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나크의 새로운 둥지.2
새롭게 시작한 세 번째 작품 [역대급 개발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에슐리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
“빨리 타지 않고 뭐하고 있는 거냐?”
웬일인지 쿠도가 마차에 타지 않고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헤헤헤. 세 달 만에 만나셨는데, 오늘 같은 날은 제가 빠져드려야죠.”
능글맞은 표정을 짓고 있는 쿠도를 보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만했다.
둘이서 데이트하라고 하는 눈치였는데, 나는 지금 그런데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레아르트님. 잘하고 오세요.”
쿠도는 나에게 귓속말로 말하더니 오른 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뒷마당으로 뛰어갔다.
‘잘하기는 뭘 잘해 이 녀석아!’
나는 쿠도를 한심스럽게 쳐다봤다.
마차가 시장으로 향하는 동안 우리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 아이니카 대륙에 갔던 일은 잘 하고 왔어?”
에슐리가 먼저 무심한 듯 질문을 던졌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하고 왔다.”
나는 짧게 대답하고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머리 속에는 하루빨리 에르나크를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뭐하고 왔는데?”
에슐리가 또다시 질문했다.
“뭐··· 니크리움 광산을 하나 운영하게 되었고, 명예 시민권을 받고 저택도 얻었고, 또··· 라단 항구에 상단을 차리고, 무역선을 구매하고··· 그 정도?”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왔단 말이야? 그게 가능해?”
에슐리는 깜짝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과거의 인연과 우연한 사건들, 그리고 운이 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에르나크 얘기까지 나온다면 에슐리는 정말 놀랄 것이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일이 잘 풀렸다.”
“그런데··· 몬카르트 왕국에 가있는 동안 여기 생각은 안 났어?”
“이곳? 글쎄, 정신이 없어서 생각해 본적 없다. 지금 해야 할 것들 것 너무 많아서 말이야.”
3개월 동안 정말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아이니카 대륙을 떠날 대까지만 해도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래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에슐리가 갑자기 욱하더니 언성을 높였다.
나는 왜 그러나 싶은 얼굴로 에슐리를 쳐다봤다. 여자들의 변덕을 도통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에슐리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창밖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윽, 내가 뭔가 잘못 얘기를 한 건가?’
분위기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에슐리는 그 이후로 한마디도 안 했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어느새 베인스 가문의 상단에 도착했다. 상단 안으로 들어가니 반즈가 정신 없이 일하고 있었다.
최근 상단을 크게 늘렸다고 하던데, 확실히 일거리가 많이 늘어난 것 같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반즈님.”
“오, 레아르트 아닌가. 아이니카 대륙에 갔다고 하던데 이제 돌아온 모양이군. 에슐리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고 있나?”
“에슐리가 저를 말입니까?”
반즈의 말에 의아했다.
“오라버니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세요? 제가 언제 이 녀석을 기다려요.”
뒤따라 오던 에슐리가 반즈의 얘기를 듣더니,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이지 않느냐? 맥캐이드 저택에 몇 번이나 찾아가서 레아르트가 언제 오냐고 물어봤으면서.”
“그··· 그런 적 없다고요!”
에슐리가 얼굴을 붉히더니 돌아서서 가버렸다.
“녀석 참, 하하하.”
반즈가 에슐리의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
나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반즈와 에슐리를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허허, 자네도 참 눈치가 없군 그래.”
“눈치가 없다니요?”
반즈는 나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중에 한 번 에슐리 기분 좀 풀어주게. 저 녀석이 당돌해 보여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제대로 표현도 못한다니까.”
반즈의 말을 듣고 나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에슐리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도 그것을 조금은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연애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었다. 눈앞에 놓인 드래곤 문제부터 환생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과 용사들을 모으는 일까지 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자네 요즘 너무 일에 빠져서 사는 것 같군. 철없이 지냈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 사람이 된 것도 좋지만, 한번쯤은 쉬어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네.”
반즈가 생각에 빠져 있던 나를 보고 말했다.
‘한번쯤 쉬어가라고?”
반즈의 말을 듣자, 순간 깨달았다.
환생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여전히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과거 한가지 목표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 인생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다.
‘그래. 너무 앞만 보며 달려온 것 같구나. 내일은 에슐리에게 데이트를 신청해야겠다.’
나는 열일곱 살의 젊은이다. 때로는 젊은이답게 행동해 보자고 마음 먹었다.
생각을 정리하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 졌다.
반즈에게 보르타 항구에 상단을 만들기 위해 찾아왔다는 것과 새로 만든 상단을 반즈가 맡아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반즈는 흔쾌히 승낙하며, 자신이 보르타 항구에 자리를 알아봐 준다고 했다.
나는 필요한 자금을 하인을 통해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즈에게 내일 점심 때 에슐리를 식사에 초대하고 싶다는 것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반즈가 웃으며 알겠다고 말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조만간 시몬을 만나 에르나크가 이곳에서 살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겠다.’
이제 남은 것은 에르나크가 지낼 서식지 문제였다.
다음날 아침 고든을 불러 점심 식사 때 손님이 올 것이라고 말해 두었다.
“레아르트님. 오랜만에 깔끔하게 차려 입으셨네요.”
쿠도가 나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 위아래로 훑어봤다.
평상시처럼 갑옷을 입지 않고 고풍스러운 예복을 입었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오늘 점심에 손님이 올 거다.”
“누가 오시는데 이렇게 차려 입었어요?”
