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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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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9 08:17
최근연재일 :
2021.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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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5.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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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도윤으로 (2)

DUMMY

이튿날, 오전 업무를 끝마칠 때 즈음. 유한열은 어디론가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가 도착한 곳은 ‘국장실’이란 단어가 새겨진 문 앞. 잠시 숨을 고른 그가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국장님, 유한열 피디입니다.”

“아, 유 피디! 얼른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니, 희끗희끗한 머리칼의 남자가 종이컵에 차를 따르고 있었다. 남자는 유한열을 향해 가볍게 손짓하며 말했다.


“잠깐만, 거기 앉아 있어 봐. 거의 다 됐거든.”


유한열은 살짝 고개를 숙이곤, 남자의 말을 따라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이내 소파 앞 나지막한 테이블에 놓인 두 잔의 종이컵. 그것에는 파란색 컵 홀더까지 끼워져 있었다.


“감사합니다, 국장님.”

“마시는 김에 한 잔 더 따른 건데 뭘. 그리고 요즘 한창 고생하고 있는 유 피디한테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하하, 고생은요. 프로그램 진행 중엔 다들 겪는 일이지 않습니까.”

“크크크. 자네는 너무 겸손해서 탈이란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한철동 국장님만 할까요?”


유한열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남자. 그의 이름은 한철동이었다. 그는 큐넷 설립 초창기 PD로 입사해, 대 국민적 오디션 열풍의 기점이 된 ‘K 슈퍼스타’를 제작하고, 현재는 큐넷의 국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인물로, 한 마디로 ‘전설’ 그 자체였다.


그런 한철동과 큐넷의 핵심 인재라 불리는 유한열의 화기애애한 인사치레. 그 치열한 칭찬 공방전은 컵에 담긴 차가 다 식을 즈음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흐음-.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자네가 맡은 프로그램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만면에 가득한 미소완 달리, 날카롭게 번뜩이는 듯한 한철동의 눈빛. 유한열은 이미 다 식은 녹차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본론은 아직 시작도 안 했었군요. 그럼 국장님께서 갑자기 저를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한철동 역시 녹차를 한 모금 홀짝이고는 입을 열었다.


“음, 어제 방영된 <빗더돌> 3화 시청률이 얼마나 나왔었지?”

“2화 대비 1.4% 상승해, 4.1%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오! 3화 만에 4% 돌파라···. 지난 시즌은 최종화 시청률이 5%였었지, 아마?”

“네, 맞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유한열의 대답에 한철동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유한열은 한 국장이 칭찬이나 하자고 자신을 부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유 피디는 이번 시즌의 시청률이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짧은 순간 떠오른 수십 가지의 이유. 유한열은 그중 가장 먼저 자신의 머리를 스쳤던 것을 말했다.


“아무래도, 출연자겠지요.”

“출연자?”

“네. 이번 <빗더돌> 시즌 2 출연자 중, 비트원의 도윤이란 친구가 있습니다.”

“호오-. 그 조작 논란이 있었던 출연자 말이지?”


한철동이 소파에 푹- 기대고 있던 몸을 뗐다. 그의 눈빛에 진한 흥미가 서렸다. 유한열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 물론 조작 논란은 이미 완전히 사그라들었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논란이 사라지고 난 뒤, 그 친구의 인기가 더 높아진 상태이고요.”


이후로도 도윤에 관한 유한열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조작 논란이 발생했던 것도, 결국 도윤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었다는 점부터. 도윤이 지닌 재능은 단순히 춤과 노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저도 모르게 열변을 토해내는 그의 목소리는, 어쩐지 조금 들떠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런 유한열의 모습에, 한철동은 두 팔을 내저어 그를 진정시키며 웃었다.


“크크크. 잘 알겠으니까 이제 설명은 그만해도 돼, 유 피디. 어째 유 피디가 말하는 게 우리 딸이랑 똑같네.”

“···예? 국장님 따님이요?”

“응. 우리 딸도 그 도윤이란 친구한테 완전 푹 빠졌더라고. 얼마 전까진 그렇게 ‘에이블랙’ 싸인 좀 받아 달라고 하더니, 이젠 그 친구 싸인만 찾네.”


