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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24 12:00
연재수 :
3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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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4
글자수 :
2,036,187

작성
20.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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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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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도요새 사냥꾼 4

DUMMY

정적을 관통해 박살내는 총소리 한 방.


땅!


뭐지? 일대를 스캔한다. 움직임이 없다. 이상한 느낌. 차단조로 사이트를 옮긴다. 어? 어?

“여기 까치, 뭐야?”

“싸이클이 맞았어. 승하 하셨다 씨.”

입대 전 싸이클 선수였던 하사를 의미했다. 뭐지? 이건? 아... 저격이다. 역시 있었어.


총소리 난 곳을 음미하며 사이트를 돌려 찾는다. 반드시 은폐 위장 했다고 생각해 배율 최대한 높였다. 안 보인다. 녀석은 수풀에서 총구를 노출하지 않고 쐈다. 아무리 뒤져도 없다. 그때 눈에 뭐가 들어온다. 방향은 비슷한데 견장 중위였다. 지금 저걸 쏴? 아니다 저격수 먼저. 자식 정말 위장 잘했네. 어디 있는 거야? 차단조는 이제 납작 엎드려 목표가 안 보이나보다. 안 쏜다. 쏴야 보는데 안 쏜다. 자세히 보자... 수풀에 대고 중위가 뭔가 말하고 있었다. 말하는 대상이 거시기인가?


‘그래, 저 중위를 쏘고 반응을 보자.’

차분하게. 영화를 또 정지시킨다. 흔들린다. 이대로는 안 돼. 눈을 들었다. 하늘. 동공 좀 모으자. 뭉게구름. 전투와 상관없는 자연. 날씨 참 좋다. 좋은 날이야. 적당한 온도에 바람도 불고 놀러가기 좋은 날이다.


다시 사이트를 본다. 흔들림이 좀 사라졌다. 동그라미 안 모든 게 더욱 또렷해 보인다. 중위. 어디 출신이야? 아침 먹었쓰? 내래 집중해 보갔어. 안 그래 동무? 내 노래 한번 들어보갔네? 습관이야. 훈련받을 때 말이야. 하도 안 맞아서 조교에게 개갈굼 당할 때, 그 개갈굼을 이기는 건 결국 내 자신이란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그때부터 내가 좋아했던 그 노래를 속으로 불렀지. 그럼 내 마음이 차악 안정이 되는 것 아니갔니? 남조선 노랜데 한번 들어보라우. 천상이 부를 기야.


‘내가 갖고 있는, 또 하고 있는, 그렇게도 원했던 모든 것... 어느 날 갑자기 의미 없게 느껴질 때가 오겠지만 우~~~ 나는 그녀를 감히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싫었어 우~~~.’


덜커덕.

경사면에 몸을 기댄 중위는 그대로 갔다. 한 방에 등이 뒤로 완전히 누우며 그대로 정지했다. 그때였다. 중위 왼쪽 수풀에서 무언가 급격히 움직이며 손을 중위로 뻗었다. 그리고 그때 보인 긴.... 총열.


그 수풀을 향해 나는 연속으로 두 발을 당겼다. 그리고 탄창이 끝났다.

일단 탄창을 갈아 끼지 않고 관측했다. 움직임 없다. 두 가지. 죽어서 움직임이 없을 수도 있고. 나라는 저격수를 이미 인식한 상태에서 내가 중위를 맞추고 자기를 향해 쐈다고 믿으면, 어디 맞았건 숨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멈춰 있는 거다. 후자라면 훈련이 꽤 된 놈이다.


“까치! 도피!”

무전기가 운다. 총구를 돌려 동그라미로 차단조를 본다. 한 명이 다친 한 명을 부축하고, 강중사가 맨 뒤에서 총구를 들고 가끔 멈춰 조준으로 당긴다. 싸이클은 거기 누워 있다. 동그라미가 그 아래로 이동한다. 서서히 충격을 회복하며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는 무리.

“까치! 왜 그래? 대답해!”

왜 이렇게 뻑뻑해.

“다쳤어? 까치!”


