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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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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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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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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DUMMY

아이들 전부가 떠나고 네인은 바닥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 참 맑다.”

“네인.”


인은 앉아있던 네인에게 말을 걸었다.


“왜~?”

“후회는 안 하나?”

“후회? 전부 다 죽여버릴까? 생각했던 걸 포기한 후회?”

“... 그런거 생각하고 있었나?”

“그럼 내가 뭐... 애들을 행복하게 할 궁리나 했겠어?”

“했겠지.”

“... 이러면 된 거야 우리들은.”

“우리가 아니라 너겠지.”


정곡이었다.


“네인. 알고 있을 텐데? 우리들은 너이지만 너는 우리들이 될 수 없어.”

“알아. 근본부터가 다르니까.”


네인은 태생은 인간이었지만 네인의 능력으로 태어난 11명의 인격은 애초에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 그들의 인격과 사고방식은 확실히 인간의 인지와 상식이지만 어느 때든 벗어버릴 수 있는 옷과도 같았다.


“그것만 문제가 아닌 것도 알고 있을거야.”

“.... 하고싶은 말이 뭔데.”

“그 쓸데없는 고집 좀 그만 부려라. 네가 먼저 부러진다.”


인이 말하는 고집은 분명 능력, 시스템으로 타인에게 가급적 영향을 주지 않는 일일 것이다.


“왜?”

“계속해서 봐왔지만 깨달았거든. 너는 네가 직시한 불행한 인간을 무시하지 않아.”

“할 수 있다면?”

“못해.”


단언하는 인을 보니 네인은 한숨이 나왔다.


“어떤 근거로?”

“네 인생에서 황제와 자발적으로 접촉했다는 것 자체가 그 근거지. 틀렸나?”

“....”

“네가 그리는 큰 그림에 구원이라는 단어가 정녕 없다고 약속할 수 있다면 내가 틀렸다고 인정하지.”

“.....”

“내가 틀렸나?”

“X발.”


부정하자니 양심은 그러지 못하고 긍정하자니 화가 났다.


“욕까지 하는 것 보면 답은 나왔군.”

“부러지더라도 상관없어.”

“계속 관철하면 그만이니까? 부러진 적은 있고?”

“많이 부러졌지.”

“그 수많은 부러진 경험에 ‘순수한 너’는 없었지.”

“넌 왜 그렇게 정곡만 찌르냐.”

“팩트니까.”


계속 시비를 거는 것 같은 인의 태도가 조금 화가 나긴 하는데 이상한 점이 많다.

인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말을 걸지 않는데 어째서 나는 지금 인과 대화하고 있는 건가.


“인.”

“무슨 일이지?”

“너 뭐 하고 싶은 거야?”


이번에는 인이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인은 이 대화로 무언가를 이루려고 했다는 걸.


“인.”

“... 말이 너무 길었군.”

“야. 인!”

“미안하다. 혼자 있고 싶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인은 이제 기척마저도 없애버렸다.


“... 하여간 세상일은 수수께끼뿐이라니까.”


인에게.. 네인에게 파생된 11명의 인격 그 안에 있는 것이 방금 인의 이성을 놓게 만든 것일까? 아니.. 애초에 과연 방금 전의 인에게 ‘이성’이라는 말이 정답인 걸까.


“귀찮아~ 귀찮은 일투성이야..”


귀찮다는 말과 다르게 머리는 이미 습관적으로 인이 갑자기 떠난 이유를 추측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밤.

네인은 다시 어른의 모습으로 황제의 집무실을 찾았다.


“... 일은 끝났고 뭔 일로 부르나 싶었는데 이거였습니까?”


밤중의 황제의 집무실 안에는 황제 외에 한 명 더 있었다.


“처음 보는군. 네인 레비탄.”

“클로니드 후작님이시군요.”

“유뷘 클로니드일세.”


유뷘 클로니드.

