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5.28 08:00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7,083
추천수 :
69
글자수 :
604,358

작성
24.03.22 22:00
조회
6
추천
0
글자
11쪽

이해 관계도

DUMMY

정신을 차린 네인은 목을 이리저리 꺾더니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좋아. 괜찮네.”

“네인 괜찮나?”

“뭐. 그럭저럭. 그나저나 대련을 이어나가기에는 상황이 별로네. 이쯤에서 끝낼까?”

“네인.”

“음?”


에이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네인에게 질문했다.


“너는 지금 뭘 어떻게 하고 싶어?”


두서없는 말에 네인은 잠깐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뭘?”

“현재 너에게 주어진 상황 전부.”

“뜬금없이? 왜?”

“2번을 만났다. 이유는 그걸로 충분하나?”

“조금 부족한데.”

“2번과 7번이 널 죽이느냐 살리느냐까지 언급한 건?”

“그 정도면 괜찮네.”


네인은 연무장 바닥에 앉았다.


“에이. 너도 앉아. 꽤 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바깥에서 얘기해도 되는 일인가?”

“당연히 바깥은 차단해 두었지. 내 능력 몰라?”


에이는 연무장 외각쪽으로 향해 바깥으로 손을 뻗었지만, 손은 연무장을 경계로 벽에 막힌 듯 넘어가지 않았다.


“확인은 끝났지? 그럼 와서 앉아.”


에이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았다.


“하여간.”


딱!


네인이 손가락을 튕기자 에이는 네인의 바로 앞에 도착해있었다.


“대단한 능력이군. 마나가 안 느껴졌어.”

“당연하지. 애초에 이건 편의상 능력이라 부르는 거지 애초에 능력으로 분류될만한 것이 아니니까.”

“그럼, 뭐라 부르지?”

“시스템, 세상의 법칙. 내가 사용하는 건 그걸 조종하는 리모컨.”

“리모컨?”

“기계의 움직임을 떨어져 있어도 제어하는 장치.. 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마도구같은 경우에도 원격으로 조정하는 장치가 있잖아? 그거라고 생각하면 돼.”


네인이 위를 가리키자 에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손의 모양을 갖춘 구름이 떠 있었고 그 구름은 마치 이지를 갖춘 듯이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네인을 바라보자 네인도 구름을 가리킨 손으로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대충 이런 느낌?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더 많지.”

“예를 들어 멀리서 죽은 사람을 살리던가.”

“... 어.”


예상외의 대답에 네인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예상컨대 이런 질문은 더 있을 것 같다는 감이 왔다.


“너 아주 그냥 날 잡았구나?”

“내가 너랑 남도 아니니까.”

“그렇지.”


업보인 걸까... 처음부터 혼자였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 같지만 지금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내가 질문 좀 해보자. 너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냐?”

“너랑 인격들의 상황과 어비스가 다른 인격들과 다르다는 것.”

“다른 건?”


뭐가 더 있다는 말에 에이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 다른 건?”

“아직은 거기까지인가?”

“너 도대체 얼마나...!”

“몰라도 돼. 몰라도 우리들의 관계는 더 이상해지지 않을 테니까.”

“지금 그게 문제냐?”

“지금은 그게 문제야. 자~ 그럼 뭐부터 설명해야 할까.”


네인은 뭐가 재미있는지 웃으면서 고민했다.


“재미있나?”

“재미있지. 내가 내 입으로 내 상황에 대해 누군가에게 알려준다는 상상은 해본 적도 없거든. 근데 그게 실제로 있는 일이 되어버렸는데 재미가 없을 리가.”


네인은 하얀 가면을 얼굴 위에 썼다.


“뭐하나?”

“멋? 그리고 한번 이런 거 써보고 싶어서?”


딱!


네인이 손가락을 튕기자, 네인과 에이는 연무장 위가 아닌 새하얀 공간에 도착했다.


“설명하는 데 시각적인 정보도 필요할 것 같아서 이런 공간으로 데려왔는데 불안하면 다시 연무장으로 갈까?”

“상관없다.”

“그렇다면야-”


파앗-


네인과 거리가 멀어지고 멀어진 네인의 주변에 열 개의 인형이 생겼다.


