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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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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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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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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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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게임

DUMMY

제국 동부지역 게렘.

과거 미게헬른 공작가에서 마약을 퍼트린 그리고 그 마약이 이제 사라진 지역.


“귀찮아...”


이제는 연쇄살인범으로 흉흉해진 곳이라 생각했다.

거리를 망설임 없이 거니는 사람들과 그 표정을 보기 전까지.

이곳의 분위기는 연쇄살인범으로 두려움에 떠는 도시가 아니었다.


“형씨는 누구요?”


길가의 중년 남자가 네인의 어깨를 붙잡으며 물었다.

현재 네인은 가면과 로브를 쓴 상태. 몸도 당연히 어른의 몸이었다.


“나그네입니다.”

“흐음... 그렇군.”


여전히 탐탁치 않아 하는 남자.


“여기 오면서 소문은 들었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군요.”

“언제 이곳에 도착했소?”

“오늘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아 그렇다면 이곳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모르는 게 당연하군.”

“.. 네?”


일단 단순한 연쇄살인 사건은 아닌 모양이다.

남자는 주변을 살피더니 작게 말했다.


“범죄자들이 죽어가고 있네.”


저 말에 네인은 이곳 사정을 대충 알 것 같다.


“그렇군요.”

“꽤 덤덤하군.”

“안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나는 범죄자들 때문에 아내를 잃었네.”

“알고 싶지 않던 사실이군요.”

“그만큼 범죄자를 증오한다는 소리네.”

“그리고 범죄자를 죽이는 살인마를 사람들은 영웅으로 부르기 시작했겠군요.”

“그렇지.”

“기사나 귀족들은 그걸 탐탁지 않아 할거고요.”

“맞네. 생각보다 아주 잘 아는군?”


번뜩이는 그의 두 눈에서 일단 이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알 것 같은 네인은 일단 떨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는 건가?”

“근처 여관에 묵으려고 합니다. 그나저나 살인마라... 조심해야겠군요.”

“영웅이라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상한 아저씨를 뒤로하고 네인은 오늘 임시 숙소를 잡고 거리를 돌아다녔다.

자는 건 백작가에서 잘 거였지만 적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는 편이 안심이 된다.


“... 그나저나 평화로워 보이는 상황과 꽤 대비되는데.”


거리에는 귀족 하나 없이 오로지 평민들뿐이었다.

그게 딱히 이상한 건 아니지만 마을의 분위기가 사냥하는 사냥꾼이 사냥감을 찾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공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신문고 같은 게 있나?’


마을에 들어왔을 때를 제외하고 경비병은 보이지도 않고 살인마가 있는 마을이라면 응당 경비병들이 지천에 깔려야 보통인데 그러지 않은 걸 보면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경비병 내부에서 연쇄살인마에 대한 입장이 갈린다거나 살인마의 살인 목표를 집중 감시한다던가. 혹은 둘 다일 수도 있다.

가능성은 어느 쪽이라도 열어두는 편이 좋다.


“살벌하네.”


평민들은 살인마 편, 경비병, 기사들은 범죄자 편을 드는 이 상황이 어떻게 보면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꼴처럼 느껴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불만을 느끼겠지... 아니 불만을 느끼는 건 기사들 쪽인가?

본인들의 무력이 범죄자들을 지키는 쪽에 사용되는 거에 큰 불만을 느낄 테니까.


“아저씨.”


뒤쪽에서 로브를 당기는 느낌과 동시에 네인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에 네인은 뒤를 돌아봤다.

어떤 어린아이가 로브를 당기며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저씨 범죄자예요?”


뜬금없이 범죄자냐고 묻는 아이.


“아니?”

“정말요? 아닌 것 같은데.”

“그나저나 낯선 사람한테 범죄자라니... 장난이 심하구나.”

“장난 아닌데요?”


그건 대충 알고 있다. 주변에서 이쪽을 보는 시선이 아주 많이 느껴지니까.


“왜 이런 걸 묻는 거니? 꼬마야.”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대요.”

“그렇지?”

“그런데 정말로 벌을 주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그 사람을 도와줘야 한대요.”

“누가 그러니?”

“엄마가요.”


‘거 참 살벌한 가정교육이구나...’


물론 어린아이니까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더 깊은 생각을 안 하겠지만 혹시나 모른다. 애는 생각보다 복잡하니까. 더 안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다.


‘환경이 안좋아.. 환경이.’


네인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낯선 사람이 그러면 보통은 뿌리칠법한데 이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


“뿌리치지 않는구나?”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으니까요.”

“하하하!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아니에요?”

“어. 아저씨는 아~주 나쁜 사람이란다?”


주변의 시선 중 한 시선이 강렬하게 느껴질 때쯤 네인은 신기루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죽일 사람을 고르세요.”


달이 중천에 뜬 도시에 어느 주택 지붕에서 네인은 서 있었다.

능력으로 기척도 사라지게 했고 모습도 안 보이게 해놨다. 들킬 일은 없다.


