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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 님의 서재입니다.

매화마존은 무림맹에 실망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소종
작품등록일 :
2022.07.05 18:01
최근연재일 :
2022.09.05 18:03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48,100
추천수 :
846
글자수 :
212,758

작성
22.07.31 21:31
조회
941
추천
18
글자
10쪽

24화. 마(魔)의 강림

DUMMY

"...두 사람이 나누지 못한 피를 이 잔으로 대신할 것입니다. 이제 두 사람에 몸에는 서로의 피가 흐르게 됨으로.. 즉, 두 사람은 형제입니다"


대진은 먼저 자신의 손바닥을 작은 칼로 그어내었고 이내 흐르는 핏방울이 조로록 술이 담긴 커다란 잔에 떨어진다.


맑은 술잔은 피가 섞여 점차 붉어진다.


대진이 물러나자, 소진이 다가와 자신의 피를 잔에 흘려냈다.


'하.. 이 재미없는 놈이랑 형제라니..'


잔이 완벽히 붉어지자, 호량와 강헌은 피를 담아낸 술을 작은 잔에 덜어냈고 대진과 소진에게 전달했다.


마주한 두 친구는 그렇게 형제가 되었다.


...


"무튼.. 이렇게 됐다.


소진과 대진이 형제의 연을 맺은 그 다음날 밤, 장호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내가.. 그렇게 사고 치지 말라고 했는데... 의형제요?.."


"니가 숙원이니, 도망이니 그러니까 이렇게 된거 아니야! 뭘 잘했다고 눈을 부라려!"


따지고보면 이번 사고의 원흉은 장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방진 장호는 이전에 보았던 불경스러운 눈동자로 소진에게 대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형제라뇨, 세상에. 이게 얼마나 큰 일인지 생각은 하고 결정하신 겁니까? 이건 친구니 동맹이니 이런거랑은 차원이 다른일이라구요..! 설마.. 생각안하신겁니까?"


...


생각지도 못하게 펄쩍 뛰는 장호의 모습에 조금 당황했다.


'그렇게 큰 일인가..?'


"아..아무튼 너 때문이니까 그런 줄 알아! 그리고 살왕이랑 형제가 되는건데 뭐 그렇게 까지 싫어하냐? 형한테 이른다?"


장호는 소진의 자연스러운 '형' 소리에 숨이 턱 막힌다.


"내가 죽으면 그건 아마도 공자님 때문일겁니다. 사인이 궁금하시죠? 사인은 홧병입니다. 홧병!"


그때, 등장하는 대진, 능청럽게 소진에게 한마디 한다.


"소진 아우, 앞으로 잘 부탁하네. 그리고 자네들도 우리 아우 잘 보필해주시구랴"


"아유, 별말씀을요. 저희 모자란 바보천치 공자님 받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요"


방금까지 소진을 갈구던 장호가 돌변하여 굽신댔다.


파리가 손바닥 비비듯한 손, 반쯤 굽혀진 허리.. 전형적인 ..


'내시?.. 저거 없는거 아니야?'


장호는 자신을 위아래로 훑는 소진의 시선이 문득 한 곳에서 멈추자, 기겁하며 소리쳤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봅니까?"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없는게 맞아..'


그 때!


대진의 표정이 일순 사나워 지며 소진을 탓한다.


".. 빌어먹을 아우 녀석아, 꼬리를 달고 왔구나"


"에? 꼬리라니 무슨.."


!


소진의 기감에 잡힌 수십 명의 기척, 어림잡아.. 사십, 아니 오십 쯤


'칫.. 종남에서 부터 따라 붙은 건가..'


소진은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손으로 검을 찾았다. 호량 또한 허리춤에 자신의 세검을 정비했다.


"호량, 밖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 온 것 같다. 대진 형..형님. 여기 잠시 있으시오. 정리하고 금방 올테니"


대진은 소진과 호량의 사뭇 진지한 모습에 어쩐일인지 웃음을 참더니 결국 터트렸다.


"크하하하, 이녀석, 다시 오더니 제법 귀여운 구석이 있구나, 소진. 내가, 이몸이 도대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쓸데없는 소리는 이따가 합시다. 지금은 저기 밖에.."


대진은 능청스럽게 되물었다.


"밖에? 무엇이.. 있었더냐?"


?