그때였다. 구분되는 하나의 총소리가 땅! 울리더니... 총알 하나가 내가 의탁한 나무 그루터기를 때렸다. 다쳤는지 모르지만 녀석이 살아 있다.


“까치!”

무전기 버튼을 누른다.

“여기 까치!”

“뭐야!”

“지금부터 내가 후미다.”

“위험해. 시간 없어!”

“충분해. 강중사임. 빨리 가.”


일어섰다. 무리가 더욱 내 시야에 넓게 확 들어온다. 총기끈을 왼팔 상박에 돌린다. 마음의 담배를 뱉어 저 멀리 던지고 마지막 연기를 내뿜는다. 난 살고 있었다. 난 평생 진정되지 않는다.


“까치! 퇴출!”

“믿어...... 믿으라고. 교신 끝.”


사람이란 게 뭐 부모님 충고도 듣고 선생님 좋은 말씀도 듣지만, 그거 외에 보고 듣는 것에 분명 영향 있다. 그리고 어떤 것에 본능적 매력을 느끼면, 겉으로는 어떻게 대답해도 속으로 좋다. 그렇게 좋은 것들이 쌓여 내 취향이 생긴다. 그 영향에 영화 세다. 그 영화들이 모두 논픽션에 기초한다는 건 알지만, 그럴 듯한 스토리에 그런 매력을 느낀다. 픽션은 아니더라도 인간이 그럴 수 있다는 개연성에서 충분하다고 믿는다. 논픽션이 픽션처럼 다가온다.


내가 받은 강한 매력을 하나 까보겠다. 왜냐하면 바로 지금 그 영화 그 장면과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길은 두 가지다. 계속 하던가 떠나던가. 그 영화 그 장면 같다. 물론 그 영화는 멋지게 만든 구라다. 논픽션이다. 그러나 생각은 픽션 논픽션을 넘어선다. 그걸 본 사람은 나, 그걸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나다. 책임도 나. 그리고 내가 내 모든 걸 걸겠다는데 누가 뭐라실거여.


시리즈 영화라 몇 편인지 기억 안 난다. 거기서 한 홍콩의 유명한 배우가 자기들 형제와 친구를 죽인 범죄단체 근거지를 습격하는 내용이다. 원래 모든 걸 다 잘하는 (잘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에 의해서 상대가 거의 다 죽었다.


그리고... 상대 보스의 보디가드 혹은 킬러 같은 사람과 1대 1로 마주한다. 그러자 주인공은 돈이 가득 든 가방을 바닥으로 휙 밀어주면서 그거 가지고 떠나라는 액션을 취한다. 넌 내가 죽일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 그 보디가드는 영화 내내 얼굴이 안 나온다. 항상 썬그래스를 쓰고 있다. 주인공의 액션은 나와 대결하지 말고 그 돈 가지고 그냥 가라. 넌 내 복수와 상관없으니 괜찮다. 그런 뉘앙스. 그 썬그래스 보디가드는 가방을 열어 돈을 살핀다. 내용 상 그는 그 돈을 가지고 떠날 것 같다.


그런데, 그는 돈 가방을 옆으로 천천히 발로 밀어버리고 어깨 너비로 당당하게 선다. 관객은 읽는다. 그는 자기 보스와 조직원들을 다 죽인 주인공에게, 돈보다 결투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총잡이끼리 결투하자. 그는 영화에서 처음으로 썬그래스를 벗는다. 그는 돈보다 대결을 원했다. 그는 자기 보스를 죽였다고 복수하려는 게 아니다. 자기에게 비키라는 것이 자존심 상한 듯했다. 그냥 대결하자 그거였다.


이후 장면은 서로 권총을 꺼낸 뒤에, 대리석 바닥에 자기 권총을 상대에게 밀면서 주고, 서로 미끄러져 다가오는 상대의 권총을 잡아 결투 총질을 한다. 그 결과는 별로 의미 없다. 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가장 강한 카타르시스를.


