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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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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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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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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Jumping Jack Flash 7

DUMMY

방파제를 걸어오던 병력은 곧바로 방파제 수문을 향해 속보로 걸었는데, 20여 명 중 반수 이상이 소총을 들지 않은 군관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있는 돌산을 통과해 계속 수문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간다. 최상사와 난 눈을 맞춘다. 있다. 뭐가 있어.


시계. 10시 50분이 넘어간다. 그리고 숨을 죽이며 계속 들이 댄 바위. 소리가 점차 커진다. 저 위 초소에서 구식 야전전화기 벨이 울리고 보초가 뭐라 대답한다.


그리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는 아닐 거란 충격과 긴장감이 우리 둘을 둘러싸고 저 앞에 뭔가 지나간다. 바위에 귀를 확인했다. 이제 소리 엄청 크다.


사방에 아무 빛도 없고 조용하다. 기지도 엄격한 보안을 준수하는 것 같다. 무언가 물살을 가르며 나가는데, 이제 바위에 귀를 대지 않아도 소리가 들린다. 피스톤이 펌핑하고 있다. 연달아 수십 개가 줄기차게.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이것이 어떤 급인지 가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은 않았지만 같은 결론에 도달했고,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 미세하게 물살을 가르는 하얀 것이 보인다. 더 이상의 증거는 없다.


[돌고래... 입수.]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뜨거운, 너무나도 뜨거운 감격! 소리 없는 조용한 감격! 교신 상대 목소리도 약간 격앙되어 있다.


[접수. 재차 확인 구령!]

[돌고래... 풀장으로 입수.]


최상사가 무전기를 입술에 최대한 대고 처음으로 속삭였다.


[로메오로 추정...]

[오케이. 수고했다. 조용히 잘 들어. 퇴출준비 신경 써. 동 트기 전에, 내 생각에 새벽 2시에 시작하기 바란다. 더 기다릴 거 없다. 목표는 달성되었다. 이상.]

[칙-칙.]


이미 장대위는 무전기로 보고했을 것이다. 상부는 위치 장소 뭐든지 다 알고 있다. 뭐가 정확히 언제 나가는지만 알고 싶은 거다. 문제는 초소였다. 돌산 정상에 초소가 있고, 기지에서 나오는 방파제가 꺾이는 곳에도 초소가 있다. 우리가 있는 돌산에서 꺾여 수문으로 가는 쪽 초소는 그래도 좀 멀다. 돌산 초소에서 뭔가 전화기로 보고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뒤 수문으로 갔던 20명이 왔던 길을 되돌아 선착장 쪽으로 돌아갔다. 그와 함께 소리가 멀어졌다.


우리는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정리했고, 아주 약간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여야 한다. 잠수함 두 대가 연달아 나간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그건 저들도 도박이다. 미군과 한국해군 음향탐지 그 모든 것들이 서해바다를 조준하고 있다. 중국 어선들만 아니면 일본 오키나와의 음향기지국이 좀 수월하고 잡을 터이고, 동으로 트인 동해는 일본은 물론 미군 잠수함이 반드시 들어가 초계하며 음향을 잡고 있을 것이 뻔했다.


23시 30분이 넘었을 때, 우린 길리슈트도 정리했다.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질 것 같고, 만약 퇴출을 위해 행동할 때 돌산 초소가 자꾸 걸린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소리를 내는 건 아무래도 위험했다.


그리고 23시 50분 정도. 우린 입이 순간 입이 벌어졌다.


저 멀리 기지 앞 바다에서, 상상할 수 없는, 정말 커다란, 폭음이 들렸다. 꾸릉 구르릉! 뭔가 수중에서 터졌다. 소리는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다. 꾸르릉 뭐가 터지고 나서 끼이잉 과릉 2차 소음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때 진짜로 놀란 것은 소리가 아니라, 해안으로 밀려오는 엄청난 충격파! 그런 게 실제로 있었다. 쓰나미가 몰려오듯이 소리 후에 진도 한 2~3라고 할 수 있는 진동파가 해안을 때렸다. 돌산이 잠시 부르르 전율했다. 돌산초소 보초들은 난리가 났다. 언성도 낮추지 않은 채 뭐라고 보고하고 대답한다. 그때였다.


최상사가 나와 상의도 없이 천천히 일어선다. 난 금방 알아차렸다. 최상사가 K-7를 거총하고 돌산초소로 발자국을 옮기기 시작한다. 초소는 계속 전화기로 떠들고 있다. 그 행동에 난 너무 놀랐고, 손으로 최를 잡으려고 했지만 벌써 훅 지나간다.


