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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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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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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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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DUMMY

네인은 숲을 거닐며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뚜르르르-


익숙한 수신음.

네인은 스마트폰을 귀에 갖다댔다.


달칵.


“여보세요.”

“회의 중이다.”


뚜-뚜-


간단한 대답을 듣고 곧바로 연결이 끊긴 전화에 네인은 잠깐 멍해졌다.


“그러고 보니 지금 시간이 몇 시지?”

“약 2시.”

“아~ 그러면 지금 회의 시간이 맞네. 괜히 전화했어.”

“시간 확 인좀 하지 그랬냐.”

“흠.. 그래도 첫 통화인데 제대로 되는지 궁금하잖아?”

“테스트는?”

“지금.”

“... 그래. 알아서 해라.”


일단 전화 자체는 잘 된다.

전화 외에 다른 기능 자체도 문제도 없고 현재로써는 일단 이대로 사용하면 될 것 같다.


“인터넷은 될까?”

“안되겠지. 여기에 그런게 있을 리가 없잖아.”

“이어버리면?”


어디에? 라는 말은 뺐지만, 인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뭐... 반쯤?”


네인이 스스로 지구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 생에서 처음이었으니까.


“이 능력이면 가능하겠지.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진심으로 하는 소리였군.”


실제로 네인의 능력, 시스템이라면 가능하다. 인도 이미 정령계라던지 몇몇 타계 정도는 다녀와 봤으니까. 하지만 인이 우려한 부분은 다른 게 아니다.


“괜찮겠나?”

“뭐가.”

“정말로 스스로 인터넷만 사용한다고 다짐할 수 있냐고 물었다.”

“...아. 그렇구나. 그걸 걱정하는 거야?”


네인은 능력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지구에 간다는 선택지를 의도적으로 지웠었다.

이유는 단순히 지구에서 자신은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고로 자신은 이제 지구에 가면 안 된다는 인식이 네인의 안에 있었다.

그런 인식 속에서 네인의 머릿속에서 지구로 돌아간다는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지금 이전까지는...


“근데 그게 문제인가?”

“뭐?”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지구에는 안 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그거지. 올바르지 않으니까.”


인은 얕보고 있었다.

네인의 전생의 이름의 의미, 그 저주를.

셀 수 없이 많은 기억을 몸에 담으면 본래의 기억조차 희미해질것이고 결국 의의를 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멀쩡한 거냐?”

“너는 어떻게 날 그렇게 모르냐.. 내 기억도 갖고 있으면서.”

“하지만... 다른 인간이라면-”

“나는 다른 사람은 몰라. 내가 이상한 건가 보지 뭐.”


이상하다는 말로 단언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미 정신 분열이 나고도 남을 양의 기억을 몸에 담은건 인격 모두가 아는 일.

멀쩡히 대화하는 건 이성의 끈이 아슬아슬하게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정...


“그렇군. 나는 너무 다른 사람을 봐왔던 건가.”

“음?”

“네인. 다른 인격들은 접촉이 없었나?”

“없었어. 어비스는 같이 사니까 예외로 치고.”

“어떻게 다들 그럴 수 있지? 내가 이상한 건가?”

“뭐가?”


무언가 생각이 복잡해 보이는 인은 눈을 여기저기 흔들었다.

커다란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니 기괴하기도 한데 동공만 없었더라면 그저 큰 탱탱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움직임이 멈춘 인이 네인을 바라봤다.


“생각은 다 정리됐어?”

“대략.”

“그래서 결론은?”

“놓친 게 있었고 그걸 찾았다. 끝이야.”

“그럼 돌아가자. 보고는... 언제하지? 밤에 하려면 되려나?”


인은 투덜대며 걷는 네인을 보며 잊고 있던 네인에 대해 떠올렸다.

이름의 저주, 수많은 기억 속에서 유지할 수 있는 자신, 늘 태연한 저 태도.

이 모든게 단 하나의 뒤틀림으로 성립되고 있었다.

굳이 따지면 두 개일지도 모르겠다.

두 개이자 하나, 하나이자 두 개인 뒤틀림.

그로 인해 생긴 틀.


‘시작 지점을 따지면 틀 쪽이 먼저이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어느 게 시작이기 이전에 그것들은 이미 네인을 이루는 그리고 남들은 가지지도 닿지도 못하는 정체성이 되어버렸으니까.

이것은 네인이 입을 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비밀.





백작가로 돌아온 네인은 곧바로 연무장으로 향했다.

지금쯤 한창 하고 있을 어비스의 테스트는 한창 재미있을 때를 향하고 있을 테니까.

그런 네인의 예상과 다르게 사람 많은 연무장 주변과 별개로 연무장 자체는 깨끗했다.


“.. 뭐야?”


그리고 연무장의 기사들은 전부 네인을 바라봤다.


“왔냐.”

“어비스. 오랜만?”

“어제 봤잖아.”