“오늘 마피아는 누굴 죽일까? 경찰, 의사? 아니면 역시 시민이려나~”


오늘 밤 사람이 죽는다. 그걸 마피아 게임에 빗대어 표현하는 게 누군가는 너무하다고 할법하지만, 네인은 딱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장난이 다른 사람에게 장난이 아닌 경우는 너무 흔하게 봐왔으니까.


“어째 이 마피아 게임에서 진지하게 임하는 게 마피아와 시민밖에 없는 건지.. 경찰과 의사는 아직도 흔들리는 건가?”


경찰은 기사, 의사는 귀족이다.

기사들이 오전과 오후에 탐문을 하는 낌새도 없었고 귀족은 이 사건에서 발을 빼는 느낌이 매우 강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에도 귀족이 있음에도 말이다.

피해 현장에서 피로 써진 죄목이 그 이유일까? 아니면 본인들도 거기에 한몫을 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이 마피아 게임은 마피아에게 불리한 것 투성이인데도 상황은 마피아에게 한없이 유리하게 흘러갔다.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

비유가 마피아 게임이지 현실은 연쇄살인범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 도시는 하루에 한 명만 죽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귀족들은 아마 자신의 죄라고 할만한 흔적들을 지우기 바쁠 것이다.

경찰(기사)들은 내부에서 다툼이 있을 것이다.

과연 범죄자만 죽이는 연쇄살인범을 굳이 찾고 잡아들여야 하는지.

자신들은 범죄자를 지키기 위해 기사가 된 것이 아니라고.

그런 식으로 나올 것이다.

이해되는 입장이고 충분히 그런 불만이 나올 상황이니 이는 딱히 불만인 건 아니다.

한쪽은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고 한쪽은 대놓고 직무 유기.

이러한 상황에서 입장이 확고한 건 마피아(살인마)와 시민(범죄자).


“몰살 엔딩은 취향이 아니라서 두고 볼 수도 없고.”


3년이다.

황제 밑에서 서류 작업 및 여러 의뢰를 수행한 것이 3년.

정상적이지 않은 의뢰의 수행 과정에서 황제는 그 과정을 들여다보고 네인 레비탄이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가늠하고 재단하기 충분한 시간.

뭐...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어떤 인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알아주면 그건 그것대로 나 자신에 대해 알 수 있으니까.


“... 이렇게 생각하니 정말로 모르겠네. 나란 인간.”


애초에 인간이기는 한 걸까.

어차피 무의미한 의미 부여인데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나는 애초에 인간인 걸까.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당연히 인간이지 아닌가?

인간이 아니더라도 인간처럼 살면 상관없지 뭐가 더 필요한 걸까.

이런 식으로 늘 다독이더라도 마음에 구멍이 뚫리는 듯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다시 메꿔지지만, 이럴 때마다 계속 구멍이 뚫린다.


오독


네인은 막대사탕을 입에 물었다.

담배라도 필까 늘 생각했지만, 도저히 손에 안 잡힌다.


“술... 이라도 마시면 좀 나을까.”


물론 이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방법이다.

어느 쪽이든 근본적으로 해결이라는 방법과 멀어지는 방법이니까.


“쓰다.. 써.”


분명 입은 단맛을 느끼고 있는데 쓴맛이 느껴진다. 감정으로 이렇게까지 느껴지는 건 오랜만이었다.


와득!


사탕 하나를 씹어먹은 네인은 무표정을 지었다.


“하~ 역시 평상시는 분위기가 가벼워서 뭔가 위압감이 안나, 무거운 분위기에는 이 상태가 딱 좋단 말이지?”


이 상태는 나름대로 정신력을 깎아 먹지만 그래도 한가지 알 수 있는 건 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갈까.”


열일하는 마피아와 시민, 직무 유기하는 경찰과 의사가 모여있는 대환장 파티 마피아 게임속으로.

네인이 여유롭게 이동하는 한편...


“끄으윽....”

“범죄자는 죽어 마땅해야지.”


독으로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기사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복면을 쓴 한 남자.


“무고한 자는 살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자는 죽을 것이다.”

“네~네~ 거기까지.”


어느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남자를 막아서는 네인.


“삼류소설의 영웅도 그런 말은 안 써요. 어르신.”

“자네는...”

“뭐. 복장도 가면도 바꾼 적 없으니 알아보시겠죠?”

“자네는 무고한 자인가?”

“어허... 이런식으로 모른척하시면 곤란합니다?”


복장도 분위기도 무엇보다 체형도 달랐지만, 네인은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인간은 오후에 만났던 그 중년 남자라는 것을.


“그나저나 참 놀랍네요. 원래는 아슬아슬하게 올 생각이었거든요? 근데 이런 광경을 보여주니 생각보다 급해지지 뭡니까?”


무색무취의 독으로 기사들은 거동할 수가 없는 상태로 제압하고 본인은 유유히 목표를 죽이려고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독 외에 흔적은 일체 남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독도 곧 사라질 흔적.

애초에 독조차 아니다.


