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55B

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24 12:00
연재수 :
372 회
조회수 :
223,844
추천수 :
6,944
글자수 :
2,036,187

작성
20.09.25 14:00
조회
592
추천
23
글자
11쪽

도요새 사냥꾼 5

DUMMY

'이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곧 아무도 도와주지 않게 될 거다. 그 순간이 오면 잘 버틸 수 있을까? 내가 혼자 있는 것을 좋와하는 것과 이건 다를 거야. 시작하면 온통 정신이 팔려 아무 것도 못 보는 건 아냐? 교육받은 대로 하자. 그렇게 해보자. 내가 여기서 새롭게 뭘 창출할 순 없어. 교육 받을 때 교관들 말처럼, 똑똑한 외톨이가 되자고. 차분하고 냉정한 외톨이. 그게 바라던 진짜 아니겠어?'


장소는 아늑했다. 그리고 이동이 가능했다. 수평으로 이어진 일련의 관목줄기 같은 것, 그 어디로도 사이트와 총구가 나갈 수 있다. 저격수는 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동이 중요하다. 쏘다보면 아무리 멍청한 적이라도 위치를 대충 파악한다. 그러면 몰린다. 이동하지 않는 도요새 사냥꾼은 멍청이거나 거기가 무덤이라고 선언하는 사수(死守)다.

쏠 수 있는 접안구는 세 개. 돌려가며 쓰는 거지 뭐.

총구와 사이트를 개방하고 보자 적은 근 150미터 안쪽까지 들어왔다. 중위가 맞은 자리로 돌려보니 이미 놈은 거길 떠난 것 같다. 당연하다. 훈련 받은 놈이다. 고무링에서 눈을 떼 오른쪽 위를 보니 힘겹게 이동하는 차단조가 보인다.


강중사님. 나를 정확히 본 건지 어쩐 건지는 모르나 나무에 의탁해서 내 방향을 보고 있다. 그냥 가라니까 짜증나게 저러시네. 가요. 가. 우리 팀도 아닌데 왜 저리 날 챙기시나 몰라. 물론 명목은 부축해서 올라가는 차단조의 후미경계를 하고 있으나, 시선을 내가 있는 쪽으로 고정하고 있다. 나는 강중사님 보기에 수직으로 이동했으니 이전 자리나 여기나 동일선상이다. 아무래도 내 총소리가 안 들리니 내가 죽었나 걱정하는 것 같다. 쏴야겠다.


다시 사이트로 선두를 본다. 이제 놈들도 엄폐와 기동을 섞는다. 이제 훈련 좀 되냐? 선두에 그래도 좀 늙은 얼굴이 뛰다가 엄폐한다. 아저씨 그게 엄폐야? 오른쪽 다리가 반이나 나왔는데, 탕! 철커덕. 총을 놓고 다리 움켜쥐는 게 보인다. 재빨리 강중사를 본다. 총소리 듣고 표정이 좀 풀린다. 아 맡기고 올라가라니까. 군장 버리고 이 능선 뒤로 도피탈출해도 돼. 혼자 도망가는 게 얼마나 안전한데. 가다 숨어도 되고 말이야.


다시 돌리니 누군가 다리 맞은 놈을 조력한다. 미안한데 그냥 놔두기에 너무 가깝다. 이건 도요새 사냥도 아냐. 심장을 얹는다. 탕! 철커덕. 잘 가라. 그래도 전우를 돕겠다고. 넌 군인이다. 예의를 펴하마. 듣기로는 군관들이 앞장 서 돌격하는 게 전통이라더만 왜 이리 나오는 새끼가 없어! 니미 구라. 썩어빠진 놈들. 니들이 소대장이냐? 중대장이냐? 이 나라가 썩은 거야. 군대를 보면 답이 나오지. 대가리부터 썩은 거야. 돼지대가리부터.


공포, 공포의 눈을 본다. 선두 수풀에 숨은 병사의 얼굴. 암만 봐도 우리 일병 정도 품세. 커다란 눈. 얼어붙은 몸. 남조선 군대 좆도 아니라고 했지 말입니다. 그게 아닌 것 같지 말입니다... 넌 살려준다. 군인답게 훈련하고 다시 와. 얼굴이 늙어지면 그때 죽여줄게. 군인처럼 못하고 존나 죽는 건 존나 개 같지 않아?


또 총알이 핑~! 나를 스친다. 그놈 저격보총... 날 알아보고 있다. 지들끼리 소리치고 어쩌면서 내 위치를 보는 거다. 좌로 굴러 3미터 거리 좌측 총안구로 간다. 다시 사이트. 꽤 가까워졌다. 아니다 싶어 사이트에서 눈을 떼 두 눈으로 전체를 살핀다. 헉. 많이 가까워졌다. 사방에 달려드는 걸 내가 다 볼 수 없다. 사이트로만 하다 가까워지니 어쩔 수 없다. 이젠 사이트에서 잎사귀에 매달린 벌레도 보이니까. 이 상황에서 뗄 수도 없고...


