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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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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9 08:17
최근연재일 :
2021.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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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5.0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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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만인의 차애에서 (1)

DUMMY

리아가 호명한 것은 태오가 아니었다. 그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자신의 무대를 끝냈을 때는 ‘혹시나’하는 기대감이 생겼었지만. 그 기대감은 도윤의 무대를 보며 무참히 박살 나버렸다.


‘···단순한 퍼포먼스 구상 능력의 차이만은 아니었어.’


차분해진 그의 정신이 다시 한번 도윤의 무대를 떠올렸다. 중간 점검 이후에 수정했다는 도윤의 퍼포먼스. 그것은 청량함과 성숙함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퍼포먼스 구성도 구성이지만, 근본적으로 도윤의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무대였다.


‘아마도 나는···, 제대로 해낼 수 없었겠지.’


태오는 도윤의 ‘G.M.H.S’를 자신이 수행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불가능했다. 도윤과 같은 무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자신에겐 무리였다.


‘변명할 것도 없네, 이젠.’


어느 쪽으로나 완벽한 패배. 자신은 도윤의 도움을 받고서도, 도윤을 이기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태오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도윤이 낙하산이고 아니고는 이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도윤은 스스로 빛나는 자리에 오를 만큼, 충분한 재능과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태오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결과 발표가 끝난 뒤. 도윤과 태오는 무대를 내려왔다. 두 사람 사이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이미 속으로 도윤을 인정한 태오였지만. 무어라 말을 붙여야 좋을지는 몰랐다.


촬영이 남은 덕에 어딜 가 있기에도 애매한 상황. 도윤 역시 이 어색한 정적을 깨고 싶었지만, 말은 입 안으로만 맴돌았다.


“도윤 후배님!”


그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호가 두 사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도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웬 ‘후배님’이에요, 선배.”

“크크. 그렇게 멋진 무대를 보여주셨는데, 그냥 ‘야’나 ‘너’라고 부를 순 없지 않겠습니까, 도윤 후배님?”

“으으-. 그만 하세요. 진짜 닭살 돋아요.”


도윤은 자켓 소매를 걷어 팔을 보여주었다.


찰싹-!


“앗-!”


동호는 그 팔을 차지게 내려치고선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 아무렇지도 않고만. 됐고. 후배님 소리가 싫으면, 너도 인제 선배라고 그만 좀 불러. 나야말로 듣기 거북하니까.”


도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확실히 동호의 나이는 도윤보다 한살이 많기는 했다. 그러나, 이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도윤은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크흠-, 흠.”

“뭐야, 싫어?”

“흠흠. 싫은 건 아닌데···.”


도윤이 말꼬리를 늘이니 동호가 팔짱을 낀다. 어디 한번 말해 보라는 태도다.


“저한테 형이란 소리를 듣는 게 더 거북하지 않겠습니까. 선배?”


동호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그리고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기 시작한다. 이내 고개를 탈탈 턴 동호가 말을 이었다.


“···현명한 판단이었어. 후배님.”

“그죠?”

“형을 형이라 부르는 게 뭐가 이상한데요. 동호 형.”


도윤과 동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태오가 자연스레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니···. 태오 넌 예전부터 알던 사이잖냐.”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나이 많으면 다 형이지.”

“그럼 너도 도윤이 보고 형이라 부를래?”

“···뭐요?”


태오가 눈을 부라리며 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 동안 도윤을 노려보던 태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형은 안 되겠어요.”

“거봐라. 너도 똑같잖아.”

“아니, 이건 다르죠. 동호 형!”


그렇게 투덕거리기 시작한 동호와 태오. 도윤은 그사이에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해 멀뚱히 서 있었다. 그러던 와중, 태오가 돌연 도윤에게 홱- 고개를 돌렸다.


“저한테 형 소리가 듣고 싶어요, 도윤 씨?”


전혀 아니었다. 도윤은 강하게 부정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거봐요. 본인이 싫다잖아요.”

“···뭐. 그렇다면 그런 거지만.”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동호를 두곤, 태오가 다시 도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쨌든, 오늘은 제가 졌어요. 그건 인정할게요. 도윤 씨.”

