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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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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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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내추럴 본 : 갈대숲에서 하늘을 본다 2

DUMMY

무성 사수가 순간 근접교전 발발에 들고 있던 무성총을 전투에 사용하면서 실탄이 푹푹 줄어갔고, 이제는 모인 지역대에서 K-7 실탄 수색하고 숨기고 짱박고 난리도 아니다. 그리고 또 필요한 야간투시경과 목표지시기용 배터리와 소형 작전무전기용 배터리. 배터리가 이렇게 중요할 줄은 몰랐다. 훈련에 비해 사용시간이 길다 보니 빠르게 소모된다.


배터리가 떨어지자 일부 팀은 파묻기도 했고, 야간투시경과 무전기는 정말 필요할 때만 사용하며 진상품 대접 받는다. 후레시용 배터리는 좀 참아도 안 써도 그만이지만, 야간교전에서 야간투시경과 적외선 광학 조준경은 엄청난 거였다. 북한군 학살용품이었다.


상대는 마구잡이로 쐈지만, 우리는 적외선으로 정확히 적중시키며 쓰러트렸고, 그건 전투가 아니었다.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전통적인 야간전투를 상상한 적 지휘관은 순간 퇴각을 명령한 것 같다. 당해도 너무 당한다고 깨달은 것이다. 어디 외계에서 왔나? 요즘 전 세계에서 총 악세사리 없이 돌격하는 놈이 무덤 판 거지.


그리고 어느 순간 아군 전사자를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사용하며 무엇이 그렇게 자기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지 깨달은 것 같다. 밤이라고 대놓고 몸 노출을 안 하기 시작한다. 만약 열영상까지 가진 미군 수준이라면 그런 총폭탄정신으로 돌격하는 건 전멸이다. 적외선까지 가진 놈은 밤의 황제다. 다만 문제는 보급을 쥔 상부다. 침투 전에 남들이 욕할만한 고가 광학장비를 가지고 있던 놈들은 다른 대원이 킬 10-20을 말할 때 그 배 이상을 말한다. 심지어 상대에게 예의를 갖춰 심장이나 머리통을 쏴주는 일도 화기주특기 말을 통해서 들었다.


“아주 깔끔하지 않아? 심장에 하나. 염할 때도 깨끗하니 말야.”


그래서 우리는 정찰/작전보고 전문에 그걸 좀 재보급해달라고 아우성쳤다. 적외선 야간기능 스코프. 전투가 달라진다. 아니 전투가 아니다. 재래식 장비와 전술을 가진 자들에게는 지옥이다. 스코프는 그냥 전자오락이다. 총이 한번 흔들리면 스코프상의 인간 물체가 푹푹 땅으로 뻗는다.


수류탄도 물품 요청에 들어가기는 했다. 노획하는 북한제 불량이 많다. 언제 제조했는지 외관 도색까지 이건 말이 아니다. 월급 밀린 가내수공업 같다.


먹을 것과 총이 있다면 무엇을 택하는가. 당연히 총이다. 만약 식량과 스코프를 고르라면 스코프를 고른다. 식량과 K-7 실탄을 고르라면 당연 실탄이다. 왜? 전투에서 이겨, 추격하는 적에게 엿을 먹이고 골로 보내주며 도주가 가능해야, 산 몸이 무얼 먹어도 먹을 게 아닌가. 뒈진 놈에게 식량 던져주면 뭐 영혼의 양식이 되나? 저승길 비상식량이라도 되나? 알아서 온갖 것을 주어먹고, 전에 알지도 못했던 과실이나 뿌리도 씹어 먹는다.


중요한 것은 장비와 실탄이다. 그게 우선이다. AK는 그냥 전기톱으로 써도 되고, 아군의 빛나는 주체, 적에게 죽음의 망원경인 스코프와 실탄이 필요하다. 어떤 팀은 비오고 바람 부는 날, 목표의 외부 경계 일곱 명을 모두 K-7으로 보내고 작전 발로 했다고 자랑했다. 부러웠다. 칼 썼던 팀들에서는.


모든 말이 불필요한 형용사다. 실탄. 배터리. 그 다음 수류탄과 폭약. 그래야 먹을 놈이 남아 있다.


숨이 가빠지고 의문이 꼬리를 문다. 정말 오기는 와? 여기까지? 저 전폭기 폭격은 정마 우리와 관계된 거야? 그나마 우리는 남에서 좀 가까운 편인데. 다른 여단도 이런 식으로 받고 있는 건가? 확신할 수 없다.


