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55B

함경도의 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연재수 :
379 회
조회수 :
231,051
추천수 :
6,986
글자수 :
2,076,964

작성
20.09.30 22:00
조회
611
추천
28
글자
13쪽

블랙홀 속으로 7

DUMMY

그 인물이 창밖으로 권총을 탕탕탕탕 갈긴다.

“아이 원사임! 저격당해! 좀 숙여!”

“난 마누라랑 절대 숙여서 안 한다. 호로새끼들.”

“뭔 소리야 ㅋㅋ. 어떻게 서서만 해.”

“야동 좀 봐라 이 무식한 놈들아.”

“원사임, 간질이야? 조현병이야?”

"임질이다. 공수부대 임질."


또 원사가 노래를 부른다. 웃다가 짜증이 났다. 노인네가 트롯만 불러서.

어느 순간 나도 입을 열어 노래를 부른다. 씨발년.

“나-만-을 사랑한다 했잖아~ 너만 바라보게 했잖아~ 넌 나를 떠나 정말 괜찮은 거니~ 가끔씩 외로움에 취해서 너를 많이 원망했었어~ 날 버린 니가 너무 너무 미웠어... 이대로 날 떠나면 안 돼 아싸. 제발 포기하지 말아줘~ 널 사랑할 때 가장 행복했었어~~~ 좆같네 가사 씨...“

복도 저 편, 같은 해 임관한 녀석이 소리친다.

“야이 개새꺄. 신곡 좀 불러. 씨바 언제 적 노래를...”

“니도 까여봐라. 가사 레알 죽인다.”



오전일과 무전기가 터진다.

[칙~ 누가 또 미쳤냐...]

[김창현 같다. 저 새끼 까였어. 가스나한테.]

[진짜야?]


나도 누른다.

[아 좀 고만해여.]

[그래서 아침부터 경운기 몰았구나.]

[묵고 까인 거가? 묵도 모하고 까인 기가?]

[입사호 한번 받고 까였다에 2천원 건다.]

[아 좀 고만해여...]

[내가 전투 끝나면 방중술 가르쳐줄게. 여자 줘패도 안 떠난다.]

[지금 등장하는 통사들은 모두 토끼다. 오바.]

[에이 또라이들... ㅋㅋㅋ.]


현원사 덕에 이상해진다... 우리까지...


새날이 밝았다. 평양 소풍 이틀 차. 몸이 매 맞은 듯 무겁고 힘겹다. 물을 더 마신다. 이유는 안다, 어제 전투만이 아니라 침투 직전까지 너무 피곤했고, 날아오면서 불알이 오그라들어 더욱 피로에 쩔었다. 천천히 할 일을 한다.


빈 탄창에 삽탄하고, 탄창 정열해서 정리하고, 밖에 한번 보고, 백팩에서 총기 수입세트를 꺼낸 다음 잽싸게 총을 분해해 노리쇠 뭉치를 수입솔로 존나게 닦아 털어낸다. 다시 내밀어 보고 꼬질대에 천 꼽아 총열 존나게 밀어. 시커멓게 묻어 나온다. 약실 톱니바퀴 마지막으로 솔로 털어 눈으로 확인하고 결합! 휴... 백팩에 들어 있는 포장된 수류탄 세 개를 꺼내 포장 풀어 2차 안전클립까지 뽑아 특전조끼에 넣는다.


다시 무거운 발걸음. 지역대 폭파교관과 몇 명이 돌아다니면서 화염병을 몇 개 씩 나눠준다. 뭐야? 교육훈련이야? 화염병. ㅋㅋ 진짜. 뭐 나쁘지 않다. 화염병 입구에는 여기저기서 걷어낸 빨간 인공기들이 꼽혀 있다.


“라이터 있지?”

물어보는 놈도 웃는다.

“2차대전이야? 니미 증말... 웃긴다.”

그러자 폭파교관이 정색을 했다.

“나중에 불 붙여서 던져봐라. 웃음이 나오나.”

“죄송함다.”


배고프다. 어제 한 봉지 다 먹었나?

‘어?’


