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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24 12:00
연재수 :
3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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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36,187

작성
20.09.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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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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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체육관 깨기 1

DUMMY

움직여야 한다. 개죽음이다. 내가 움직이겠다고 마음을 먹어야 움직인다. 아님 죽는다. 최상사님도 위험해진다. 여기서 모르모트로 개짝 나는 건 인간 아이다. 살아야 돼. 살아 움직여라. 세포야 움직여.


쌩떽쥐베리 ‘인간의 대지’였던가? 거기서 조종사가 안데스 설산에 추락해 조난을 당하지. 그리고 절벽에 매달려 가다가 심장이 정지하는 걸 느껴. 조종사가 그래. 심장아 뛰어라. 제발 뛰어줘. 심장아 뛰어라. 지금 나랑 똑같네. 책에서도 조종사 심장은 뛰었어. 내 심장도 몸도 뛰어야 해. 어서 뛰어! 어서 뛰어! 일어나. 몸을 데워. 뜨겁게 해. 아니면 개새꺄 내 몸이지만 죽여버린다. 어차피 뒤질 거면. 어서 뛰어! 어서! 덥혀! 일어나!


최상사가 내 몸을 일으켜 바위에 상체를 기대게 한다. 머리가 공중으로 올라오고 시각이 사방에 이르지 확실히 생각이 나아진다. 다시 잠시 전의 그 따뜻한 데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곳에 담갔던 몸이 현실로 넘어오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초콜릿 큰 덩어리가 내 입에 쑤욱 들어온다. 이유식 끊은 지가 언젠데. 허, 장거리 수영 측정하고 조교들이 오리발에 따라주던 술 생각난다. 그거 한 모금 크게 내 위장으로 후끈히 들어가면 얼마나 행복할까. 지금 나 무슨 복사인형 같다.


그리고, 드디어, 내 목이 움직였다. 초소? 저 위쪽 얼마 멀지 않다. 반대편을 보니 그 쪽 초소도 보인다. 전쟁이 일어났다. 개전 이전에 침투할 때보다 더 위험하다. 최상사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몸을 움직일 수 있기를, 여기를 관통해 내륙으로 들어가 팀과 만날 수 있기를. 내가 거추장스럽다. 짐이 된 것 같다. 버리고 가라고 해도 그냥 갈 사람이 아니다.


난 들을 수 없었지만 최상사는 이어폰으로 무전기를 들으며 스켈치 버튼을 종종 눌렀다. 그래봤자 저 위에서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지형이 너무 평이하고, 우리가 원래 들어왔던 지점에서 꽤 먼 것 같다.


최상사가 날 톡톡 친다. 최상사 눈을 보니, 마주치자마자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고, 난 그 시선을 따라간다. 보초가 이쪽으로 걸어온다. 허. 똑같은 상황이 오늘 밤에만 두 번째다. 최상사가 다시 날 치더니 손가락으로 보다 안쪽 큰 바위를 지시한다. 난 이해했고, 눈을 껌뻑이며 고개를 끄떡거렸다.


최상사가 장비를 바위틈에 넣고 그리로 포복해 이동한다. 난 그저 기다렸다. 대검 못 잡는다. 그럴 몸이 아니다. 원래 이 상태라면 따뜻한 곳에서 적어도 한 시간은 쉬어야 돌아올까 말까한다. 하지만 내 몸에 닿은 해변도 여전히 얼음장 같다.


이제는 저 방파제에서 우리가 했던 걸 되돌려 받는다. 보초는 계속 걸어온다. 그리고 그 자가 드디어 뭔가 봤다. 총구를 들고 천천히 물가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난 움직이기를 중단하고 눈만 이동했다. 초소 경계선 라인에서는 20미터 정도 밑으로 내려와야 내가 있다. 둘러본다. 내 총도 최상사가 치웠다. 가관... 저 멀리 그 초소에서 남은 한 명이 나와 본다. 다가오던 놈이 뭔가 수기를 한 것 같다. 목소리는 못 들었다.


상황 뻔했다. 만약 최상사가 나에게 다가오는 놈을 쏜다고 해도, 이 거총한 북한군이 한발 공포로 쏠 수 있고, 그럼 해안은 뒤집어진다. 초소에서 나와 있는 저 보초까지 연달아 제거하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평시도 아니고 분명 총은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잠수함 기지 근처.


‘그래 난 이미 거기 몸을 담갔다가 돌아왔고, 어쩌면 끝난 사람인지도 몰라. 내 생각에 최상사가 그냥 튀는 게 좋겠다. 나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지.’


‘철커덕’ 그 놈 노리쇠 후퇴전진.

