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5.28 08:00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7,098
추천수 :
69
글자수 :
604,358

작성
23.11.20 06:00
조회
10
추천
0
글자
17쪽

인간의 방향

DUMMY

이로써 방안에 남은 건 셋.

네인, 인, 의뢰자의 목표.

이 아이를 데리고 가면 오늘 일은 끝난다.


“... 이대로 데리고 가기 싫은데.”


네인은 아이를 들고 뒤로 걸었다.

뒤로 건 네인을 중심으로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한걸음에 방바닥이 꽃밭으로 바뀌고.

두 걸음에 벽이 숲으로 바뀌고.

세 걸음에 천장이 하늘로 바뀌었다.

누가 봐도 이곳은 아까 있던 방안과 다른 세상, 그리고 네인이 그러한 일을 한 것에 대해 인은 놀라고 있었다.

네인은 능력을 쓰는데 상당히 조심하며 사용하고 그 목적도 굉장히 사소한 일이었다.

그런 목적 외에 사용하기를 꺼리는 네인이 능력을 사용한 것도 그렇고 사용한 결과물도 놀라웠다.


“흠.. 너무 휑한데.”


네인이 손짓하자 땅에서 큰 정자가 솟아났다.


“좀 낫네.”


네인의 눈은 여전히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네인.”

“왜.”

“괜찮나?”

“괜찮아.”


목소리에 떨림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차분했다. 분노의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아주 고요했다.

네인은 정자에 아이를 눕히고 꽃밭에서 꽃 몇 개를 꺾었다.

이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처음 보는 꽃들.

네인은 그중에 붉고 흐물흐물한 꽃 하나를 아이의 위에 올려놨다.

꽃이 아이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하고 이내 아이의 상처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그냥. 해보고 싶어서?”

“어디까지?”


어디까지냐는 인의 말에 네인은 웃으며 침묵했다.

여전히 네인의 눈에는 금빛이 나는 상태로.


“네인.”

“나도 내 상태가 평소랑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지금 여러 가지가 보이니까.”


그 여러 가지에는 참 많은 것이 포함되어있었다.


“근데 이거 그때랑 상황이 비슷하네.”


붉은 달이 뜬 때에 보던 공작성.

그 느낌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감정이 극에 달하면 도달하는 단계인 걸까? 아니면 일종의 폭주인 건가.

아직은 알 방법이 없다.

지금 알고 있는 건 네인의 내면은 고요하다는 점이다.

네인은 아이의 옆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에 뜬 달. 그리고 그 옆의 해.

해는 분명 실제로 뜬 해가 아닐 것이다.

현 상황에서 보이게 된 해.

왜 밤하늘에서 해를 보게 되는 걸까?

그리고....


“일어났니?”


네인의 말에 아이가 움찔했다.


“... 경계하는것도 무리가 아닌가.”

“그렇겠지.”


인은 아이가 정신을 차린 것을 인지하자마자 모습을 감췄다. 애초에 감춘 것조차 아니지만.

네인은 붉은 꽃 하나를 아이에게 건넸다.


“먹어.”


하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자는체했다.

네인은 아이가 어려웠다.

약하고 단순하기도 하지만 복잡한 게 아이니까.

하지만 이건 돌볼 때의 얘기.


“안 먹으면 다시 그곳으로 보내버린다.”


네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는 일어나서 꽃을 씹어먹었다.

아이는 많은 걸 알고 많은 걸 모른다.

받아들이는 정보는 때로는 성인보다 많지만 아이는 그걸 표현할, 판단할 지식이 없다. 다만 그것을 표현할, 판단할 수 있다면 아이는 그 누구보다 현명해진다.


“저.. 여기는?”

“꽃밭. 살아있는 사람은 오지 못하는 꽃밭.”

“저 그럼 죽은 거예요?”


아이가 울먹이자 네인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아니. 아직 안 죽었어.”

“정말요?”

“그럼 죽었으면 좋겠어?”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꽃 하나만 더 먹자.”


네인은 이번에 하얀 꽃을 건넸다.


오독오독


아이가 꽃을 씹자 단단한 과자를 먹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잘 먹네.”

