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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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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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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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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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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인 이야기

DUMMY

깨어난 네인은 생각했다.

정말로 오랫동안 꿈을 꾼 것 같다고.

다만 어떤 꿈이었는지 전부 기억나는 게 평범한 꿈과는 전혀 다른 일이라면 일이었다.


“네놈...!”


아까까지와 전혀 다른 분위기에 분신은 기세를 끌어올렸다.

네인은 분신이 끌어올린 기세를 유심히 지켜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분신에게는 그게 도발로 보였다.


“감히 본좌를 무시하는 거냐?!”

“무시라... 반쯤은 그게 맞죠.”


네인의 검에 검은 마나가 피어올랐다.

그걸 인지한 순간 분신도 곧 공격이 온다고 생각했다.


챙그랑!


검강을 두른 검이 반토막이 나기 전까지.


“이게 무슨...”

“과거 검제라 불리시던 분이 이런 모습이니 무시할 수밖에요.”


어느새 분신의 배후에 서 있는 네인이 검은 검강을 발현한 채 서있었다.


“나를 아나?”

“어느 정도는요.”


어느 정도라기 보다는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살아온 세월, 수련, 업적 전부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어느 정도라 말하는 이유는 나는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이 많이 지났습니다. 노선배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아주 많이요.”

“이곳은 서역 같아 보이는데 자네는 어떻게 그걸 알지?”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믿지도 못하실 거고요.”


당신이 살아온 세월을 기억하는 이는 당신을 포함한 아무도 없는데 나는 기억한다는 말을 과연 누가 믿을까. 나도 못 믿는다.


“삶에 그렇게 미련이 남으셨습니까.”

“인간으로서 당연한 게 아니겠느냐.”

“그런 것 치고 최후에는 미련 없이 가셨으면서 그리 말씀하시는 건 너무 하십니다.”

“... 넌 뭐냐.”

“인간입니다.”


물론 나도 지금 내가 인간인지 모르겠다. 인간이고 싶어 인간이라 말하는 건지 인간이었기에 인간이라 말하는 건지 스스로도 모르겠으니까. 그래도 아직은 인간이라 믿고 싶다.


“인간이라 말하면서 그리 말하면서 터무니없는 기운을 품고 있구나.”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군요.”

“현경도 아닌 것이...”


현경.

반선(半仙)의 경지라고도 불리며 흔히 인간을 초월하는 시작점이 되는 경지다.

소설의 작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마법으로는 9써클이 동격으로 표현된다.


“당신은 이제 그게 중요해졌군요. 과거 협의를 중요하던 당신은 이제 없는 건가.”

“나를 안다고 말했느냐? 그럼 알겠지. 내가 왜 삶을, 힘을 중요하게 보는지.”

“그건 아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어. 당신의 삶은 이제 과거라고. 무엇보다...”


네인의 검에 깃든 강기의 크기가 점점 커지더니 어느새 창이라 불릴 정도로 크기가 부풀려져 있었다.


“과거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당신은 여기 있으면 안돼.”


???

삼재검법-형(形)

찌르기-관(貫)


네인의 찌르기에 분신은 검으로 맞대응했지만 검은 강기는 상대의 검강을 꿰뚫고 이윽고 분신의 가슴까지 꿰뚫었다.


“미련은 미련으로 둬. 그걸 남에게 전가하지 말고. 타인은 당신이 아니야.”

“네가.. 뭘 안다고...!”

“모르지. 모르니까 하는 말이야. 당신도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게...”

“잡담은 여기까지.”


네인은 가슴에 꽂힌 검으로 분신을 반으로 베었다.


“그래도 살아생전 당신의 일생은 감탄했어. 그래서 더 아쉬웠고. 잘가.. 영웅.”



반으로 갈라진 분신은 뭐라 말하려고 하는 듯 입을 움직였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듣고 싶지도 않았고.


“네인.”


검은색으로 물든 어비스가 네인에게 다가왔다.


“5단계. 할 거야?”

“아니, 여기까지 하자. 피곤하다.”

“그래. 그럼, 이번 테스트는 여기서 끝내자.”


어비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네인은 그대로 쓰러져 기절했다.


“힘들었구나. 하긴.. 이번에는 정신적으로 무리하긴 했지. 원래 마스터는 성인쯤에 도달하려고 했는데 그걸 억지로 끌어올린 상태니까.”


어비스는 연무장 바깥에 기사들과 레비탄 백작가 인원들을 막기 위해 깔아둔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빨아들인 기운은 어비스의 몸 위로 쌓이고, 뭉쳐지고 형태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형태가 갖춰진 어비스는 꽤 익숙한 모습이었다.


