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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B

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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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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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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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도요새 사냥꾼 3

DUMMY

까먹고 있었다. 너무 쉽게 봤다. 아 씨... 공포로 다가온 녀석. 허, 진짜는 이렇구나. 박격포다. 저 멀리 아래서 펑! 펑! 소리가 나더니 박격포탄이 떨어진다. 나와 차단조 중간까지도 날아와 터진다. 나도 면상을 땅에 대고 왼손으로 머리 위쪽을 감싼다. 강하다. 와, 이런 거야? 이 거리에서 이런 폭발을 경험하지만 60밀리 이상은 아니다. 까먹었다. 공산국가는 원래 박격포 천국.


다만, 이 2개 중대 병력에서 도수로 포탄을 얼마나 운반했을까 나는 제한적이라고 생각했다.


대지를 주먹으로 치고, 거대한 것이 꽝! 터진다. 니미 박격포가 이렇게 셌나? 대대 공용주특기 훈련에서 박격포 체험훈련할 때 발포음 그렇게 큰 줄 몰랐다. 이건 아무래도 60밀리 이상인 거 같은데? 꽈릉! 무슨 105밀리 똥포 터지는 것 같다.


가만, 이게 만약 80밀리 근처라면? 뭐야? 대대라고? 대대? 일단 엎드려 포탄낙하시 행동. 귀 손으로 막고 바닥에서 배는 약간 띠우고. 거리는 떨어졌지만 저게 단 한 발이라도 약간 멀리 날리면 내 몸통에 떨어질 수도 있다. 처음 받아본다. 상당하다. 무섭다. 북한에 와서 받은 사격 중에 가장 무섭고 두렵고 대책이 없다. 포탄 좀 많이 가져오지 않았기를.


가만, 이럴 때 기동한다. 위험하더라도 사이트를 봐.


동그라미. 우측 경사면? 어... 오는 구나. 한 놈만 쏘자. 늙은 새끼. 견장이 단순하지 않고 뭔가 많이 달리고 빨간색 들어간 거. 오, 저거. 그래. 저거 분대장? 호흡. 천천히. 덜커덕! 비틀한다. 쓰러지지 않는다. 안 맞았나? 약하게 맞았나? 다시 호흡. 어.... 무너진다. 다섯.


“강강. 이거 82밀리야?”

“맞다 까치. 이거 브라보(B)야?”

“찰리 두 개 이상에 82밀리. 브라보 같다.”

“몇 했어?”

“다섯. 간부 위주. 청바지 하나 골로.”

“거리.”

“350?”

“아직 그러네.”

“노출하지 마. 저기도 분명 저격수 있을 거임.”

“완료. 포격 조심해. 포탄 졸라 커.”


남은 내 실탄. 48. 좆같네. 휴. 군장에 실탄 좀 더 쌔릴 걸. 정말 이럴 줄 알았나. 그나저나 저들 전력이나 전술 보면 저격수 반드시 있다. 일단 찾자. 드라구노프라도 찾아. AK 바디 78식 저격보총이나. 일단 뭐? 총이 길지. 단순하다. 제2연평해전에서 북한 함정에 탄 저격수가 우리 측 지휘관을 쏜 건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저들 저격총 개수가 적지 않고, 저 편제면 반드시 있다고 보인다. 적어도 한 둘.


그러나 자신감은 있다. 훈련 양. 사격량. 우리가 잘난 게 아니라 저들이 우리 훈련/사격량에 대책 없이 당했다. 우리가 노획한 AK로 저들과 사격게임을 하면 어떨까? 조준은 다르지만 정확히 쏘는 모든 총의 요령은 대동소이하다. 어떤 면에서 아군 총에 비해 AK 조준간이 훨씬 편하다. 승부는 사격요령과 쏘는 자의 마음과 호흡.


저격수가 있다면 지금 쏘지 않고 사이트를 내 주변으로 돌리며 관측하고 있을 거다. 설마 저들 가운데 저격수가 없을 수도 있나? 일단 마크들이 없어 개새끼들 부대를 모르겠다. 죄다 똑같아. 부대 서열 등 암기하고 시험도 봤는데, 뭐가 표식이 있어야 말이지.


