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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 님의 서재입니다.

매화마존은 무림맹에 실망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소종
작품등록일 :
2022.07.05 18:01
최근연재일 :
2022.09.05 18:03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48,097
추천수 :
846
글자수 :
212,758

작성
22.08.1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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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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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1쪽

32화. 새로운 국면

DUMMY

저벅 저벅


벽돌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반들반들한 벽면에 횃불하나 걸려있지 않은 깜깜한 지하, 보이지 않은 이곳은 온갖 기관진식으로 이루어진 함정과, 수백갈래로 나뉘어진 미로로 만들어진 그야말로 지하 요새


진득한 어둠속에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만이 나즈막히 울려 퍼진다.


'..저곳인가'


일말의 빛 조차 없어 누군지도 알아볼 수 없는 인영 하나가 자신의 기억속에서 지도를 더듬어가며 어둠속을 헤쳐나가고 있다.


어둠이 가득한 이곳이 아니었다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불빛이 보이자, 눈에 들어오는 펄럭이는 사내의 흑의. 그럼에도 아주 작은 발소리가 그 수준을 가늠케 한다.


...


별다른 어려움 없이 어둠속의 요새를 내달리던 그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사내는 잠시 모퉁이에 멈춰 상황을 살핀다.


'...'


기감을 펼쳐 근방을 확인하자 느껴지는 미세한 마기, 무언가에 통제 당하고 있는 듯 흐르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금마석 수갑을 차고 있나보군, 그 건방진 흑조장이 불경죄라..'


위세 높던 흑조장이 사공자에게 불경을 저지른 죄목으로 감찰원 비밀감옥에 갇힌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기에 사내는 이 상황이 탐탁치 않았다.


역시나 무언가 미심쩍은지, 횃불에 사내의 고민많은 표정이 비친다. 그러나 사내가 명 받은것은 사공자의 유일한 모사꾼을 그로부터 떼어내준, 할일을 마친 사냥개를 삶아내는 것.


'나의 역할은 실행, 생각이 아니다'


결국, 감찰원의 비밀 지하감옥에서 흑조장 양위가 마음이 바뀌어 어떠한 말이라도 한다면 제법 귀찮은 일이 펼쳐질 것은 당연지사, 사내의 윗선은 이 미심쩍은 상황에서 무리를 해서라도 양위를 없애길 원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나아가는 사내, 거의 도착했는지 불빛이 주변을 점점 환하게 밝혀온다.


그리고 어느새 횃불이 걸려있는 벽에 도착한 사내, 맞은편 철창안에 갇혀있는 양위의 모습을 확인하고 조소가 섞인 인사 한다.


"그러게 적당히 까불지 그랬소. 부주께서도 그대를 중히 쓰고 싶으나.. 결과가 이리된 걸 어쩌겠소"


소진에게 아혈이 잡혀 말을 할 수 없는 양위는 소진이 말한대로 자신을 살인멸구하려 찾아온 사내를 확인하고 실소를 지으며 은신하고 있는 소진을 바라보았다.


'젠장, 저 빌어먹을 놈 말이 맞았군.. 가주가 이 나를 배신해..?!'


스릉


줄곧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리던 사내의 검이 빛을 받으며 뽑아졌다.


그럼에도 양위의 분노 가득한 두 눈은 검을 든 사내가 아닌 어둠속에서 은신하고 있는 소진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고생해주었으니, 고통은 없이 보내주겠소"


저벅 저벅


양위가 갇힌 철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사내, 금마석 수갑을 찬 양위를 일검에 찔러 죽일 듯 기세를 올리며 검을 쥔 좌수(左手)을 고쳐쥔다.


"..잘가시오"


쒜엑!


양위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드는 사내의 일검!


그제서야 군더더기 없이 날아오는 검을 일말의 공포심 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양위, 그의 표정을 본 사내는 무엇인가 잘못되어감을 느꼈다.


'포기한 건가?..'


그 때!


쾅!


어디선가 날아온 돌맹이가 사내의 검면을 치고 벽에 박히며 굉음을 만들어냈다.


사내의 검은 검로를 잃고 튕겨나갔고, 벽면에는 내공이 담겨 날아온 돌맹이가 형체를 유지한체 박혀있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사내는 의아한 표정으로 어둠속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누구냐!"


"말이 짧네? 너도 불경으로 저기 갇히고 싶어?"


소진이 은신을 풀고 모습을 드러내며 특유의 껄렁대는 말투로 사내에게 답했다.


사내는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소진의 모습을 확인하자 잠시 당황했다.


".. 사공자 소진.. 대체 왜 여기?! 설마.. 알고있었던건가?!"