소진은 대진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가 잠시 궁금하려던 찰나, 소진의 기감에 느껴졌던 수십명의 인기척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


"전에도 몇번이나 말했지만 들어먹질 않아 다시 말해주마. 너의 형님인 이몸 대진은 살왕이라 불리는 살수의 제왕! 그리고.."


대진의 내공이 점점 끓어오르더니 단창에 모여 뇌전이 튄다. 그리고는.. 이미 강헌이 보여준 적이 있는 살왕의 절초!


나선창(螺旋槍) 은뇌(隱雷)!


뇌신의 창이 대지에 꽂히는 순간, 수십의 기척이 사라지고 소진의 기감에는 단 한명.. 한명 뿐이 남아있었다.


"살막의 진짜 주인이니라"


꿀꺽


기감을 느낄 수 없는 장호만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였고, 호량은 이미 대진을 소진의 형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뭔데! 갑자기 왜 창을 바닥에 꽂는건데!"


..


소진은 장호만 이해하지 못한 이 섬뜩한 상황을 설명했다.


"밖에 우릴 쫒아온 것 같은 수십명의 기감이 느껴졌었다. 허나.. 방금 저 한 수로 한명을 빼고 모두 지워졌다"


"감히 살막의 형제에게 칼을 겨눈자를 살려 둘 수는 없지 않느냐. 근데.. 저 허접한 것들이 어떤 놈들인지 대충 짐작은 가는 눈치구나"


멋쩍다는 듯 소진이 답했다.


"있소, 아마도.. 삼공자 겠지. 하나 살려뒀지? 가서 확인이나 좀 해봅시다"


소진과 대진 일행은 망한객잔 밖으로 나섰다.


문밖을 나서자, 어둠속에서 흑의의 사내 하나가 드러났다.


"왕이시어, 명하신대로 적 사십구 중 하나를 제외하고 지워냈나이다"


대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수고했다. 다들 쉬도록"


대진의 명에 즉시 자리를 뜨는 사내와 그 수하 열명도 기척을 드러내며 사라진다.


'.. 내 기감에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은신술. 이놈.. 생각보다 대단한 놈이잖아?'


"자.. 한놈이 저기 있군. 가보자꾸나"


앞장서며 나아가는 대진의 말투에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어휴.. 저거 으스대는 것좀 봐라, 저걸 어떻게 보고 살지.. 후.. 가자.."


소진이 도움을 요청할 때 마다 올라갈 대진의 어깨가 눈앞에 선했기에 더더욱 꼴보기 싫었다.


점혈 당한채 살왕의 처분을 기다리는 복면의 사내, 장호가 말했다.


"흠.. 삼공자 측 인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단서라고 할만한게 없군요"


".. 그래?.. 그럼 내가 한번 보지. 그나저나 여기 있는 사람들은 한 배를 탄 사람.. 맞지?"


대진과 강헌을 쳐다보며 대답을 강요하는 소진


"뭐.. 이제와서 무를 수도 없지 않겠나?"


"그럼.. 너무 놀라진 말고 보기만 해"


소진의 주변이 일순 자주빛 기운이 넘실거리다.. 한순간 핏빛으로 물든다. 자하기에 천마기로 단조된 단전이 자연스럽게 마기가 흘러가는 것


"종남에서는 마기 들킬까봐 제대로 못썻는데 말이야.. 이 무공, 생각보다 쓸모가 많더라고?"


폭팔할듯 모여드는 핏빛 기운이 소진의 몸에 응축되더니 이내 사라진다. 그리고 소진의 눈동자는 일전의 자주색 기운이 아닌 .. 핏빛 마기로으로 물들었다.


자하신공 6성, 자안이었다.


소진은 말했다.


"저거 점혈 좀 풀어보시오"


자신을 바라보고 말하는 소진의 눈동자에서 그 마저도 꺼려지는 진득한 심연을 느낀 강헌은 자신도 모르게 소진이 명한대로 행했다.


점혈이 풀리자, 복면의 사내는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소진을 발견한다.


"..! 제..젠장.. 너만은 반드시 죽이고 가겠다.. 죽어라!!"


사내는 반드시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동귀어진을 노리는 듯 자신의 진원진기까지 뽑아 일 합에 담아냈다.


사내의 소매가 펄럭일 정도의 흉포한 기운, 그 기세를 짐작케 했다.