유한열은 재빨리 상황 파악을 마치고 답했다.


“아, 당연히 국장님이 필요하시면, 열 장이든 백 장이든 받아다 드릴 수 있습니다.”

“뭐? 큭-. 아니, 크크. 아, 물론 받아다 주면, 크크큭.”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웃음소리뿐. 한철동은 한참을 그렇게 허리를 숙이고 웃은 뒤에야, 간신히 크게 숨을 골랐다.


“후우-. 그래. 물론, 싸인을 받아주면 나야 고맙겠지만. 그런 걸 부탁하려고 유 피디를 부른 건 아니야.”


금세 웃음기를 지운 그는 진지한 목소리가 되어 말을 이었다.


“나도 우리 딸이 하도 보채는 탓에 그 도윤이란 친구 영상을 봤었거든. 근데, 딱 보자마자 느낌이 오더라고···. 한 번 만들어봐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헛다리에 부끄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유한열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지금의 도윤을 두고 만들만한 프로그램은 딱 하나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리얼리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역시, 유 피디는 눈치가 빨라서 편하네. 도윤이란 친구, 유 피디가 보기에도 한 번 반짝이고 말 친구처럼 보이진 않잖아? 그러니 우리 쪽에서 먼저 빚을 지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마침 그 친구 소속사도 그리 크지 않으니, ‘리얼리티’제안을 거절하긴 힘들 거야.”


유한열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러나, 한철동의 말을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단, 한 가지 조건을 붙일 필요가 있겠지.”

“어떤 조건 말입니까?”

“당연히 <빗더돌> 최종 우승. 우승자를 두고, 다른 참가자의 리얼리티를 찍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


말없이 깊은 생각에 빠진 유한열. 한철동은 여유롭게 남은 차를 마시며 그를 기다렸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던 국장실에 잠깐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우선, 소속사 측에는 먼저 전달해두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이내 들려온 유한열의 답변에, 한철동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후론, 유한열 피디에게 맡기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렇게 대화를 마친 유한열이 한시바삐 일어나려는 때.


“아, 잠깐!”


한철동의 다급한 목소리가 유한열을 붙잡았다. 유한열이 의문을 띄운 채 시선을 돌리자, 한철동이 뒷머리를 긁으며 말을 이었다.


“싸인 받아주는 것도 잊지 말고. 흠흠. 넉넉하게 열 장 정도.”



**



“오늘도 파이팅!”

“고마워요, 지수 쌤!”


헤어 디자이너 채지수에게 응원을 받으며 샵을 빠져나온 도윤. 주차장에선 하준과 우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 오늘은 힘 좀 뺀다고 하지 않았었나?”


우석의 장난스런 질문에 도윤이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려고 했는데, 지수 쌤이 꼭 머리를 까고 가야 한다고 해서요. 그래도, 이상하진 않죠?”


도윤의 이마는 훤히 드러나 있었고, 그의 앞머리는 옆으로 가지런히 넘겨진 상태. 깔끔한 이마 선과 빽빽한 머리숱 덕에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턱을 괴고 유심히 도윤의 얼굴을 관찰하던 우석이 이내 엄지를 치켜든다.


“응. 안 이상해. 아주 잘 어울려. 앞으로는 이렇게 자주 까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도윤이한테 뭔들 안 어울리겠어. 얼른 가기나 하자.”

“크크. 그렇긴 하죠?”


하준이 먼저 조수석의 문을 열고 검은 스타렉스에 올라타자, 도윤과 우석도 뒤이어 차에 올라탔다. 시간이 흘러, 그들을 태운 차량이 도착한 곳은 일산의 큐넷 스튜디오. 도윤과 하준은 입구에 내려 먼저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오셨네요!”


대기실로 가기 전, 세트장에 먼저 들린 도윤과 하준을 나유나가 반갑게 맞이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도윤의 게릴라 콘서트에 관한 칭찬을 늘어놓은 뒤, 하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그리고. 유한열 피디님이 김 대표님한테 따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셨는데,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신가요?”