“먹으라면서요.”

“그랬지. 정말로 먹을 줄은 몰랐지만.”

“먹으면 안 돼요?”

“돼. 애초에 먹으라고 줬으니까.”


만약 여기가 어딘지 아는 사람이라면, 네인이 아이에게 준 꽃이 뭔지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경악할 것이다.

물론 여기는 사람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지만.


“꼬마야.”

“꼬마 아니에요.”

“이름을 모르니까 꼬마라고 부른 거다.”

“그럼, 제 이름 알려줄게요.”

“싫어. 그냥 꼬마라고 부를래.”

“저도 꼬마라 불리는 거 싫어요.”

“다시 보내버린다?”


다시 보내버린다는 말에 아이는 두려움에 떨며 뒷걸음질 쳤다.


“거짓말이야. 너 다시 거기 못 보내.”

“지.. 진짜죠?”

“진짜야. 약속할게.”


네인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뭐예요?”

“거짓말 아니라는 약속.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을 맞대면 꼭 지켜야 하는 약속이라는 의미야.”

“처음 들어요.”

“내가 살던 곳에서 하는 약속이라 그래. 네가 살던 곳과 엄청나게 먼 곳이라.”

“엄청나게 멀어요?”

“엄~ 청 멀지.”


아이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을 맞댔다.


“약속인 거예요.”

“약속할게.”


네인은 정자를 떠나 꽃밭을 거닐었다.

아이도 네인의 뒤를 따라 걸었다.


“걸어도 돼? 많이 아팠었을 텐데.”

“이제 안 아파요.”

“그래? 그건 다행이네.”


언뜻 봐도 멍과 흉터로 가득했던 신체는 이제 평범한 신체처럼 보였다.


“아저씨.”

“왜?”

“아저씨는 신이에요?”

“아니.”

“근데 왜 저를 구해주셨어요?”

“누군가에게 부탁받았으니까.”

“누가요?”

“... 네 어머니.”


아이에게 차마 얼굴도 모르는 연고 없는 아빠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말을 할 거면 차라리 그토록 저 아이가 기다리던 어머니의 부탁이라는 거짓말을 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것도 거짓말은 아니다.

이 아이의 어머니 또한 이 의견에 일부 영향이 있을 테니까.


“아저씨.”

“왜?”

“그곳에 있던 다른 애들은 어디 있어요.”

“.. 적어도 그곳보다는 더 좋은 곳으로 갔다.”

“정말요?”

“그래.”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어디든 그 아이들에게 그곳보다 더 나은 곳일 테니까.


“아저씨.”

“왜?”

“제 이름은 비나에요.”

“그래?”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네인은 잠깐 고민하고 대답했다.


“싫어.”

“왜요?”

“어차피 너는 나를 잊을 테니까.”

“안 잊어요. 저 기억력 좋아요.”

“그래도 잊을걸?”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네인은 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마주 앉아 말했다.


“넌 앞으로 더 행복한 기억을 갖게 될 테니까. 잠깐의 기적 정도는 금방 잊겠지.”

“아니에요.”

“그래? 맞으면 어떻게 할래?”

“만약 아저씨가 틀렸다면 어떻게 할래요?”

“.. 그러면 소원을 하나 들어줄까?”

“소원이요?”


소원이라는 말에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단, 조건이 있어.”

“어떤 조건인데요.”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선 안에서 너를 위한 소원.”

“뭐에요 그게.”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고 배웠거든. 그러니 이 정도 조건 정도는 참아주라.”

“그럼, 그 조건 안에서 무조권 소원을 들어주는 거죠?”

“그래.”

“약속이에요.”


아이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래. 약속이다.”


네인과 아이는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기억은... 그래.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술래잡기라도 할까?”

“술래잡기요? 저 술래잡기 잘해요!”

“그래. 그럼, 지금부터 시작할까?”

“네?”


아이가 의문을 표현하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다.


“안 좋은 기억은 악몽으로 남기를 바랄게.”

“... 그건 저주가 아닌가?”


네인의 말에 인은 평범하게 반박했다.


“저주일 수도 있고 축복일 수도 있지.”

