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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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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안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4.1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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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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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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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만인의 차애에서 (3)

DUMMY

근 며칠간, 수제화 전문점 ‘Oh My Shoes’의 사장 최경아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퉁-, 퉁-, 퉁.


가죽을 있는 힘껏 당겨 망치질하던 그녀의 손이 멈췄다. 연이어 흘러나오는 큰 한숨 소리.


“하아-.”


잠시 두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작업대에 앉아있던 최경아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게시판별로 아이콘을 설정해둔 아이돌 커뮤니티, 그중 <빗더돌> 게시판이 화면에 떠올랐다.


신발을 만들 때처럼 집중력을 최고로 끌어올린 최경아. 그녀가 이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사람 아닌데.”


단 두 번 만나보았을 뿐이었지만. 도윤은 절대 조작 같은 것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 두 번도 사실,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것은 아니긴 했지만. 같이 가게에 왔던 멤버와 해맑게 떠들던 모습을 보면 절대 나쁜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역시 안 되겠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작업용 앞치마를 벗었다. 느슨해졌던 머리띠를 다시 꽉 조여 맸다. 그리곤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매장 관리용 컴퓨터 앞에 앉았다. 키보드 위에 두 손을 올린 그녀의 눈빛은 결연함 그 자체.


다시 한번 그녀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비록,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도 선명한 패배일지라도.


“아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퀭해진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는 최경아는 완벽한 패잔병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녀는 도망치듯 커뮤니티를 빠져나왔다. 이번에도 수적 열세를 뒤집는 데 실패한 그녀였다.


<빗더돌> 시작 이후, 투비트를 비롯한 도윤의 팬덤 역시 큰 성장을 이뤄내고 있었지만. 아직까진 1군 그룹들의 팬덤의 협공을 이겨내는 것은 무리였다. 특히, 1차 경연에서 하위권에 머무른 세 팬덤 간의 연합은 놀라울 정도로 견고했다.


“한 명이라도 좋으니까, 도윤 씨 편이 있었다면···.”


조용한 가게 안으로 분함이 가득 담긴 최경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그녀도 그것이 허망한 바람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도윤이 스스로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최경아는 진이 다 빠진 손을 가까스로 움직여 너튜브 <빗더돌> 채널에 접속했다. 채널 최상단엔 한 영상이 최초 공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 <비트 더 아이돌> 2차 경연 중간 점검 프리뷰. 최초 공개까지 3시간 37분.


그건 바로 1차 경연의 결과로 맺어진 파트너들 간의 상호 평가가 담긴 영상이었다. 영상의 최초 공개 시각을 바라보는 최경아의 눈빛엔 간절함이 차올랐다.


무엇이든 좋으니까, 도윤에 관한 부정적 여론을 조금이라도 잠재울 수 있는 내용이길.


그녀가 굳은살 배긴 두 손을 모았다. 이내 단단히 깍지를 낀 그 손은, 하나의 바람만을 꼭 쥐고 있었다.



**



2차 경연 중간 점검 프리뷰 공개 직후. 나유나는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응을 살폈다. 2.7%의 시청률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대다수 아이돌 커뮤니티에선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글이 업로드되고 있었다.


-와, 중간 점검 프리뷰 진짜 개꿀잼.

ㄴ 아, 2차 경연 진짜 기대되네. 서로 열심히 피드백해주는 거 보니까, 1차 경연 때보다 무대 퀄 훨씬 좋아질 듯?

ㄴ ㄹㅇ. 1차 경연 때도 장난 없었는데. 2차 경연은 진심 레전드 무대 나올 듯.


중간 점검 영상을 보며, 2차 경연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갔다는 반응.


- 애들 끼리 떠드는 것만 봐도 재미있네 ㅋㅋ.

ㄴ 22 평소 모습으로 편하게 이야기하는 거 볼 수 있어서 좋았음.

ㄴ 다들 서로 알던 사이라, 케미가 더 잘 산 듯?


꾸며지지 않은 참가자들 간의 케미가 좋았다는 반응.


