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마음.1
새롭게 시작한 세 번째 작품 [역대급 개발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나는 한동안 파괴 된 배를 쳐다봤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내 손으로 나 자신을 죽였다는 것에 마음 한 켠이 무거웠다.
카일 왕으로써 살아왔던 삶의 기억이 한 순간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평생을 전장을 누비며 적들과 치열하게 싸웠고 나의 손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냉혈의 검투사 피의 군주라며 두려워했지만 단 한번도 내 인생을 후회해 본적이 없었다.
바론드 왕국의 왕이 되어 가이아 대륙의 중앙 지역을 통일했다고 주변 왕국과 평화협정을 맺어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태평성대를 이루었으니,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삶 아니었겠는가.
나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바다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한 거다. 나에게는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카일의 인생은 이제 과거에 묻어둘 때였다. 지금부터는 레아르트로서 나에게 주어진 운명에 충실할 생각이었다.
나는 쓰러져 있는 에르나크에게 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았다.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에르나크가 깨어났다.
“추종자들은 어떻게 되었지?”
“모두 처리했다.”
“그렇다면 카일은?”
“안타깝지만 추종자들이 타고 있던 배와 함께 침몰했다.”
나는 에르나크에게 내가 배를 파괴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에르나크는 카일이 나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추종자들이 카일의 육체로 시간 왜곡을 시키고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나의 현실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카일을 죽였다고 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의 오랜 친구를 다시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구나···”
에르나크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바다를 바라봤다.
‘에르나크 나는 죽지 않고 지금 여기에 있다. 너와 나의 우정은 레아르트의 인생으로 다시 시작 될 거다.’
에르나크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 알 것 같았다. 우리들은 종족을 떠나, 함께 전장을 누볐던 진정한 전우였다.
나는 나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에르나크를 보니, 씁쓸한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는 기뻤다.
동이 트는 가운데 몰트 항구 도시는 조용했다. 이미 대부분의 병사들을 죽였기 때문에 더 이상 나와 에라나크를 공격하는 병사들은 없었다.
몰트 항구 도시의 시민들은 모두 긴장한 모습이었다.
바론드 왕국은 남쪽에 있는 모라티노 왕국 그리고 북쪽에 있는 케리어드 왕국과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다가 최근 사도들의 공격까지 계속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와 에르나크가 나타나 전투를 벌였으니 밤새 두려움에 떨었을 게 분명했다.
‘추종자들과 경비대의 병사들이 같은 편에 서서 나와 에르나크를 공격했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겠지.’
바론드 왕국의 왕실은 이미 헤르포네의 수중에 넘어간 상태였다. 하지만 백성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추종자들이 소환한 사도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당하고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시민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와 에르나크가 자신들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뒤 동료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몰트 항구에 쓰러져 있는 병사들과 기갑들, 그리고 백 마리가 넘는 사도들의 시체를 보고 놀라는 모습이었다.
“레아르트님, 어떻게 된 거에요? 설마 에르나크와 둘이서 이 많은 병사들을 상대한 거에요?”
쿠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레아르트님 다친 곳을 없나요?”
카렌이 나를 걱정하며 다가왔다.
나는 그녀에게 미소를 보이며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 왕을 데려가지 못하게 막았더니 추종자들이 균열을 만들고 사도들을 소환했다. 경비대 녀석들도 나와 에르나크를 막으려고 모두 한꺼번에 덤볐다.”
나는 동료들에게 어제 있었던 전투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그리고 카일 왕의 죽음도 말했다.
모두가 카일 왕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거나 안타까워했다.
"어째든 카일 왕이 죽었으니 헤르포네스가 발키리를 손에 넣지 못하게 되었군요."
크라지스가 그래도 다행이라며 한마디 했다.
“2년동안 카일 왕을 빼앗기 위해 추종자들을 상대로 힘들게 싸웠는데 아쉽네요. 앞으로 어떻게 하죠”
“나머지 용사들을 모으러 갈 생각이다.”
“또 다시 여행이 시작되는군요. 이곳에서의 전투도 지겨웠는데 잘 되었네요. 헤헤헤.”
쿠도가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서의 나의 일은 모두 끝이 났다. 나는 다음 목표를 향해 출발할 생각이었다.
나는 품 안에 있던 방향계를 꺼냈다.
빛 하나가 에르나크를 향해 빛나고 있었다. 나는 카일로 돌아갔을 때 에르나크가 나의 여섯 번째 용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다.
이제 내가 모아야 하는 용사는 거인족 한 명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 번째 용사는 바로 나였다.
‘카일로 돌아갔을 때 거인족 전사 티타너스는 헤르포네스에게 정신 지배를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이 바뀌었으니, 아이니카 대륙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아이니카 대륙으로 가봐야겠다.’
아이니카 대륙 서쪽에 거인족이 살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시몬과 그의 동료들이 저항군의 병사들을 데리고 왔다.
시몬은 쿠도와 마찬가지로 도시의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어제 있었던 전투를 시몬 일행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그리고 카일 왕의 죽음도 함께 전했다.
“그렇다면 이제 용사들을 모으러 떠날 생각인가?
“네. 그래야죠.”
시몬의 질문에 대답했다.
“어디로 갈 생각이지?”
“아이니카 대륙으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그곳에 다섯 번째 용사가 있습니다.”
“아이니카 대륙에 있다고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쿠도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다 아는 방법이 있다. 이제 다음 용사만 모으면 7인의 용사를 모두 모으게 된다.”