“그런가? 오랜만에 본 감각이라. 근데 이거 무슨 일이야?”

“테스트가 끝났거든.”

“그래? 근데 왜 다 여기 모여있냐.”


어비스는 네인을 가르키며 말했다.


“네가 남았으니까.”

“나도 하라고? 왜?”

“너를 제외한 여기 있는 모든 기사가 찬성했으니까.”

“내 의견은?”

“묵살한다.”

“아.. 그건 좀.”


네인은 기사들 쪽을 바라봤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기사들의 시선에 네인은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는?”

“당연히 찬성했지.”

“결국 반대는 없었겠군.”

“에이 쪽은 안 물어봐?”

“안 봐도 비디오잖아?”

“그건 그렇지.”


한숨을 쉬는 네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일 하자. 갑자기 해보고 싶은 것도 생겼고 그걸 준비하는 데 시간 좀 걸리니까.”

“그래. 내일 언제?”

“적당히 오후 3시. 그쯤이면 되겠지.”

“그래 그럼 그때 보자.”


네인은 그렇게 연무장에서 떠났고 인을 불렀다.


“인. 크랙이랑 아웃이 준 마공서 흑마공이라 했나?”

“그래.”

“그거랑 반대되는 무공서가 메모리한테 있을까? 마공이니 대충 정공으로 쓸만한 거.”

“있겠지. 여러 방면으로 지식을 수집한 녀석이니까.”

“그럼 메모리한테 한 권 얻어와.”

“신공절학은 생각 없지?”

“기본공.”

“알겠다.”


인도 그렇게 떠나고 네인은 자신의 방에 있는 마공서인 흑마공을 떠올렸다.

크랙의 말대로라면 흑마공은 천마신공의 기본이 되는 무공이라고 했다.

그간 무협지에서 그런 얘기는 못 들었지만, 이곳만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흑마공이라...’


어째서 마공은 검은색일까. 보통 마공이라하면 대부분 검은색을 떠올리고 웹툰, 만화 등에서도 마공은 검은색 혹은 검은색 계열의 색상이었다.

왜일까.

왜 검은색이 어느새 마(魔)의 색이 되어버린 걸까.


“네인.”


잠깐 생각하면서 걷는 도중 인이 돌아와 책을 건넸다.


“빠르네. 레코드가 미리 준비해 뒀었나?”

“만의 하나를 전부 준비해놓은 듯한 거 같다.”

“그래? 고맙다고 전해주라.”

“그러지.”


네인은 방에 도착해 책을 펼쳤다.

속독으로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운 네인은 구결을 외웠다.

외운 구결에 따라 마나가 움직이고 성질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흑마공의 구결을 외웠다.

이번에도 흑마공의 구결에 따라 마나가 움직이고 성질이 변하기 시작했다.


찌릿!


몸 이곳저곳에서 통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마 서로다른 마나가 체내에서 부딪혀 생기는 통증.

이 충돌을 제어하지 못하고 심해지면 주화입마가 된다.


“원래는 지금단계에서 할 생각은 없었는데.”


마스터가 되거나 혹은 중원에서 무당의 검을 보거나 둘 중 하나를 충족하면 하려고 했던 일이지만 갑자기 이걸 해보고 싶어진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이 원망도 5분이 채 안가겠지만.


‘혼원신공이었나? 혼원일기공이었나. 그것도 알아봐달라고 할 거 그랬나.’


작품에 따라 달랐던 것 같은데 아까 말했던 기공의 특성은 다름 아닌 조화였다.

상생상극의 묘리에 맞춰 체내의 기운을 조화롭게 해 충돌시키지 않으며 이윽고 하나의 기운으로써 성립시킨다.

비슷하게 오행기공이라고 오행의 기운을 체내에서 생성하고 조화롭게 맞춰나가며 때로는 각기 다른 오행으로 상생상극으로 조합까지 하는 머리 아픈 기공도 있다.

네인이 좋아했던 웹소설 주인공이 그걸 기깔나게 잘했다.

그 사람은 기연이라는 기연은 죄다 얻고 수련이라는 수련은 죄다 했으니 인정하긴 하지만 자신은 아니다.

기연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련은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실력이 떨어지지 않게만 하는 정도의 수련만 했다.

검잡고 창잡고 마법 연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나아지려고 수련하고 연구하겠지만 네인은 아니었다.

단순 호기심.

호기심에 이렇게 하는 거면 즐기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딱히 즐기는 건 아니다.

검을 잡는 게 즐거운 게 아니고 마법이 즐거운 게 아니었으니까.

원인이 있고 과정이 있으면 그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뿐이지.

지금은 그걸 검으로 하고 마법으로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수단, 그것뿐인 얘기다.

네인은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이번 호기심의 문제를 떠올렸다.


‘정공과 마공. 이 두 가지만으로 혼원을 이루면 어떻게 될까.’


사전적으로 혼원은 우주를 뜻한다.