“그 힘.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압수해 가겠습니다.”


에러.

체내 발현이 아닌 체외 발현으로 형태를 구현하면 저렇게 마비 독과도 같은 효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구상은 있었다. 근데 실제로 보니 참 놀라울 따름이다.

내성이나 면역의 무시. 애초에 독, 질병, 바이러스조차 아니니 그런 표현조차 의문이지만 과연 저항 자체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저항 수단으로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번쩍!


쓰러진 기사들을 기준으로 바닥에 빛의 원판이 생겨났다.

그 빛을 받은 기사들은 하나둘씩 일어나고 이윽고 살인자에게 검을 겨눴다.

그리고 네인은 한가지 정보를 얻었다.

신성력은 에러에 대항할수 있는 힘이다.

신성력 자체에 대해서 여러 소설에 대해서 설명이 다르지만 그 자체로 한가지 변하지 않는 설명이 있다.

신에 근거하는 힘.

신의(神意), 신앙(神仰), 신애(神愛). 힘 자체가 신이라는 기원에 존재하는 힘.

살인자는 일어난 기사들을 향해 다시 한번 에러를 방출했다.

누가 보면 안개라고 볼법한 에러의 힘. 그 힘 자체도 지금껏 봐왔던 에러보다 옅고 약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정도 힘으로 수십의 기사들을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한 소리다.

네인은 이번에는 마나로 투명한 벽을 만들어 에러를 막아봤다.


펑!


에러는 마나가 만나 터졌다.

마나로도 저항 자체는 가능하지만 네인이 생각하기에는 신성력 자체가 좀 더 높은 효율을 보여준다.


“아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신성력이 효율이 너무 좋은데.”


마나도 나쁘지 않은 효율을 보여주지만, 신성력의 효율이 압도적으로 좋아 마나로 막는 것이 비효율이라 느낄 정도다.


‘근데 이거 원리가 뭘까?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는 거지?’


상황과 별개로 마나와 신성력에 반발, 간섭 현상이 일어나는 에러의 힘에 자연스럽게 의문이 뻗어졌지만, 곧바로 우선순위를 변경했다.

실험은 끝났다.

네인은 곧바로 살인자의 뒤를 잡았다.

살인자에 대한 정보도 약간 알고 있다.

그중 하나는 기사조차 아닌 일반인이라는 것.


우득!


“끄아아악!”


그럼, 일단 고통으로 주의를 분산시키고.


빠악!


머리에 큰 충격으로 기절시키면 된다.

뒷목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거 잘못 치면 죽는다고 들었고 능력으로 기절은... 아직 거기까지는 조절이 안 된다. 다른 건 어지간해서 조절되는데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능력을 사용하는 건 여전히 어려워 가능하면 사용하지는 않는다.

머리를 가격한 순간 살인자의 몸에 깃들어있는 에러를 제거하고 주변을 살폈다.

기사들이 기절한 살인마를 끌고 가는 한편 네인을 경계했다.

그도 그럴게 신원 불명에 모습도 수상하니 할 말은 없었다. 신분을 증명하는 것도 없고.

서로가 서로에게 곤란한 존재가 되었다.

네인은 그 자리에서 자신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사라진 네인에 당황한 기사들은 주변을 경계하고 잠시 뒤 신경 쓰지 않고 장소를 벗어났다.


“갔네.”


네인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용건이 안 끝났으니까.

네인은 살인마가 들어가려 했던 집으로 들어갔다.

단출한 내부와 문 정면의 식탁에 앉아있는 울상의 노인.

다만 그의 눈빛에는 일종의 각오도 보였다.


“오늘 죽을걸 안 노인의 얼굴로 안 보이네요.”

“자네는...?”

“당신의 불청객입니다.”


네인은 노인과 마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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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네인과 인격의 관계 24.03.20 7 0 11쪽
110 에이와 대련 24.03.18 9 0 12쪽
109 행동원리 24.03.13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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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불광불급 24.02.28 9 0 16쪽
105 네인 이야기(4) 24.02.21 8 0 12쪽
104 네인 이야기(3) 24.02.17 8 0 11쪽
103 네인 이야기(2) 24.02.15 9 0 11쪽
102 네인 이야기 24.02.10 12 0 11쪽
101 검은색 24.01.30 12 0 11쪽
100 침식 24.01.24 11 0 13쪽
99 폭주 전조 24.01.17 12 0 11쪽
98 실험 24.01.15 11 0 12쪽
97 방식과 방법 24.01.09 10 0 13쪽
96 인내의 시간 23.12.31 14 0 11쪽
95 지옥도 23.12.22 9 0 11쪽
94 죄와 속죄 그리고 정의 23.12.15 8 0 12쪽
» 마피아 게임 23.12.07 11 0 13쪽
92 해야할 일 23.12.02 11 0 12쪽
91 테스트 23.11.26 12 0 13쪽
90 인간의 방향 23.11.20 10 0 17쪽
89 신과 인간 그 어딘가 23.11.08 15 0 16쪽
88 원점 23.10.2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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