“다 모으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직 네 명밖에 모으지 못했잖아요.”
쿠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게 있다.”
나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또 미래라도 보신 모양이네요. 저도 이젠 놀라지 않을 거라고요.”
“이미 놀랬으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으냐? 하하하.”
“놀라지 않았거든요.”
쿠도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오랜만에 쿠도의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이제야 완벽하게 레아르트로 돌아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나저나 문제는 앞으로 오러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거다.’
카일을 나의 손으로 죽이면서 그와 연결 되어있던 오러가 끊어진 상태였다.
[이름 - 레아르트]
[계열 - 소드 익스퍼트(상급)]
[힘 - 246]
[체력 - 716]
[마나 - 813]
[스킬 - 연속 3단베기 90단계, 연속 찌르기 89단계, 순간 돌진 98단계, 광폭의 살기 98단계, 예리한 칼날 92단계, 회피 89단계, 체력 전환 88단계, 속임수 동작 88단계, 마나 활성 88단계 예리한 반응 94단계, 좌우 흔들기 87단계···]
[특수 스킬 - 오러 사용, 확률적 예견, 일시적 광폭의 분노 사용.]
상태창을 열고 확인해 봤다.
상급 소드 익스퍼트였기 때문에 오러를 만들 수는 있었지만 소드 마스터가 사용할 수 있는 오러 체인과 오러블레이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을 아껴서 훈련을 열심히 해야만 한다. 하루라도 빨리 초급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야만 한다!’
이제는 오러의 힘에 의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성장에 신경을 많이 쓸 생각이었다.
“시몬, 제가 용사를 모으는 동안 미궁을 찾아 대균열의 조각을 모아주십시오.”
“알겠네. 나는 안톤과 로만, 리타와 함께 북쪽에 있는 미궁을 찾을 생각이다. 홀럼 도시에 있는 미궁은 그곳에 있는 가디언 부대에게 맡겨도 될 거다.”
시몬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시몬에게 미궁의 위치를 모두 알려 주었기 때문에 대균열의 조각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추종자들도 지금 대균열의 조각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시몬이 알아서 잘 할 거라고 생각했다.
시몬 일행과 헤어진 후 베니아 왕국으로 향하는 배를 구했다.
나는 동료들을 모두 모이라고 했다.
‘앞으로 전투가 시작 되었을 때 동료들이 나의 상황을 모른다면 모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모두가 진실을 알고 있는 게 좋겠다.’
나는 그 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내가 카일이었다가 환생했다는 것은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 나는 오러 체인과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네? 갑자기 왜요?”
“몸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쿠도와 카이가 놀란 표정으로 한마디씩 했다. 카렌과 크라지스도 깜짝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카일 왕이 죽으면서 힘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동안 환각 상태에서 어떤 노인과 오러가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과 그 노인이 카일 왕이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투는 조심해야겠습니다.”
크라지스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에르나크에게는 먼저 홀럼 도시 서쪽에 있는 둥지에 가 있으라고 말했다.
고향에 잠시 들려서 숙부를 만나고 자금을 가져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에슐리도 만나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쿠도에게 들어보니 에슐리에게서 편지가 계속 왔는데, 내가 전쟁을 하느라 바빠서 제대로 답장을 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에슐리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 또한 그녀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첼이 나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카일로 돌아갔다가 온 이후에는 레이첼이 더 생각이 났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의 마음이 레이첼을 향하고 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카렌이 레이첼을 닮았다는 것이다.
배 위에서 나도 모르게 카렌을 쳐다봤다.
나의 시선을 느낀 카렌이 수줍은 미소를 지었는데, 마치 레이첼이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고개를 세차가 힘들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떨쳐버리려 노력했다.
배니아 왕국으로 돌아가는 동안 배 안에서 마나 운용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른 동료들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신경을 쓰면서 마나 운용 훈련을 시켰다.
'카일로 돌아갔을 때 동료들 모두 소드 마스터였지만 가르모프를 상대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그때 보다 더 강해져야만 한다.'
사도 왕 가르모프에게 네 명의 용사들이 목숨을 잃었었다. 결국 가르모프를 죽였지만 발키리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발키리가 없기 때문에 개인이 강해져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사도 왕을 죽인다고 해도 다시 사계에서 부활하고 대균열을 통해 나오겠지... 그러니 먼저 대균열의 조각을 모아 사도 왕의 부활을 막아야만 한다.'
만약 헤르포네스에게 대균열의 조각을 빼앗겨 가르모프가 부활활 경우 나와 용사들이 각성을 통해 일곱 신들의 능력과 힘을 얻어야 했다. 그렇게 되면 대균열을 다시 조각 내어 가르모프를 가이아 세상에 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서 세상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라브리타로그가 부활 하게 될 것이고 어쩌면 그 전에 두 번째 자손들이 소환한 하위 종족들에 의해 가이아의 뿌리가 썩게 되어 세상이 소멸할 수도 있었다.
'앞으로 내가는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반드시 가이아의 멸망을 막겠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운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내가 레아르트의 몸으로 환생한 이유라고 생각했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쉰 후 갑판 위로 올라갔다.
[추천과 코멘트]를 주시면 글을 쓰는데 힘이됩니다.^^ 세 번째 작품 [역대급 개발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제레니스입니다.
연중이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이번 작품도 끝까지 달려보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댓글과 재밌어요는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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