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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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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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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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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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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불급

DUMMY

며칠 뒤 짐을 다 싼 백작가에서 마차가 출발했다.


“네인은 왜 마차를 싫어하는 걸까? 어비스는 뭔가 알고 있어?”

“귀찮으니까.”


레비탄 마차 행렬 두 번째에 네이아와 어비스가 타고 있었다.


“그나저나 둘은 진짜로 닮았네.”

“같은 사람이니까.”

“대화할 생각 없지?”

“없지.”

“네인도 그렇게 대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던데.”


수도에서 합류한다고 네인은 마차에서 나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것보다 이거 대박이다. 에어컨?”


네이아는 마차 위에 달아둔 에어컨을 가르키며 말했다.


이제 곧 여름이기도 하고 시원하게 가고 싶어 마차에 하나씩 달아두었다.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는 게 의외였지만.


“마법은 흔하지 않나? 게다가 이건 겨우 생활 마법~1써클을 개량한 수준의 마법을 담은 마도구인데.”

“보통은 이렇게 쓰는 걸 생각하지는 못하지.”

“흠.. 이유는 나름 이해가 가네.”


특권.

마법사라는 소수의 인원이 마법이라는 특권을 독점하면서 이루어진 약간의 차별.

좀 비꼬면서 생각하면 이렇지만 실상 굳이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정답일 거다.

마법사는 자신의 써클을 높이고 더 높은 경지를 향해 나아가고 보지 못했던 미지의 경지를 답파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일상의 미묘한 불편함을 해소시키고 싶은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야 마법을 쓰면 되고 남들은 어떻든 알 바 아니니까.

마도구도 대부분 거창한 무언가를 만들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지 실상 간단한 건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부분이 돈이 되는 줄 모르고.


“흐음.. 역시 먼저 선점을 해둬야 하나.”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계산기는 잘 모르겠지만 에어컨이나 온풍기는 확실히 돈이 되는 물건이다.

양산도 가능한 상황에서 이 물건에 대해 소문이 퍼지면 수요는 확실하다.


“뭐가?”

“돈 벌 생각하고 있었거든.”

“얼만큼?”

“많이.”


마석의 수급처는 마수 혹은 광산에서 캐는 게 주류고 보통 마도구의 소모품 정도로 사용되지만, 하급은 그런 상황이 안된다.

하급의 사용처는 다수의 하급 마석을 한 번에 사용해 마도구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

그마저도 효율이 별로 안 좋은 상황에서 적절한 사용처가 나온다?

하급 마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곳에서 일부러 입소문을 낼 것이다.


“단가가 문제네.”


재료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출력 자체가 낮아 평범한 철판에 술식을 새겨넣어도 마모되는 일이 적어 오래가고 케이스도 시간에 풍화가 적을 소재로 쓰면 된다.


‘아니.. 차라리 나무나 공예품 같은 모습으로 하는 게 나으려나?’


네인이 만든 마도구 형식 에어컨은 현대의 에어컨과 비교해 단가 자체가 낮은 물건.

큰 기술이 들어가지도 않고 크기마저 작다.

상재가 없는 어비스는 떠올렸다.

돈이 무조건 된다.

특별하고 쓸모 있는 물건.

평민들에게는 싸고 튼튼한 물건을 팔아 수요를 늘리고 과시욕이 많은 귀족들에게는 귀금속으로 꾸민 물건을 팔거나 다른 형태를 만들어 팔아도 된다.

문제는 보안.

술식 자체가 생활마법~1써클을 개량한 거라 마법사들이 보면 어떤 구조인지 다 알고 있다.

애초에 마법사가 비슷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간단한 마법.

내부를 지키는 마법과 일정량 파손되면 파괴되는 마법도 넣어야 되나?

문제는 이 일의 당사자인 네인이 없다는 점이다.


“얘는 왜 지금 거기 있는 거야.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네인 어디 있는지 알아?”

“알아. 지도를 보면 대략적인 위치를 알고 안 봐도 방향은 알거든.”


어비스는 마차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을 가리켰다.


“수도.”


추측이지만 그것도 황궁의 황제 바로 앞일 거다. 그리고 그 추측은 아주 정확하게 맞았다.


“아니.. 뭔 일을 이렇게 크게 벌립니까? 네?”


네인은 지금 황제의 바로 앞에서 따지고 있었다.


“성장했군.”

“저기요? 제 질문은요?”

“태도 또한 많이 변했고.”

“이 양반아...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없나요?”