“너는 축복이라는 의견이군.”

“악몽은 현실이 아니니까.”


악몽은 사람을 괴롭게 하거나 혹은 슬프게 한다. 다만 그 기억은 꿈이기에 현실에 의해 희미해지고 이윽고 그 흔적조차 남지 않는 그저 그랬던 기억만이 남게 된다.

현실에 의해 이제는 아무런 흔적조차 남지 않는 기억. 그게 악몽이다.


“현실 또한 악몽이 아니지. 그러니 안 좋은 기억은 악몽으로 남기를 바랄 수밖에.”


현실의 안 좋은 기억은 오래 남는다.

트라우마, 공포증, 여러 방면으로 그 기억은 현실을 좀먹는다.

악몽과 다르게 현실은 실존하는 것이니까.


“이 기억도?”

“... 글쎄다.”

“그러면 저 아이가 불리할 텐데.”

“그걸 결정하는 건 내가 아니야.”


네인은 아이의 이마를 콕 찍었다.


“이 아이지.”


그 순간 아이의 몸이 나비무리가 되어 어디론가 흩어졌다.


“네인. 너 참 악질이라는 생각 안 들어?”

“들긴 하는데 뭐 어쩌라고? 이건 어디까지나 ‘장난’ 같은 수준이잖아.”

“그건 그렇지.”

“그것보다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냐?”


네인을 중심으로 그 방에 있던 아이들이 원의 형태로 모여있었다.


“내가 받은 부탁은 방금까지 여기 있던 아이만, 너희들은 아니야. 어쩌다 덤으로 데려온 것뿐 너희들을 다시 거기로 돌려보내도 상관없어.”


아이들의 눈에 두려움이 깃들려고 할 때 네인이 말을 더 이어 나갔다.


“가! 원래 생각이었지. 지금은 아니야.”


네인은 정말로 저 아이들을 원래 장소로 돌려보낼 생각이 있었다. 다만 돌려보낸 이후의 결과가 너무 뻔했고 그 결과는 네인은 납득하지 못했다.


“두 가지 선택지를 줄 건데 선택해볼래?”

“선택.. 이요?”


아이들중 가장 큰 아이가 대답했다.


“나쁜 제안은 아니야. 오히려 좋을 수도 있고. 첫 번째 제안, 죽는다.”


죽는다는 말에 아이들은 울먹인다.


“죽는 것 자체는 나쁜 제안은 아니야. 어차피 그곳에서 고통스럽게 죽는 선택지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통이라는 상황을 빼는 것뿐이니까.”


“두 번째는요?”

“이곳에서 사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옷 전부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어. 단, 너희들은 이 꽃밭에서 절대 나갈 수 없어. 편하게 살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단점은 너무 심심하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다는 것.”

“다른 사람이라면...”

“가족도 포함되지. 너희들끼리 살아야 한다는 소리다.”


가족도 만나지 못한다는 소리에 아이들이 동요했다.

나이대를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어린아이의 세상에서 가족이란 단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으니까.


“다른 방법은 없는 것입니까?”


이번에도 이곳에서 가장 큰 아이가 네인에게 물었다.


“다른 방법이라.. 많지. 많아도 너무 많아.”


네인은 일어서서 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너무 많아서 곤란해.”


퍼억!


네인이 쓰다듬은 아이의 머리가 터졌다.

그 광경을 본 각기 다른 아이들은 비명을 부르고 부모를 찾았다. 그 와중에 평온한 모습을 한 아이가 있었다.

유령이 된 머리가 터진 아이였다.


“어때? 죽어본 소감은.”


네인의 말에 아이들의 비명이 점점 멎어졌다.


“...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이는 쓰러진 자신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죽음은 별거 아니야. 공포도 아픔도 없지. 물론 좋은 것도 없지만.”


시체가 나비가 되어 흩날렸다.


“죽음은 아무것도 없는 것. 그것에 육체도, 감정도, 생각도 없지. 그래서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무지는 나약하고 또한 악이라고 배웠을 테니까.”


네인은 자신이 정의한 죽음을 아이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네인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들 나름대로 이해하는 것이 있었다.