3-4분? 계속 떠들던 소리가 사라졌고, 그 직후, 갑자기 아주 작은 따닥! 따닥! 소리가 들렸고 이어 따다다닥!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다시 따닥! 따닥! 두 방이 이어졌다. 익숙한 소리. 한 발 씩 쏘고, 이어 연달아 갈기고, 나머지 두 발...


천천히 저 위에서 최상사 그림자가 내려온다. 내 입 가득히, 아니 말도 없이 그러면 어쩌냐고.... 나오기도 전에 최상사가 조용히 속삭였다.


“걱정 마. 전화 끊고 나서 쐈어. 확인사살까지...”


돌산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나도 숨이 좀 트였다. 그러나 화가 안 풀린다.


속삭였다.

“미쳤어요? 말도 없이.”


“야이 자식아. 생각해봐. 칼 든 놈 앞에서 판토마임 하냐? 힘들어 죽겠는데 어떻게 아무 소리도 안 내고 입수해! 그러다 우리가 맞아.”


너무 이른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정숙을 최대한 지키며 퇴출 준비를 했다. 여러 배들이 폭음이 난 곳으로 달리는 것이 목격되었다. 어뢴지 반응 폭뢰인지 하여튼 큰 게 때려 뭐가 골라 갔다.


“하여간 돌고래 개벌창 났다.... 짜릿하네.”

“이거 매복입니다. 매복.”

“매복이지,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둘만 알고 있었다. 이 조용한 가운데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음을. 저 위 팀도 들었을 것 같지만 우리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을 것 같다. 자정이 되자 우린 천천히 내려갔고, 거기서 군화 벗고 바닷물에 발을 씻었다. 그런데 그때 우리의 착각이 오류가 되어 현실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돌산에 가까운 기지에서 나오는 방파제 끝 초소 경계병 한 명이 나와 돌산 쪽을 자꾸 쳐다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 돌산초소 전화기 벨이 울렸다. 우리의 실수를 깨달았다. 돌산초소 경계병을 너무 일찍 제거했다. 이 장면을 본 나는 대검을 뽑았고 최상사는 K-7을 거총했다. 무전기를 잡았다.


[박쥐 둘. 교전. 교전.]

[여기 하나. 상황 정확히.]

[돌산초소 2명 무성 사살. 방파제 초소 이상행동.]

[사살?]

[완료.]

[정리하고 퇴출 시작해. 두 명 아래로 출발한다.]


최상사가 날 잡았다.


“잘 들어. 물질 해봤자 누가 온 거 알면 순시선 뜨고 난리난다. 일단 방파제나 해안선에서 시간을 벌어야 돼. 그러니까 저 초소 두 명 두 제거하고 입수하자. 군화 다시 신어. 끈 조이지 말고.”


우린 장비를 들고 돌산 옆으로 돌아 나갔다. 경우는 둘이다. 경계병 한 명이 오면 차라리 그냥 물로 들어가는 게 낫다. 둘이 같이 나와야 수월해진다. 나온 놈을 죽이고 조용히 시간을 들여 초소까지 가서 죽일 수는 없다. 한 놈이 와도 돌산까지 도달해야 죽일 수 있다. 아니면 방파제 초소에서 알아챈다.


거친 호흡. 최상사 이 양반 둘이나 죽여 놓고 어디 꽃 따러 갔다 온 품성이다. 확실히 대검이고 좆이고 K-7이구나. 돌산에서 나와 방파제 물리는 곳으로 나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다시 군화를 벗어 부유물에 넣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두 가지 경우를 떠올리며 마음이 쿵쾅거리는데, 갑자기 방파제 초소에서 둘이 나와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속으로 아이고 하느님 감사가 터진다. 최상사가 조준. 그들 총 상태를 보니 삽탄하고 자물쇠 풀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불안한 건 저 멀리 선착장 쪽에서 움직임이 너무 부산하다는 것. 사고를 알아차린 것 같다.


최상사는 조준하고 나는 대검을 뽑았다.


다가오는 그들. 동상처럼 견고하게 거총한 최상사. 시간은 영원처럼 흐른다. 믿기는 믿지만 한 명이라도 안 맞으면 어쩌냐... 쏴도 될 것 같은데 안 쏜다. 마음이 미치려고 한다. 지치고 지친다. 이 양반 왜 안 쏴.


거리. 15미터... 드디어 타락! 타락 타락! 타라라라락! 총알이 나간다. 하나에 이어 두 번째도 쓰러졌다. 그런데 쓰러져서 퍼진 게 아니라 자꾸 움직이려고 한다. 최상사는 계속 쐈지만 그들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다.


