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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님의 서재입니다.

부활하니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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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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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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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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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해후 (1)

DUMMY

유한열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기분 좋게 화끈거리는 감각이 꼭 눈에 보이게 꾸물거리는 듯했다. 연이어 그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카메라의 시선이 집중된 무대 위. 그곳에는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비트원이 있었다. 조금 전 그들이 보여주었던 무대는 유한열의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연습 영상을 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을 거라 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비트원의 퍼포먼스가 시작된 순간. <빗더돌>은 더 이상 경연이 아니게 되었다. 사실상 비트원의 콘서트나 다름없었다.


거대한 스튜디오 안의 모두가 몰입을 넘어선 열광에 빠져들었다. 이미 연습 영상으로 그들의 퍼포먼스를 알고 있던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야 도윤 씨가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아요.”


곁에 서 있던 나유나가 중얼거렸다. 제 자리를 찾았다. 그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으리라.


완전체가 된 비트원 속에서, 도윤은 지난 그 어떤 경연에서보다 빛났고. 비트원의 멤버들 역시 그 빛을 받아 더욱 반짝였다. 도윤이란 강렬한 빛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그 빛에 더해져 더욱 밝기를 밝히고 있었다.


도윤이 유한열에게 자신감 있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도윤은 비트원과 함께해야만 했다. 유한열의 머릿속에서 도윤과 비트원을 분리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기획안을 미리 짜둬야겠어.”


비록 도윤의 최종 우승이 결정된 것은 아직 아니었지만. 그의 눈앞에는 수십에 달하는 비트원의 리얼리티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네? 갑자기 무슨 기획안이요, 유 피디님?”


그때, 곁에 있던 나유나가 유한열의 혼잣말을 듣고는 물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나유나는 유한열이 말한 ‘기획’이 분명 도윤과 관련된 것이리라 직감했다.


유한열을 향한 두 눈동자에 한가득 차오른 의심. 말을 돌리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한열은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크흠. 그게···, 사실은 말이야, 나 작가.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말하면 안 되는 게 있는데···.”


이내 속삭이는 듯 이어지는 유한열의 설명에, 나유나의 입꼬리가 그 끝을 모르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제 도윤 씨가 최종 우승을 하기만 하면, 비트원의 리얼리티를 찍을 수도 있다. 이 말이죠?”

“쉿-!”


유한열은 검지를 입 앞에 가져다 대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아무것도 확정된 건 없으니까-”

“그럼 왜 유 피디님은 기획안을 짜신다고 하신 건데요?”

“어? 그야, 그건···.”


말을 잇지 못하는 유한열에게 나유나가 속삭였다. 그 목소리엔 장난스러운 웃음기가 묻어있었다.


“유 피디님도 솔직히 그냥 찍고 싶어진 거죠? 비트원 리얼리티 말이에요.”

“···아니, 나 작가. 나는 그냥 한 국장님이 먼저 이야기를 하셔서-”

“아, 물론 그렇겠죠. 그래요, 그럼. 그냥 그런 걸로 치죠. 뭐.”


유한열의 변명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도윤과 비트원에게 완전히 홀려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



“솔직히 말하면, 정말 뭐라고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낮게 울리는 김인석의 목소리. 도윤을 제외한 비트원 멤버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턱 끝에 맺힐 즈음, 김인석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조금 전 무대는, 정말 관객으로서 즐겨버리고 말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인 것 같네요.”


그의 얼굴에 활짝- 미소가 피었다.


“최고였습니다. 비트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도윤과 비트원 멤버들은 다시 한번 꾸벅- 허리를 숙였다. 관객으로서 즐겨버리고 말았다. 그 이상의 격찬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트레이너 평가단의 반응 역시 김인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세하게 퍼포먼스의 보컬과 댄스를 분석하는 대신, 즐거운 무대였다는 평가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치열한 경연을 단 한 순간에 콘서트로 바꾸어버린 비트원의 퍼포먼스. 그런 퍼포먼스의 보컬이나 댄스를 분석하는 것만큼 의미 없는 일도 없었다.


트레이너 평가단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든 것은 바로 차연우였다. 그녀는 마이크를 들고서도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비트원이 무명 아이돌로서 활동하는 것을 직접 곁에서 지켜봐 온 그녀였기에, 울컥이는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정말, 수많은 말이 제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어요.”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와 방울져 반짝이는 눈동자. 그런 차연우의 모습을 바라보는 도윤과 멤버들의 가슴에도 찡- 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말 모두가 지금 이 순간엔 필요하지 않은 말인 것 같네요.”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수고했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더 좋은 일들만 있을 거예요.”


짝짝짝짝짝-.


퍼포먼스 때와는 다른, 잔잔한 파도 같은 박수 소리가 스튜디오에 퍼졌다. 비트원과 차연우의 관계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적은 없었지만. 차연우의 말에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이어지던 박수는 비트원이 무대에서 내려가며 점차 사그라들었다. 잠시 후, 텅 비어버린 무대 위로 리아가 올라왔다.


비트원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빗더돌>의 모든 경연이 끝난 지금. 남은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이로써, <비트 더 아이돌> 시즌 2의 모든 경연이 막을 내렸고. 남은 것은 최종 순위 발표식뿐입니다.”