쿠도가 눈을 흘기며 나를 쳐다봤다. 정말 가르쳐주기 싫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알 거 없다. 너는 빨리 카렌에게 가서 내게 배웠던 검술을 가르쳐 주거라.”
“흠··· 이거 뭔가 있는데?”
쿠도는 미심쩍은 표정을 짓더니 방을 나갔다.
‘점심 식사가 끝나자 마자 에슐리와 밖으로 나가야겠다.’
오랜만에 젊음을 만끽하려는데, 쿠도에게 방해 받고 싶지 않았다.
점심 시간이 다가 올 때가지 간단하게 마나 운용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에슐리와는 이번이 세 번째 데이트였는데, 조금 긴장되었다. 이런 게 젊음의 감정 아닐까 생각했다.
점심 시간이 되자 에슐리를 태운 마차가 정문을 통해 들어왔다.
나는 서둘러 뒷마당에 있는 훈련장으로 가서 쿠도와 카렌이 훈련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두 사람 모두 열심히 훈련 중이었다.
쿠도 녀석을 신경 쓰는 나 자신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젊어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에슐리가 마차에서 내렸는데, 화려한 드레스에 얼굴을 아름답게 꾸며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 보였다.
지난 인생에서 에슐리 만큼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던 여자들은 꽤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것은 에슐리가 처음인 것 같았다.
‘몬카르트 왕국에 가있는 동안 여기 생각은 안 났어?’
에슐리가 어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자신을 말한 것 같은데, 지금에서야 그 의미를 깨달았다. 보통 나 같은 또래의 사내라면 아름다운 여자를 생각 게 당연했다.
“에슐리. 어서 와라.”
미소를 지으며 에슐리를 맞이했다.
오늘따라 더 예쁘다 라던가,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라던가 그런 말은 성격상 할 수 없었다.
“점심 식사에 초대해 줘서 고마워.”
에슐리가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정원에 길게 심어져 있는 용담목 사이로 두 사람이 고개를 내밀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윽··· 저 녀석들이···’
언제 숨었는지 쿠도와 카렌이 나를 훔쳐보고 있었다. 특히 쿠도는 혼자서 큭큭거리며 카렌에게 뭔가 귀속 말을 했다.
분명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서둘러 에슐리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녀석들 설마 여기까지 쫓아오지는 않겠지.’
여기에 있다가는 쿠도와 카렌이 하루 종일 감시할 것만 같았다.
“레아르트. 왜 그래?”
에슐리가 주변을 살피는 나를 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서둘러 에슐리가 앉을 의자를 빼주고 그녀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곧바로 고든 집사를 불러 식사를 내오라고 말했다.
이제야 편안하게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쿠도와 카렌이 응접실 밖에 있는 나무 뒤로 숨는 모습이 보였다.
쿠도가 실실거리며 슬금슬금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에슐리의 눈치를 보며 손과 입 모양으로 꺼지라고 했지만, 얼굴에 장난끼가 묻어있는 것을 보니,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 녀석들 내일부터 지옥 같은 훈련을 시켜야겠군.’
오랜만에 과거의 모습을 벗어나 젊음을 만끽하려는데, 쿠도가 방해하고 있어서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에슐리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1년 전의 너와 지금의 네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야. 넌 정말 많이 변했다.”
에슐리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가?”
분명 많은 것이 변했다. 카일 왕이었던 내가 형편없는 레아르트의 몸으로 환생한 후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지만 이전 인생보다 빠른 성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인생에서는 오로지 전쟁을 위한 삶은 살았지만 지금은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생각의 변화를 위해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에 변화를 주고 있었다.
“스스로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데, 남들이 보기에 너는 정말 많이 변했어. 너로 인해 맥캐이드 가문이 크게 번창했고, 너를 알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더 이상 너를 비난하지 않잖아. 그리고 저렇게 대단한 사람들까지 알고 지내다니 놀라울 뿐이야.”
에슐리는 진심을 담아 말하고 있었다.
“정신 없이 지냈을 뿐인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훗, 너무 겸손한 거 아니야? 요즘 네가 다른 여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인 거 알고 있지?”
에슐리의 말을 들으니 쑥스러웠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때 고든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레아르트님. 손님이 또 오셨습니다.”
“뭐? 손님이라고?”
나는 고든의 말을 듣고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에슐리도 손님이 왔다는 말에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누군가가 고든의 뒤에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
시몬 백작과, 안톤 백작, 로만 백작, 그리고··· 리타 백작이 등장했다.
‘윽··· 하필···’
에슐이와 리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었다.
특히 리타는 에슐리의 화려한 드레스와 예쁘게 꾸민 얼굴을 보더니 상당히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네 분 모두 어쩐 일이십니까?”
의자에서 일어나 시몬과 그 일행에게 인사를 했다.
“레아르트 너무한 거 아니야? 아이니카 대륙에서 돌아왔으면 나한테 먼저 알려줬어야지, 왜 저 아이하고 둘이서만 식사를 하고 있는 거야?”
시몬이 말하기도 전에 리타가 다짜고짜 말하기 시작했다.
리타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여자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일 때마다, 중간에서 정말 난감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레아르트가 저에게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거든요. 호호호.”
에슐리가 한술 더 떠서 자랑하듯 말했다.
[추천과 코멘트]를 주시면 글을 쓰는데 힘이됩니다.^^ 세 번째 작품 [역대급 개발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제레니스입니다.
연중이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이번 작품도 끝까지 달려보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댓글과 재밌어요는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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