호량과 장호는 소진을 걱정하는 눈치였으나, 소진의 눈동자는 자신을 죽이고자 삶을 포기한 저자에게서 떼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때, 소진을 향해 달려드는 사내. 숨어들어 소진의 목숨을 노리고자 했던 것 치고는 매우 커다란 도를 휘두르며 광포한 기세로 쇄도한다.


"빌어먹을..!! 죽어라!!"


달려드는 사내를 향해 소진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천천히, 한밖짝 내딛는 경쾌한 발걸음, 그리고 외치는 한마디


"멈춰"


쾅!!!!


커다란 굉음과 함께 폭발하는 먼지 구름


?!


"공자님!"


장호와 호량은 소진을 향해 소리쳤고, 대진만이 이 상황을 조금이나마 납득할 만한 무언가를 보았는지, 두 눈이 빠져나갈 만큼 커더랗게 눈을 뜰 뿐이었다.


"....저.. 저게 무슨.."


먼지가 걷히자 소진과 사내가 시야에 조금씩 들어온다.


!


소진의 목을 향해 짓쳐드는 도(刀)는 한 치 앞에서 멈춘 채 덜덜 떨고 있었다. 마치 무엇인가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온힘을 다하는 것 같은 이기한 모습


"꿇어"


"이..이익!!"


사내는 어떻게든 반항하려 몸부림치려 했으나, 조금의 저항감도 없이 무릎이 바닥에 맞닿았다.


말 없던 강헌도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그나마 유추해보려 애썼다.


"미..미친.. 사부 저게 도대체 뭡니까..? 언령..같은겁니까?"


소진은 강헌의 외침에도 아랑곳 않고 사내에게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사내는 소진의 물음에 답하지 않으려 혀를 깨물려 했다. 하지만 그 조차도 허락받지 못했는지, 입가에 핏물이 스칠 뿐이었다.


"으윽.. ..마대 ..영준.."


"똑바로 말해라, 알아듣기 쉽게"


질문이 계속될 수록, 사내는 침을 흘리고 바지에 소피를 지리는 것을 보니 정신이 점차 붕괴되는 듯 했다.


"으...으아아!"


'흠.. 이 이상은 무린가? 나도 저자도..'


소진의 눈가에 흘러내리는 진득한 액체, 핏물 처럼 보였다.


".. 숨쉬지 마라"


"헉... 컥...!"


소진의 눈동자에서 핏빛의 기운이 사라지기 전, 그가 내린 마지막 명에 사내는 숨이 쉬어지지 않는지 버둥대다 서서히 죽어갔다.


....


믿어지지 않는 관경에 장호와 호량은 확신했다. 자신이 모시는.. 눈앞에 있는 저 자는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 따위가 아니다.


그리고는.. 이마에 피가 나도록 흙바닥에 오체 투지하며 외쳤다.


"천마불패..! 천마시어! 당신의 종복이 감히 알현하나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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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거부할 수 없는 조건 22.08.31 455 12 9쪽
45 45화. 뜻 밖의 운명 22.08.30 476 12 10쪽
44 44화. 하늘을 베어낸 검 22.08.26 541 10 16쪽
43 43화. 귀마고 22.08.23 543 12 9쪽
42 42화. 뜻밖의 성과 22.08.22 547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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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확전(擴戰) 22.08.14 681 13 10쪽
34 34화. 반격의 서막 22.08.13 701 13 9쪽
33 33화. 혼돈속의 진실 22.08.12 719 13 8쪽
32 32화. 새로운 국면 22.08.11 726 15 11쪽
31 31화. 목숨을 건 내기 22.08.06 809 12 8쪽
30 30화. 분란의 원흉 22.08.05 807 15 8쪽
29 29화. 돌아온 전쟁터 22.08.04 818 16 9쪽
28 28화. 밝혀진 비밀 22.08.04 826 18 10쪽
27 27화. 마협객(魔俠客) 호준 22.08.03 824 20 11쪽
26 26화. 감추고 싶은 비밀..? 22.08.02 888 20 8쪽
25 25화. 집으로.. 22.08.01 933 20 9쪽
» 24화. 마(魔)의 강림 22.07.31 942 18 10쪽
23 23화. 살막의 형제 22.07.30 975 16 8쪽
22 22화. 이어진 인연 +1 22.07.30 948 18 7쪽
21 21화. 옛 친우와의 재회 +1 22.07.27 1,058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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