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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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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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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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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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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인 이야기(2)

DUMMY

전생자.

한번 죽고 새로운 삶을 사는 존재.

이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고 어비스는 말을 이어나갔다.


“전생에 대한 네인의 간단한 평가를 하자면... 네인은 운이 안 좋았고 운이 좋았지.”

“운이 안 좋고 운이 좋았다는 게 무슨 소리지?”

“여러 의미로.”


레비칸 카란벨의 의문에 어비스는 짧게 대답했다.


“네인은 겁쟁이거든. 태생적인 겁쟁이. 이게 네인의 첫 번째 불운이고. 두 번째 불운은 성장이 또래보다 빨랐다는 사실.”

“그건 왜?”

“네인은 평범한 다른 아이보다 ‘다름’을 타고났으니까. 어린아이의 사회에서 다름은 그다지 좋은 게 아니거든. 뭐.. 특별한게 아닌 사춘기가 너무 빨리 온 것 외에 다른 건 없지만.”


사춘기.

특히 정신적인 부분에서 네인은 상당히 괴로워했었고 초등학생에게 사춘기라는 말은 아직 들리지 않는 시기.

대부분의 사춘기가 체감상 14살 그 언저리에 시작하는 데 반해 네인은 10살이었다. 빨라도 너무 빨랐지.


“다른 애들은 사회에 그리고 타인에 대해 배우는 시기에 네인은 자기 자신부터 알았어야 했지, 문제는 그 시기에 네인이 그걸 알지 못했고.”

“상황이 달랐다는 말이로군.”

“말이 잘 통하네.”


남들은 타인을 관찰할 때 네인은 자기 자신을 조절했어야 했고 남들은 자기 자신을 조절할 때 네인은 타인을 관찰했다. 이게 네인의 인생에서 남들과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그 차이에서 온 괴리감은 여전히 네인에게 존재했으니까.

좁히려고 노력해도 넘지 못하는 벽 같은 게 늘 네인을 막아섰다.

물론 그거 외에도 문제는 차고 넘쳤다.


“물론 이걸 깨닫는데 18살이라는 시간까지 몰랐고 제대로 된 인지까지는 성인이 지나 겨우 알아챘지. 알려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니까.”


무언가 다르다는 것은 참 애매한 말이었다. 네인도 어비스도 이걸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서 잘 알고 있다.


“네인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 그런 걸 얘기하고 싶은 건가?”

“그것도 그렇지만 얘기하고 싶은 건 다른 쪽이거든. 흠... 뭐부터 얘기하지? 얘기할 게 너무 많아서 생각이 많아지는데... 우선 가족 얘기를 하기로 했으니 그거 관련 얘기부터 해볼까?”


어비스는 정말로 말해도 될지 고민이 조금 됐지만 네인은 이미 허락은 했다. 개인적으로는 잘도 이걸 허락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얘기는 네인의 흑역사니까.


“네인은 죽고 싶어 했어.”


그 순간 응접실 안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역시 이렇게 되나?”

“죽고 싶어 했다는 말이...”

“말 그대로 자살하고 싶어 했다고.”

“이유는?”

“그 나이대의 이유는 당연히 괴롭힘이었지. 좀 더 정확히는 괴롭힘이었던 것. 사실은 괴롭힘이라기 보다는 배척에 가까운 행위였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아까 말했었지만, 네인의 어린아이 시절은 다른 사람과 많이 달랐어. 그건 같이 있던 애들이 더 잘 알았을 거고. 타인이니까. 거기서 오는 배척은 네인은 괴롭힘이라 판단하지 않게 되었지.”

“괴로워 했잖아.”

“불안정한 시기였으니까. 보통이면 단순히 넘길 일도 예민하게 받아들인 일이 많았지.”

“그걸 알면서 죽고 싶어 했다고?”

“나중에 알게 되었으니까. 지금은... 가끔 죽고 싶다고 생각하긴 해.”

“용케도 살아있군.”

“겁쟁이라서 시도 자체는 안 했거든. 운이 좋았지. 물론 가끔 위험할 때가 있었지만 어찌저찌 넘어갔고.”


웃으면서 운이 좋았다는 어비스의 말에 방 안의 사람들은 오싹했다.