"그래, 함정이지. 하지만 오해는 하지말도록, 저놈은 정말 불경죄로 잡혀있는거야"


양위는 이 상황에서도 헛소리하는 소진에게 감탄했다. 그리고 찾아오는 걱정


'..저자의 일검, 뜨내기의 실력이 아니다. 마금석 없이 내가 싸웠더라도.. 오십합 정도를 버틸수 있을까할 정도의 고수. 저런 자를 사공자가 이겨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양위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당황했던 사내의 눈빛이 서서히 기회를 잡은 매의 눈빛을 닮아갔다.


"..그런데 설마.. 혼자 있는것이오, 사공자?"


"응, 혼잔데? 설마.. 내가 혼자여서 나까지 없애겠다.. 라는 안일한 생각은 아니지?"


"크큭, 이거 혹을 떼러 왔는데, 덤이 있군. 그 만용이 네놈의 사인이다"


말을 마친 사내는 일말의 기척도 없이 일순 사라졌다. 횃불이 있음에도 드문드문 퍼져있는 어둠을 틈타 몸을 숨기는 상승의 은신술, 소진의 얼굴에는 은근한 감탄이 드러났다.


"호오.. 믿는 구석이 있다 이건가"


고요한 지하감옥에는 어떠한 인기척도 없이 고요해졌다.


스윽


소진이 고개를 들어 양위가 갇힌 철창 반대편 벽 구석을 슬쩍 쳐다본다.


!


소진이 바라본 그 곳에서 숨죽이고 기회를 엿보던 사내가 두 눈을 마주친 느낌이 들었으나 애써 외면했다.


'설마.. 저놈이 나를 본것인가..? 그럴리가 없다'


스릉..


"그거 아나? 나는 말이지.. 살수놈들의 은신에 아주 익숙해, 사실 네놈 정도의 은신은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을 찾는 것보다 쉽지. 왜인지 아나?"


말을 마친 소진은 뚫어져라 보던 곳을 향해 검을 뽑았다.


"살수라는 놈들의 왕이라 불리는 놈이 내 형님이다, 이 자식아!"


샥!


사선으로 베어지는 소진의 검기! 단단한 벽에 상흔이 남을 정도로 강력한 한 수에 어둠속에 짙은 핏빛 액체가 흩뿌려진다.


쿨럭!


"...도..도대체 어떻게?.."


한 합에 늑골 깊이 베인 사내는 폐를 다쳤는지 숨을 몰아쉴 뿐 어떠한 저항의지도 내보일 수 없었다. 그렇다, 그의 눈앞에 서있는것은 사공자 따위가 아니었다.


소진은 살왕의 은살보마저 꿰뚫었던 사내, 아무리 고강한 은신술이라 할지라도 수십년간 대진의 움직임을 봐왔던 그의 눈을 피할 순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나가 알려야한다.. 저자는 위험..하다'


소진의 한 합이 제법 굉장했는지 소진의 기감에는 저 멀리서 거대한 기파 하나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칫, 원주가 벌써 오는군'


시간이 없는 소진, 그리고 재빨리 펼쳐내는 자하신공, 자안(紫眼)! 그의 두 눈이 붉게 물른다.


천마기와 뒤섞인 자하기가 소진의 두 눈에 자리하자 피흘리며 쓰러진 사내를 바라보고 하문한다.


"네놈은 누구냐"


!


소진의 자안(紫眼)을 마주친 사내, 그는 자신의 조물주와 마주한 피조물처럼 자신의 모든것을 내어줄 준비를 마쳤다.


"...컥..이..이성.."


'이성?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인데..'


아!


자신의 앞에 피를 토하고 있는 사내가 자신의 처소에 벽보를 붙이던 삼공자의 수하, 전마대 부대주 이성임을 기억해냈다. 물론 그가 말할 때 슬쩍 보이는 부러진 앞니도 자신의 소행이라는 것도..


이런 충격적인 모습을 바라보는 양위, 상상조차 못할 상황에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 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듯 했다.


소진은 양위의 모습이 어떻든 섬서에서 자신에게 암습을 시도한 자, 또 장호에게 역모라는 말같지도 않은 혐의를 씌운 작자를 찾기 위해 계속하여 질문했다.


"니가 여기 온 것, 누구의 지시냐"


"...양..준.."


검마(劒魔) 양준


삼공자 양동의 아비이자, 마교 최고 실세라 불리는 검부의 수장인 그의 이름이 이성의 입에서 나왔다.


소진은 조금은 의아했으나, 둘이 부자(父子)사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점차 납득하는 눈치


'혹시 이공자나 일공자일까 걱정했는데.. 역시 삼공자측인가? 그런데 뭔가 이상하군. 양동 무력대, 전마대의 부대주를 할 정도의 사내가 양준의 사주를 받았다고 말한다.. 뭐, 둘이 견부견자(犬父犬子)니 이상할게 없나?..'


말을 이어가던 이성의 눈이 뒤집히기 시작한다. 소진의 천마기가 깃든 자안(紫眼)을 정신이 버텨내지 못하는 듯 전신의 핏줄이 하나씩 터지기 시작하고 두 눈에 피눈물이 고인다.