“황제한테 이 양반아. 이라니.”

“저기요~?”


이후 대답이 없어지자 네인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말했다.


“얘기 좀 해봅시다. 뭔데 기사 서임을 진행한 건데요.”

“어떻게 알았는지 묻지 않는군.”

“황제쯤 되면 정보통이 있을 테니까요. 제 질문은요?”

“선수를 치는 거지.”

“어디를 상대로요.”

“어디든.”


네인과 황제는 잠깐 시선을 마주치고 이내 네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짜 황제라는 자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도대체 어떤 싸움을 하는 건지.”

“이해해 주는 건가?”

“이해고 뭐고 황제라는 자리는 적이 많으니까요. 의도는 알았으니 충분합니다. 더 자세히 알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안 말해 줄 거잖아요?”


네인은 책상에 병을 하나 올려두었다.


“피로 회복제입니다. 힘내세요.”

“고맙군.”

“당신이 일을 많이 해야 제가 편해져요.”

“자네도 일을 많이 하면 내가 편해지는데.”

“저 비싸잖아요?”

“그만큼 확실하지.”

“진짜 말 한마디도 안 지는 양반이네.”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네인을 바라보는 황제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정말로 많이 변했군.”

“변할 시기니까요.”

“들렸나?”

“들렸어요.”

“성장한 건 몸만이 아니라는 거군.”

“참으면 병들더라고요. 그래서 안 참으려고요.”

“참는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표정에 네인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몸조심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네인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 참 기묘하단 말이지.’


정을 바라니 정을 주지 않고 정을 바라지 않으니, 정을 준다.

아니.. 사람에 스며든다고 해야 하나? 정에 스며든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아직은 잘 모르겠군.’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켜봐 왔지만, 언뜻 사람이 가벼워 보이지만 이따금 보이는 눈빛은 진중했다.

말은 되도록 하지 않고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대답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사교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똑똑!


“들어오게.”


허가가 떨어지자 황제의 집무실에 기사단장 테르도 카이드가 들어왔다.

테르도 카이드는 주변을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네인은 또 사라졌군요.”

“의도적이지.”

“흠.. 늘 대련해달라고 해서 그럴까요?”

“이제는 공식적으로 마스터에 올랐으니 또 모르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피한다.

보고에 따르면 레비탄 네이아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한다던데 의도적으로 피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어떤 기준이 있는 걸까.


“더더욱 이해가 안 되는 건 어째서 그러고 사는 거냐지.”

“확실히..”


한번 진심으로 능력만을 사용한 네인과 붙어본 테르도 카이드는 제대로 체감해 본 적이 있었다.

네인은 그를 죽이지 않았지만 죽이는 것 외에 많은 일이 있었다.

네인을 상대했을 때 체감한 건 벽이 아니었다.

벽이라면 두드려보고 밀어라도 봤을 텐데 그건 벽도 아니었다.

길도 아니고 그냥 낭떠러지.

갈수도 없고 가면 죽는다는 생각밖에 안드는 낭떠러지.


“싫으면 다 죽여버리면 될 것 같은데. 나라면 그렇게 했을 거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리고, 눈치를 많이 보고 그렇다고 눈치가 좋은것도 아니고 어린것도 아닌 놈.

알다가다 모르고 모르다가 알만한 놈.

이상한 놈.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제국에 해를 입히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 정도.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적색 마탑, 네인의 개인 연구실.

예전 장로회의 이후로 배정받은 개인 연구실이지만 네인은 이곳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마법에 대한 연구를 잠시 멈춘 것도 있고 여러모로 혼란한 시기였으니까.


“왔느냐.”

“어째 바로 오셨네요.”


개인연구실 입구에 서있는 적탑주 필가논 미르터.


“마법은 손 놓은 것이냐.”

“아니요. 잠시 쉬는 거죠.”


필가논 미르터는 네인을 빤히 바라봤다.


“많이 변했구나.”

“변했죠.”

“그때는 좀 위태로워 보였는데 지금은 나름 여유로워 보여.”

“흠... 그랬어요?”

“누가 봐도 위태로워 보였을 거다.”


‘그 정도로 심했나?’


“여전히 표정을 숨기는 건 못하는군.”

“어... 저 표정 숨기려면 잘 숨기는데.”

“해봐라.”


네인은 한순간에 무표정한 얼굴을 드러냈다.


“왜 안 숨기는 거냐.”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렇군.”


