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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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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7 16:3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10,639
추천수 :
1,011
글자수 :
645,893

작성
24.05.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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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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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51. 키메라면 키메라고, 강시면 강시지. 이런 게 어딨어?

DUMMY

거상 그룹의 판교 연구실은 곁으로 보기에는 일반 빌딩과 차이가 없었다. 주변에 잔디밭이 넓고 조경이 좀 더 잘 되어 있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조용한 건물의 뒤쪽 화단에 검은 모자와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몸을 낮춘 채 누군가를 보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건물 창가에 바짝 붙어 있는 하윤이가 창문 하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 창문 안쪽에는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스위치가 있었다.

이 건물의 모든 창문은 전기식 개폐 장치를 사용했다.


한효린이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하자 하윤이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창문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쉽게 건물 내부에 침입을 한 것이다.

2m 블링크를 사용해서 이렇게 침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지오는 깜짝 놀랐다. 혹시 하윤이의 특성이 도둑이 아닐지 의심이 들었다.


창문 밑을 두리번거리던 하윤이가 스위치를 눌렀다.


기기기깅!


작은 소리인데도 잠입조의 귀에는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처럼 크게 들렸다.

남의 연구소에 들어간다는 부담 때문일까? 지오는 왠지 불길한 느낌과 함께 등골이 오싹해졌다.


창문이 50도로 들리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이미 약속된 순서대로 지오부터 안으로 들어갔다. 한효린과 하태산은 주변을 경계하고 나머지 대원이 한 명씩 안으로 잠입했다.


안으로 들어간 후 정보실의 전보완이 길을 안내했는데, 그는 마치 자신이 근무하는 연구소처럼 길을 잘 알고 있었다.

실내에 설치된 CCTV는 가급적 피해서 이동했고, 불가피할 경우 한효린이 냉기를 쏘아서 렌즈에 서리가 끼게 만들었다.

한효린의 말로는 저렇게 하면 5초 정도 흐릿하게 보이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잠입조는 지하로 내려가는 비상구로 들어갔다. 지하 3층까지 내려가서 복도를 따라 쭉 가다가 오른쪽 세 번째 방 앞에서 멈췄다.

방문에는 NGF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Next Generation Foods(차세대 식품)의 약자.


정보실에서 온 모자를 쓴 남자가 백팩에서 작은 기계를 꺼냈다. 출입문 우측에 있는 신분증 인식기의 커버를 열고, 기계에 있는 선을 연결한 후 뭔가 작업을 했다.


3분 후, 아나운서처럼 분명한 발음과 스튜어디스처럼 경쾌한 억양이지만 왠지 차갑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보안장치가 해제되었습니다. 다시 보안장치를 가동하려면 보안 담당자의 지문 인식이 필요합니다.”


양상국이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주자 한효린이 먼저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경보실 대원들은 사주경계를 하고, 정보실에서 온 두 사람은 자신이 가져온 노트북을 연구실 안에 있는 컴퓨터에 연결해서 자료를 찾았다.

10분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두 사람 모두 여전히 컴퓨터 모니터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말이 10분이지 남의 연구소에 몰래 들어와 있으니 10분이 1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심심해진 지오는 양상국의 곁으로 가서 그가 작업하고 있는 노트북 모니터를 슬쩍 훔쳐봤다.

양상국은 탐색과 삭제를 동시에 작업하고 있었다. 탐색은 당연한 것이지만, 삭제는 왜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뭘 지우는 겁니까?”


양상국이 입꼬리를 살짝 비틀며 짤막하게 말했다.


“높으신 분이 우리 건 찾고, 다른 건 다 지우라고 하더군요.”


지오는 기가 막혔다. 이건 잃어버린 물건 찾으러 온 게 아니고, 남의 집에 몰래 들어와서 방화를 하는 짓이 아닌가?


‘쓰발, 이러다 잡히면 콩밥 먹는 거 아냐?’


정보실의 전보완이 한효린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자, 한효린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그녀가 나지막히 두 사람을 불렀다.


“안지오, 나하윤! 너희 둘이 지하 4층에 가서 수상한 방이 있는지 한번 살펴봐! 하윤이가 살짝 들어가서 보고 와! 알았지?”


“넵!”

“네!”