놀랐다. 혹시나 모를 적 저격수와 망원경과 군관들을 대상으로 유심히 사이트를 돌리다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보이는 것이 2개 중대라고 치면 그 두 중대 중간에 뭔가 내 눈에 들어왔다. 우리 군대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갑자기 내 마음 속에 암기된 것 중에서 단어가 떠올랐다. 대좌. 대좌? 상좌 아닌가? 아닌 것 같다. 거리는 멀지만 견장 끝에 별이... 내 생각에 별이 두 개로 보인다. 허리를 약간 굽히고 내쪽을 보고 있다.


늙은 얼굴. 어깨 견장에 빨간 줄 두 개에 별 4개. 난 그대로 멈췄다. 벌어진 입이 닫히지 않고 멈췄다. 생각에 빠진다. 아니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지? 연대장이야? 연대장이라고? 연대장 아니면 사단 참모?


우리가 올라오기 전에 일대에 살았던 군인 민간인 새터민을 중심으로 정보 강의를 받았는데, 별로 관심도 없었던 우리는 많이 놀라는 며칠이었다. 북한군에는 별자리 장군이 약 2천명이란다. 상좌 대좌는 말해 뭘 해. 남조선은 지휘관 보직 장군만 졸라 집중한다. 오직 파란 견장만 밝힌다. 하지만 북한에 그렇게 많다는 건 처음 알았다. 여긴 지휘관 보직을 가지지 않은 고급지휘관 동일 계급 존나게 많다. 전체 인민 대비 군대가 너무 많고 무거운 것이다. 어느 계급 몇 번 탈락하면 알아서 나가라는 우리 문화와도 다르다. 그러니 우리나라 대령 하나 쓰러지는 건 정말 크지만, 저들 대좌 정도는 금방 보충된다. 다만, 바로 지금 저들을 지체시키는 효과로 늙은이 하나 보낼 뿐,


지나칠 수가 없다. 얹는다. 거리가 좀 더 멀어졌다. 그러나 정식 저격총과 적당히 우수한 사이트 배율로 500 안에서 이걸 못 잡으면 도요새 사냥꾼도 아니다. 동그라미 중간에 그의 가슴 레벨 몸통을 잡았고, 오른쪽으로 살짝 치우쳤다. 그래도 뭐 심장이니까. 날 멈추고 시작한다.


또 다시 박격포탄! 자신을 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다. 대지가 흔들린다. 그러나 기회를 보낼 수 없다. 저 많은 병력 사이에서 언제 저 사람을 다시 볼 것인가. 거리가 가까워져 난타전을 벌이면 이만큼 정확히 보고 조준하기 힘들다. 또 저 앞에 큰 게 쾅~! 흙과 먼지가 공중에 날고 수풀이 낙하한다. 멈추지 않는다. 계속... 계속.... 딱 한 방이야. 한 발로 놓치면 내 동그라미 세계에 다시 안 들어온다.


이때가 내가 상상한 최고였을지 모른다. 슬로비디오 같았다. 어느 순간 내 맘과 호흡이 정지했고 방아쇠 감각 3단계 중에서 2단계만 느끼고 총알은 나갔다. 도요새 사냥꾼은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침착을 유지하고 적중되는 가를 똑같은 자세와 마음으로 봐야 한다. 못 맞출 경우 2탄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적중 자체도 관측 대상이다.


내 총알은 대좌 복부에 맞았다. 그러나 대좌는 바로 쓰러지지 않았다. 강한 놈이거나 그게 뭔지 몰랐거나 둘 중 하나. 그런데 수풀에서 누군가 나타나 그를 부축했고, 순간 본 것은 역시 ‘좌’급이었다. 소좌인지 중좌인지 모르나, 나는 순간 그대로 십자선을 옮겨 버릇처럼 머리에 두고 다시 당겼다. 두상이 파열했다. 쏘고 나서도 내가 날 의심했다. 어디 영화에서 본 건가 내가 한 건가. 그 두 번째 발은 나도 조금 당황했기에 사이트가 고정되지 않아 약간 흔들렸는데, 결국 둘 다 땅으로 가라앉는다. 생각 이상으로 나도 당황했다. 내가 하지 않던 말이 입에서 흐른다.