지극히 네인 다운 답변에 필가논 미르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를 왔다는 건. 이제 드디어 마법을 연구할 생각이냐.”

“밀어뒀던 연구도 하고, 근데 용언 마법은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계셨잖아요.”

“네가 몇 개 도운 덕에 조금은 진행이 있지만 여전히 막막하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와 같은 느낌이다. 다른 연구도 그렇지만 이건 특히 더하더군.”


용언은 태초에 마법을 만들었다는 드래곤의 것.

용언 자체가 마법이며 말 그대로 드래곤의 언어.


“리미트 다운도 소용없을걸요. 결이 달라서.”

“이미 알고 있다.”


인간이 이륙하고 또 만들어내는 써클과 그것에 얽매인 인간의 마법과 용언은 시작 지점이 다르다.

인간이 써클을 쌓아 올리면서 늘어나는 것은 이해이지만 용언에서 필요한 건 공감이니까.


“용언은 그만두실 생각 없으신가요?”

“왜 그러지?”

“이제 슬슬 제가 건드려 볼려고요.”

“... 뭔가 방법이 있느냐?”

“있죠. 있으니까 이런 제안을 하는 거고요.”

“근데 그만둔다는 제안을 하는 이유는 뭐냐.”

“제가 미칠 것 같아서요.”


그 순간 방안을 짓누르는 거대한 압력을 느꼈다.


“내가 그걸 허가할 것 같으냐.”


목소리는 아까와 똑같지만 마나에서 여실히 느껴지는 분노.


“불광불급. 어떠한 일을 하는데 미친 것처럼 그 일에 미쳐야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 있어요.”

“용언에 그 정도 가치가 있다는 거냐?”

“아니요. 그냥 한번 미쳐보려고요.”

“그걸 말이라고 해!”


필가논 미르터의 호통 한 번에 물건이 흔들리고 또 부서졌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슨 근거로 미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거냐!”

“이대로 살아도 미칠 것 같으니까요. 애초에 지금 제가 제정신이 아닐지도 모르잖아요?”

“지금 네가 하는 말이 제정신으로 할 수 없는 말이긴 하지만 그건 아니다.”

“미쳐도 걱정마세요. 그에 대한 대비는 해놨으니까요. 무엇보다 꽤 예전에 시작해 버렸거든요.”


네인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다시 눈을 뜬 네인은 누가 봐도 다른 사람이라 볼 정도로 다른 기운을 품었으며 이는 눈앞의 필가논 미르터가 가장 잘 느꼈다.


“네인!”

“네인... 그렇군. 이 몸의 주인의 이름인가? 근데 너무하는군. 갑자기 이런 거물을 화내게 하다니.”

“너는 누구냐.”


네인의 몸을 지배한 그리고 네인을 모르는 누군가를 향해 필가논 미르터는 질문했다. 그리고 현재 네인의 몸을 지배한 누군가는 차분히 대답했다.


“과거 흑마법을 다뤘던, 한때 힘에 취해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볼품없는 자요. 위대한 9써클의 마법사여.”


네인의 몸을 지배하는 누군가는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9써클에 오른 필가논 미르터는 눈앞의 네인을 보고 압도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의라던가 승기라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을 위대한 9써클의 마법사라 부른 자는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난 그리고 강한 존재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한 가지 묻고 싶네. 위대한 9써클의 마법사여. 이 몸의 주인과 무슨 관계인가?”

“내 손자다.”

“손자라... 손자라는 놈이 참 위험한 발상을 가지고 있더군. 수많은 망자를 자신의 몸에 가둔다는 발상은 예전의 나조차 하지 않는 일인데.”

“무슨..?!”


네인의 몸을 지배한 흑마법사는 주먹을 쥐고 폈다.

주먹을 쥐고 핀 손 안에서 검은 불꽃이 고요하게 피었다.


“신기한 몸이야. 신체(神體)도 이 정도로 튼튼하지 않을 것인데. 마치 신 그 이상의 존재 같군.”


필가논 미르터는 흑마법사의 손에서 피어난 검은 불꽃이 얼마나 위험한지 찰나에 파악했다. 그리고 대비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써서 저 검은 불꽃이 땅에 떨어지는 것 만큼은 막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흠.. 놀랍군. 이건 내 오리지날인데다 기록마저 남기지 않은 것인데. 9써클 정도에 도달하면 정확히는 몰라도 가늠은 가능하다는 건가.”


흑마법사는 눈을 빛냈다.