바닥에 보인다. 특전식량 전분 덩어리 하나. 어젯밤에 급하게 먹다가 떨어트린 건지 무의식중에 이건 니미 뽕 니나 잡숴라 버린 건지 모르겠다. 잽싸게 뜯어 입에 넣고 씹으며 수통을 잡는다. 니미 이걸 다 먹다니... 반 쯤 삼키는데...


[여기 옥상. 모인다. 저 멀리 건물들 사이로 모이는 게 보인다. 여기로 올지 딴 데로 갈진 모른다. 하여간 준비!]

[완료 2층 우측.]

[1층 우. 완료.]


지역대장이 피곤한 목소리로 나온다.

[힘내자. 7지역대. 나 골프장.]

[골프장 화이팅!]


그때 또 저 위층에서 누군 또 고래고래... 진짜 짜증난다. 또 현원사님인가. 그런데 발자국 소리와 함께, 갑자기 나타난 건 진짜 현원사님이었다. 하지만 소리를 지른 게 원사님이 아니다. 누구야?

“저기 봐.”

“뭐 또 개소리야!”

“저 아래 남쪽 강 아래, 양각도 방향!”

무슨 소리야? 술렁이는 소리가 건물 전체에서 흐른다.


“어? 어? 수송기야. 뭐지? 재보급이야?”

“대동강 남쪽에는 우리 안 들어가지 않았어?”

“어... 뭐지?”


놀라움. 입이 벌어져 안 닫힌다. 진짜 수송기들이 서에서 동으로 강을 따라 날고 있다. 그러더니 곧 후미에서 뭔가 막 떨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낙하산야. 낙하산.”

“저거 화물 아닌데?”

“맞아. 화물 아냐. 사람야 사람.”

“와, 여기서 주간강하?”

“아니 아직도 남은 여단이 있나?”

“와 미치겠다. 뭐야 저거. 북한군 항공육전대 아냐?”

“수송기 봐라. 무슨 항공육전대야!”

대동강변으로 수송기들이 병력을 뿌리고 있었다. 우리가 하던 걸 우리 눈으로 보니 놀라울 뿐. 사령부나 여단 잔류자들을 그러모아 온 것 같다. 그러면서 저게 제정신인가 반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리는 잘 안 들려도 공중으로 북한군이 존나 갈기고 있을 거다. 미친 원사가 우리를 비웃기 시작했다. 모두 수송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병신들... 대가리가 생각 없냐?”

“원사임 식사하셨습니까?”

“했다.”

“아침 메뉴는 뭡니까?”

“똥국에 카레라이스.”

“김치도 나왔겠네요. 히히히.”

“왕건이가 없어서 진짜 오늘 아침 기분 안 좋다.”


원사가 뭔가 이상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우린 깨달았다. 웃고 있는 원사는 미친 게 아니었다. 일부러 그러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우리도 느끼기 시작했다. 진짜 이유는 나중에 알았다. 지역대장이 그렇게 시켰다는 걸... 그가 미치지 않았다는 건 바로 다음 말부터였다. 갑자기 말투가 차분하고 조용해졌다.

“너희들 제정신이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양반이 우리더러 제정신이냐고 묻는다.


이제 낙하산들은 대동강 남쪽 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낙하산들은 낮은 곳에 수평으로 뭉쳐 보였다. 간격 무척 좁게 뛰고 있고, 강하 고도 상당히 낮아 보인다. 레알 주간 전투강하다.

“저게 사령부하고 여단 짬뽕이라고?”

“그럼 누가 여기 뜁니까?”

“지금 저렇게 뛸 수 있는 부대는 딱 하나야!”

“어디요!”


“저건 해병대야!”


“뭐라고???”

“병신아 후미에 235 안 보여?”


우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악과 함께 다가온 희망. 충격과 함께 버무려진 믿지 못할 현실. 지역대원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장관. 장관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또 여가를 허용하지 않는다.

[여기 옥상. 온다. 온다. 무척 많다. 정말 많다. 온다구! 와!]

[준비. 새끼들 온다.]


고함이 들린다.

“온다! 준비해~~~!”


심장이 뒤집어지면서 미친 듯이 뛴다.

지역대장이 앞보다 차분한 목소리로 무전기에 등장한다.