“겁, 이렇게 주는 거지. 뭣도 아닌 것들이... 휴. 새끼들아. 앞에 넷이나 보냈는데 내가 좆으로 보이냐? 뒤질라고 나대고 지랄이야. 어디 감히 서서 내 쪽을 봐... 대가리 쪼개버릴라... 니들 모리나?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을 조심하라마.”


그러나 내 중얼거림은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적이 쏘는 그 많은 총소리 때문에 어느 것인지 구분은 못했지만, 순간 뭔가 피잉~~~ 내 오른쪽 귀를 스쳐갔다. 난생 처음 들어본 소리였다. 심장이 턱 내려앉는다.

‘있구나. 저 쪽에... 허.’


곧바로 총알과 탄창을 특전조끼에 넣고 뒷걸음질로 일어나 판초를 끌었다. 할 건 했다.

‘두 개 더해서. 일곱!’


“상황! 거리?”

“적 로미오(R) 대가리 맞췄다. 거리 300.”

“로미오? 상황 전체!”


순간 총구를 수풀 사이로 들어 원경 살폈다. 아, 밀린다. 적이 갑자기 저돌적으로 전진하기 시작했고 측면 기동도 뛰기 시작한다. 뭔가 밀린다. 저렇게 많은 숫자가 달려드는 건 상상만 했지 어떤 건지 모른다. 겁이 난다.


“차단조 쏴. 몰려들어. 거리 급격히 가까워진다.”

“완료.”

“우측 차단면 우회 조심해!”

“보고 있어!”


드디어 차단조 조준경 단발로 쏘기 시작했다. 차단조를 지원하려면 내가 설정한 2차 저격지점으로 기동해 엄호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엄호로 누굴 쏜다고 멈출까? 전투를 겪으면서 깨달은 건 하나. 지휘관 목소리가 안 들린다. 지르기는 지르는데 안 들린다. 그래서 우리도 엄청나게 욕을 한다. 말에 반이 욕이다. 그래야 빨리 알아듣는다. 이유는 모르지만 욕설은 아무리 뭐래도 사람을 자극한다.


저들 지휘관들이 고함 치며 지휘명령을 하겠지만, 숨을 죽을 듯이 헐떡이며 달려가는 병사들은 그런 거 안 들린다. 귀가 먹고 정신 나긴다. 졸라 달린다. 그러다 적! 보이면 쏜다. 그게 전부다. 저들 역시 엄청난 실전을 겪은 부대가 아니다. 그래서 무섭다. 개미처럼 그냥 훈련이 안 된 만큼 각개로 달려드는 거다. 미친놈들처럼. 그리고 웃기지만, 그런 미친놈 몇 놈 때문에 전투가 결정 나기도 한다.


달린다. 이럴 때는 날 쏘건 말건 무조건 전력질주로 달려! 그래야 산다. 잠시 주춤하면 뒈진다. 2차 거점, 내가 찍어둔 곳은 그래도 잘려진 굵직한 나무 그루터기. 양 옆에 풀이 길고 무성하고 제격. 달리다 슬라이딩으로 홈 승부를 하며 미끄러져 그리로 들어간다.


‘남은 발수. 마흔 여섯. 이젠 차단조 앞을 먼저 봐.’


여기서 기동은 목숨이다. 저렇게 많은 적을 앞에 두고 한 자리에서 계속 쏘면 저격수던 거점 차단조던 죽음이다. 처음에는 기습사격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속되면 결국 거점에 총알이 집중된다. 거점이 적에게 강력하려면 기관총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적 규모라면 적어도 기관총 2정, 그러면 10분 정도는 버틴다. 아무리 영화처럼 폼ㅇ르 잡아도 참호에서 버티다 사방에서 총알 근접탄으로 날아와봐라. 고개도 못 든다. 그럼 뒤진 거다.