“귀찮아~ 귀찮아.”


네인.

정확히는 전생의 안경을 쓰고 운동과 거리를 뒀던 네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걸 아는 이들은 없고 그저 검은 마나에서 나와 모습이 변한 네인과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 정도는 여기 있는 이들 모두가 알 것이다.

어비스는 네인은 업고 연무장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긴 듯 짧은 네인의 테스트는 끝났다.





잠시 뒤.

레비탄 백작가 내 응접실.

카란벨 레비탄, 이그니아 레비탄, 네이아 레비탄, 에이, 퀸, 케이.

평소라면 모여있지 않을 6명이 모여있었다.


“전부 왔나? 생각보다 많이 왔네.”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온 네인의 모습을 한 어비스.


“네가 불렀지.”

“그렇지만 부른 사람 전부 올 줄은 몰랐거든. 경고도 했고.”


어비스는 연무장을 떠날 때 네인과 가까운 6명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인에 대해 궁금하면 응접실에 대기, 단 네인에 대해 알게 되면 예전처럼 대할 수는 없을 거야.’


테스트 도중의 네인의 감정의 격류 그리고 힘, 변화.

그 이후 어비스의 얘기에 혹하지 않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어비스 입장에서는 조금 의외인 게 마지막에 한 경고 때문에 한 명 정도는 없을 줄 알았다.


“경고는 진짜야. 정말로 예전처럼 네인을 대할 수 없을 거다.”

“그건 모르는 얘기가 아닌가?”


에이가 어비스의 말에 반박했다.


“뭐.. 넌 그럴 것 같긴 한데. 이쪽은 다르지.”


어비스는 레비탄 백작가를 가르키며 말했다.


“애초에 관계가 달라. 너는 네인의 친구고 이들은 가족이야. 친구와 가족이 갖는 관계의 무게는 달라. 에이.”

“뭐... 네인은 이들을 가족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


어비스의 말에 네이아는 큰 충격을 받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비스의 그림자에서 의자가 나타났고 어비스는 그대로 앉았다.


“방금 건 서비스 그리고 경고 차원에서 한 말이야. 지금 네인과의 관계가 깨지는 걸 원하지 않는 사람 있으면 나가. 5분 줄게.”


어비스는 눈을 감고 5분을 기다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사람이 조금 줄어들기를 바라면서,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그게 얼마나 헛된 희망인지 알게 되었다는 그런 뻔한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까.

그렇게 5분 뒤 어비스는 눈을 떴고 고개를 위로 젖혔다.


“사람이 겁이 없는 건지.. 아니면 뭐 자신은 바뀌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건지. 이래서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니까.”


나간 사람은 없었다.

아주 뻔하게도.


“네인이 우리를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첫 번째 질문자는 네이아였다.


“... 좋아 네이아. 그것부터 설명해줄까? 근데 개인적으로 너는 없었으면 했어. 어린아이가 듣기에는 좀 역하다고 해야 하나? 뭐 암튼 어두운 얘기가 많거든. 물론 심하지는 않지만.”

“15살이면..!”

“어린애 맞아.”


네이아의 말을 끊은 어비스는 말을 이어갔다.


“첫 질문이 네인이 레비탄 백작가를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 간단해. 네인에게 가족이란 단어는 네인의 전부나 다름이 없거든.”

“전부?”

“이해를 시키려면 일단 네인의 기본적인 배경부터 말해야하는데... 에이, 퀸. 너희도 모르는 얘기도 좀 많을 거야. 네인도, 퀸 안에 있는 리드도 딱히 말해준 적 없을 테니까. 그럼, 시작은 이렇게 할까? 네인의 전생 얘기부터.”


어비스는 네인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네인은 눈앞의 상황을 보고 꿈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인데 색이 없어.’


흰색과 검은색.

꿈을 꾸면 세상은 흰색과 검은색만 있는 세상에 떨어진다.

가끔씩 다른 색이 섞인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이게 기본옵션인 것마냥 색이 없었다.


‘이번에는 뭔 꿈일까.’


네인은 꿈을 잘 꾸지 않는다. 기억 못 해도 보통 꿈 내용을 기억 못 하지 꿈을 꿨다는 사실은 곧잘 인지했다.

아. 예지몽은 몇 번 꿨었다.

그래봤자 크게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정도.

꿈은 잘 꾸지 못해 경험도 적지만 이상하게 장소 관련 기억은 잘 남아있었다.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뒤틀린 공간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현실과 유사하면 잘 기억한다.


