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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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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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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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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일

DUMMY

하얀 공간이 검은 인형을 기준으로 먹에 물드는 하얀 도화지처럼 검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네인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어비스의 등장은 아무도 예상 못 했지. 감정의 폭주가 능력의 폭주로 이어질 줄은 누가 알았겠어?”

“폭주?”

“어. 폭주. 여러모로 심란했던 시기라서. 감정조절이 안 됐던 것도 있지만 비중이 큰 원인은 역시 디메리트로 삼았던 기억에도 이유가 있었지. 시기와 다른 복합적인 이유가 그런 폭주를 끌어냈고 결국 어비스를 만들었다. 그렇게 되겠네.”


퍼져나가던 검은색은 동영상을 역재생하듯 다시 검은 인형으로 돌아갔다.


“어비스의 등장 이후로 아마 다른 인격들도 행동을 조심하게 됐을 거야. 어비스라는 존재가 인격들 사이에서 거의 핵폭탄과 비견될 정도로 위험한 존재거든.”

“핵폭탄이 뭐지?”

“흠.. 한 번 터지면 광범위한 폭발범위 내에 맹독물질이 퍼지는 큰 폭탄? 비유는 그래.”

“정확하진 않다는 거군.”

“이 세계에는 그런 거 없을 거야. 그만한 과학력은 없다고 알고 있거든. 걱정하지 마. 아무튼 현재 상황이 그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자신들의 본체 옆에 있다는 게 마음에 안든다. 그런 거거든.”

“어비스가?”

“어. 참고로 난 어비스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 모른다?”

“추측은 되나?”

“레코드 혹은 그 이상. 2번과 비교했을 때는 좀 애매하긴 한데 2번과 레코드 사이로 보고 있지.”

“강하군.”

“강하지. 뭐.. 근데 다 그럴 거 다 생각할 뿐이지 실제로는 몰라. 안 싸워봤으니까.”

“전부 추측일 뿐이다? 그런 소리인가.”

“그렇지.”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한지는 인격들 사이에 알음알음 정해놓은 논리지만 사실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설로써만 정립해 놓은 말뿐일 일이다.

서열 정리를 위해 서로 싸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누가 강한지 약한지는 관심 없을 테니까.


“아무튼, 어비스의 등장으로 현 상황은 나를 죽이는 쪽에 유리하게 작용되긴 했지.”

“죽이는 쪽이 유리하게라...”

“어비스와 접촉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버리니까.”

“네인 너...!”


어비스와 접촉이 잦았던 네인이었다. 그리고 저 말을 들으면 마치 접촉하면 할수록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소리가 아닌가.


“아. 걱정하는 부분은 어딘지 잘 알지. 근데 지금 에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종류는 아니야. 어비스는 나에게 진통제 같은 거라.”


딱!


하얀 공간에서 다시 연무장으로 돌아온 네인과 에이.


“참고로 어비스는 중립이야. 근데 보통 중립과 다르게 어느 쪽이든 편들 준비가 되어있는 중립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죽어도 되고 살아도 좋아할 녀석이니까. 어느 쪽이든 진짜로 죽는 게 아니니 어비스 입장에서는 손해랄게 없는 일이지.”

“그럼 너는 어떻지?”

“뭐가?”

“네인 너는 도대체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었다.”


네인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에이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잠깐이긴 했지만, 그 말을 한 네인의 눈동자를 바라보니 아득한 격이 느껴졌다.





에이와 퀸, 케이는 서임식 당일날 수도에 오는 건 찬성했다.

다만 그 전에 오는 건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기에 그전에는 백작가에 머무르고 당일날 네인이 수도에 데려오는 형식으로 얘기해뒀다.


“한 달이나 남았네.”


기사 서임식까지 한 달. 꽤 긴 시간이 남았지만, 왠지 파란만장한 한 달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14살의 아이가 마스터에 오른 업적 때문인지 외국에서도 이 기사 서임식에 참석한다고 했고 그 많고 많은 외국 중 네인의 핏줄의 나라인 원제국도 포함되어있다.


‘뭔 꿍꿍이가 있는건지...’


제국 급 나라 두 곳 그리고 각지의 왕국의 사절단까지 오는 이번 기사 서임식은 파란이 안 일어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 또 이런 느낌.’


요즘 들어 비슷한 패턴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위태롭다가 정신적으로 위기를 겪고 일이 지나 평소와 똑같아진 느낌.

다만 최근에는 꽤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로 남아있다.

