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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님의 서재입니다.

부활하니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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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9 08:17
최근연재일 :
2021.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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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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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ONE is Back!! (4)

DUMMY

매 촬영 조용하기만 했던 태오의 대기실이 오늘따라 유독 소란스럽다. 재잘거리는 목소리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것은 매콤달콤한 떡볶이의 냄새와 고소한 튀김의 향기. 낮은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인 ‘디어유’의 멤버들은 한창 분식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태오 형. 형도 와서 좀 먹어.”


컬러 스프레이로 머리를 파랗게 물들인 수윤이 태오를 불렀다. 태오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홀로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난 아까 샌드위치 먹어서 괜찮아.”

“···그 아까가 설마 우리 출근하기 전은 아니지?”

“맞는데.”

“그럼 벌써 일곱 시간이나 지났잖아!”


수윤의 목소리에 걱정이 깃든다. 평소에도 멤버들 사이에선 ‘독종’이라 불리는 태오였지만, <빗더돌>에 참가하고 나서는 이전보다도 더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도 12시간이 넘도록 연습실에서 돌아오지 않는 기행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단식 투쟁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수윤아, 포기해라. 태오 저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잖냐.”


그때, 우물우물하는 목소리가 수윤의 걱정을 막아섰다. 방금 막 떡볶이 국물 찍은 고구마튀김을 꿀꺽- 삼킨, 디어유의 리더 찬성이었다. 그는 연이어 빨간 어묵 서너 개를 한 번에 골라 입안에 집어넣었다.


“각자 자기 방식이 있는 거지.”

“···그래도, 배고파서 무대 중간에 실수라도 하면-”

“하하하. 수윤이 넌, 태오가 실수하는 게 상상이 돼? 그것도 무대 중간에?”

“······.”


수윤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태오가 무대 위에서 실수한다? 그건 정말 말 그대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왜. 그런 말도 있잖아. 원숭이는 절대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그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인데요, 찬성 형?”

“아, 그런가? 어쨌든 내 말은 쓸데없는 걱정 할 필요 없다는 거지. 뭐.”


조용히 떡볶이와 튀김을 먹던 디어유의 메인보컬, 준호의 지적에 찬성은 무신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태오 너랑 같이 게릴라 콘서트 준비했던 도윤인가 하는 걔는 3차 경연 때 뭐한데? 혹시 이야기 들은 거 있어? 오며 가며 듣기로는 리허설 반응이 엄청나던데. ”


멤버들이 무어라 떠들든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있던 태오가 홱- 고개를 돌렸다.


“···아니. 아무것도 없어.”

“뭐야, 같이 연습하는 사진도 별 그램에 올리고, 엄청 친해 보이더니 결국 비즈니스였어?”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왜 서로 연락을 안 해?”

“찬성 형. 그건 당연히 스포 때문에 그렇죠.”


답답하다는 듯, 다시 준호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스포?”

“네. 지금 <빗더돌>에 쏠린 관심이 얼마나 되는데요. 5화 시청률이 6%가 넘었다고요. 그런 프로그램의 마지막 경연이니까, 서로서로 조심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럼, 너는 태오가 경연 내용을 유출이라도 할 것 같다는 이야기야?”

“아니, 형! 제 말은 그런 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다시 왁자지껄 해지는 대기실. 태오는 그 소란 속에서 홀로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가 도윤과 3차 경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이유.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또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태오는 <빗더돌>에 출연한 목적을 거의 달성한 상태였다. 팀 내 인지도 최하위인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 그 목표는 분명 지난 1, 2차 경연과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를 통해 해소되었다.


하지만, 그 목표의 달성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해냈던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호평을 이끌어냈던 2차 경연과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의 퍼포먼스. 그것들은 실상 도윤의 아이디어나 다름없었다.


특히, 2차 경연은 그렇게 도윤의 도움을 받고서도 완벽하게 패배하고 말았었다.


‘···이번에야말로 이겨보는 거야.’


그렇기에 태오는 <빗더돌>이 끝나기 전, 도윤을 꼭 한번 이겨보고 싶었다. 질투나 시기가 아니었다. 순수한 라이벌 의식이 태오의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이었다.


지난 1주일. 태오는 승리를 위해 멤버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연습해왔고, 오늘은 바로 결전의 날이었다.


“···도윤이가 준비한 퍼포먼스가 뭐든, 이기는 건 우리야.”


자연스레 흘러나온 태오의 다짐에, 나머지 멤버들이 고개를 돌렸다. 잠깐의 정적 끝에 이어지는 것은 활기찬 찬성의 목소리.


“그럼! 그건 당연한 거지!”

“솔직히 저도 저희가 질 거란 생각은 안 들어요. 진짜 이렇게 연습해본 게 연습생 때 이후론 처음이었다니까요?”

“정말, 엄청 열심히 준비하긴 했죠. 우리···.”


준호와 수윤 역시 지난 1주일간의 강행군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그런 멤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간단히라도 다시 한번 맞춰 볼까?”

“좋아. 동선만 간단히 한 번 맞춰 보는 거야 어렵지 않지!”

“아니, 라이브를 해 봐야 연습이 되지. 찬성 형.”

“여기서?”

“응.”


당황한 듯한 찬성과는 달리, 태오는 한없이 진지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르르륵-


태오의 대기실에선 테이블과 소파를 미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쨍- 한 햇볕 아래, 일산 큐넷 스튜디오 앞으로 기나긴 행렬이 늘어서 있다. 저마다 색색의 응원 봉이니 슬로건이니 하는 것들을 들고 떠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운데 묵묵히 자신의 핸드폰만을 내려보고 있는 한 사람.


‘언제 오시지···?’