“판정단이 그렇게 점수를 갈랐는데, 네가 인정 안 하면 어쩔-”

“아, 형은 좀 가만히 있어요!”


깐족대는 동호를 단번에 제압한 태오가 말을 잇는다. 그 눈빛엔 강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오늘이 끝은 아닐 거예요.”

“···당연하죠! 태오 선배님”

“선배님 말고, 그냥 선배라 불러요.”


도윤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태오가 보여주었던 여러 모습 중, 가장 진심에 가까운 모습처럼 느껴졌다. 가로막고 있던 벽이 한 꺼풀 벗겨진 듯한 느낌. 태오도 슬쩍 미소를 짓고 있었다.


“출연진분들, 다시 무대로 올라와 주세요!”


촬영이 재개된다는 이야기에 세 사람이 무대로 걸음을 옮겼다. 경연이 끝난 직후에 감돌았던 어색한 기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무대 장식을 정리한 세트 위에 리아와 <빗더돌> 참가자 여섯이 모두 모였다.


“모든 참가자가 모이셨으니, 중대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리아의 목소리가 진지하다. 2차 경연 무대가 끝난 시점에서의 중대 발표. 도윤은 그것이 당연히 3차 경연과 관련이 있으리라 예상했다.


“2차 경연이 끝난 지금. <빗더돌> 시즌 2는 마지막 3차 경연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 예상대로 리아는 3차 경연을 언급했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했던 듯 고개를 끄덕였다. 리아는 그런 모습을 만족스럽게 훑어보고는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 3개의 무대만으로 <빗더돌> 시즌 2를 끝내긴 아쉽지 않나요?”


뜬금없는 질문. 하지만, 부정적 반응을 보여준 참가자는 없었다. 2차 경연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 경연이었다. 도윤 역시 조금이라도 더 <빗더돌>의 무대에 서고 싶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 모두의 시선이 리아에게 집중되었다.


“···그래서, 이번 <빗더돌> 시즌 2에는 새로운 중간 미션을 추가했습니다!”


리아가 무대 중앙의 거대한 화면을 가리켰다. 이내 화면에는 커다란 글자가 떠올랐다.


“그 미션은 바로,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입니다!”


“······.”

“······.”


도윤은 태오를 바라보았고. 태오도 도윤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두 사람 사이로 다시 한번 어색한 적막이 내리 앉았다.



**



<빗더돌> 시즌 2의 1화가 기록한 시청률은 1.7%. 역대급 흥행을 했다고 평가받는 시즌 1과 비교해도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였다. 그 시청률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 대다수 아이돌 커뮤니티는 연일 <빗더돌>의 이야기로 북적이고 있었다.


-도윤이 1화 고화질 무보정 움짤.gif

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ㄴ 도윤이한테 금손님 오셨다!!

ㄴ 아니, 금손님 이게 무보정이라고요?

ㄴ 보정으로 작업하던 거, 원본이랑 비교해보고 그냥 다 갈아엎었습니다. 도윤이는 무조건 무보정입니다.


-1화 도윤이 컷 모음.

ㄴ 구석에 쭈구리처럼 나온 거 너무 귀여워 ㅠㅠ.

ㄴ 2:36 입 오물거리는 것 좀 봐 ㅠㅠ.

ㄴ 이걸 진짜 어떻게 찾았지? 이건 사람의 정성이 아님, 진짜로.


-근데 큐넷에서 도윤이 무대 2화로 넘긴 거, 다시 생각해보니까 괘씸하네 ㅋㅋ.

ㄴ 22 시청률 올리려는 수작 빤히 보이죠?

ㄴ 근데 별수 없긴 함. 나라도 1화엔 안 내보냄.

ㄴ ㅇㄱㄹㅇ. 도윤이 무대 1화에 바로 풀면 그건 큐넷이 감 떨어진 거지.

ㄴ 그래도 도윤이 평가단 점수 궁금한 건 ㅇㅈ.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단연 도윤이었다. 1차 경연 선공개 영상에서 보여주었던 임팩트에 더해, 훈훈한 팬 서비스 미담. 그리고, 1화에서 나타난 덕질 요소 충만한 모습까지. 도윤에 관한 모든 떡밥은 서로 상승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물론, 도윤을 향한 관심이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나는 선공개 영상 봐도 ‘그’ 무명이 좋은지 잘 모르겠던데?