슬라이딩한 나는 사이트를 차단조 앞으로 열었다. 거리 250 안으로 들어왔고, 차단조는 하나 둘 씩 적을 쓰러트린다. 정확히 쏘고 있다. 아니, 어차피 우린 난사나 자동으로 갈기는 거 거의 해 본 적 없고, 쏘라면 일단 다 조준사격이다.


뒤에서 누가 관측하는지 곧 이어 차단조 자리에 박격포탄이 또 떨어진다. 내 눈에는 그냥 푹푹 일어나는 검은 연기와 잡다하게 공중으로 비산하는 것. 충격은 어느 순간 무감각해졌으나 대지를 통해서 강한 것이 계속 퍽퍽 때린다. 박격포 정말... 위치로 보면 차단조 후방 왼쪽 200미터 거리에 내가 있고, 능선을 향해 올라가는 길은 내 반대편인 오른쪽에 있다. 이럴 경우 내 안전을 위해 차단조 오른쪽에 있어야 마땅하나, 지형과 자리가 안 좋았다.


남은 실탄. 마흔 여섯. 계산 점검.

‘지금 탄창에는 13발이 남고, 20발 탄창 하나에 만땅. 삽탄하지 못한 것 그러니까 열세 발. 지금 탄창을 다 쏘면 일단 삽탄한다. 상황 심각하다.’


차단조는 이미 넷이 쏘면서 노출되었고, 난 그 앞을 본다. 이제 군관도 좋지만 그들 앞 을 막아야 하고, 그냥 보기에 행동이나 군복이 고참이면 쏴야 한다. 이때부터는 나도 좀 물렁물렁했다. 긴장해 두 발 정도 빗나갔는데, 선두에 가는 놈들 중에서 가장 과감하게 나오는 놈을 쐈다. 약간 뒤를 보면 차단조의 조준경 사격도 매우 정확했다. 이미 첨병분대는 거의 다 죽었고, 앞에 30구 정도가 쓰러져 죽거나 다쳐 움찔대고 있다. 그래도 난 그 다음 나오는 강한 놈을 쏜다.


이런 사격전이 3분 정도 지속되었나? 갑자기 적이 멈췄다. 일대 살피니 적 50명이 죽거나 다쳤고, 내가 보기에 어느 지휘관이 문득 정신을 차렸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 거다. 총성으로 보면 우리가 분대급도 아니니, 어떤 높은 분도 돌아가셔 정치국 보위국 장교들이 빡 돌아 돌격시킨 게 분명하다. 적어도 적 선두 소대는 전멸했다. 결코 우리 능력이 뛰어나서나 아니다. 장비 스펙도 우월하고 적은 무식했다. 그래 무식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지형. 그들은 병목현상으로 막혀 있다. 우측 경사면을 봐도 주춤한다. 차단조도 그 우회 측면을 보고 있었다. 경사면은 원래 수풀이 줄어든다.


이런 조용한 와중에 뛰는 건 서너 배 위험하다. 적이 쏠 때 기동해야 총소리에 저들도 멍해서 시각으로 가는 감각이 줄어든다. 이런 고요한 와중에 뛰면 집중표적된다. 그러나 이제 퇴출시점은 다가왔다. 이제 가야 한다. 내 생각에 충분하다. 이때부터 내 역할이 중요하다. 차단조 퇴출은 내가 엄호해야 한다.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

숙명은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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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전투 스쿠버 2 20.09.26 550 24 14쪽
87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전투 스쿠버 1 20.09.25 604 24 12쪽
86 도요새 사냥꾼 5 +2 20.09.25 593 23 11쪽
85 도요새 사냥꾼 4 20.09.25 576 21 11쪽
» 도요새 사냥꾼 3 20.09.24 546 23 13쪽
83 도요새 사냥꾼 2 +2 20.09.24 609 26 15쪽
82 도요새 사냥꾼 1 20.09.24 645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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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Jumping Jack Flash 5 20.09.23 644 23 15쪽
78 Jumping Jack Flash 4 +2 20.09.22 596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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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Jumping Jack Flash 2 20.09.21 655 2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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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어떤 이의 꿈 6 +2 20.09.17 661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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