 당시 ‘난 말야’의 보컬 디렉팅을 맡았던 것이 바로 그녀였다. 차연우는 태오가 고른 ‘난 말야’가 어떤 곡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편곡과 그에 맞춘 부드러움이 강조된 안무. ···그리고, 마지막 브릿지에서의 예상하지 못했던 나레이션까지.’


장담컨대, 경연을 위해 ‘난 말야’를 편곡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 중 최선만을 선택해 만들어진 퍼포먼스였다. 그렇기에 차연우는 내심 도윤의 패배를 점치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뭘, 얼마만큼 숨겨두고 있었던 거야?’


지금 무대 위에 서서 해맑게 웃는 도윤은 태오의 무대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다. 1차 경연 때도 느꼈었지만, 도무지 자신이 알던 도윤 같지 않았다. 어떻게 사람이 단 몇 달 만에 저렇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


차연우 곁에 앉아있는 모든 평가단 역시 느끼는 감정은 비슷했다.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잊고, 멍하니 도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조금 전 자신이 보았던 무대를 계속해서 복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와아-.”


그때 들려오는 작은 탄성.


“정말 엄청난 무대였던 것 같습니다. 제 마음이 막 두근거렸던 건, 착각이 아니겠죠?”


<빗더돌> 시즌 2의 MC를 맡은 리아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무대 위로 올라오며 능숙하게 진행을 이어나갔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정말 엄청난 무대였어요. 개인적으로 도윤 씨가 어떻게 이 무대를 구상한 건지 궁금해지는데, 알려주실 수 있나요?”


도윤은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한 뒤 입을 열었다.


“사실, 원래 준비했던 퍼포먼스는 이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어요. 제가 전해 받은 이야기론 중간 점검 이후에 퍼포먼스를 대폭 수정하셨다고 하던데, 맞나요?”

“맞아요. <빗더돌> 첫 방송 날. 숙소에서 저희 멤버들과 1화를 같이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그게 어떤 생각이죠?”

“이대로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요. 1화의 세 무대를 보고 나니까, 제가 준비했던 2차 경연 무대가 조금 아쉽게 느껴졌어요.”

“하하하, 지금 1차 경연의 평가단 점수 1위를 차지했던 게 본인이라는 건 아시고 말씀하시는 거죠?”


리아와 도윤의 대화는 한동안 이어졌고. 그 사이 도윤의 무대에 홀려있던 평가단과 스태프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내, 도윤과의 대화를 마친 리아가 평가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이제, 평가단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겠죠?”


가장 먼저 마이크를 든 것은 보컬 평가단의 김인석이었다.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들뜬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우선 1차 경연 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도윤 씨와 꼭 한번 트레이닝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와 경쟁하듯 여러 목소리가 겹겹이 쌓이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김인석 트레이너님. 지금 여기서 고백하시면 곤란한데요?”

“맞습니다. 누구는 할 줄 몰라서 가만히 있는 줄 아십니까?”


그렇게 김인석이 꺼낸 한 마디에 순식간에 평가단 전부가 술렁이기 시작했고. 도윤의 퍼포먼스에 대한 평가는 아주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수많은 평가가 폭포처럼 쏟아졌지만, 결론은 단 하나였다.


“완벽했습니다. 근 1년간 봤던 무대 중에서 제일요.”

“감사합니다!”


도윤으로서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대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자신이 준비한 무대가 모두에게 인정받는다는 것 역시 결코 작은 기쁨이 아니었다.


그렇게 도윤의 무대에 관한 평가가 마무리되고. 리아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어느새 그녀는 웃음기를 지운 채 진지한 표정을 그리고 있었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제 두 참가자 간의 우열을 가려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태오 씨는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그 호명에 따라, 태오가 무대 위에 나타났다. 그는 어째서인지 평온해 보이는 상태였다. 이내, 그가 무대 중앙에 도착하여 도윤 곁에 서자, 현란한 조명이 무대를 휩쓸기 시작했다.


두구두구둥-


연이어 긴장감 넘치는 배경음악이 흐르고.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반짝-, 무대 중앙의 거대한 화면에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고, 리아의 목소리를 통해 그 이름이 거대한 세트장에 울려 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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