2번이 있으니 폭주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0에 수렴하지만, 필름이 끊기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게다가 폭주를 끊기 위해 튀어나올 2번 때문에 걱정되는 것도 있다.


‘잘하겠지. 그래도 이성적인 판단은 가능한 녀석이니까.’


... 잘하려나? 조금은 걱정되는데.


“거기 누워 뭐하냐.”


고개를 돌리니 문을 열고 서 있는 어비스가 보였다.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해야지.”


네인은 미르터 후작가에서 예전에 배정받았던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냥 좀 생각할게 많네.”

“뭐가 많은데.”

“방금 전에 에이한테 인격들에 대한 설명을 좀 해주고 왔거든.”

“그러냐.”

“화 안내?”

“슬슬 걔네들도 알 때가 되긴 했으니까. 그리고 언제까지 모른 채로 둘 수가 없잖아.”

“그것도 그렇지.”

“잘 알려줬지?”

“어느 정도.”

“대답이 영 시원찮은데.”

“하하...”


어비스는 네인이 누운 침대 끝자락에 앉았다.


“이제 뭐 할 거냐.”

“그러게, 뭐하지.”

“용언은 생각 있냐?”

“그거 결론 내린 게 하나 있는데 용언은 결국 육체의 문제인 것 같던데.”

“왜?”

“예전에 사용했을 때는 심장이 멈췄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으니까.”


예비 사교회 때 화나서 사용했던 용언은 확실한 부작용이 있었다.

피를 토하는 건 어떻게든 막았지만, 심장이 멈추는 일은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구태여 막진 않았지만 결국 이건 신체에 어떤 무리가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 이후 이번 용언은 신체에 어떤 무리도 오지 않았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육체가 이유라고 하기에는 가능성이 희박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역시...


“하..”

“왜?”

“그냥. 좀 너무 앞서나갔나 싶어서.”


그럴 리가 없다. 예측이라도 이건 너무 상식 외의 일이었으니까.


“할아버지는 어때?”

“필가논 미르터라면 용언에 대해 연구 중이다.”

“그건 접근 방식을 달리 해야 될 것 같은데.”

“엘프의 마법 체계를 살펴보는 걸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알고 있어 보이던데.”

“엘프의 마법 체계가 그나마 용언에 가깝긴 하지.”


엘프의 마법은 체내의 마나와 자연의 마나를 같이 사용하고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은 술식이 아닌 언어체계를 사용하는 마법의 종류다.


“문제라면 자료가 거의 없을 텐데.”

“엘프는 먼 옛날에 인간들 피해 다른 데로 멀리 가버렸으니까. 지금 남아있는 엘프들도 거의 다 혼혈이잖아.”


엘프뿐만 아니라 드워프 그리고 그 외 다른 종족도 인간과 가깝게 지냈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인간은 인간들만의 사회를 구축했다.

과거에 큰 종족전쟁이 있었다고 하지만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크게 관심도 없고 인간의 기록으로는 이유야 어떤 대의를 붙여서 기록해 놓았겠지만 사실이 몇 개 은폐되거나 왜곡되어 진실로 볼만한 건 20% 내외 정도일 테니까.

참고로 이것도 나름 후하게 쳐준 거다.


“그러고 보니 1번이 있는 곳이 엘프들의 나라였던 것 같은데.”

“... 진짜?”

“인한테 들었어. 엘프들의 나라에 있다고. 몰랐었냐?”

“어.. 들었던 것 같은데. 근데 아직도 거기 있었어?”

“히키코모리 성질 어디 안 가는 거겠지.”

“하하..”

“가볼 거냐?”

“흠.. 됐어. 1번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거기 있는 거겠지.”


거기서 나름 호의호식하며 지내는 것 같다고 인한테 들었지만, 어비스는 말을 아꼈다.


“그럼, 조용하게 지내는 일밖에 안 남았군.”

“그러네.”


수도라서 그런지 저택 밖이 시끌벅적하고 저택 안도 여러 가지 바쁜 일이 있는지 부산스럽다.


“그러고 보니 신전은 어떻게 생각하냐?”

“신전은 왜.”

“예전에 어빌리티 개방 이후로 한 번도 안 가본 곳이니까.”

“아무 생각 없는데.”

“이번 서임식에 신전에서도 사람이 온다고 했으니까.”

“진짜 별의별 곳에서 다 오네.”


이세상에 신전이라면 한곳밖에 없다. 신성국 루베아론교.

신기할 정도로 서쪽에서 종교는 이곳 한곳이 유일했다.