‘저러다. AK 한 방 쏘면 어쩌지?...’


그리고... 최상사 탄창이 끝났다. 돌산초소 쏘고 탄창을 안 갈아낀 거다. 둘이 큰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어떻게 하려고 발버둥친다. 놀란 최상사가 탄창을 찾는다. 난 솟구쳐 올라 맨발로 달렸다. 무릎이 우두둑 정상이 아니다.


달려가다 상대를 향해 넘어지면서 대검을 복부에 질렀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고통 속에 움찔하던 두 번째는 쓰러진 와중에도 뒤로 물려나려고 발버둥친다. 사람 배때지에 대고 푹푹 찔렀다 내가... 안 그럼 내가 죽을 판이다.


이런 씨. 두 번째가 여전히 움직인다. 몸을 일으켜 다시 점프하면서 두 번째를 덮쳐 복부에 몇 방인지 모를 정도로 찔렀다. 피 냄새. 개 같은 냄새. 그리고 사람 피가... 그렇게... 진짜 영화처럼... 주사기로 뿜듯이 나올 줄은 몰랐다. 내 칼이 어딜 건드린 거야? 게다가 대검을 뽑을 때 윗날 톱니가 살을 두두두둑 뜯고 나오는 소리는 정말 개 같았다.


‘정말 ㅈ.... 으.... 씨. 돼지고기도 아니고 완전 씹창... 하... 내가 뭘 한 거야. 이게 뭐야...’


난 뜨거운 피로 범벅된 떨리는 손으로 둘을 밀어 방파제 밑으로 굴려 떨어트렸다. 퍽 퍼벅 살덩어리가 바위 때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어 꺼억꺼억 하는 소리를 들으며 최상사를 향해 달렸다. 최상사는 이미 부유물에 군화 두 쪽과 K-7까지 넣어 완전히 결속하고 기다렸다.


최상사가 거친 호흡으로 입을 연다.

“... 뭐 이래?”

나도 입을 열었다.

“어휴, 니미 뭐야 이게...”


이유도 모르게 내 속에서 저 폐 끝까지 끌어 모아 칵 퇘! 침을 뱉었다. 갑자기 내가 더러웠다. 인간이 아닌 것 같다. 상상만 했지 이렇게 처참한 줄 몰랐다. 몇 번을 찌른 거냐. 말이 무성무기지 숨결도 느꼈고 무자비한 나를 저주하는 숨소리도 느꼈다. 인간 숨결. 인간 숨소리 씨... 인간 존재의 숨소리 숨결. 숨소리가 나에게 그런 거 같다. 니가 인간이냐? 니가 짐승이냐? 차갑던 몸에서 얼굴이 후끈 거리고 속에서 뜨거운 게 넘어온다. 손이 떨린다. 또 침을 모아 칵 뱉는다. 아 드러워.


최상사가 무전기를 잡았다.

[퇴출. 퇴출. 퇴출.]

[경계병은?]

[사살. 퇴출한다.]

[조심하쇼. 최!]

[이겼어! 이겼다구!]

[나도 소리 들었어!]

[해군 만세다 씨발. 퇴출 퇴출!]


교신 들으며 생각했다.


‘씨... 나만 연장질 하게 해놓고... 증말... 다신 칼질 안 한다... 그 거리에서 대가리를 못 맞추나? 니미... 사람 이렇게 막 썰어도 되는 거야? 으휴 뭐 이런 개 같은 게 다 있어... 으 뜨끈뜨끈해. 이 씨발 피...’


손으로 바닷물을 떠서 얼굴과 가슴에 뿌리고, 오리발 안에도 물을 도포하고 신는다. 발을 물에 담그고, 몇 걸음 걸어다가 부유물을 밀면서 물에 몸을 수평으로 넣었다. 알아서 오리발이 차기 시작한다. 얼마나 가야 하지? 해안 이쪽에서 본 그림과 저쪽에서 본 그림을 일치할까? 전중사와 진하사를 만나야 한다... 북한 바닷물이 바닷장어처럼 내 몸을 타고 넘기 시작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애무하듯이...


‘이 물에 뭐라도 좀 씻겨 나가라... 뭐라도...’


오리발 차면서 나도 모르게 계속 침을 뱉었다.

힘겹게 물질하는 와중에 한 지명이 떠올랐다.


세검정(洗劍亭).


내 칼의 피는 씻길 것인가.

나는 물에 몸을 담근 것이 아니라,

암울하고 비린내 나는 것에 몸 적셨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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