“흥미롭군. 역시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 정답이었어.”

“제안?”


흑마법사는 불꽃을 꺼트렸다.


“이미 육신은 땅의 순환의 굴레에 한 축이 되었고 영혼은 이미 소멸되었어야 할 나를 어떻게 몸에 넣은 건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알 수 있는 게 있네. 이미 그의 안에는 수많은 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영혼이 담겨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수단을 쓴 건지 몰라도 이 몸의 주인은 자신과 그 영혼을 아주 철저하다고 할 정도로 분리했지. 참으로 신기해. 한 수 배우고 싶을 정도로.”

“그말은... 네인의 몸에는 다른 영혼이 많다는 것인가.”

“그러하네 9써클의 마법사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격리한 영혼을 하나씩 자신의 영역에 침범시키고 있다는 것이겠지. 그 첫 영혼이 나인 것이고.”


흑마법사는 작게 중얼거렸다.


“참으로 다행인 일이지.”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에 필가논 미르터도 들었지만, 흑마법사의 말에는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뭐가 다행인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 아이한테 듣게. 나는 여기까지인 것 같으니.”


흑마법사는 눈을 천천히 감고 떴다. 그리고 그 눈은 필가논 미르터가 아는 눈으로 돌아왔다.


“대충 이런건데...”


퍼억!


“제정신이냐. 하나의 몸에 복수의 영혼이라니!”

“제정신이 아니니까요.”

“네인!”

“그리고 하나만으로 끝낼 생각은 없습니다. 천천히 받아들여 꽤 많은 영혼을 몸에 담을 거니까요.”

“아까 그자에 말하면 너는 이미 많은 영혼을 몸에 담고 있다던데 여기서 더 하겠다는 거냐?”

“아뇨. 제가 나눠놨던 것들을 천천히 받아들일 겁니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네요.”


네인은 필가논 미르터를 지나 문밖으로 나갔다.


“네인! 얘기가 아직..!”


뒤따라간 필가논 미르터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 걸 깨닫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도망친 네인은 추적마법도 소용이 없으니까.

도망친 네인은 어딘지 모를 숲으로 이동했다.

지저귀는 새가 있고 호랑이가 있으며 그 위에 뱀이 올라타 있는 그리고 아무도 서로를 해하지 않는 기이한 숲.


“참으로 미친 인간이군. 아니.. 인간이긴 한 건가? 자네.”


숲 한가운데 호수 그리고 그 호수 위의 정자에 앉아서 책을 보는 남자.


“너무하시네요. 제 계획을 할아버지한테 다 말하시다니.”

“... 나한테 말하라고 떠넘긴 거 아닌가?”

“네. 맞아요.”


남자의 정체는 네인의 몸에 빙의했던 흑마법사였다.


“그래서.. 여기는 어떠신가요?”

“신기하고 또 놀랍지. 이런 세상은 존재할 수가 없으니까.”


흑마법사였던 남자는 알 수 있었다.

이곳에 존재하는 이들은 육신이 존재하지 않는 영혼이며 심지어 이 숲의 나무, 벌레, 동물들 마저도 육신이 존재하지 않은 영혼, 유령이었으니까.

가장 놀라운 건 영혼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이렇게 평온한 게 가능한 상황 자체였다.

그가 봐왔던 영혼은 늘 저주하고 울부짖으며 남을 해하기 바빴던 것이었으니까.

두 번째로 놀라운 사실은 이게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눈앞의 아이라는 사실이라는 점이었다.


“반백 년도 못산 아이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다는 사실이 감탄스럽군.”

“인생의 깊이는 시간만이 정답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이 인생의 깊이에 가장 중요하단 것도 사실이지.”


흑마법사는 책을 접고 네인을 지나 숲으로 향했다.


“좀 걸으면서 얘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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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폭주 전조 24.01.17 12 0 11쪽
98 실험 24.01.15 11 0 12쪽
97 방식과 방법 24.01.09 10 0 13쪽
96 인내의 시간 23.12.31 14 0 11쪽
95 지옥도 23.12.22 9 0 11쪽
94 죄와 속죄 그리고 정의 23.12.15 8 0 12쪽
93 마피아 게임 23.12.07 10 0 13쪽
92 해야할 일 23.12.02 11 0 12쪽
91 테스트 23.11.26 12 0 13쪽
90 인간의 방향 23.11.20 10 0 17쪽
89 신과 인간 그 어딘가 23.11.08 15 0 16쪽
88 원점 23.10.2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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