“도윤이가 아니라···, 저 말입니까?”


하준은 혹시나 나유나가 착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되묻기까지 했지만. 나유나는 깊게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자신의 말을 확인시켜 주었다.


“네. 도윤이 말고, 김 대표님이 확실해요.”

“다녀오세요, 사장님. 저는 먼저 대기실에 가 있을게요.”

“···어, 그래. 먼저 가 있어. 나도 금방 갈 테니.”


그렇게 나유나와 하준이 떠나고. 도윤은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며 대기실로 향했다. 잠시 후, 도윤이 머무르고 있는 대기실의 문이 열렸다.


“응? 하준 형님은 어디 가셨어, 도윤아?”

“아, 유한열 피디님께서 사장님을 찾으셔서요. 잠깐 이야기 나누신다고 가셨어요.”

“네가 아니라 형님을 찾으셨다고? 왜?”


궁금함을 한가득 담아 묻는 우석의 목소리에 도윤은 그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좀 이따 사장님이 돌아오시면 같이 물어봐요.”

“흐음. 그래, 그러자.”


하지만, 하준은 결국 도윤의 촬영이 시작되는 시간까지 대기실로 돌아오지 않았고. 도윤은 하준을 보지 못한 채 촬영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



“최근 며칠간, 아이돌 판을 뜨겁게 달궜던 게릴라 콘서트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리아가 무대 위 여섯 출연자를 가리키며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


그녀의 박수에 이어지는 여섯 참가자의 박수 소리.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의 주인공인 그들의 얼굴엔 뿌듯함과 흐뭇함이 섞인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단 두 시간이란 짧은 홍보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 수천에 달하는 팬들이 모였던 경험. 그건 분명 도윤을 비롯한 모든 참가자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이내 자축의 박수가 잦아들 때 즈음. 리아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온, 오프라인 양면으로 정말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만큼. 그 소감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겠죠? 그럼, 가장 먼저 칸 씨와 유진 씨의 소감부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토크가 시작되었고. 그 훈훈한 토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출연자는 다름 아닌 도윤과 태오였다.


“저희 공연을 보러 와주신 팬 분들께는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저는 제가 도윤 씨와 태오 씨의 무대를 직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좀 아쉽더라고요.”

“유린&슬아 선배님의 ‘Shadow Monster’를 선곡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는데. 정말 두 분이 준비한 퍼포먼스가 엄청났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만큼 저희 퍼포먼스에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요.”


그런 <빗더돌> 출연자들의 반응처럼, 실제로 너튜브나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회자하는 무대 역시 도윤과 태오의 무대였다.


흑과 백으로 나뉘어 서로 전혀 다른 컨셉의 퇴폐미를 선보인 두 사람의 무대. 그 무대를 담은 직캠은 단 며칠 만에 200만 조회 수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해냈었다.


하지만, 이번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에서 승패를 판정하는 것은 퍼포먼스의 퀄리티가 아니었다. 리아는 들떠있던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그 점을 분명하게 짚었다.


“저도 도윤 씨와 태오 씨의 무대를 정말 인상 깊게 봤습니다. 하지만, 이번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의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퍼포먼스의 퀄리티가 아닌 관객 수라는 점. 모두 알고 계시겠죠?”

“······.”


돌아오는 것은 무거운 끄덕임 뿐인 상황 속에서. 리아는 결연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미 그 관객 수의 산정은 끝이 난 상황입니다.”


그때, 다른 모든 조명이 꺼지고. 단 네 개의 조명만이 남아 리아와 세 팀을 밝혔다.


“세 팀의 총관객 수는 5,567명. 각 팀 간의 관객 수 차이는 채 100명이 되지 않습니다.”


예상외로 너무나도 치열한 수치에, 모든 참가자가 마른침을 삼켰다. 연이어 무대 위 출연자들을 비추던 네 조명이 어지러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과연,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1위를 차지한 팀은 누가 될까요?”


이내 무대 중앙의 커다란 화면에 집중되었다.


“그 결과를 지금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작가의말

두구두구둥-!!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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