클로니드 후작가를 이끈 노년의 후작. 슬슬 후계자에게 자리를 넘겨줘도 될 정도로 성장한 후계자를 아직까지 눈에 차지 않다고 후작의 자리를 넘기지 않았다고 한다.


“설마... 의뢰자가 당신이었습니까?”

“그렇네. 멍청한 아들놈 때문에 말이지.”


혀를 차는 게 아들을 영 마음에 들지 않으신 모양이다.


“그래도 원하는 게 손에 들어왔으니 이제는 좀 정신을 차리겠지.”


뭐라 말할까? 생각하다 이내 접었다. 집안일은 끼어드는 거 아니랬다.


“그나저나 대단한 능력이군. 아직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았지만, 클로니드 가문에서 직접 알아보는데도 알아내지 못한 손녀를 찾아내다니.”

“그건 기업비밀인데 일단 용건부터 좀 알려주실 수 없나요?”

“별거 없네. 그저 얼굴 좀 보고 싶다는 것뿐인지라.”

“네?”

“기억해뒀네. 네인 레비탄. 그나저나 알려진 것보다 꽤 성장한 모습이군. 어느 쪽이 진짜인지는 생각하지 않겠네.”


그렇게 집무실을 떠나는 후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뭐지?’


뭔 생각으로 여기에 온 거지? 정말 얼굴 보려고 온 건가?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노인네야..”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누르는 황제.


“뭐.. 이상한 분이시라는 것 자체는 동감합니다.”

“근데 저 이상한 노인네를 건들 수 없는 게 답답하군.”

“그야.. 어지간한 가문이 아니니까요.”

“그게 문제가 아니야 저 노인네는.”

“?”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네인의 표정에 황제는 기쁜 듯이 웃었다.


“이건 모르나 보지?”

“가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본 거지 사람을 알아본 게 아니라서요. 뭐.. 딱히 관심은 안 가네요.”


시큰둥한 네인의 반응에 황제는 아쉬워했다.


“아쉽군, 이걸로 자네에게 생긴 빚을 조금 탕감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브앤 테이크.

네인은 황제와의 거래에서 이 방식을 채택했다.

줄건 주되 황제에게 받을 수 있는 건 받고 그 빚을 지울 수 있다.

네인의 목적은 하나의 소원권. 거기까지 도달할 때까지 네인은 일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소원이 엄청나다는 것 외에는 황제는 아는 게 없었다.


“평등하게 재단하고 있는 거겠지? 네인 레비탄.”

“거래는 정직해야죠.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까지는 턱없이 부족하니까요.”


네인의 소원은 어떻게 보면 면책권 그 이상의 권한을 가진 소원이다. 고작 가뭄 몇 번 사람 찾기로 해결할 명분은 되지 못한다.


“없으면 전 갑니다.”

“어디를 가는 건가? 같이 서류봐야지.”

“.. 아.”


그렇게 이제 또 새벽에 황제의 업무를 일부 같이하게 되었다.





-----





3년뒤 레비탄 백작가.


“아~ 바쁘다 바빠.”


바쁘다면서 느긋하게 방 안에서 차 마시고 있는 게 이상해 보일 수는 있지만 실제로 바쁜 건 맞다.

네인의 일상은 11살이 되면서 잠은 죽어서 자라고 할 정도로 시간이 부족해졌으니까.

네인이 백작가에 돌아온 뒤 아침에는 아침밥을 먹고 서류를 보고 점심에는 밥 먹고 또 서류를 본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훈련 및 연구를 진행하고 새벽에는 황제의 업무를 돕는다.

돕는다고 해도 황제가 못한 일을 네인이 마무리하고 그 기억을 황제에게 집어넣는 것.

11살의 클로니드 후작가의 의뢰 이후 이 일상은 쳇바퀴처럼 굴러가면서 네인은 14살이 되었다.

잠은? 인간이면 쉬는 날 좀 달라고 비명을 지를 업무강도와 시간 계획이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현재의 네인에게 잠은 자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일이기에 이런 일상이 가능했다.