그 썬그래스가 돈 가방의 돈을 보더니 미소가 없는 듯 있는 듯 씨익 하더니, 돈 가방을 옆으로 밀어내는 장면.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난 그 장면 외에는 특별한 재미도 없이 영화적 구라로 보였다. 난 썬그래스를 보며 생각했다. 정말 사람이 저럴 수 있나? 물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한 행동이고, 널 충분히 죽이고 돈가방까지 가져가겠다는 생각으로 볼 수도 있으나, 사실상 그는 돈 가방에 별로 감동도 애착도 없었다. 대결에 강한 욕구를 느끼고 있었다.


바로 그 장면이다. 지금 난 충분히 퇴출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물러서는 기분이 든다. 물러서고 싶지 않은 기분이 몸은 일어서는데 속에서 올라온다. 행동과 생각이 엇갈린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 생각이지 행동이 아니다. 움직이는 내 몸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이 생각을 주로 따라가지 않나? 마음은 몸에게 잠시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결국 난 멈췄다. 굳었다. 생각이 필요하다.


그래, 난 평범해. 여기서 물러나는 게 답이야. 헌데 말야. 내가 욕은 잘 안 하는데, 갑자기 기분 적같아질라 그러네. 짧은 인생 평범하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미루고 대충 끝내고 남에게 양보했지. 그러는 가운데 닌 그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고, 그러는 내 자신이 어느 때부터 창피했다. 군대에 와서도 난 별다르지 않았어. 평범했지. 난 왜 하란 만큼만 하지? 내가 좀 더 하면 차단조를 살릴 수 있어. 조금 더 할 뿐이잖아. 그래... 난 평범해...


갑자기 세상이 정지한 듯 보인다. 담배를 물지 않았는데 담배를 문 것 같다. 하늘. 산. 구름. 시계를 봤으나 시간을 보지 못했다.

손이 알아서 남은 열세 발을 빈 탄창에 삽탄한다.


‘완벽한 자리로 가자... 녀석도 이동했을 거야’


앞서 내려오다가 잠시 멈춘 기억이 있다. 자리가 너무 완벽했다. 형태로 보면 능선 같고, 그로 인해 아래를 완전히 다 조망한다. 그리고 가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나와 능선 뒤로 이동해서 그리로 가야 한다. 이동!


'가슴이 떨린다. 심장이 폭탄 소리처럼 들린다. 이게 과연 가능한가. 너무 얕보고 달려들어 몰살당하는 거 아닌가.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건가? 혼자의 문제는 혼자서 답을 낼 수 없다는 것이로구나. 내가 아직 덜 무식하구나. 너무 생각이 많아. 이래가지곤 안 돼. 바로 이러다 내가 죽어. 과감해! 죽었다고 생각해. 아무리 생각이 많아봤자, 누구 하나 날 정조준하면 2~3초 뒤에 죽는 거다. 금방이다. 저 수풀에 엎드린, 그 누구하나가, 아무리 이동표적이라도, 정확히 안 보인다 해도, 조준해서 날 못 맞추겠어?'


'금방이야. 금방. 나만 살고 어쩌는 스토리는 버려. 아마도 여기서 끝날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건 뭐? 정확히. 정확히 쏘는 거다. 하나라도 정확히 맞추는 거다. 그게 답이다.'


그 자리를 만났을 때, 오른쪽으로 능선이 올라가고 - 길은 아니지만 멈추지 않아도 그냥 쭉 가다 보면 차단조가 가고 있는 은거지로 가는 길이다. 이 상태에서 계속 가면 적은 전혀 못 본다.

‘저리로 가면...’

그러나 난 가려는 내 몸을 잡고 왼쪽으로 꺾어 접어든다. 눈이 또 저 멀리 본다.

‘저리로 가면 가는 거다. 그러나 차단조도 나도 지역대도 위험해진다. 마음은 갔더라도 난 지금 여기로 들어간다. 마음이 갔으면 뭐 배신은 충분하지 않아?... 그리고 날 기다리는 녀석을 기억해야지. 승부를 걸어오는데 이런 걸 피하면 웃기잖아.’


나는 또 내 마음을 진정하고 왼쪽 황홀한 지점 수풀 사이로 뱀처럼 기어든다.

‘이제. 서른세 발. 플랫.’


그녀는 너무나 눈부신 모습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가까이 갈 수 없었죠.

나의 더러운 것이 묻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내 마음은 병이 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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