‘... 성벽?’


뒤를 돌아보니 성벽이 보였다.

위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뭔지는 잘 안 보인다.

성벽 위를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드리우는 그림자에 네인은 다시 뒤를 돌아봤다.


‘나무네?’


그림자가 드리운 이유는 커다란 나무 때문이었다.


‘크다..’


상당히 큰 나무였다.

멀리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바로 뒤의 성벽보다 커다랗게 보일 정도였으니까.


‘갈까?’


네인은 나무를 향해 걸었다.

길은 평탄하지 않았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걸림돌도 있었다.

검이나 창 같은 게 꽂혀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커다란 덩어리 혹은 질퍽거리는 게 밟혔다.

나무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 빈도도 개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500m쯤 남았을 때는 바닥이 까맣게 덮여 질퍽거렸다.

그것들을 무시하고 나무에 도착하니 얼굴을 하늘로 올려도 끝이 안 보였다.

63빌딩을 코앞에 보면 이런 느낌이려나?

멀리서 본적은 많아도 갈 일이 없어서 안 가긴 했지만 그거보다 더 클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이거 나무 맞나?’


형태는 나무가 맞다.

눈에 보이는 질감과 저 위에 보이는 나뭇잎 같아 보이는 것들이 증거다.

근데 뭔가 조금 다르다.

뭐가 다르지?

여기저기 살펴봐도 모르겠다.

한 바퀴 돌기에는 둘레마저도 엄청 커서 엄두도 안 나고.

위에는 나뭇잎...?

뭐야 저거.

나뭇가지 끝에 나뭇잎이 아닌 둥그런 뭔가가 달려있다.

열매인가?


똑-


아 떨어진다.


쾅!


떨어지니 폭탄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파편이 튀었다.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열매의 크기가 크기도 했고 충격도 커서 네인의 얼굴에도 뭔가가 튀었다.

네인은 얼굴에 튄 뭔가를 닦아 핥아보니 철맛이 났다.


‘피...?’


액체에서 철맛이나면 보통 피맛인데.

근데 이거 꿈 아닌가? 이게 왜 느껴지지?

네인이 피맛에 의문을 느끼고 있을 때 열매가 떨어진 곳으로 향하는 인영(人影)이 보였다.

네인도 홀린 듯 열매가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떨어진 열매의 잔해를 지나서.

근원지를 둘러싼 인영들을 지나서.

열매가 떨어진 그곳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누워있었다.


“□□”


깜빡.


눈을 뜬 것 같은 기분을 인지하자마자 보이는 것은 방의 천장이었다.


“... 뭐였지.”


네인은 침대에 멍하니 누워 생각했다.

거긴 어디였을까.

나도 언젠가 거기에 있을까. 뭔가 말해던 것 같았는데...


‘생각해도 의미가 없겠지.’


꿈은 꿈이다. 생각해도 의미가 없다.

몇 번 꿈과 같은 풍경에 간 거 가지고 예지몽이라 생각한 건 너무했고 게다가 복잡한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흘러가는 대로 행동하면 된다. 늘 그렇듯이.

하지만 왠지 오늘은 흘러가는 대로 행동하고 싶지 않다.

일탈이라도 해볼까?


“일탈이라... 그럼, 역시 거기로 갈까?”


네인은 차분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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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행동원리 24.03.13 10 0 11쪽
108 세계 24.03.07 8 0 11쪽
107 불행한 자들의 낙원 24.03.02 9 0 12쪽
106 불광불급 24.02.28 9 0 16쪽
105 네인 이야기(4) 24.02.21 8 0 12쪽
104 네인 이야기(3) 24.02.17 8 0 11쪽
103 네인 이야기(2) 24.02.15 9 0 11쪽
» 네인 이야기 24.02.10 13 0 11쪽
101 검은색 24.01.30 13 0 11쪽
100 침식 24.01.24 11 0 13쪽
99 폭주 전조 24.01.17 12 0 11쪽
98 실험 24.01.15 11 0 12쪽
97 방식과 방법 24.01.09 10 0 13쪽
96 인내의 시간 23.12.31 14 0 11쪽
95 지옥도 23.12.22 9 0 11쪽
94 죄와 속죄 그리고 정의 23.12.15 8 0 12쪽
93 마피아 게임 23.12.07 11 0 13쪽
92 해야할 일 23.12.02 11 0 12쪽
91 테스트 23.11.26 12 0 13쪽
90 인간의 방향 23.11.20 10 0 17쪽
89 신과 인간 그 어딘가 23.11.08 15 0 16쪽
88 원점 23.10.2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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