“사람들이 왜 그런 죽음이 두려운 건지. 너희들은 한번 이해해봤으면 좋겠구나.”


죽는다.


퍼억!


그렇게 이제는 유령이 된 아이들이 꽃밭에 있었다.


“어떠냐?”

“아무런 느낌도 없어요.”


제일 먼저 터져 죽은 아이는 그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모르겠어요.”

“몰라요.”


생소하겠지. 뭐든 자극적인 아이들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느낌을 알 턱이 없으니까.


“이제.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냐?”

“.. 모르겠어요.”

“가족은?”

“.... 가족이요?”


가족이라는 말에 이미 유령이 된 아이들이 눈을 빛낸다.


“엄마...”

“아빠...”


육체는 이미 죽어 영혼만 남은 상태에서 저 아이들은 살아있는 눈빛을 하고 있다.

아니.. 살고싶어하는 눈빛을 내고 있다.

아이들은 죽음을 경험하고 죽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갈망한다.

진시황을 포함한 수많은 왕, 황제들이 불로불사를 갈망했듯이.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도 더 많은 부를 원하는 부호들이 그렇듯이.

더 많은 그리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집착한다.


“뭘 하고 싶니?”

“살고 싶어요.”


없는 것을 갈망한다.


“부모님을 만나고 싶어요.”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싶어 한다.


“그러니?”


그것은 탐욕이기 이전에 인간이, 생물이 가진 근본적인 본능이기에...


“살아서, 부모님을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니?”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없는 자들은 갈망하고 움직인다.

이것 또한 인간이다.


“그렇구나.”


네인의 눈에서 빛나던 금빛이 꺼지니 아이들의 영혼에 육체가 만들어졌다.


“살고 싶니?”


육신을 갖게 된 아이들에게 네인은 다시 한번 물었다.


“살고 싶어요.”


아이들은 이전보다 더 확고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에 네인은 잠깐 고민하고 입을 열었다.


“이러면... 귀찮아지는데 어쩔 수가 없네. 인.”

“왜 그러지?”


인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말했다.


“레코드한테 애들 몇 명 좀 잠시 맡긴다고 말해주라.”

“레코드한테? 귀찮아할 텐데.”

“어차피 걔 할 일 별로 없잖아. 잠깐 애 좀 맡아달라고 해. 오래 걸려도 며칠이고.”

“네인 너...”


뭔가 할 말 있어 보이는 인한테 네인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결국 신이 될 수 없는 인간이야. 결국 이런 꼴이지.”


네인은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희들의 의견은 잘 알겠어. 하지만.. 꿈이 구체적이지는 않아. 따로 하고 싶은 건 있어?”


네인의 말에 웃으면서 자신은 뭐가 되고 싶어 하는지 당당하게 혹은 부끄럽다는 듯이 말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기사, 마법사, 요리사, 건축가 등등.. 다방면으로 그리고 같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그 꿈을 얘기했다.

단 한 명만 빼고.


“큰놈 너는 뭘 하고 싶냐?”


이 중 가장 큰 아이는 침울한 표정을 하면서 말했다.


“... 얘기해도 달라질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당신은.. 저희를 살려줄 생각이 없잖아요.”


그 말에 아이들의 표정이 다시한번 공포가 일었다.

그리고 저 말에 대한 네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몰라, 나도.”

“.. 네?”

“나도 너희를 살릴지 죽일지 몰라. 안정했으니까. 속마음을 조금 얘기하자면 살리고 싶은데 살려줄 이유가 없어서 못 살린다고 해야 하나?”

“이유요?”

“... 많이 복잡한 이유가 있어. 그래서 너는 꿈이 뭔데? 그것만 듣고 결정할 거야.”


아이는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없어요.”

“왜?”

“그냥 사는 것 외에 생각할 길이 없었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네인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정했다.”

“어차피 이미 결정지은 사항 아니었나?”

“그렇지만 이젠 마음까지 완전히 기울었거든.”

“네?”

“아~ 이건 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네인은 자리에 일어나 아이들 앞에 게이트를 열었다.