바로 최경아였다. 지옥 같은 확률을 뚫고 기적같이 방청에 당첨된 그녀는 빼꼼- 목을 빼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이 끝을 모르고 이어져 있건만, 정작 그녀가 기다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경아 씨!”


그때, 그녀의 등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경아의 얼굴도 급속도로 밝아지기 시작했다.


“지나 씨!”


돌아본 자리엔 쇼핑백에 무언가를 잔뜩 담아온 유지나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은 홍대에서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가 열렸던 날, 사장과 손님의 관계로 처음 만난 사이였다.


수제화 전문점 ‘Oh My Shoes’의 이름을 걸고 도윤의 게릴라 콘서트 관람 이벤트를 열었던 최경아와 그 이벤트에 참여하러 왔다가 도윤에게 푹 빠져버린 유지나. 두 사람이 친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진짜 이렇게 둘이 동시에 당첨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저도 경아 씨한테 처음 연락받았을 때 깜짝 놀랐다니까요? 방청에 당첨되는 거 진짜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처음엔 사장과 손님의 관계였지만,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거의 스승과 제자에 가까웠다. 이미 ‘커넥츠’라는 레전드 그룹의 팬으로 활동했던 유지나가, 여러모로 최경아보다 아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뭘 이렇게 많이 가져오셨어요?”


최경아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유지나가 가져온 쇼핑백으로 향했다. 유지나는 흡족한 미소를 짓고는 쇼핑백을 열었다.


“···어?”

“별건 아니고, 팬 메이드 응원 봉이랑 슬로건이에요. 아직, 비트원 공식 굿즈(goods)가 없어서 급하게 직거래로 구해왔어요.”

“설마, 이거 구해오시느라 오늘 조금 늦는다고 하셨던 거예요?”

“네. 미안해요. 최대한 빨리 오려 했는데, 반차를 쓰고 와도 시간이 좀 빠듯하더라고요.”

“아, 아니에요! 당연히 그럴 수 있죠! 저는 빈손으로 왔는데요, 뭐···.”


눈에 띄게 시무룩해지는 최경아의 표정. 유지나는 재빠르게 응원 봉 하나를 꺼내 최경아에게 건넸다.


“하하, 당연히 경아 씨 것도 준비해왔죠! 받아요. 조금 퀄리티가 딸리긴 해도, 크게 티는 안 날 거예요.”

“지나 씨···!”


군데군데 흠이 있는 응원 봉이건만, 최경아의 눈빛엔 유지나를 향한 존경의 빛이 가득 차올랐다. 안 그래도 주위 팬들의 철저한 응원 무장에 은근히 기가 죽어있던 그녀였다.


“이, 펄 블루 코랄 응원 봉. 평생 간직할게요. 정말 고마워요, 지나 씨!”

“와, 수제화를 만드셔서 그런지 한 번에 색을 맞추시네요.”


군중 속에 고독을 씹던 이전과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몽글몽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는 채 도윤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사이.


“비트원 도윤 팬분들 입장하겠습니다. 방청 당첨 확인 문자와 신분증 미리미리 준비해 주세요. 응원 도구를 제외한 개인 소지품은 모두 이쪽에 맡겨주시면 됩니다!”


드디어 찾아온 입장의 시간. 말없이 시선 교환을 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당당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에선, 마치 전장에 나서는 기사와 같은 결연함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



“아이돌, 그 한계를 뛰어넘어라. 안녕하세요. <비트 더 아이돌> 시즌 2의 MC, 리아입니다.”

“와아아-!”


리아의 인사에 열띤 함성이 이어진다. 언제나 무대만을 향해 있던 카메라들도 고개를 돌려 천 명의 관객을 비추었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응원 봉과 슬로건들. 각기 다른 여섯 가지 색이 무대를 향해 아우성치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빗더돌>의 마지막 경연인 3차 경연에 어울리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네요!”

“와아아아-!!”


리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이어지는 함성. 리아는 옅게 미소 지으며 검지를 입에 갖다 대었고. 간신히 흥분이 가라앉은 뒤에야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시청자 평가단분들이 오늘을 얼마나 기다리셨는지,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유롭게 평가단을 둘러본 리아는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마지막 무대를 보기 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하나 있겠죠?”


탁-, 탁-, 탁-.


어두운 무대 위 핀포인트 조명을 받고 있던 리아의 뒤로, 수십 개의 조명이 파도치듯 켜졌다. 그 조명이 밝히는 것은 무대 중앙의 거대한 화면. 자연스레 천여 명의 시선이 그 화면으로 향했다.


“그건 바로. <빗더돌> 시즌 2의 대미를 장식할 3차 경연 주제입니다!”


한 차례 주의를 한 터라 함성은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열렬한 관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방송상으로도 공개되지 않은 정보. 다른 누구보다 그 정보를 탐내는 것이 바로 시청자 평가단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내 화면에는 커다란 원 두 개가 그려졌다. 동시에, 시청자 평가단의 얼굴에도 의문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리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곧장 목소리를 높였다.


“그 주제를 바로 지금 공개하겠습니다!”


리아의 신호에 따라 화면에 떠오른 첫 단어는 ‘레전드의 노래’. 시청자 평가단은 리아가 설명을 덧붙이기도 전에 그 의미를 깨달았고. 결국 다시 함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아아-!!!!!!”


그 함성은 연이어 공개된 두 번째 주제에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두 번째 주제. 그것은 바로 ‘그룹 배틀’이었다.


자신을 향한 환호가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리아는 전신을 짜릿하게 관통하는 쾌감을 느꼈다. 연기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미소를 지은 리아. 그녀는 열띤 함성에 지지 않을 목소리로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빗더돌> 시즌 2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경연, 그 경연을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마지막 무대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이제 진짜 정말로 시작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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