ㄴ 나도 그럼. 지금까지 못 뜬 데는 다 이유가 있음.

ㄴ 그니까, 그냥 운 좋게 컨셉을 잘 골라서 그런 거 같음.

ㄴ 솔직히 팬 서비스 가지고 저러는 것도 착즙이지.


- 정신 차리고 본진에 투표 ㄱㄱ. 온라인 투표 점수가 70%임

ㄴ 차애는 차애고 투표는 투표지.

ㄴ 나도 고민하다가 그냥 다 본진에 투표함.


<빗더돌>의 본질은 결국 경쟁. 급부상하는 도윤을 견제하는 세력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도윤을 중심에 둔 팬덤 양극화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그리고, 그 양극화는 <빗더돌>의 2화가 방영되는 날 절정에 다다랐다.


-도윤이 평가단 점수 1위에 최종 2위 한 거 실화?

ㄴ 나 실시간으로 보면서 소리 질렀다가 등짝 맞음 ㅠㅠ

ㄴ 응, 실화 아니고 조작이야.

ㄴ ? 뭔 조작? 갑자기 시비 걸지 마셈.

ㄴ 그럼 중소 무명돌이 최종 2위 하는 게 조작이 아니면 뭔데?


-내일 큐넷에 조작 해명 팩스 같이 보내실 분?

ㄴ 22

ㄴ 아니, 조작 아니라니까? 평가단 점수도 1등이고, 너튜브 선공개 영상 조회수도 2위잖아. 이게 어떻게 조작이냐고.

ㄴ 평가단 점수는 30%고 조회수는 스밍 공장 돌린 거잖아.

ㄴ 아니, 우리만 영상 스밍 돌려? 다 돌리는 거잖아 그건.


“예상했던 대로야.”


실시간으로 커뮤니티 반응을 살피던 유한열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의 얼굴엔 오히려 옅은 미소까지 그려져 있었다.


“···정말 괜찮나요? 제 예상보다는 훨씬 반향이 심한 것 같은데요.”


반면 나유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그녀는 <빗더돌>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그 화면을 유한열에게 보여주었다.


“벌써 게시판이 도배되고 있어요. 소수 의견이지만, 도윤이가 하차해야 한다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고요.”


아직 방송이 다 끝나지도 않았건만, 몇 페이지나 갱신된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 유한열은 잠깐 그 화면을 바라보다 갑자기 전원을 꺼버렸다.


“피디님!”

“나 작가.”


너무나도 평온한 유한열의 목소리에 나유나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닌 유한열이었다. 그가 이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분명 무슨 계획이 있는 것이리라.


“···네, 피디님.”


그녀가 차분하게 대답하자 유한열 역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나 작가가 도윤이를 좋아하게 된-”

“피디님! 지금 그런 장난을 할 때가 아니라고요!”

“장난이 아니야.”


유한열의 눈빛은 진지했다. 마치, 도윤의 무대를 지켜보던 때처럼.


“잘 생각해봐. 처음 도윤이와 사전 미팅을 했을 때와 지금의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나유나는 유한열의 말을 따라 그간의 기억을 되짚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켜봐 온 도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사람이었고.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었다.


나유나는 결국 큰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제 할 일이나 잘하라는 말이죠?”

“크크크. 역시 나 작가랑은 말이 잘 통해서 좋다니까.”

“···진짜, 쓸데없는 걱정이 맞을까요?”

“그래. 정 나를 못 믿겠으면, 도윤이를 믿어.”

“······.”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나유나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유한열의 입꼬리는 다시 기분 좋은 호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럼, 본방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홈페이지에 중간 점검 영상 선공개 일정 올리고.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의 날짜만 공개해. 이게 일단 급한 불은 꺼줄 수 있을 거야.”

“···알겠어요.”

“그리고. 다들 내일 점심 일정은 비워두라고 해.”

“갑자기 점심 일정은 왜요?”

“왜긴. 역대급 시청률이 나올 텐데 점심 회식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작가의말

점심 회식은 역시 중국집이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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