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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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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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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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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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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각종 아이돌 커뮤니티를 후끈하게 달궜던 <빗더돌> 3차 경연의 방청 후기들. 많은 관심을 받은 만큼 그에 관한 파생글이 우후죽순으로 튀어나오는 가운데, 그 파생글 대부분에 포함된 하나의 의문이 있었다.


-대체 왜, 출연자들의 퍼포먼스에 참여한 각 그룹의 멤버 수가 다른가?


3차 경연의 주제가 ‘레전드의 노래&그룹 배틀’이라는 것은 방청 후기를 통해 밝혀졌지만. 의문에 관한 답은 끝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빗더돌> 공식 홈페이지를 향해 끝없이 쏟아지는 문의에 돌아오는 답 역시 한결같았다.


-방송 내용과 관련된 질문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비트 더 아이돌> 시즌 2의 본 방송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케이블 예능의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던 <빗더돌>이었기에. 3차 경연과 관련된 의문은 당연히 엄청난 어그로를 끌어 올 수밖에 없었다.


“나쁘지 않네.”


정확히 유한열과 나유나가 의도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었다.


“공정성에 관한 지적도 없진 않지만, 크게 문제 될 수준은 아니에요. 일단은 방송을 지켜보겠다는 게 주 여론인 것 같아요.”

“그래, 그거면 충분해.”


유한열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6화에서 2차 경연 결과와 함께 그 베네핏이 공개되면 시청자들의 의문은 충분히 해소될 것이 분명했다.


3차 경연을 그룹 배틀로 바꾼 때부터 그가 그린 작은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나 작가, 3차 경연 평가단 점수 좀 보내줄래?”

“네. 바로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이제, <빗더돌>을 통해 그가 그리려던 큰 그림에 집중해야 하는 때였다. 예상치 못한 신성의 등장으로 여러 번 덧칠된 그림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그의 마음에 쏙 들기도 했다.


3차 경연의 평가단 점수가 순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 나유나가 보낸 엑셀 파일을 살펴보는 유한열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1위의 점수가 8.1 점···. 역시 9점대는 힘들었군.’


각 출연자의 팬덤을 모아 구성했던 천 명의 시청자 평가단. 자신이 응원하는 출연자를 위해서 타 출연자의 점수를 낮게 주는 것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8.1점은 절대로 낮은 점수가 아니었다. 적어도 타 팬덤으로부터 5~7점이나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실제로 1위만이 유일하게 8점을 넘긴 상황.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출연자는 채 7점을 넘기지 못했다. 그만큼 1위의 무대는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짧게 스치는 그 날의 무대. 어쩐지 유한열의 두 손바닥이 저릿저릿해졌다. 기분 좋은 미소가 그의 얼굴에 걸렸다.


‘···큰 문제는 없겠지.’


끝과 시작이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최고의 마무리를 최선의 시작을 위한 밑거름으로 만들어야 할 때임을, 유한열은 모르지 않았다.


“마지막엔 또 어떤 무대를 보여줄 생각일까.”


그 무대가 무엇이든. 반드시 최고의 무대로 만들고 말리라. 그의 미소가 짙어져 갔다.



**



“도윤 형, 뭐해?”


지원이 방문을 열었다. 창으로 들어온 따스한 햇볕과 선선한 바람이 한가득 채워진 방. 도윤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하냐니까?”


지원은 묵묵부답인 도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해가 중천인데, 도윤이 아직까지 그냥 침대에 누워있다니. 잠이라도 자고 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도윤의 두 눈은 똑바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끼이익-


지원은 누워있는 도윤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고. 도윤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냥, 순위 발표식에서 어떤 무대를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어.”

“···아직 2주나 남았는데, 벌써 고민하는 거야?”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도윤. 그는 금세 다시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 모습에 지원은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3차 경연 촬영분을 담은 <빗더돌> 6화의 본방이 바로 어제였고. 다음 주에 방영될 7화 역시 3차 경연의 촬영분이 이어진다.


