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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 님의 서재입니다.

매화마존은 무림맹에 실망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소종
작품등록일 :
2022.07.05 18:01
최근연재일 :
2022.09.05 18:03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48,120
추천수 :
846
글자수 :
212,758

작성
22.07.05 23:34
조회
2,660
추천
36
글자
7쪽

1화. 잘라낸 운명

DUMMY

지킬 것을 잃은 수호자 진명이 어딘가 고장난 사람처럼 터덜터덜 걷는다.


그가 향하는 곳은 호북의 무림맹 본단, 전란이 휩싸인 정파의 구심점이자 전력의 핵심


그러나.. 신강 인근의 세 문파에 더해 제일도문 화산마저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자,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목숨을 부지하고자 모인 겁쟁이들의 소굴


문지기는 경고했다.


"이곳은 무림맹입니다. 돌아.."


'감히..'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일검에 문지기의 목과 함께 본단의 성문을 종잇장 처럼 베어낸 진명.


현실감 없이 몸에서 떨어져 나간 문지기의 목이 땅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은신해 있던 고수들이 진명을 포위했다.


그들 중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도(刀)를 뽑으며 위협했다.


"네 이놈! 예가 어디라고 함부로 검을 휘두르는가!"


진명은 답하지 않고 계속 걸었다.


"그래도 이놈이!!"


'의기 높았던 팽가도 한패..인가'


팽가의 잡졸이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의 자세를 취하려던 찰나.


진명은 쾌의 극(極)에 달한 일검으로, 팽가놈의 미간을 꿰뚫었고. 그 즉시 달려 드는 그 수하들의 목을 쳐냈다.


이십사수매화검 매화침골(梅香浸骨)


매화의 한은 뼈에 스민다 했던가, 사무친 원한이 뿜어내는 살기가 응축된 검식에 고수들이 비명을 달리하자 진명을 막는 무림맹의 무사들은 주춤거렸다.


겁먹은 무사들을 뒤로하고 계속하여 걷기를 한다경 쯤, 진명은 살을 애는 듯한 내력을 풍기는 사내와 일국의 군대에 비할 정도로 잘 벼려진 무사들을 마주했다.


진명은 물었다.


"어찌하여 화산을 쳤는가"


그 중 가운데 있던 사내는 스스로를 맹주라 소개하며 답했다.


"본인은 맹주직을 맡고 있는 천룡검 소현이라 하오. 도인께서는 화산에서 오셨소"


진명은 계속하여 물었다.


"어찌하여 화산을 쳤는가"


맹주라 스스로를 소개한 자는 웃으며 답했다.


"화산에 무슨 변고라도 있는것이오? 그게 무슨말이시오. 오해가 있는 것 같소만.."


진명은 모든 것을 앎에도 모르는척하는 가증스러운 맹주의 개소리에 사무친 원한을 토해냈다.


"화산에는.. 아이들이 아주 많았지. 그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화산에 입문했다. 배곯기 싫어서 온 아이도, 부잣집 도련님의 체력증진 같은 하찮은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라나 가족을 이루고 또 그 아이들이 화산에 저마다의 이유로 입문하더군"


회한 가득한 눈동자에 결국 고이는 눈물 이내 넘쳐 흘렀다.


"하지만.. 그 누구도 너희 개새끼들에게 죽을 이유는 없었다. 단 하나의 목숨도"




무림맹주 소현은 뭐가 재밌는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 미안하오. 어떻게 귀 파에 죄를 뒤집어 씌울까 고민했거늘.. 이리와서 행패를 부려주니 고민이 일순풀려 그만 웃고 말았소이다. 그나저나, 화산을 꺾은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시오?]


천리음을 통해 진명의 질문에 대답한 맹주 소현은 이내 몇겹의 가면을 쓴 경극배우처럼 전혀 다른 얼굴로 대답했다.


"당최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려"


장난치듯한 천룡검 소현의 행동에 진명은 더욱 분노했다.


"말하거라. 어찌하여 화산을 쳤느냐.. 왜!!"


소현은 다시 천리음으로 대답했다.


[정마전쟁. 왜 시작했는지 아시오? 나의 무공은 어느 순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지.. 결국 나는 그 답을 음기와 양기의 조화에서 찾았소. 그래서 마교놈들을 잡아다가 마기를 뽑았지. 그러더니 전쟁이 일어나더군. 어쩌겠나, 제각기 살 궁리만 하는 놈들에게 경종이 필요하지 않겠나? 큰 일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지. 내 고민을 해결해준 대신일세]


까득..!


"고작 그딴 이유로.. 화산의 아이들을 도륙하였느냐, 고작 그딴이유로!!"


천룡검 소천은 고개를 가로로 저음과 동시에 분노한 표정을 하고 무사들에게 소리쳤다.


"더 이상의 망발은 허용치 말라. 천룡대! 천마대! 전군은 저자를 참하라!"


쿵 쿵..