동쪽이나 그 외 지역은 다른 종교가 많던데 서쪽만큼은 철저하게 하나의 종교만이 이곳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것보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정말 다양한 곳에서 이 기사 서임식을 보러 온다는 게 제일 이해가 안 된다.

최연소 마스터의 기사 서임식이 과연 그만한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한 의문도 의문이었지만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적어도 그 목적이 하나의 목적이 아닌 건 알겠다.


“파국이 되려나? 이번 기사 서임식.”

“그렇지는 않을 거다. 서임식 이후 축하연에서 뭔 일이 일어나면 나겠지. 서임식 자체는 문제가 없을 거다.”

“그건 나도 아는데.. 목적을 모르겠네.”

“알아볼까?”

“됐어.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은 아니겠지. 중요하더라도... 그냥 양심을 조금 버려버리면 될 일이 생기는 거고.”


양심을 버리겠다는 말까지 나오니 어비스로써는 할 말이 없다.


“그 정도 각오까지 한다면 나도 할 말은 없네. 근데 우리 두 가지 정도 더 신경 써야 할 거 있어.”

“더 있어?”

“하나는 황궁이고 하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또 왜?”

“용언에 대한 연구는 좀 도와드려라.”

“도와드리고 싶어도 지식이 없는데 어떻게 도와드려?”

“지식이 없긴 왜 없어. 기억 이제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면서.”

“아직 이해를 못 했는데.. 그래서 설명이 어려워.”

“너는 그런 상태에서...!”

“아. 그때 시뮬레이션까지 다 돌려봤다고 했잖아.”

“방금 진짜 욕먹어도 할 말이 없는 발언이었다는 건 알지?”

“하하...”

“뭐. 그래도 방법은 있지.”

“음..?”


어비스는 네인의 어깨를 잡더니 어비스의 손과 네인의 어깨가 검게 물들었다.


“야 잠깐.. 어비ㅅㅡ..!”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자, 네인은 곧바로 일어났지만 정신을 잃고 곧바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 뭐. 이 정도면 충분한 벌이겠지.”

“동감이군. 잠깐의 실수가 큰 사고를 만드는 일이었으니까.”


앞으로 고꾸라진 네인이 다시 일어나서 어비스의 말에 대답했다.


“빠르네. 그럼 묻죠.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냥 늙은 도마뱀일세.”


네인의 눈이 드래곤의 눈처럼 동공이 세로로 길게 뻗어 있었다.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도마뱀이라 지칭하는 걸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다른 존재가 나를 도마뱀이라 칭해도 내가 드래곤이 아닌 게 아니지 않나?”

“방금 스스로 도마뱀이라 말한 건?”

“비슷하니까. 애초에 농담이었고.”

“... 농담?”

“흠... 재미없었나? 하긴 그쪽에서도 이런 농담은 재미없어하던데. 그보다 브레스를 뿜는 걸 보는 걸 재미있어했었지.”

“이거 괜찮나.”


어비스는 이 상황을 스스로 만들긴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어지러운 상황이 펼쳐질 것 같다는 느낌에 아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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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네인과 인격의 관계 24.03.20 7 0 11쪽
110 에이와 대련 24.03.18 9 0 12쪽
109 행동원리 24.03.13 11 0 11쪽
108 세계 24.03.07 9 0 11쪽
107 불행한 자들의 낙원 24.03.02 9 0 12쪽
106 불광불급 24.02.28 9 0 16쪽
105 네인 이야기(4) 24.02.21 8 0 12쪽
104 네인 이야기(3) 24.02.17 9 0 11쪽
103 네인 이야기(2) 24.02.15 9 0 11쪽
102 네인 이야기 24.02.10 13 0 11쪽
101 검은색 24.01.30 13 0 11쪽
100 침식 24.01.24 11 0 13쪽
99 폭주 전조 24.01.17 12 0 11쪽
98 실험 24.01.15 12 0 12쪽
97 방식과 방법 24.01.09 10 0 13쪽
96 인내의 시간 23.12.31 14 0 11쪽
95 지옥도 23.12.22 9 0 11쪽
94 죄와 속죄 그리고 정의 23.12.15 8 0 12쪽
93 마피아 게임 23.12.07 11 0 13쪽
92 해야할 일 23.12.02 11 0 12쪽
91 테스트 23.11.26 12 0 13쪽
90 인간의 방향 23.11.20 11 0 17쪽
89 신과 인간 그 어딘가 23.11.08 15 0 16쪽
88 원점 23.10.24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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