겁이 없는 하윤이는 남의 연구소에 도둑놈처럼 들어와서, 아니 도둑인가? 어쨌든 이런 일을 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선배, 가요!”


하윤이가 앞장서서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은 작은 랜턴을 비추며 지하 4층으로 내려갔다.

렌턴을 여기저기 비추던 하윤이가 짜증인 난 목소리로 궁시렁거렸다.


“아니 찾는 게 뭔지 말을 해 줘야 찾지? 그냥 수상한 게 있는지 보고 오라니! 에이씨!”

“하윤아, 아무래도 우리가 잘못하는 것 같다.”


지오는 양상국이 하는 짓을 보고 나서 영 마음이 찝찝했다.


“뭐가요?”

“내가 아까 양상국이란 정보실 직원이 작업하는 걸 봤는데, 그 사람이 자료를 찾기만 하는 게 아니고, 아예 이 연구소에 있는 자료를 다 삭제하고 있더라.”


하윤이도 놀랐는지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졌다.


“네? 그럼 내일 거상에 난리 나겠네요?”


하윤이가 놀란 건 지오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방향이었다.


“야, 임마! 난리만 나겠냐? 삭제된 자료가 몇 년 동안 수백 억을 들여가며 한 연구일 수도 있잖아? 우리 잘못하면 콩밥 먹을 수도 있어!”


이번에는 하윤이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회사에서 시켜서 월급 받고 하는 일인데?”

“야, 목소리 낮춰! 만약에 우리가 잡혀가면 회장님이 우릴 구해 줄 것 같냐? 그 양반은 나는 모르는 일이오. 그럴 걸!”

“아씨, 그럼 어떡해요? 지금 도망가요?”


지오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겁이 없는 하윤이의 목소리는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그 때문일까? 복도 한쪽에서 환한 불빛이 두 사람을 비추었다.


“누구냐?”


두 사람이 대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자, 경비원 한 명이 바로 무전기에 있는 비상 버턴을 눌렀다.


애애애앵, 애애애앵!


연구소 건물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복도와 방에 있던 전등이 동시에 환하게 켜졌다. 일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다.


“도망가자!”


지오와 하윤이가 경비의 반대 방향으로 뛰는데 방화벽이 내려와서 앞을 가로막았다. 다시 뒤로 돌아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그쪽에서는 경비원 5명이 뛰어오고 있었다.


몬스터라면 바로 처리를 했을 것인데, 지금 뛰어오고 있는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사실 잘못한 것은 남의 연구소에 몰래 들어온 자신들이 아닌가!

그래서 지오와 하윤이는 경비원에게 함부로 손을 쓸 수 없었다. 특히 지오는 아버지가 경비를 하고 있기에 더 그랬다.

두 사람은 아직 방화벽이 내려오지 않은 왼쪽 복도로 방향을 바꾸었다.


“선배, 여기로 들어가요!”


하윤이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복도 오른쪽에 있는 문이 열렸다. 지오가 들어가자 하윤이가 문을 닫았다.

벽에 기댄 지오가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켰다.


“휴! 쓰발, 이러다 진짜로 콩밥 먹겠는데?”

“선배, 여긴 뭐예요? 저건 몬스터 같은데요?”


지오와 달리 하윤이는 방금 들어온 방의 내부를 살펴보고 있었다. 무슨 소린가 싶어 지오도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봤다.


방의 크기는 30평 정도인데 천장이 꽤나 높았다. 안쪽 벽면에는 냉장 쇼케이스가 할인점 신선코너처럼 쭉 이어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수술대 세 대가 놓여 있었다.

하윤이가 가리키는 냉장 쇼케이스 안에는 부위별로 잘려 있는 각종 몬스터의 사체가 진열되어 있었다.


“거상에서 차세대 식품으로 몬스터 고기를 연구하는 것 아닙니까?”


하윤이가 엉뚱한 소리를 해서 지오가 몬스터 고기에 대해 설명을 해 줬다.


“하윤아, 몬스터 고기는 사람이 못 먹어! 몬스터 고기를 먹으면 이성을 상실하고 폭력적이고 잔인하게 변한대!”

“그러면 몬스터를 왜 이렇게 부위별로 잘 구분을 해 놨을까요?”

“그건 너희들이 알 필요 없지 않나?”