서쪽 하늘. 뭐가 좀 나타나봐. 어이, 제발. 좀 와봐. 귀를 기울여도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대공포는 더 이상 안 터진다. 기수를 돌린 건가?


그때 터지는 무전기.


[TOT! TOT.]


니미 심장마비 올라 그런다. 오고 있단다. 들어온단다. 안 돌아갔단다. 적 따꿍포에 안 맞았단다. 공군이여 영원할 지어다. TOT! TOT!


난 보았다. 훈련 때 두어 번 봤지만, 이 정도 기분은 아니었다. 훈련에서는 제발 다른 쪽에 떨어져 힘만 덜 빼고 싶었었다. 산 넘어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나부터 먼저 달려가고 싶다. 밝은 녹색 하늘 위에 갑자기 무언가 돌출적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화면상 오류 같은 검은 점이 나타났고, 그건 계속 커졌다. 십자가처럼 길고, 수직선이 유난히 긴 검은 물체. 그게 남서쪽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보지는 않아도 저쪽 구릉 중심에서는 전통적인 ‘T'자로 패널을 깔았을 것이다. 불 피운다는 것은 2차대전 이야기고. 대대본부에서 장거리 무전기에 숏안테나를 꼽아 CCT처럼 유도하고 있을 거였다.


대형 십자가는 우리 바로 우리 머리 위 정확한 일직선은 아니었고 약간 북으로 치우친 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프로펠러 소리는 안 들린다. 바람 때문인지 간간히 엔진소리 같은 가냘픈 것이 우이이이잉 하고 들렸다 사라진다. 그 소리는 익히 들어서 무엇인지 안다. 니뽄도를 날로 단 선풍기가 도는 소리. 날카롭다가 종종 우왕우왕거리는 애교도 부리는 프로펠러.


물체를 주시한다. 이제 문제는 어디 떨어지느냐. 이 상황에서 공패스를 돌라고 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 한 번에 고! 해야 한다. 그건 DZ조의 몫이다. 그 교신은 우리가 들을 수 없기에 눈으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갑자기 제트기 굉음이 우리 구릉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면서 거대한 제트엔진 음을 선사한다. 정말 가깝게 날았다. 그래도 고도가 높아 눈으로는 못 본다. 플라이급 핵펀치 큰 형님이 마른 농구선수 동생을 엄호한다.


우리 셋은 정말 넋이 나갔다. 눈가 저 편에 김중사가 보이는데, 서서 꼼짝도 없이 서 있다. 똑같은 걸 보고 있다. UFO를 본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 비행기 모양이 그렇게 이쁘다. 원래 이쁘다고 생각하지만 오늘 천 배는 더 이뻐 보인다. 꼬리로 가는 그 잘록한 허리 맵시가 끝내준다.


곰돌이 같이 아담한 앞대가리. 천사의 날개처럼 달린 양 날개의 프랑크 소시지 네 개. 어떤 가스나도 저런 몸매로 우리에게 쾌락을 선사해주지는 않는다. 수송기는 뭐 우리의 친구다. 자꾸 중간에 나가라고 해서 문제지만. 정말 비행기 이쁘다. 저 안에 우리 여단 낙정대 원사나 고참들이 타고 있다가 공군 로드마스터와 함께 점프처럼 GO! 해서 밖으로 차낸다. 아니지 레일로 밀 거야.


차내는 건 양이 너무 작은 거다. 화물 포장하는데 하루는 걸렸을 거다. 안에 거 깨질까봐 밑에 번들 두껍게 깔아주고 고정하고 존나게 묶는 거지. 그 위에 낙하산 달고. 간이 콩딱 만한 상태로 이 상공을 날며 저거 차내는 맛도 쏠쏠할 거다. 고맙다 공군, 고맙다 특정대.


갈매기 꼬리에서 무언가 터진다. 나오는 물체 자체는 안 보이다. 낙하산이 터져야 뭘 던졌는지 안다. 우리가 매번 보던 그것. 무언가 조그만 것이 꼼지락거리더니 고무풍선에 바람이 들어가듯이, 살기 위한 병아리의 몸부림처럼 꼬물꼬물 부푼다.... 낙하산.


하나. 둘. 셋. 넷. 어.... 네 개 .