분명히 날 인지했다. 총에 실탄이 들어갔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 갑자기 분노가 치민다. 내가 이렇게 당해? 포로? 오, 안 돼. 미쳤어? 아직 난 대가리 피도 안 말랐어. 고문당하고 뒤지던지, 평생을 그 트라우마로 병신처럼 살라고? 안 봐도 비디오야. 못 해. 순간 이빨을 악물었다. 죽어도 같이 죽자, 죽어도 같이 죽자. 그리고 그때 손이 움직였다. 손은 자연스레 대검으로 갔고, 천천히, 천천히, 그립으로 손잡이를 잡고 엄지와 검지로 대검집 위를 눌러 조용히 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벼운 틱! 칼이 빠졌다.


점차 뭔가 작은 것이 다가온다. 총검. 북한군 총검.

‘담당관님, 쏘면 둘 다 죽어. 혼자 가. 도피탈출해!’


총검이 내 목덜미에 닿는다. 내 상대도 이런 기분이었나? 바로 찔러? 칼은 잡았지만 찌를 스피드가 자신 없다. 하지만 이제 찌르는 게 뭔지는 안다. 니미 그것도 손맛이라고 과장해야 하나? 이 동네는 민간인들도 밤에 칼 많이 가지고 다닌다던데...


총검이 닿자 주마등처럼 스친다. 정말 어이없다. 난 보고 싶다. 상대 눈동자를. 상대 얼굴을. 왜 내가 찌르고 나서 상대 얼굴을 봤는지 지금 이해가 된다. 나에게 당한 사람이 왜 그렇게 또렷이 날 봤는지 이해가 된다. 나도 상대의 얼굴을 보고 싶다. 누구한테 맞는지 정말 보고 싶다. 그래야 승부 아니겠어? 서글프다 내 처지가. 맞다이도 못 뜨고 가는 거야?


서서히 다가오는 발. 그냥 바다를 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가 내 앞에 섰다. 총검은 내 코에. 내가 비행기 타고 오면서 상상했던 새로운 상대. 서로가 아주 투명한 목표만 가진 상태.


복장이 좀 이상하다. 넙대대한 철모도 썼다. 해군 같다. 목에 내복인지 뭔지 하얀 천이 보인다. 눈. 눈? 보려면 봐. 너도 긴장했다. 눈에 온갖 감정이 섞여 있다. 동무 그런 눈으로는 공격 못해. 날 하찮은 동물로 봐. 날 안 죽이면 니가 죽는다고 생각해. 그래야 날 찌를 수 있어. 눈이 마주했지만 놈이 더 긴장한다. 난 말할 필요 없다. 내 자신 가릴 것 없이 투명하다. 천천히 왼쪽으로 시선을 약간 돌리니 다른 보초도 상당히 가까이 다가와 여기를 겨누고 있다.


그때 난 새로운 꿈을 꾸었다. 순간, 바로 죽는구나 생각했다. 그때 새로운 꿈이 다시 등장했다.


피융~~~~~~~~~~~~~~~~~~!! 피융~~~!!


저 멀리서 하늘로 올라가는 조명탄... 우릴 찾는 거 같다. 이제 알아차린 것 같다. 순시선 나오는 건가? 나도 모르게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지금 전쟁이잖아! 병신들 미친 거 아냐? 상공에서 다 보이는데 기지에 조명탄을 올려?... 내 정상적인 생각. 그리고 그건 무섭게도 옳았다. 떨면서 본 새로운 꿈은 정말 스펙타클했다. 어느 순간, 뭐가 일어나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어떤 충격으로 몸이 움츠러들었고, 갑자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더니 저 멀리 사방에서 펑펑펑 꽈릉 꽈릉 터진다. 이게 뭐지? 뭐야? 우리 해군이 기지에 함포를 쏘나?


아니다. 그게 아니다. 공중폭격이었다. 위에서 떨어지는 거다. 기지가 폭격 당하고 있었다. 저 멀리 높은 곳에서 제트기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일정 고도 이하로 내려오지 않았지만 뭐가 떨어져 터지고 있었다. 거기 주기된 잠수함들 좆 댈 거 같다. 방파제 입구만 부서져도 한 동안 기지는 마비된다. 우린 돌산에서 이미 깨달았다. 주기된 놈은 이미 출동하기 힘든 녀석들이란 걸. 더미 썸머린이나 마찬가지다. 쓸 만한 건 터널이나 보다 북쪽 기지에 다 감추었다. 누가 미쳤다고 출동 가능한 놈을 위성이 다 보고 있는데 거기 주기시켜 놓는가. 잠수함과 항공기는 결국 돈이다.