사실상 <빗더돌>의 최종 종합 순위를 판가름하는 모든 경연이 끝난 만큼, 생방으로 진행될 8화까지 각 출연자에게 짧은 휴식 기간이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또 무대 생각뿐이니···.’


지원도 도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도윤 덕분에 설 수 있었던 <빗더돌> 3차 경연 무대. 그때의 감정과 느낌은 평생토록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었고. 지원은 그런 경험을 자신에게 안겨준 도윤에게 깊은 고마움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빗더돌> 촬영 내내 도윤이 보여주었던 열정은 흡사 집착과 광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이러다 갑자기 쓰러지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문득 지원의 마음속에 떠오른 걱정. 생각해보면 도윤은 <빗더돌> 촬영 직전 교통사고를 겪기까지 했었다. 물론, 도윤이 직접 말해주기 전까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멀쩡하긴 했지만.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의 일 아니겠는가.


‘적어도 이번 주는 쉬는-’


벌떡-!


“흐읍-!”


갑자기 몸을 일으킨 도윤 때문에 깜짝 놀라 헛숨을 들이킨 지원. 도윤은 그런 지원에게 머쓱한 사과를 건넸다.


“아, 미안. 지원아.”

“후우-. 아니. 난 괜찮아. ···근데 왜 갑자기 일어난 거야?”


어느새 도윤의 입꼬리는 기분 좋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갑자기··· 만나야 할 사람이 생각났거든.”

“오오!!”


지원도 도윤이 연습을 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반색했다. 그리곤 이내 얼굴을 살짝 기울였다.


인생의 절반을 연습실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도윤의 인간관계는 그리 넓지 않았다.


JYM와 관련된 지인들은 도윤이 말해주지 않아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 외는 도윤이 아는 사람이 곧 자신이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아는 사람들이란 곧 HJ 엔터와 관련된 인물들 뿐.


“······”


지원은 불안한 예감이 등허리를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고.


“···그 만나야 할 사람이 누군데?”

“응? 아. 차 트레이너님.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말이야. 지금 연락이 될지 모르겠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 법이었다.


끼이익-


잽싸게 침대에서 내려와 자신의 핸드폰을 챙긴 도윤은 차연우에게 전화를 걸며 방을 빠져나갔다. 따스한 방안에 남겨진 지원은 그 뒷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연우 쌤!”


깔끔하게 페인팅 된 쪽빛 문이 열리고, 해맑은 목소리의 도윤이 들어왔다. 동그란 테이블 한쪽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차연우는 몸을 일으켜 도윤을 반갑게 맞았다.


“오랜만···은 아니지만, 이렇게 보니까 또 반갑네. 도윤아.”

“하하하, 저도 그래요, 연우 쌤.”


도윤과 차연우가 만난 곳은 보컬 학원 ‘The Voice’의 응접실. ‘The Voice’는 차연우가 직접 운영하는 보컬 학원이었다.


차연우의 말처럼 <빗더돌> 촬영 덕분에 최근 들어 만남이 잦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이렇게 촬영 외의 일로 만나는 것을 오랜만이었다.


“갑자기 연락했는데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도윤이, 네 연락인데 당연히 시간을 내야지! 내가 요즘 네 덕분에 얼마나 어깨 펴고 다니는데!?”


차연우는 꾸벅- 허리를 숙인 도윤을 향해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빈말은 아니었다. <빗더돌> 시즌 2 흥행의 주역이 된 도윤. 그를 처음으로 추천한 것이 바로 차연우였으니 말이다.