아 물론 오전과 오후 일과는 가끔 변경된다. 백작가라고 해도 하루 종일 일할 만큼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인 레비탄 백작과 어머니인 백작 부인도 일을 안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럼, 네인은 그 외에는 평소 어떤 일을 할까?


“인. 영상은?”

“준비됐다.”


차를 마시고 있는 네인에게 TV처럼 큰 화면이 펼쳐지고 그 큰 화면에는 에이, 퀸, 케이의 훈련 장면이 각각 보였다.


“에이는.. 익스퍼트에 익숙해진 것 같고 퀸은 힘을 사용하는 게 이제 능숙하네. 못하는 게 이상하지만. 케이는... 좀 더 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테스트 날이었지?”


테스트.

한 달을 기준으로 그간의 훈련 성과를 테스트하는데 그 방법은 어비스의 능력으로 한다.

어비스.

심연이라는 뜻으로 어비스의 능력은 네인이 심연이라 생각하는 것을 구현화 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네인이 생각한 심연은 심상, 마음이었다.

불안, 초조, 강박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정적인 마음을 심연이라 생각했다.

어비스는 원하는 상대의 심연을 구현화 한다.

숫자의 제한 없이, 단계도 조절할 수 있다.

테스트는 시간제한 내에 그 단계를 어디까지 이길 수 있나.


“에이가 3단계, 퀸이 4단계였나? 케이는 2단계였고.”


예상한 대로 퀸은 성장이 빨랐다.

정확히 짚자면 성장이 아닌 잃어버렸던 힘을 되찾는 과정이겠지만 남들이 볼 때는 성장이 맞긴 하다.

에이는 여전히 느렸다.

가진 힘을 기술 없이 100% 휘두르는 것만으로 큰 공격력이긴 하지만 일상생활에는 필요 없는 힘이기에 힘 조절을 위해 제약을 걸어서 성장이 느렸다. 애초에 에이에게 바란 건 기술적 성장이지 힘의 성장은 아니었으니 이 정도는 감안하고 있다.

케이의 경우에는 배운 것도 없고 둘에 비해 살아온 세월과 힘 또한 별로 없기 때문에 성장의 폭은 크지만 역시 둘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다.


“이제는 케이만 좀 신경 쓰면 되려나?”


영상을 본 네인은 에이와 퀸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살아온 세월도 까마득한 존재인 데다가 마주한 강자들만 수십은 가볍게 뛰어넘는 녀석들이다. 이후의 경지에 대한 경로는 굳이 건들 필요가 없다.


“에이는 제한을 이제 2%로 풀어도 될 것 같고 퀸은 뭐 잘하니까 건들 것도 없네.”


삶의 대부분을 그 삭막한 곳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쾌활할 성격이 되어버린 퀸은 백작가에서 나름 인기인이었다.


‘신붓감 데려왔다는 오해도 있었지만 뭐... 해명도 됐으니.’


“슬슬 시작하려나? 내려가 봐야지.”


네인은 방을 나섰다.





테스트.

어비스의 능력으로 자기 자신을 상대하는 테스트는 이제 백작가에서 연례행사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익스퍼트 달고 2단계도 못 넘은 허접들있냐?”

“오러 쓰지 않고서는 2단계 못 넘으면서.”

“3단계 이하는 입 다물어라.”


에이, 퀸, 케이. 이렇게 세 명이서 테스트를 1년째 보던 중 아버지인 레비탄 백작이 한가지 건의했다.

기사들도 이 테스트를 보게 하자고.

네인은 어비스의 의중이 중요하다고 했고 어비스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고 지금 연무장과 그 외곽은 긴장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사람 많네.”

“이번에도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은 없더라.”


와삭!


어비스는 바닥에 앉아 사과를 씹으면서 말했다.


“어쩌다가 이 일이 게임의 일환이 되었을까? 차라리 1년에 한 번씩 해서 축제 같은 걸로 했으면 더 재미있었으려나?”