‘장대위님은 알고 있었어. 우리 퇴출 다음이 폭격이라는 거. 우리 나오고 나서 위로 보고한 거야. go! 해도 된다고. 말이나 해주지. 왜 안 가르쳐줬어? 왜긴 왜냐, 들어간 우리 둘이 잡혀서 불어버리면 좆 되니까. 몰라서 물어?’


그 북쪽 해안을 밝히는 폭발에 없던 힘이 나려고 한다. 그 섬광에 보초 얼굴이 정확히 보였다. 20대 중반? 마른 몸과 얼굴. 놀라는 눈. 그러나 현재 내가 공격 못한다. 최상사도 주저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다른 보초는 무릎쏴로 보고 있다. 아쉽지만 여기까지구나 마음을 정리했다. 난 그의 눈을 보며 웃었다. 징징거리며 뒤질 필요 있냐 뭐.


기지 폭발에 시선을 빼앗겼던 보초가 훨씬 커진 눈으로 날 돌아본다. 가쁜 숨으로 가슴이 출렁거린다. 우리 농담대로 124군부대야 할까? 458군부대야 할까? 그게 먹히겠냐. 어이 너, 이런 거 첨 보냐? 난 굴복하지도 발톱을 드러내지도 않고 그저 쳐다본다. 널 관찰한다. 너, 나 봐. 쏠 거냐? 눈 똑바로 보라고! 봐. 찌를 거냐? 어이 북조선 군발이 동무. 우리 서로 한 방씩 주고 받어?


그리고 이어지는 다른 폭탄. 폭발음!


난 그게 최상사인 줄 알았다. 최상사님이 쏜 줄 알았다.


폭발음 사이에서, 갑자기 작게 떡-퍽! 보초가 마치 짱돌에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넋 없이 내 옆으로 쓰러진다. 뭔가 이상한 게 내 얼굴에 튀었다.

‘에이 드러운 거. 오늘 밤에만 두 번째네.’


그리고 곧바로 이어 저 멀리 산악에서 울리는 총소리 빠앙~!!


정신 차렸다. 어? K-7이 아냐! 무성총이 아니라고. 그럼 누가? 어.... 조은솔이다. 조은솔 하사가 드디어 포문을 열었다. 아무리 적외선 저격이라고 해도 이 거리에서 어떻게 맞추지? 더 내려와서 쏜 건가? 아니 내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고? 이 야밤 기지 근처에서 쏘면 노출되어 다 죽는 것이나, 기지 폭발음에 용기를 얻어 날린 것 같다. 다시 퍽! 이어 저 산에서 빠~앙! 확인사살 탄. 나 맞으면 어쩌려고 존나 착실하고 지랄이야. 저 씹주구리한 조은솔이. 공수부대 맞구만...


장대위가 명령을 내린 것 같다. 적어도 우리가 죽는 꼴을 직접 보고 싶지 않은 거다. 장대위 결심은 눈물 나도록 고마웠다. 같이 죽겠다는 말과 같다. 그것보다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추리는 딱 하나다. 적어도 조은솔이가 방파제 나올 때부터 적외선으로 우릴 보고 있었다는 거. 장대위가 무전기에 등장했다.

[박쥐 하나가 명령한다. 접선조 양동. 적, 쏴!]


접선조는 응신이 없었다. 대신, 곧바로 저 멀리 남쪽에서 익숙한 총소리가 들린다. 전중사와 진하사였다. 탕! 타다당! 탕! 탕! 그러자 AK 여러 개가 난사하고 이어 기관총이 발포한다. 이어서 수류탄이 하나 펑! 터진다.


장대위 판단은 이미, 우리가 여기서 작전이 종료되고 5대대가 있는 곳을 향해 6인 모두 도피탈출이 시작되었다고 본 거다. 지금 둘 씩 세 조로 나뉘어 있지만 퇴출작전은 시작된 거다. 규합은 잠시 후 문제다. 두 번째 보초는 이미 쓰러지고 안 보였다. 내 생각에 최상사가 쏜 거 같다.


[여기 박쥐 둘 최. 돌파해 이동한다.]

최상사가 무전기에 선언했고, 나에게 얼굴을 돌렸다.

[오케이. 폭격 끝날 때까지 도요새가 쏴준다. 이상.]


“오리발 스노클 수중장비 다 버려. 야투경 실탄 수류탄만 가지고 간다. 너 일단 저기 와지선까지라도 가야 돼. 아니면 죽어. 뭔 말인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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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Jumping Jack Flash 3 20.09.22 640 21 11쪽
76 Jumping Jack Flash 2 20.09.21 655 2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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