[침착하게 들어! 사격개시!.. 내가 명령하면, 일단 나눠준 화염병에 붙 붙여서 바로 투척한 다음, 가지고 있는 AK 자동으로 한 탄창 긁고, 우리 총 조준사격 시작한다. AK 과감하게 몸 노출해서 조준간 보고 자동으로 날려. 마구잡이 쏘지 말고. 그 다음 총 바꿔 조준경 단발. 접수?]

[알았다.]

[요해.]

[완료.]

[들었쓰.]

[여기 옥상. 항폭 요청하겠다. 존~나게 많다!]


우린 내다보지 않고 옥상의 관측보고만 들으며 AK를 준비했다. 옥상조는 미터로 거리를 계속 부른다. 오른손으로 개머리판 목아지 잡고 왼손으로 덮개, 창문 반대편 벽을 보고 움푹 들어간 가늠자와 동그란 가늠쇠울을 본다. 그 수평에 울 원형을 물려 최대한 PRI... 오늘 해가 지는 걸 볼 수 있나? 비도 좀 내리고 천둥도 치고 응? 뭐 없어? 니미 베레모나 가져올 걸.

화염병. 손으로 쥔 다음 라이터를 꺼낸다. 아 정말 어쩌라고 이런 걸 다.


지역대장의 포효가 무전기에 터진다.

[7지역대~~~! 화염병 투척 후, 사격 개시! 조져~~~!!!]

[다 죽여~~~!!!]

[제껴, 니미 씨벌늠들!!!]


화염병에 박힌 빨간 인공기 꼭지에 붙을 붙이고, 창 중간을 향해 최대한 있는 힘껏 투척, AK를 들고 일어선다. 시커먼 것들이 떼로 몰려든다. 그리고 잠시 후.... 조준간을 보는데 숨이 턱 막힌다. 화염병 15개가 넘게 날아가 터지면서 엄청난 불이 일어났고, 2-3층에서는 폭파교관인 듯 엄청나게 큰 고함을 지르며 현관 앞에 계속 던진다. 후끈, 내 본능.... 나도 불타오른다.


‘무섭다. 저 불.... 불... 불바다. 서울 불바다라고? 미친 놈들. 평양 불바다!’

몸에 불이 붙어 발광하는 인간이 보인다. 그래 불타 뒈져라.

'우리 중대장 담당관 박중사님. 전사한 팀원들 몫이다.'

AK를 들어 가늠쇠 원형 울을 수평 조준판에 맞추고, 푹 들어간 요철을... 불을 피해 질주하는 검은 무리에 대고 다리에 힘을 주어 몸을 앞으로 밀면서 자동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알아서 기계가 돌아간다. 터러러러러러러,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야야야야야, 새끼들아! 죽어~! 다 뒈져버려!!!”


눈앞에, 들판 초목에 화염방사기를 돌린 듯한 엄청난 화염과 함께, 건물 모든 곳에서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AK를 자동으로 갈기고 있다. 모두 나와 똑같이 외치고 있다. 다 뒈져 버려!!!...

20정의 AK 자동난사 소리는 상상을 초월했다. 열차 덜커덕 소리 20개가 뭉친 것 같고, 건물에서 발칸이 쏘는 듯하다. 짜릿하다. 정말이렇게 짜릿할 수가. 쏘고 나서 밑으로 수그려 AK를 던지고 내 총을 잡아드는데... 다시 내가 웃는다. 그래, 앞뒤고 내일이고 미래고 개뿔이고 증말 죽인다. 뭐 이런 다 있냐. 니미... 재밌어 미치겄다.

이렇게... 나는 완성되었다.


그래. 난 미완성이었으나 이제 이곳에서 완성되었다. 작고 초라할지 모르지만 완성되었다. 총을 바꿔 당당하게 서서 조준경에 인간을 얹고 자신있게 당긴다. 그 전의 나는, 인류가 겪어 온 정치와 전쟁과 야욕과 정복욕, 살해와 살육과 평화가 그 답이라고 생각했었다. 이것도 그저 그 많은 전쟁 중 하나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너무 복잡하거나 잔인하게도 받아들이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건 내 위안이었다. 자기 정당화였다. 이런 걸로는 전쟁 후유증 못 벗어난다. 그런 고통을 겪으니 그냥 여기서 뒈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난 진정한 이유를 깨달았다.