본래도 <마이돌 프로듀싱>에 참가하는 등, 업계에서 보컬 트레이너로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그녀였지만. 최근 도윤의 <빗더돌> 캐스팅 비화가 암암리에 퍼지며 그녀의 안목에 대한 평가가 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다만, 그에 따르는 부작용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빗더돌>의 출연자인 도윤과 <빗더돌>의 평가단인 차연우. 두 사람의 개인적 만남은 괜한 조작 의혹을 불러 일으킬만한 것이었기에, 도윤과 차연우는 서로 연락을 자제해야만 했다.


그러니 지금의 만남이 두 사람에겐 특히 반가운 일이었다. 이제 순위 산정에 필요한 경연이 모두 끝난 만큼 쓸데없는 의혹이 불거질 걱정도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도윤과 한참을 반갑게 안부를 나눈 차연우가 물었다.


“그래서, 오늘 갑자기 연락한 이유는 뭐야, 도윤아? 얼굴을 보니까 그냥 인사나 하자고 연락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아, 그게···.”


조금 망설이는 듯 보이던 도윤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연우 쌤에게 트레이닝을 받아보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응? ···가, 갑자기 왜?”


차연우의 머리 위로 큰 물음표가 떴다. 물론, 안 될 건 없는 이야기다. 아니. 도윤이 원한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트레이닝을 못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껏 도윤은 스스로 <빗더돌>의 경연을 해쳐오지 않았던가. 그녀로서는 갑자기, 그것도 순위 산정을 위한 경연이 다 끝난 지금, 도윤이 자신에게 트레이닝을 부탁하는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순위 발표식의 스페셜 무대에서는 보컬에만 집중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도윤의 대답을 들은 순간. 차연우의 머리 위로 떠 올랐던 커다란 물음표는 순식간에 느낌표로 변했다.


보컬에만 집중한다.


보컬 트레이너인 그녀에게는 그보다 기쁜 말은 없었다. 특히, 도윤과 같이 재능 충만한 보석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더욱 기쁜 차연우였다.


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김하준의 부탁으로 찾아갔던 HJ의 허름한 지하 연습실에 울려 퍼지던 도윤의 목소리를. 그리고, 그 이전의 도윤의 목소리가 어떠했는지를.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도윤에게는 믿을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었고. 그 변화 때문에 자신은 직접 <빗더돌>에 도윤의 캐스팅을 추천했었다.


그 때문에 자신이 ‘도윤 트레이닝 권’을 잃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아, 당연히 연우 쌤 시간이 안 되시면 어쩔 수 없고요.”


돌아오지 않는 차연우의 대답에 다급히 말을 덧붙이는 도윤. 차연우는 그런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곤 도윤의 한쪽 손을 덥석- 붙잡으며 외쳤다.


“아니야!”

“예?”

“나 시간 많아. 할 수 있어 트레이닝.”


그녀의 두 눈이 오래간만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와 함께 <빗더돌>의 평가단을 맡은 김인석도 말하지 않았던가. ‘꼭 한번 가르쳐보고 싶다고.’ 그녀는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도윤의 표정도 점차 밝아졌다. 차연우는 변화한 도윤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았던 트레이너였다.


3차 경연에서 선보였던 커넥츠의 ‘박수 쳐’.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도윤에게 딱- 맞았던 그 곡은, 차연우가 직접 도윤에게 추천했던 곡이기도 했다.


도윤은 나머지 한 손을 차연우의 손 위에 올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해요, 연우 쌤!!”

“오히려 네가 날 찾아 와줘서 내가 고맙지! 대신, 이번 트레이닝은 조금 빡빡하게 진행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 내가 트레이닝을 해준 만큼 이전 무대보다는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잖아?”


빡빡한 트레이닝이라는 말에 도윤은 크게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제가 제일 잘하는 게 연습인데요!”

“하하하. 그럼 지금 바로 간단히라도 컨셉을 잡아볼까?”

“좋아요, 연우 쌤!”


차연우 의욕 넘치는 도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말한 ‘빡빡하게’의 기준과 도윤의 기준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작가의말

뜬금없지만, DAY6 노래 정말 좋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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