“그럼, 외부 인사들도 오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것도 재미있긴 하겠네.”


익스퍼트에 도달하지 못한 견습 기사들은 대부분 1~2단계 클리어.

익스퍼트는 어지간하면 3단계 클리어, 혹은 그 직전까지 도달했다.

기사단 내에서 유망주들의 경우 4단계 클리어 직전인 이들이 있었다.


“뭐... 정확한 성장의 지표가 있는 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긴 하지.”


검 혹은 마법.

강함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정확한 지표는 경지뿐. 경지만이 답이고 경지만이 진리인 상황에서 나 자신이 강해졌다는 체감할 지표도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나 자신이 강해졌다고 체감할 무언가가 나타났다.

더 나은, 더 좋은 그런 자기 자신을 목표로 하고, 체감하고 이윽고 도달한다.

이보다 더 좋은 성장 동기는 거의 없다고 본다.


“백작님도 이걸 생각해서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걸?”

“그랬으려나.”


무언가를 할 때 동기는 중요하다.

태도부터 시작해서 끈기, 집중력 자체가 차원이 달라지니까.

이는 기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거다.


“근데 어비스 너 팔자 좋아 보이더라?”

“왜?”

“맨날 식당에서 사과 얻어먹고 여기저기 걸어 다니는 거 보면. 다른애들은.... 뭐 비슷하구나?”

“그걸 이제 알았냐. 레코드는 좀 다른 모양새지만.”


레코드는 북부에서 마수들을 처리하는 1년 차 때 빡쳐서 산맥 넘어가서 마수들을 멸종시켰다고 한다.

얼마나 귀찮으면 멸종까지 갈까 싶었는데 그 와중에 있으면 안 될 걸 발견했다고 했다.

단 한 명에게 통솔되는 다양한 종류의 마수 군락과 에러의 힘을 다루는 누군가.

에러의 힘 자체는 크지 않아 레코드가 처리했다고 들었다.

이로써 북부에는 더 마수의 무리가 나타날 일이 없으니, 북부를 떠나 여행이나 다니겠다고 했다.


‘찾는다면 곧장 달려가겠다는 말도 덧붙이긴 했지만 어디로 간 걸까?’


북부에서 여행이라면 당장 생각나는 곳은 이그니스 제로, 설녀들의 영역 혹은 그 외곽에 존재하는 설인들의 영역. 그 외에는 북쪽에서 그나마 가까운 용들의 영역.


“... 설마. 에이.. 아니겠지.”


아니어야 한다.





한편 귀를 파고 있는 레코드


“네인이 내 얘기를 하나?”


평온한 레코드의 태도에 그녀를 마주하는 존재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를 앞에 두고 한눈을 파는 것이냐?”

“뭐.. 일단 그쪽은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니까?


현 용왕(龍王).

시간의 용, 크로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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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불광불급 24.02.28 8 0 16쪽
105 네인 이야기(4) 24.02.21 8 0 12쪽
104 네인 이야기(3) 24.02.17 8 0 11쪽
103 네인 이야기(2) 24.02.15 9 0 11쪽
102 네인 이야기 24.02.10 12 0 11쪽
101 검은색 24.01.30 12 0 11쪽
100 침식 24.01.24 11 0 13쪽
99 폭주 전조 24.01.17 12 0 11쪽
98 실험 24.01.15 11 0 12쪽
97 방식과 방법 24.01.09 10 0 13쪽
96 인내의 시간 23.12.31 13 0 11쪽
95 지옥도 23.12.22 8 0 11쪽
94 죄와 속죄 그리고 정의 23.12.15 8 0 12쪽
93 마피아 게임 23.12.07 10 0 13쪽
92 해야할 일 23.12.02 11 0 12쪽
» 테스트 23.11.26 12 0 13쪽
90 인간의 방향 23.11.20 10 0 17쪽
89 신과 인간 그 어딘가 23.11.08 15 0 16쪽
88 원점 23.10.2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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