왼쪽에서 들리는 낯선 목소리에 두 사람은 모골이 송연했다.


“누, 누구세요?”

“하하하, 그건 내가 너희한테 해야 할 말이고, 너흰 참 재수가 없는 놈들이군! 하필이면 이 방에 들어오다니.”


날카로운 눈매에 얄팍한 입술, 호리호리한 몸매의 남자가 연구원들이 입는 흰색 가운을 입고 서 있었다.

그 남자의 뒤에는 키가 아주 큰 남자 두 명과 덩치가 씨름선수 같은 남자가 호위처럼 서 있는데, 각성자인지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침입자의 입장에서 주인에게 들켰으니 뭐라 할 말은 없고 도망을 가려고 뒤를 돌아봤다. 그때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명령을 내렸다.


“죽이지는 말고 목숨은 붙여 놔! 연구 재료로 쓰게!”


하윤이가 그 말을 듣고 열이 받아서 소리쳤다.


“그게 뭔 개소리야? 누굴 연구 재료로 쓴다는 거야?”


연구원은 안쪽에 있는 문을 통해 사라져 버리고, 얼룩 무늬의 갈색 전투복을 입은 세 사람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여유가 있는 건지 신중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걷는 동작이 좀 느렸다.

세 남자는 아무 말도 없이 검집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은색의 검신이 조명을 받아 새파랗게 빛을 토해 냈다.


상대가 칼까지 뽑아들었는데 어쩌겠는가? 아무리 침입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칼에 맞아 줄 수는 없는 일.

지오가 주먹을 거머쥐고 켈베로스의 발톱에서 칼날을 뽑았다.

길이가 긴 브류나크가 더 유리할 것 같긴 하지만, 아직 그에 맞는 무술이나 스킬을 익히지 못했기에 지오는 근접단검술과 야수격투술을 펼치는 게 훨씬 더 편했다.


하윤이도 인벤토리에서 바르나울의 창을 소환했다.


세 남자가 3m 앞에 이르렀을 때 맨 앞에서 걸어오던 키가 큰 남자가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지오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왜 칼을 휘두르는 거지? 그냥 겁을 주기 위해서인가?’


휘이이잉!


그런데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남자의 팔이 늘어난 것인지, 검이 길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3m 앞에서 휘두른 검이 지오와 하윤의 허리를 두 동강 낼 것처럼 날아들었다.


“어!”

“헉!”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훌쩍 몸을 날렸다. 은빛 칼날이 배 앞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스쳐갔다.


지오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키가 큰 남자가 칼을 휘두를 때 놈의 팔이 두 배로 늘어났다. 무슨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고무 팔처럼!

소매를 뚫고 나온 팔에는 원숭이처럼 털이 수북하게 나 있었다.


벌어진 입을 다물기도 전에 뒤에 있던 두 남자가 각각 지오와 하윤이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두 사람을 단번에 쪼갤 듯이!


지오는 뒤로 점프를 해서 수술대 위로 몸을 피했고, 하윤이는 블링크를 해서 수술대 위로 이동했다.

지오와 하윤이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대로 뛰어내리며 각각 자신에게 검을 휘두른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지오는 다시 검을 드는 남자의 오른팔을 켈베로스의 발톱으로 내리쳤다.


“캉, 그그극!”


칼날과 팔이 부딪쳤는데 쇳소리가 나며, 지오의 칼날이 남자의 오른팔을 긁었다.

소매가 잘리며 드러난 남자의 팔에는 은은하게 빛나는 녹색 비늘이 뒤덮여 있었다.

지오의 칼날이 긁고 지나간 자리에는 선만 두 줄 그어져 있을 뿐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남자의 피부는 구리 게이트에서 지겹게 봤던 리자드맨과 비슷했다. 하지만 리자드맨의 피부도 이렇게 단단하지는 않았다.


지오가 남자의 얼굴을 마주보자 정보가 검색되었다.



 이름 : 리자드맨 키메라 강시

 등급 : 6티어

 특성 : 언데드

 스킬 : 삼재검법

 강점 : 강철 피부

 약점 : 미완성, 발바닥

 무기 : 미스릴 검(희귀)



‘뭐야? 리자드맨 키메라 강시라니? 키메라면 키메라고, 강시면 강시지. 이런 게 어딨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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