아이돌 예능의 돌풍을 일으켰던 <빗더돌>. 그 마지막을 고하는 리아의 목소리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이제 평가단분들께서 비트원의 무대에 점수를 매기시고 나면, 그 평균값을 기준으로 3차 경연의 평가단 점수가 정해집니다. 그리고 3차 경연의 종합 순위와 <빗더돌>의 최종 순위는···”


리아의 설명을 따라 무대 중앙의 거대 화면에는 <빗더돌> 최종 순위 산정 방식이 떠올랐다.


요는 오늘 산정된 평가단 점수에 온라인 투표를 합산해 3차 경연 종합 순위가 결정되고. 그 이후 1, 2, 3차 경연의 순위를 기반으로 <빗더돌>의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는 것.


그리고, 그 최종 순위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순위 발표식을 통해 공개된다는 것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비트원의 평가단 점수를 입력해 주세요!”


리아의 힘찬 목소리를 기점으로 비트원의 평가단 점수가 매겨지기 시작했다. 천여 개의 점수가 입력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빗더돌>의 마지막 경연인 3차 경연의 촬영은 모두 종료되었다.



**



“다들 수고했어!”


무대 뒤로 내려온 도윤이 멤버들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대 위에서 차올랐던 고양감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


그러나, 돌아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계단을 모두 내려온 멤버들은 길옆으로 비켜선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행복에 겨워하던 멤버들은 마치 스위치가 꺼진 것처럼 잠잠해졌다.


극도의 긴장이 풀리며 갑자기 탈진이라도 찾아온 것일까? 도윤의 시선에 걱정이 어렸다.


“저기 얘들아, 괜찮아?”

“꿈··· 아니지?”


조금 쉰 준수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멍하니 정면만을 응시하던 지원이 손을 들어 준수의 볼을 꼬집었다.


“아-!”

“아파? 그럼 꿈··· 아닌가 봐.”

“아니, 왜 내 볼을 꼬집- 아-!!”

“아파? 진짜 꿈이 아닌가 보네···.”


지원에 이어 준수의 양팔을 꼬집는 재범과 가람. 준수는 억울하다는 듯 얼굴을 구기며 팔을 문질렀지만. 도윤은 실실거리는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이내 간신히 웃음을 삼킨 도윤이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꿈 같은 게 아니야.”


멤버들의 시선이 도윤에게 모였다.


“너희 진짜 엄청났어. 정말, 너희들 덕분에 이번 무대가 가능했던 거야.”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하는 멤버들의 표정. 무어라 콕- 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도윤은 그런 멤버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고마워, 그리고 수고했어!”

“아직 좋아하기엔 너무 이른 거 아냐?”


그때, 도윤의 뒤편에서부터 들려오는 삼류 악당 같은 대사. 모두가 시선을 돌린 곳에서는 동호가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동호 선배!”

“요거, 요거! 아주 마지막 경연까지 선배를 이겨 먹으려고 아주 칼을 갈고 나오다니!”

“헉-! 아, 안녕하세요!”


그의 뒤로는 그룹 ‘터칭’의 멤버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두 그룹이 모이니 분위기는 순식간에 왁자지껄하게 변했고. 터칭의 멤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칭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도윤이 동호를 전담마크 하기 위해 빠져 있는 사이. 멤버들은 그 칭찬 폭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닙니다! 저는 선배님들 무대가 더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요? 그럼 1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다, 당연히 10점이죠!”

“그러면 본인 점수는요?”

“···네?”

“하하하. 바로 점수가 안 나오는 것 보니까, 아까 한 말은 빈말인 것 같은데? 아니에요?”

“아, 그게 그런 게 아니라···.”


그렇게 한바탕 칭찬의 폭격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곧바로 다음 손님이 찾아왔다.


“···오늘 잘하더라.”

“하하, 네 무대도 엄청 좋았어.”


그 손님은 바로 조금 풀이 죽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태오였다. 그의 뒤에도 마찬가지로 ‘디어유’의 멤버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조용히 도윤과 태오의 이야기를 지켜보다가 간단한 인사와 함께 떠나갔다.


“다음···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 같지는 않을 거야.”


태오가 인사 대신 남긴 말에 도윤은 시원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로도 리아를 비롯한 다른 출연자들과의 인사는 계속되었다.


아직 순위 발표식이 남아 있긴 했어도, 그룹으로서 인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오늘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꼭 음악방송 처음 녹화하러 갔을 때 느낌이야.”


마침내 기나긴 순회 인사를 마친 뒤.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린 가람이 중얼거렸다. 다른 멤버들 역시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뭔가 뿌듯하네.”

“맞아. 그냥 음방에서 인사하러 다니던 때랑은 느낌이 완전히 달라.”


하지만, 멤버들의 만면에는 은은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도윤은 그런 멤버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이제 얼른 돌아가서 쉬자. 사장님이랑 우석 형도 오래 기다리느라 많이 피곤할 거야.”


멤버들은 별다른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대기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내 도착한 대기실의 문 앞. 도윤은 그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어! 도윤 형 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목소리가 대기실 안에서부터 들려왔다.


“어? 찬영아, 네가 여긴 왜···?”

“왜긴! 당연히 도윤 형 응원하러 왔지! 여운 형이 리아 누나랑 친해서 한 자리 빼둘 수 있었거든.”


활기찬 찬영의 목소리를 따라 도윤은 시선을 옮겼다. 찬영의 뒤에서 검은 후드를 깊게 쓰고 있던 남자도 도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남자의 얼굴은 도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었다.


“···안녕. 오랜만이야, 도윤아.”


부드럽게 울리는 여운의 목소리가 도윤의 귓가에 꽂혔다.


작가의말

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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