층층이 약간의 고도 차이를 두고 떨어진다. 나는 시선을 내려 어느 쪽으로 떨어지나 감을 잡아보았다. 그러나 안다. 저게 투하고도에서 땅과 중간 정도는 와야 어디 떨어지는지 감이 온다. 내 머리 위에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놈이 수백 미터는 저 멀리 떨어지고, 나온 직후에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다 자기 쪽으로 떨어질 것처럼 착각할 수 있으나, 바람도 있고... 니미 떨어질 곳에 떨어진다. 그게 답이다. 공중의 바람을 모른다. 낙하산이나 폭탄이나 처음 기체에서 분리될 때는 머리 위 같다가 저기 떨어지고, 저기 떨어질 것 같다가 내 머리 위에 떨어진다. 공중을 보면 3차원 좌표가 안 보인다.


시선을 낙하산 따라 가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것을 봤다. 분명이 끝난 것 같았는데 헉. 무언가 또 나왔다. 두 개. 또 낙하산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화물낙하산보다 분명히 작다. 앞서 본 화물낙하산이 그냥 낙하산이라면 그 낙하산은 마치 보조산처럼 작아 보인다. 착각이다. 화물낙하산이 그냥 큰 거다. 그러면 저것은?...


사람이다. 대인낙하산 씨바, 이 전시에 두 명이 점프했다. 와! 쩐다. 누구야? 뒤질려고 환장했나? 아마도 대대본부 간부거나 그렇겠지? 이제 느끼겠냐 우리 기분을. ㅋㅋㅋ 돈다. 간과 붕알이 존나 염주처럼 작고 단단해졌지? 엊저녁 비행장 메뉴 뭐였냐? 존나 똥국에 짜장밥? 100% 성공 다이어트 월드에 온 걸 환영한다. 대령 배에 왕자가 드러날 것이다.


“아니 누구야?‘

“짬마와 메인패스트 막번이 동시에 뛰었군. 존나.”

“대체 저게 누굽니까?”

“낸들 아냐. 우린 보급품만 챙기면 돼.”

“뭐 한둘 더 넘어온다고 나아질 것도 나쁠 것도 없다.”

“북한 땅에서 발 털고 접지 준비.... 와 씨, 영화다.”

“계급 하바리가 뛰진 않았을 거 아냐. 앞꿈치 무릎이다.”


그러다 갑자기 화물낙하산으로 시선을 돌리니 실감이 온다. 대체 저거 합하면 무게가 얼마냐. 화물낙하산 네 개. 직접 가봐야 알겠지만, 우리가 훈련 때 야밤에 숨어서 받던 거는 그냥 형식적이라, 화물낙하산도 특정대 창고 어디 짱박혔을 존나 조그만 거에 한 70kg 매달아 차낸다. 그냥 화물낙하산 장력에만 맞춘 무게.


그러나 이건 내가 별로 못 보던 대형 화물낙하산이다. 개인용 낙하산을 보고 다시 오른쪽 화물을 보니 그 크기가 상당하다. 전에 훈련 때 뿌리던 거 아니다. 와 무게 장난 아니겠는데. 하지만 어쩌냐 이렇게 반가운 걸. 쌀 한 톨 안 흘리고 은거지로 지고 간다. 니미 걱정도 풍년이다.


낙하산을 주시한다. 바람은 서쪽으로 밀리고 있다. 이때부터 공중의 낙하산과 땅을 번갈아가면서 보고, 낙하산이 점차 밑으로 흔들리며 내려온다.


'어디로. 어디로. 저게 지금 수직은 아닌데 어디로 밀리는 거야? 안 보여. 밀리긴 밀리는데 밑에서 보면 항상 이렇다니까. 능선 넘어가거나 골창에 처박히면 골치 아픈데. 제발 보여라. 너무 작아서 알 수가 없어. 밀리긴 밀리는데.'


군침이 돈다. 저 안에 먹을 것. 분명히 있다. 발열 전투식량이 가장 먹고 싶다. 그거 하나만 채우면 올림픽 나갈 것 같다.


'제발. 재보급 낙하산 유실은 훈련으로 끝내자. 어디야? 어디로 가? 응?'


[각 인수조. DZ 서북으로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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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블랙홀 속으로 1 +1 20.09.28 673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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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도요새, 안녕 1 20.09.28 629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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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체육관 깨기 1 20.09.26 564 22 12쪽
88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전투 스쿠버 2 20.09.26 564 24 14쪽
87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전투 스쿠버 1 20.09.25 619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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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도요새 사냥꾼 1 20.09.24 664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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