“웃기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 없이 겁이 난다는 이유로 죽으려 하지 않았다는 말에. 그런 현실을 보면 네인은 죽고 싶지 않았던 게 더 확실한 이유인데 말이야.”

“너는 웃기냐?”

“응. 네인도 웃었는데?”


여전히 어비스는 웃고 있지만 다른 이들은 어비스의 웃음이 과연 웃는 게 맞는 건지 의심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인이 죽지 않은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어.”

“덕분이 아니라?”

“죽고 싶어 했으니까. 덕분이 아닌 때문이지.”

“...”

“물론 그 이유조차 성인이 되어서 깨달았지만 아니.. 깨달았다기보다는 생겨났다는 것에 가까운 건가? 뭐 이건 딱히 중요한 게 아니니까 넘어가고. 네인은 가족이 있어서 살아가게 되었지.”

“원망한 건가?”

“그럴 리가. 가족은 네인의 전부인데.”


죽고 싶어 하는 이가 가족이라는 존재 하나 때문에 살아간다는 건 그만큼 의미가 크다.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거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전부라는 의미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절박하고, 거대한 무언가니까.


“그냥 그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의 정답을 알게 된 거지. 이 얘기는 네인에게 그 정도의 해프닝에 불과해.”

“그런가?”

“문제는 네인이 죽고 난 뒤 지금이지.”


가족, 부모님.

전생의 네인에게 전부나 다름없는 단어이자 존재. 그리고 자신이 죽고 더는 볼 수 없는 존재.


“이곳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전생의 세계에서 불효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일이 뭔지 알아?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이야.”


부모 잃은 자식을 뜻하는 말을 고아라 하지만 자식 잃은 부모를 뜻하는 말은 없다.

그만큼 그 충격이나 슬픔의 깊이가 헤아리기 어렵다고 풀이할 수 있는 문장.

네인도 이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고 있다.

그때 당시의 네인도 당장 자신도 부모님이 죽으면 대성통곡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건 현 레비탄 백작 부부도 깊이 통감하고 있었다.

둘다 표정이 안 좋아진 건 물론이고 레비탄 백작은 주먹까지 쥐고 있으니까.


“네인에게 가족이라는 단어가 전부라는 의미는 이런 의미야.”


네인에게 전생의 부모는 그들이었고 그들 또한 자식은 네인 단 하나였으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였고 그 의미는 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했다.


“그러면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없다는 얘기로군.”

“아니? 그건 아니야. 이 얘기는 어디까지나 전생의 얘기이니까. 네인은 이번 생에 전생의 일을 섞고 싶어 하지 않아. 이번 생은 이번 생대로 살아가려고 하고 있으니까. 다만, 완전히 벗어나기에는 무리가 많지. 너희들을 가족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도는 알아줬으면 해.”


현재 네인을 이루는 근본이 네인의 전생에 있다.

그걸 전부 떨쳐내는 건 무리다.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인 의미로.


“질문은 더 없어?”

“그럼, 네인은 지금 몇 살이야?”


침울한 분위기에 아무도 신경 안 쓸 문제를 네이아가 태연하게 질문했다.


“푸핫! 와~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하네?”


모두가 당황했고 어비스는 웃었다.

다만 어비스는 싫지 않았다.

어린아이가 할법한 질문이었고 어린아이이기에 할 수 있는 질문. 그리고 그 덕에 조금은 분위기가 환기되었다.


“전생에 네인의 나이는 24살. 현재는 14살이니까. 도합 38살이네.”

“.. 진짜?”


네이아는 생각보다 많은 나이에 놀랐고 레비탄 백작 부부는 생각보다 적은 나이에 놀랐다.


“생각한 나이가 아니지?”

“어른스럽다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지만, 생각한 것보다 더...”


네인의 전생에 대해 들었을 때 레비탄 백작은 네인의 나이에 대해서 생각하긴 했다.

배움이 빠르고 즐기는 것 생각이 깊고 시야가 다르다고 생각해서 네인의 전생의 나이를 최소 중장년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생까지 포함해 현재 자신의 나이보다 더 적은 나이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자~자~ 나이 얘기는 여기까지! 전생의 나이를 굳이 들먹일 필요는 없잖아?”