“앞의 게이트를 지나가면 너희들은 자유야. 상자에 갇혀 죽음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얼마 안 가 부모님도 뵐 수 있겠지.”

“정말요?!”

“그래.”


환호하는 아이들 그리고 네인은 그런 아이들에게 말을 이어 나갔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왜요?”

“내가 너희들을 보내는 곳은 너희들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이 아닌 너희들이 잘 살 수 있을 만한 곳이니까.”


네인의 계획은 간단했다.

아이들을 북부로 보내고 아이들의 부모님을 북부로 보낸다.

부모 쪽은 시간차를 두고 일단 레코드에게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의 기초교육을 맡긴다.

레비탄가로 보낼까 싶었지만 귀찮고 이 일에 대한 설명 또한 귀찮으니 그냥 내 정체를 어느 정도 아는 아스트라 공작이 지배하는 북부를 선택했다.


“부모님도 곧 만날 수 있겠지.”

“진짜죠?”

“그럼.”

“그럼, 아까 그 애랑 했던 거 저희도 해줘요.”

“아..”


그렇게 아이들과 네인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아이들은 이런 건 참 빨리 배운다.

아이들 전부하고 약속하고 하나둘 게이트 너머로 걸어갔다.

전부 건넜다고 생각할 때쯤 아직도 그 큰아이는 게이트를 건너지 않았다.


“너는 안 가?”

“제가 살아도 될까요?”


네인은 나름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아이는 뻘쭘한지 크게 한 소리했다.


“저는 심각해요!”

“알아.. 나도 그랬으니까.”

“.. 진짜요?”

“근데. 살다 보면 딱히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왜요?”

“사는 데 중요한 건 이유보단 과정이거든. 네가 어떻든 네가 어떤 사람이었든. 앞으로 네가 할 일은 너의 과거보다 더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요.”

“살다 보면 알아. 너도 언젠가 깨닫게 되는 날도 있을 것이고. 물론 그럴 거면.”


네인은 게이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걸어야겠지.”

“뛰는 건요?”

“그건 나중에. 일단 걸어. 그럼, 뭐든 되더라.”


팡!


네인은 아이의 등을 쳤다.


“이제 걸을 시간이다.”


아이는 네인의 말에 따라 게이트를 향해 걸었다.


“아저씨.”

“그래.”

“저희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 말을 끝으로 아이는 게이트 속으로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간입니다 아마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비정기 연재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23.07.23 36 0 -
공지 잠시 휴재에 들어가겠습니다. 23.07.12 29 0 -
115 제안 24.05.28 4 0 11쪽
114 무지 24.05.24 6 0 11쪽
113 앞으로의 일 24.04.01 6 0 11쪽
112 이해 관계도 24.03.22 7 0 11쪽
111 네인과 인격의 관계 24.03.20 7 0 11쪽
110 에이와 대련 24.03.18 9 0 12쪽
109 행동원리 24.03.13 11 0 11쪽
108 세계 24.03.07 9 0 11쪽
107 불행한 자들의 낙원 24.03.02 9 0 12쪽
106 불광불급 24.02.28 9 0 16쪽
105 네인 이야기(4) 24.02.21 8 0 12쪽
104 네인 이야기(3) 24.02.17 9 0 11쪽
103 네인 이야기(2) 24.02.15 9 0 11쪽
102 네인 이야기 24.02.10 13 0 11쪽
101 검은색 24.01.30 13 0 11쪽
100 침식 24.01.24 11 0 13쪽
99 폭주 전조 24.01.17 12 0 11쪽
98 실험 24.01.15 12 0 12쪽
97 방식과 방법 24.01.09 10 0 13쪽
96 인내의 시간 23.12.31 14 0 11쪽
95 지옥도 23.12.22 9 0 11쪽
94 죄와 속죄 그리고 정의 23.12.15 8 0 12쪽
93 마피아 게임 23.12.07 11 0 13쪽
92 해야할 일 23.12.02 11 0 12쪽
91 테스트 23.11.26 12 0 13쪽
» 인간의 방향 23.11.20 11 0 17쪽
89 신과 인간 그 어딘가 23.11.08 15 0 16쪽
88 원점 23.10.24 10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