섞을 혼(混), 으뜸 원(元)

직역하면 섞여서 으뜸인 것.

느낌은 알 것 같은데 제대로 된 단어로 풀이할 구체적인 단어는 생각이 안 난다. 대충 섞임으로써 표출되는 성질.

대충 소금이 생각나는 단어다.

염화나트륨 NaCl

Na는 나트륨으로 물에 닿으면 폭발한다.

Cl는 염소로 대충 독으로 알면 된다.

그리고 이 폭발물과 독이 합쳐 소금이 된다.

물론 물리적으로 섞어서는 이런 결과물은 안 나올 것이다.

네인은 생각은 이렇다.

직접적으로 부딪혀서 나온 충격이 상생상극이고 서로 다른 두 가지를 뒤섞어 기존과 전혀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혼원이다.

궤를 같이하지만,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전혀 다른 두 가지 방식은 과연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네인은 이에 대한 대답을 내일까지 내놔야 한다.


“귀찮아.”


귀찮아도 어쩔 수 없다. 이미 그러기로 정했고 그건 자신도 동의했다. 그럼. 그때까지 결과물을 내면 된다.

안 나오면? 그럼, 그대로 한다.

어차피 결과물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운 것일 뿐이니까.

어디까지나 네인에게 중요한 건 과정이었다.





다음날

예정된 시간에 어비스와 기사들이 모여있었다.


“안 오는군.”


약속 시간이 다 됐음에도 네인은 연무장에 오지 않았다.

어비스는 네인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네인. 있나?”


숨소리 외에 네인은 대답이 없었다.

그럼, 그 이유는 뻔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네인의 방 침대에 네인이 누워 자고 있었다.


“네인. 시간이다.”


어비스의 말에 네인은 부스스 일어났다.


“그러냐.”

“근데 잠이라니 의외네. 어지간하면 잘 안자면서.”

“그랬나?”


네인은 비몽사몽한 채로 옷을 입었다.


“수확은 있었나?”

“결과를 따지면 아니요, 과정을 따지는 거면 어느 정도. 근데 손해야.”

“왜?”

“마스터까지 정말로 1cm 정도 남았거든. 깨달음 비스무리한거 한 조각만 얻어도 이제 되돌릴 수 없겠더라.”

“남들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게 그 경지인데.. 배부른 소리네.”

“뭐. 사람마다 원하는 건 다르니까.”

“마스터가 된다는 건 계획에 있었잖아.”

“있었지. 문제는 과정이야. 원하는 과정을 아직 못 얻었거든.”


원하는 과정.

분명 만류귀종과 만류초출에 대한 생각이다.

모든 것은 끝으로 귀결되니 모든 것의 처음도 하나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네인의 집착을 만들어 현재 마스터의 경지를 향하지 않은 이유가 되었다.


“그냥 마스터 가. 그게 더 편하겠다.”

“능력 부족인가? 천재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천재도 그런 생각 안 해.”


거기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지식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개선해 나가는 것과 아무도 모르는 길을 개척하는 건 전혀 다른 길이니까.

옷을 다 입은 네인이 어비스의 손을 잡았다.

네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네.”

“전혀 그렇지 못한 표정인데.”

“웃는 건데?”

“그러니까.”


네인은 곧잘 웃는다.

화날 때도 웃고 슬플 때도 웃으며 짜증날 때도 웃는다.

즐거울 때도 웃고 행복할 때도 웃으며 평상시에도 곧잘 웃는다.

그냥 잘 웃는다.

어비스로써는 그게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사람들 기다린다. 가자.”

“그래. 가자고.”


네인은 연무장으로 향하면서 생각했다.


‘더는 마스터로 가는 걸 막을 방법이 없네. 뭐. 무능해서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나?’


남들이 들었으면 경악할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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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불광불급 24.02.28 9 0 16쪽
105 네인 이야기(4) 24.02.21 8 0 12쪽
104 네인 이야기(3) 24.02.17 9 0 11쪽
103 네인 이야기(2) 24.02.15 9 0 11쪽
102 네인 이야기 24.02.10 13 0 11쪽
101 검은색 24.01.30 13 0 11쪽
100 침식 24.01.24 11 0 13쪽
99 폭주 전조 24.01.17 12 0 11쪽
» 실험 24.01.15 12 0 12쪽
97 방식과 방법 24.01.09 10 0 13쪽
96 인내의 시간 23.12.31 14 0 11쪽
95 지옥도 23.12.22 9 0 11쪽
94 죄와 속죄 그리고 정의 23.12.15 8 0 12쪽
93 마피아 게임 23.12.07 11 0 13쪽
92 해야할 일 23.12.02 11 0 12쪽
91 테스트 23.11.26 12 0 13쪽
90 인간의 방향 23.11.20 10 0 17쪽
89 신과 인간 그 어딘가 23.11.08 15 0 16쪽
88 원점 23.10.24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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