점점 근접탄으로 날아오는 총알이 많아진다. 이러다 맞겠다.


계속 사방을 훑는다. 승부를 찾아야 한다. 싸이클을 보내? 허 이 놈 봐라. 겁대가리 없이? 하지만 일단 이리로 최단거리 올라오는 놈들을 쏜다. 덜커덕. 철컥. 귀에서 위이이이이이잉~~. 쓰러지고 넘어지고. 이명이 오면서 내 숨소리가 폐쇄된 것처럼 크게 들린다. 나름 차분하다. 철커덕. 개머리판은 계속 어깨를 때리고. 목 근육은 필요이상의 안마. 그리고 점차 시원해지는 몸. 땀이 몸을 도포한다.


누군가 왜 항상 그 노래를 부르냐고 그랬지. 왜긴 왜냐? 군발이끼리 왜 이래. 생각나는 애가 있어서 그랬지. 철커덕 탕! 사귄 것도 아냐. 그냥 서로 호감만 존나 증폭하다가 현실적으로 못 보게 되었지. 존나 풋풋하잖아. 철커덕. 흐흐. 가사 들으면 감이 안 오냐? 흐흐흐. 그게 사람 사귄 이야기냐? 사랑은 안 사귀고 아름답게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 예쁜 아이를 어떤 놈이 올라타고 그런 상상... 좋지 않아. 인생에서 어떻게 원하는 걸 다 가져.

철커덕. 탕!

탄창이 끝났다.

마지막 20발 탄창. 결합.

‘찾고 싶다. 승부를. 이제부터 녀석만 찾는다...’


계속 찾는다. 뒤진다. 어디 숨은 거야? 나 혼자인데 아직도 존나 은폐해서 가리고 있냐 자식아. 쪽팔리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선두에서 나오는 놈. 쏴야 하는 놈. 철커덕. 아디오스 아미고. 군관 나와 이 자식들아. 애들 보내지 말고. 연대장도 뒤졌는데 안 열 받냐? 우린 중대장 담당관 죽으면 진짜 무슨 짓 할지 모른다.


대체 이 녀석은 어디 있는 거야? 그래. 그래. 생각을 해야지. 먼저 처음 본 장소에서 시작하자. 저기. 중위, 아직도 누워 있네. ㅋㅋㅋ. 아무도 안 돌봐. 결국 니들은 이런 거였냐? 뒤진 군관은 저희도 안 돌보지 말입니다. 새끼가 뒈졌는데 우리가 왜 상관하지 말입니다.


보자. 저기서 오른편 경사면 우회? 아니면 내려와서 중간으로 따라가? 결론 정확하지. 경사면으로 가지. 도요새 사냥꾼이니까 시계도 좋고 전투 관심에서 멀어진 곳을 찾지. 그래, 저리로 올라갔어. 어디로 이동해? 위로? 너무 멀고 험해. 노출하면서 저길 기어오른다고?


아니지. 그럼 저 바위로 갔어. 분명 저기서 우리 싸이클을 쐈다. 분명하다. 자세 의탁 죽이니까. 그럼 지금? 없어. 안 보여. 아무리 그래도 털끝도 없어. 다시 우리 쪽으로 이동했을 거야. 이동한 거야. 그럼 저거? 좀 아닌데... 그럼 저 수풀 더미? 어? 그럴싸... 저거다. 아무리 봐도. 저거다. 저기서 이쪽으로 더 나오면 노출된다. 녀석아. 쏠 게 없지? 근접탄 날린 게 너냐? 내가 니꺼에 안 들어오지?

철커덕. 수풀 중심을 향해 한 방. 흔들리는 수풀. 봐라 이거 이거.


그때였다. 저 멀리 오른쪽 위에서 다발성 총성이 일어난다. 아니 저기까지 벌써 올라왔나? 접안구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이런 니기미...

강중사님.... 후미경계조를 데리고 왔다.

사이트로 돌리니 날 향해 집중하고 있던 놈들이 측면사격에 벌창이 나고 있다.


다시 수풀에 한 방. 텅! 거기 있어? 야! 있냐고. 싸이클이 같이 올라가자고 기다리잖아 녀석아. 같이 올라가. 싸이클이 너 만나면 한번 담근대. 흐흐흐. 어딨냐?


그러나 저러나 거리도 가까운데, 저러다 후미경계조 작살난다.

“강강! 강강!”

응답이 없다. 무전기 두고 왔거나 못 듣거나 빠가 났거나 배터리 나갔다. 응답 안 할 사람이 아니다.

난 뒤로 빠르게 빠져 능선 뒤에서 몸을 노출했다. 그리고 손을 흔들었다. 안 본다. 야이 강가딘 강가루 강변태. 여기 보라고. 포경수술 자동으로 되는 약 나왔단다! 야이 좆까라 마이신!