'이번이 마지막이겟군'


소진은 자안(紫眼)으로 행할 수 있는 문답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이성의 상태를 보고 직감했다.


"마지막이다. 너에게 이곳의 지도를 건낸자가 누구야"


지도


감찰원주와 흑조장 등 몇사람을 제외하고는 존재 이유 자체를 알지 못하는 이곳에 숨겨진 기관진식과 어둠에 가려진 수 갈래로 뻣어진 길을 모두 돌파해 양위의 코앞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


소진은 당연하게 그것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진 지도라고 생각했다.


'이 지하감옥의 모든 것이 상세하게 표기한 지도, 그것이 아니고서야 이곳까지 당도할 수 없다. 무조건 조력자가 있다'


이성의 망가진 몸이 온힘을 모아 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양위를 가르킨다.


"..역시 저놈이구만? 근데.. 얘는 또 왜이러고 있어?"


소진이 바라본 양위는 교주를 알현하듯 엎드린 체 온몸을 바닥에 내던진 오체투지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나, 반복하듯 내뱉는 그의 말이 양위의 정신이 붕괴되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도대체 무슨..? 당..당신은 도대체..? 이게 무슨.."


소진의 자안(紫眼)을 직접 마주하지 않았음에도 소진의 주위에 퍼지는 농밀한 마기가 무언의 압박을 전달하였기에 양위의 정신은 원초적인 공포 앞에 무릎 꿇은 것.


"그렇지.. 네놈이 있었지.. 양위.. 그래 이걸 놓치고 있었어. 네놈도 양가였지"


점점 다가오는 소진의 모습, 양위는 체면을 찾을 여유가 없는지 소피를 질질 흘렸다.


"히..히익..!"


"... 물어봐도 대답할 정신은 아닌 것 같군.. 그렇다면.. 계획대로 하는 수 밖에"


소진은 엎드린체 중얼대는 양위를 뒤로하고 다시 이성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 네놈에게 사주한 것은 검부의 수장 양준.. 양동이 애비기도 하지. 아무리 애비가 자식 소교주 만들고 싶어하는 거물이라고 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


이성은 두 눈은 이미 총기를 잃은 지 오래였기에 이 한번의 명에 이성은 필히 죽을 것이었다.


"역시.. 직접 보는게 낫겠지"


소진은 그의 단전에 정신을 집중했다. 천마기로 이루어진 단전의 일부가 조금을 허물어 두 눈에 천마기를 흘려보냈다.


'..역시 이건 단전의 천마기 자체를 소모하는게 확실하군.. 내 단전이 갉아먹히는 기분이야'


천마기로 이루어진 단전 일부를 희생하며 두 눈에 천마기를 집중시킨 소진은 이성에게 마지막 명을 내렸다.


"이성. 지금 당장 검을 들어, 흑조장 양위를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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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 자격(資格) 22.09.03 453 11 13쪽
46 46화. 거부할 수 없는 조건 22.08.31 455 12 9쪽
45 45화. 뜻 밖의 운명 22.08.30 476 12 10쪽
44 44화. 하늘을 베어낸 검 22.08.26 541 10 16쪽
43 43화. 귀마고 22.08.23 543 12 9쪽
42 42화. 뜻밖의 성과 22.08.22 547 11 7쪽
41 41화. 영약을 찾아서 22.08.21 576 13 9쪽
40 40화. 재도약 22.08.20 621 15 9쪽
39 39화. 자충수(自充手) 22.08.19 628 14 10쪽
38 38화. 종막(終幕) 22.08.17 641 15 10쪽
37 37화. 일촉즉발(一觸卽發) 22.08.16 649 14 9쪽
36 36화. 난입(亂入) 22.08.15 667 12 8쪽
35 35화. 확전(擴戰) 22.08.14 681 13 10쪽
34 34화. 반격의 서막 22.08.13 701 13 9쪽
33 33화. 혼돈속의 진실 22.08.12 719 13 8쪽
» 32화. 새로운 국면 22.08.11 726 15 11쪽
31 31화. 목숨을 건 내기 22.08.06 809 12 8쪽
30 30화. 분란의 원흉 22.08.05 807 15 8쪽
29 29화. 돌아온 전쟁터 22.08.04 817 16 9쪽
28 28화. 밝혀진 비밀 22.08.04 826 18 10쪽
27 27화. 마협객(魔俠客) 호준 22.08.03 824 20 11쪽
26 26화. 감추고 싶은 비밀..? 22.08.02 888 20 8쪽
25 25화. 집으로.. 22.08.01 933 20 9쪽
24 24화. 마(魔)의 강림 22.07.31 941 18 10쪽
23 23화. 살막의 형제 22.07.30 974 16 8쪽
22 22화. 이어진 인연 +1 22.07.30 948 18 7쪽
21 21화. 옛 친우와의 재회 +1 22.07.27 1,058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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