- 다들? 정확히 말하면 ‘다’는 아니지 않나?

ㄴ 또 시비네. 솔직히 이번 영상에선 도윤이랑 태오 사이가 좋아 보인 건 팩트인데.

ㄴ 투표 조작까지 하는데. 연기라고 못하겠음?

ㄴ 아니, 조작도 뭐가 있어야 하지. HJ가 어디 조작할 힘이 있는 소속사임?


그리고, 여전히 꺼지지 않은 도윤에 관한 부정적인 반응까지.


“후우-.”


나유나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짚었다. 지난 며칠간 이어진 치열한 공방은 도무지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잠시 잠잠해진 듯 보였다가도, 작은 불씨 하나로 갑작스레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다. 지금 커뮤니티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유한열의 예상대로 아주 조금이지만 변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중간 평가 영상이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네.”


중간 평가 당시. 도윤은 아주 진지한 태도로 태오의 퍼포먼스에 대한 피드백을 아끼지 않았었다. 2차 경연이 두 참가자 간의 우열을 가르는 것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경쟁자를 위해 최선을 다한 도윤의 모습. 그 모습이 도윤의 이미지에 미약하게나마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 모든 비난을 뒤엎기엔 부족한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아직도 걱정 중이야, 나 작가?”


고개를 돌린 곳엔 유한열이 있었다. 그는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태블릿 PC를 들고 있었다. 나유나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제 걱정 안 해요. 지금만 봐도 혼자서 잘 이겨나가는 중이잖아요.”


유한열 역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천천히 나유나에게 다가가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건넸다. 그것을 받아든 나유나는 멀뚱히 유한열을 바라보았다.


“이건 갑자기 왜요?”

“메일함 한 번 확인해 봐.”

“메일이요? ···아!”


유한열의 말을 따라 받은 메일을 살피던 나유나가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메일함 가장 위에는 태오의 소속사인 블루라인 미디어에서 보낸 메일이 있었다.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에서 할 퍼포먼스 영상이군요!”

“그래.”

“유 피디님은 보셨어요?”

“아니, 나도 메일 받고서 바로 온 거야. 왠지 나 작가가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럼 얼른 여기 앉으세요. 같이 봐요!”


한순간에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른 나유나의 표정. 저는 아니라 하지만, 유한열이 보기엔 나유나는 이미 도윤의 열성 팬이나 다름없었다.


‘···뭐, 나도 기대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나유나의 재촉에 유한열이 의자를 당겨와 앉았다. 나유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메일에 첨부된 영상을 재생시켰다. 그리고.


“어? 이건···.”

“······.”


두 사람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선곡에 말을 잃었다. 건반을 내리치는 듯한 불길한 단조 화음의 피아노 소리와 그 위에 더해지는 찢어지고 짓뭉개진 보컬 샘플. 그 짧은 전주만으로도 곡의 정체가 분명해진다.


걸그룹 ‘퍼플벨벳’의 유린과 슬아의 유닛 데뷔곡, ‘Shadow Monster’. 본래 톡톡 튀는 귀여운 이미지였던 유린과 슬아에 대한 편견을 단번에 깨부숴버렸던 곡이었다.


그렇게 나유나와 유한열이 파격적인 선곡의 여파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때. 강렬하게 치고 들어오는 트랩 비트를 따라 낮게 깔린 도윤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두 사람은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음색을 낼 수 있었다고?’


지난 두 번의 경연을 거치며 들려주었던 시원한 음색과는 확연히 다른 음색. 그러면서도 억지로 만들어졌다는 느낌 없이, 본래 자신의 목소리인 양 자연스럽다. 나유나와 유한열이 자연스레 그 목소리에 빠져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후우-.” “하아-.”


잠시 후, 영상 속 도윤과 태오의 퍼포먼스가 끝난 뒤. 나유나와 유한열은 저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 숨결에는 진한 흥분이 뒤섞여 있었다.


‘···여기서 또 이런 영리한 선택을 할 줄이야.’