드디어 옆에서 총 쏘던 한 명이 보고, 강중사를 흔든다. 드디어 강중사가 날 본다. 난 명확히 의사를 전했다. 내 몸을 쿵쿵 치고, 내 후방 능선 아래를 지시했다. 나 혼자 뒤로 단독 퇴출 넘어가겠다는 거다. 이 상황에서 내가 능선길 타고 올라가는 건 양쪽에 모두 위험하다. 그리고 지역대는 멀어지지만 후미경계조가 극도로 위험하다. 차단조로 나섰다 다친 중사는 두 명이 부축하며 오르기 시작하고 있을 거다.


내가 내 몸을 치고 뒷 능선 아래를 강하게 지시하니 강가딘이 고개를 드디어 끄떡인다. 다시 수기로 강하게 전했다.

‘수류탄 뽑아 투척해!’

그리고 내 손으로 그리 올라가라는 시늉을 반복했다.

‘던지고 빨리 올라가라고!!!’

강중사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손을 들어 저 멀리 후방의 손을 가리킨다. 머릿속에 입력된 저 높은 산. 서너 번 강하게 짚는다. 거기서 재집결...

‘알았어...요!’

나는 크게 동그라미를 팔로 그렸고, 강중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먼저 저쪽에서 꽈릉! 꽈릉! 꽈릉!


다시 점프하듯이 자리로 들어가 잡는다. 엎드리자마자 핑~! 총알이 핑 내 머리를 스친다. 들어가면서 내가 수풀을 흔들렸다. 오싹하나 화가 난다. 헉. 이 새끼 봐라. 사이트를 대고 돌렸다. 보인다. 보여. 녀석이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총구와 감겨진 왼쪽 눈. 정확히 손바닥 크기 정도로 보인다. 역시 내가 예상한 그곳에 있었고, 이제 날 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녀석도 노출했다. 그리고 집중... 그녀가 응답을 해줄 거다...


기러기가 슬피 우는 소리 들리니?

장송곡이야. 우리들의 장송곡,


땅~~~!


소염기가 땅으로 떨어지고

녀석이 버티다가 졸음에 떨어지는 듯 고개를 숙였다.

웃지 않았다. 기뻐하지 않았다. 너도 썬그래스를 벗었다.


총을 잡고 몸을 뒤로 뺀다.

조끼에서 내가 가진 수류탄 두 발을 꺼낸다.

안전핀 뽑고 연속으로 최대한 45도 포물선으로 힘껏 던진다.


모자 벗고 머리를 흔들어 얼굴에 묻은 땀을 털고 위를 본다.

강중사와 후미경계조가 산길을 따라 위로 존나게 뛰고 있다.


난 능선 반대편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달렸다. 아니다, 거의 구르는 거다. 하지만

총은 기스 나지 않는다.


내 총의 이름은 M110-SSAS가 아니지.

내 총의 이름은.... 천사. 커피를 마시는...

총알도 남은 천사를 어떻게 버리나.


이 맛으로 사는데...


계속 구른다. 계속...

팔과 다리를 돌과 나무가 때리고

먼지가 일고 신음소리가 터진다.

면상도 때리고 정신이 없다.


뛰고 구르면서 생각이 들었다.


과거는 아름다워?

모든 추억은 아름다워?

진짜?


나는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함경도의 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3 블랙홀 속으로 1 +1 20.09.28 643 25 14쪽
92 도요새, 안녕 2 +4 20.09.28 577 24 16쪽
91 도요새, 안녕 1 20.09.28 609 23 13쪽
90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체육관 깨기 2 20.09.26 538 22 13쪽
89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체육관 깨기 1 20.09.26 553 22 12쪽
88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전투 스쿠버 2 20.09.26 550 24 14쪽
87 Jumping Jack Flash 위경 (僞經) : 전투 스쿠버 1 20.09.25 604 24 12쪽
» 도요새 사냥꾼 5 +2 20.09.25 593 23 11쪽
85 도요새 사냥꾼 4 20.09.25 575 21 11쪽
84 도요새 사냥꾼 3 20.09.24 545 23 13쪽
83 도요새 사냥꾼 2 +2 20.09.24 609 26 15쪽
82 도요새 사냥꾼 1 20.09.24 645 24 15쪽
81 Jumping Jack Flash 7 +4 20.09.23 601 23 12쪽
80 Jumping Jack Flash 6 20.09.23 624 20 15쪽
79 Jumping Jack Flash 5 20.09.23 643 23 15쪽
78 Jumping Jack Flash 4 +2 20.09.22 596 24 15쪽
77 Jumping Jack Flash 3 20.09.22 640 21 11쪽
76 Jumping Jack Flash 2 20.09.21 655 23 15쪽
75 Jumping Jack Flash 1 20.09.18 712 24 16쪽
74 어떤 이의 꿈 6 +2 20.09.17 660 2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