군세가 저마다의 기파를 발산하자 땅이 흔들리는 듯한 압박감이 진명을 덥칠때, 진명이 입을 열었다..


"나는.."


진명의 마지막 유언이 궁금했던 천룡검 손천은 손짓하며 군세를 멈추었다.


척!


"나는 화산의 은매화(隱梅花)다. 화산을 지키는 마지막 매화. 화산의 아이들은 마지막 까지 나를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지키지 못했지. 나는 그게 나의 등선이라는 알량한 이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꿀꺽


진명이 한마디를 내뱉을 때 마다, 강해지는 진명의 기백에 무사들은 검을 쥔 손이 떨려온다.


"나는 이곳에 오기전에 화산에 들렀다. 나의 친우가 화산이 위험하다고 알려주었을 때도 나는 화산에 가지 않았다. 곧 등선할 것이라는 바보같은 기대 때문이었지.. 이를 포기하고 도착한 화산은 재가 되있었고 여기저기 널린 아이들의 주검은 싸늘하게 무덤조차 없이 나뒹굴더군"


지난 일을 곱씹듯 눈을감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나는 찾았다, 나를 찾던 미약한 숨소리를. 그리고 나에 대한 증오를 보았다. 그렇지.. 나는 지키지 못한 방패, 지탄받아 마땅하다... 다만.."


일순 그의 검끝에 모인 강기(罡氣)는 향기 없는 매화의 군단이되어 적의 군세를 뒤덮었다.


이십사수매화검 매화만리향(梅花萬里香)


"넋두리를 해야겠다... 보아라. 이것이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던 화산의 은매화(隱梅花) 진명이 피우는 매화다, 개새끼들아!"


화산을 지키는 절대고수, 은매화(隱梅花). 지켜야할 것을 잃은 검수는 삶의 이유를 빼앗은 자들의 목숨으로 그 넋을 달래려 했다.


"죽어라!!... 개(開)!!"


순간, 소진의 강기와 한(恨)을 매화 꽃잎이 무림맹의 군세에 떨어지려는 순간...!


진명은 올랐다. 드높은 하늘에


인간으로서 감정을 모두 버리려고 노력했던 진명. 그에게 단 하나 남은 집착. 화산의 복수는 역설적으로 그를 하늘로 올렸다.


진명은 절규했다.


"안돼!! 지금은, 절대 안돼!! 우리 아이들을 죽인 자가 저기 있는데, 등선? 개소리 하지말라 그래!"


진명은 본능적으로 느꼇다.


'저 빛이다. 저 빛이 나의 영혼을 육신에서 뽑아 천계(天界)로 인도할 것이다.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천계..'


다만,


진명은 결심했다.


'나는 아직 갈 수 없다. 내 아이들의 넋을 달래야 한다...! 기필코 남아 박살내버리겠다.. 빌어먹을 무림맹!!'


그 일념으로 진명은 강기의 검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는 베었다.


그의 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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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환기(喚起) 22.09.05 371 11 8쪽
47 47화. 자격(資格) 22.09.03 453 11 13쪽
46 46화. 거부할 수 없는 조건 22.08.31 455 12 9쪽
45 45화. 뜻 밖의 운명 22.08.30 476 12 10쪽
44 44화. 하늘을 베어낸 검 22.08.26 542 10 16쪽
43 43화. 귀마고 22.08.23 544 12 9쪽
42 42화. 뜻밖의 성과 22.08.22 547 11 7쪽
41 41화. 영약을 찾아서 22.08.21 577 13 9쪽
40 40화. 재도약 22.08.20 621 15 9쪽
39 39화. 자충수(自充手) 22.08.19 629 14 10쪽
38 38화. 종막(終幕) 22.08.17 643 15 10쪽
37 37화. 일촉즉발(一觸卽發) 22.08.16 650 14 9쪽
36 36화. 난입(亂入) 22.08.15 668 12 8쪽
35 35화. 확전(擴戰) 22.08.14 681 13 10쪽
34 34화. 반격의 서막 22.08.13 702 13 9쪽
33 33화. 혼돈속의 진실 22.08.12 720 13 8쪽
32 32화. 새로운 국면 22.08.11 726 15 11쪽
31 31화. 목숨을 건 내기 22.08.06 810 12 8쪽
30 30화. 분란의 원흉 22.08.05 808 15 8쪽
29 29화. 돌아온 전쟁터 22.08.04 818 16 9쪽
28 28화. 밝혀진 비밀 22.08.04 827 18 10쪽
27 27화. 마협객(魔俠客) 호준 22.08.03 825 20 11쪽
26 26화. 감추고 싶은 비밀..? 22.08.02 888 20 8쪽
25 25화. 집으로.. 22.08.01 934 20 9쪽
24 24화. 마(魔)의 강림 22.07.31 942 18 10쪽
23 23화. 살막의 형제 22.07.30 976 16 8쪽
22 22화. 이어진 인연 +1 22.07.30 948 18 7쪽
21 21화. 옛 친우와의 재회 +1 22.07.27 1,058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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