유한열의 미소가 짙어졌다. ‘Shadow Monster’는 무의식이란 그림자 속에 숨은 괴물과 그 괴물을 직면하게 된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었다. 당연히 곡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괴물을 직면하게 된 인간. 그리고, 이번 퍼포먼스에서 그 역할을 맡은 것은 태오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괴물의 임팩트가 작은 것은 아니지.’


조금 전 보았던 영상에서 도윤이 보여준 퍼포먼스와 음색은, 이전 1, 2차 경연의 도윤을 전혀 떠올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태오에게 공포를 심고, 지배하려 드는 그 모습은 마치···. 완벽히 괴물의 것이었다.


‘태오가 무대의 주인공으로 빛나게 만들면서도, 자신 역시 빛을 잃지 않는다.’


날 선 관심이 도윤을 향해있는 지금. 그 관심의 칼날을 피하고, 자신의 이미지 변신까지 꾀할 수 있는, 정말 빈틈을 찾아볼 수 없는 전략이었다. 유한열은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유 피디님도 마음에 드셨죠!?”


그때 들려오는 들뜬 나유나의 목소리. 유한열은 소름이 인 팔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 때, 반응이 엄청나겠어.”

“···정말, 실수가 없도록 저희도 철저하게 준비해야겠어요.”


나유나의 목소리에 강한 의지가 담겼다. 게릴라 콘서트에 관한 정보는 날짜만 풀려있는 상황. 오늘 공개된 영상의 말미에도 오직 날짜만을 적어 두었을 뿐, 그 날짜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었다.


<빗더돌> 시즌 2가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그 날짜에 관한 추측은 수도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날짜의 의미가 게릴라 콘서트임이 밝혀진다면, 분명 폭풍과도 같은 인파가 몰리리란 건 두말하면 입 아픈 일.


“그래. 참가자들이 준비한 최고의 퍼포먼스를 우리가 망쳐버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나유나와 유한열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반드시 철저한 준비를 마쳐야만 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까지 남은 시간은 나흘. 시간은 단 한시도 멈추지 않고 빠르게 흘렀다.



**



“헉-, 헉-. 이 정도면 충분해.”

“···혹시 모르니까 한 번만 더 맞춰보면 안 될까?”


도윤의 질문에 태오가 크게 팔을 젓고서는 연습실 바닥에 쓰러졌다. 도윤은 입맛을 다시며 그 곁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콘서트가 내일이니까, 체력 관리도 해야지. 안 그럼 내일 실수할지도 모른다고.”

“나 지금 멀쩡한데-”

“아니, 내가 그럴 것 같다는 소리 아니야!”


태오와 도윤은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지난 사흘간 매일 같이 만나, 온종일 연습하며 붙어있던 덕분이었다. 물론, 태오는 끝끝내 도윤을 형이라 부르지는 못했다.


“그럼, 사진 몇 장만 찍자.”


뜬금없는 도윤의 제안에,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던 태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웬 사진?”

“그냥. 오늘이 연습 마지막 날이잖아.”


순간, 태오의 머릿속을 하나의 생각이 번뜩이며 스쳤다. 그리곤,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되어 도윤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냥 오늘이 연습 마지막 날이어서 사진 찍자는 거 맞아?”

“그럼 그거 말고 사진 찍을 이유가 뭐가 있어?”

“······.”


도윤은 정말 다른 의도가 있어서 꺼낸 말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다른 아이돌과 함께 준비해 본 듀엣 무대였다. 단지, 그 기록을 남기고 싶을 뿐이었다.


‘진짜 그것뿐인가?’


태오는 그런 도윤에게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의 머리를 번뜩이며 스친 생각. 그건 분명, 도윤을 향한 비난의 여론을 상당 부분 잠재울 만한 방법이었고. 동시의 자신의 이미지 역시 챙길 방법이기도 했다.


‘···어째 내가 휘둘리는 것 같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 일단 찍어 두는 게 좋긴 하겠어.’


결국 태오는 도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핸드폰엔 각각 몇 장의 사진이 저장되었고, 그것을 끝으로 마지막 연습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마침내 파트너 게릴라 콘서트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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