난 그냥 저들이 싫은 것이다.

공산주의 민주주의 책 읽어 본 적도 없다. 난 우연히 민주주의에 태어났다. 그리고, 체질적으로 사람을 계급으로 구분하는 게 미운 게 아니라, 그냥 심각하게 짜증이 난다. 왜 그런지 묻고 싶지도 않다. 내가 날 분석해봤자 뭐라고. 날 분석하면 재밌냐? 그렇다고 삶이 풍요로워져? 자살은 대가리에 좀 찬 놈들이 잘한다.


난 그냥 싫다. 분석 싫다. 난 저들이 싫다. 무슨 자격증 있는 것도 아니고 대대로 세습하고 사람들이 빌빌거리는 게 싫다. 이런 곳에서 이념과 관계없이 사는 선량한? (선량한 게 뭔지 모르지만) 사람들에 불쌍함과 측은함도 느낀다. 한 사람을 모르모트로 추락시키는 게 정말 지독할 정도로 싫다. 짜증 지대로다.


그런 건 우리 사회도 있지만, 여긴 너무 심해. 도를 넘었다. 그리고 그걸 모르고 저렇게 달려드는데 뭐 어쩌라고. 내가 뒤지든 니가 뒤지든 가는 거지 뭐. 와라. 인중에 박아줄게. 보다 높은 놈 인중을 맞추고 싶다.


넘들의 상좌, 장군, 그 위로 높은 놈들이 좀 달려들었으면 좋겠다. 기분 좋게 고통의 인생 해방시켜주마. 너희들 무의식중에 있긴 있을 거야. 이렇게 사는 게 진정 행복인지 말야. 사실 너나 나나 행복이 뭔지 모르지. 여긴 행복이란 단어 쓰나?


나도 행복 몰라. 다만, 모르는 그 행복을 방해하는 건 짜증난다. 군인답게 쇼부 쳐! 와라. 우리 행복하게 싸우고 갈기자. 신나게 갈기자. 이것도 어쩌면 행복 아니겠어? 왜? 시발 감출 것이 없잖아. 아주 퍼펙트하게 있는 그대로잖아. 오케이? 여기에 프로이드가 끼어들겠어, 아님 라캉이 융이 딸딸이를 치겠어. 머더 뻑커 퍼펙트 데시다.


어이 미스 최. 고무신 거꾸로 신은. 돌아가서 널 꼭 품으마.


하지만 여기도 죽인다.

끝내줘.

우리의 지옥은 우리가 만들거든.

이게 좀 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함경도의 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0 내추럴 본 : 갈대숲에서 하늘을 본다 1 20.10.05 612 26 11쪽
» 블랙홀 속으로 7 +6 20.09.30 612 28 13쪽
98 블랙홀 속으로 6 +1 20.09.30 573 24 16쪽
97 블랙홀 속으로 5 +1 20.09.30 546 23 15쪽
96 블랙홀 속으로 4 20.09.29 567 25 14쪽
95 블랙홀 속으로 3 20.09.29 617 24 14쪽
94 블랙홀 속으로 2 +2 20.09.29 611 24 14쪽
93 블랙홀 속으로 1 +1 20.09.28 670 25 14쪽
92 도요새, 안녕 2 +4 20.09.28 599 24 16쪽
91 도요새, 안녕 1 20.09.28 625 23 13쪽
90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체육관 깨기 2 20.09.26 546 22 13쪽
89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체육관 깨기 1 20.09.26 563 22 12쪽
88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전투 스쿠버 2 20.09.26 562 24 14쪽
87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전투 스쿠버 1 20.09.25 617 24 12쪽
86 도요새 사냥꾼 5 +2 20.09.25 609 23 11쪽
85 도요새 사냥꾼 4 20.09.25 592 21 11쪽
84 도요새 사냥꾼 3 20.09.24 561 23 13쪽
83 도요새 사냥꾼 2 +2 20.09.24 625 26 15쪽
82 도요새 사냥꾼 1 20.09.24 661 24 15쪽
81 Jumping Jack Flash 7 +4 20.09.23 612 2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