“나중에 결혼할 때 곤란하긴 하겠군.”

“그건 나중가서 생각할 일이고 다른 질문 더 없어? 나 할 얘기 산더미인데.”


네인의 능력, 네인의 가치관.

두 개밖에 안 되지만 가치관에 한해서 할말이 매우 많았다.

어비스는 기다렸지만, 더는 질문이 안 나오자 입을 열었다.


“그럼 알려줄 수 있는 거 알려줄...!”


설명을 이어가려던 그 순간 어비스는 한가지 이변을 눈치챘다.


“어비스.”


인도 그걸 눈치챘는지 모습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눈?!”

“크다.”


인에 대해 저마다 다른 의견을 말했지만 인과 어비스에게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비스. 네인이 사라졌다.”

“알아. 어디로 갔는지도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미안.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기회가 있으면 다시 터놓고 얘기하자고.”


어비스와 인은 다급하게 응접실 밖으로 나갔다.


“인. ‘문’ 열어.”

“?! 문이라고?”


세상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인이 문을 열고 닫는 행위는 필요 없다.

네인의 경우 이동의 인식을 위해 구멍 정도는 뚫어놓는 편이지만 보통은 그것마저도 필요 없다. 그런 인이 이동할 때 문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경우는 단 한 가지.

다른 세상으로 이동할 때.


“어디로 가면 되지?”

“지구, 서울, 한강.”


인은 눈을 감고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문 하나가 생겨났다.

어비스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 너머의 세상은 익숙하고 또 이제는 낯선 공간이 펼쳐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드문드문 보이는 별.

저 멀리 보이는 높은 건물들 그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불빛.

거리의 가로등.

차의 배기음.

야밤의 한강 공원.

추운 날씨에 어비스는 옷을 검은 코트로 바꾸고 네인을 찾아 나섰다.


‘인은 안 오는 건가.’


어쩌면 세계가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지구는 특별하니까.

마나라는 게 존재하고 이형의 괴물이 존재하는 세계.

그런 세계 중 지구만이 이런 마나도 이형의 괴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세를 넓히고 또 그걸 막을 존재는 인간밖에 없는 세계.

하나의 종이 세계를 지배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인간보다 더한 신체 능력과 생존능력을 겸비한 종이 있는데도 그럼에도 인간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 구조.

어떻게 보면 이상한 상황이다.

비슷한 곳이 있을 수는 있다.

다만 그곳이 지구의 환경과 흡사할 수 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가 없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니까.


‘다른 세계에서 살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드네.’


이건 아직 중요한 얘기는 아니다.

지구에 오는 것은 네인의 계획에 아직 포함되지 않는 일. 그럼에도 이곳에 온건 그저 하나의 일탈일 뿐.


“여기 있었냐.”

“오.. 왔어?”


네인은 야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뭔 일로 여기까지 왔냐?”

“그냥?”

“그냥이라... 궁금했냐? 어디까지 되는지.”

“조금. 근데 진짜 그냥 한번 와본 거야.”


알고 있다. 네인의 행동 대부분은 이유가 없으니까.

대부분.


“몸은 어때?”

“온몸이 비명을 지른다. 억제해 뒀던 성장이 풀리는 것과 동시에 환골탈태까지 되어버렸으니까.”


전생의 네인보다 조금더 큰 키. 그리고 그 몸을 채운 건 군살 없는 근육.


“아쉽냐. 어린아이인 채로 있고 싶어 했으면서.”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여기까지가 한계인 모양인거지. 더는 어린아이로 있을 수는 없겠더라.”


어비스는 네인의 옆에 섰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옛날에 질리도록 본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꿈에서나 볼 풍경이라는 사실이 네인과 어비스 둘에게 어렵게 다가왔다.


“어비스.”

“왜?”

“어디까지 말했어?”

“뭘?”

“나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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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불광불급 24.02.28 9 0 16쪽
105 네인 이야기(4) 24.02.21 8 0 12쪽
104 네인 이야기(3) 24.02.17 9 0 11쪽
» 네인 이야기(2) 24.02.15 10 0 11쪽
102 네인 이야기 24.02.10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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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실험 24.01.15 12 0 12쪽
97 방식과 방법 24.01.09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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