[이제부터 설명을 시작할게]


거리와 상관없이 네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네인은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인격에 대해 설명하자면 인격은 시스템에 내 기억과 성향, 성격을 넣은 10개의 분신체를 뜻해.

기억은 평등하게 넣었지만 성향, 성격은 10개의 분신체의 능력에 따라 각각 다르게 넣었지. 그래서 성격이나 행동도 그에 대한 반응도 다 다르고.

8번인 인과 5번인 레코드의 성격이 달랐었잖아. 그런 이유야.


“성격에 따라 능력이 다르다면 도대체 그 능력의 구분은 어떻게 하는 거지?”


좋은 질문이야.

1번과 2번은 차차하고. 만났던 인과 레코드부터 설명하자면 인의 경우에는 관찰을 좋아해. 따로 생각하지 않고 그 상황이 무엇인지 보는 걸 좋아하지. 직접 나서지는 않아. 그런 인의 능력은 공간.

말 그대로 공간 그 자체를 뜻하지.

공간을 휘게 하거나 이동시키고 원래 공간에 다른 공간을 집어넣는 것도 가능하지. 다만 끊거나 부수는 건 못 해. 그건 어떻게 보면 일종의 자해니까.

레코드의 경우에는 호기심이 강해. 그러다 상황에 가능성이 있는 일은 되도록 다 해보려는 성향이 짙고. 그런 레코드의 능력은 인과 확정 능력.

강해보일 수 있지만 가능성이 0%인 경우에는 발동하지 않아. 그렇다고 약하다고 말하기에는 인격 자체가 시스템의 파편 같은 거라 시스템의 전반적인 능력은 조금 사용 가능해.

능력적인 부분만 따지면 강함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니까.


“그런 설명은 됐어. 중요한 건 너와 인격들의 관계 그리고 네가 감추고 있는 거니까.”


하하.. 화났어?


“안났어.”


그래. 그럼, 본론부터 가볼까?

우선 인격들은 나를 죽이느냐 살리느냐로 갈라졌어. 이유야 뻔하듯 나 때문이지만 내가 갈피를 아직 못 잡아서 생겨버린 일이거든.


“갈피를 못 잡아?”


나는 내가 죽어야 하는지 살아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거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그냥 큰 힘을 가지는 게 아니라 사용할 때 그리고 사용함으로써 따라오는 건 책임이 아니라 업보에 가까운 것이었으니까.

그저 큰 힘에 책임이 따라온다고 말하기에는 이 세상에는 큰 힘을 가지고 책임이라 할 만한 일을 겪은 이들은 얼마 없었으니까.

그건 예전의 에이, 너도 마찬가지였었고.

탓하는 건 아니야. 그냥 이 세상은 적어도 그런 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얘기니까.

그럼 다시 본제로 돌아가서. 나는 죽어야 하나 살아야 하나 고민했어. 그도 그럴게 간단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도 보통 한계가 정해져 있기 마련인데 시스템에는 그런 한계가 없으니까.

무엇보다 그 사람 하나 외에도 어느 단체의 미래라던가 그 나라의 환경 혹은 세상의 법칙마저 뒤바꾸는 힘이니까. 그게 과연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해서는 일개 개인으로써는 회의적일 수밖에.

물론 이런 힘을 원했었던 본인으로써는 할말이 없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얻을 수가 없다고 판단한 후의 갈망이다 보니 지금으로써는 나도 할말이 없네.


“그런 힘을 원했었나.”


원했어. 나란 놈은 잘하는 게 하나도 없던 놈이니까.

재능도 없고 책임감도 없어.

위를 향하고픈 욕망도 없지. 인간으로서는 이만큼 최악인 인간도 없을 거야.


“그런 사람이 최악이라고?”


최악이지. 욕심이 없는 인간은 성장을 못하니까.

그럼, 재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재능도 없고 평범한 일에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감도 없었지.


“검이나 마법은? 네가 이륙한 경지는?”


그건 온전히 내가 이륙한 경지는 아닐 거야. 아마 시스템에 의해 보통 사람들보다 경지에 오르는 속도가 좀 더 빨랐을 테니까.

애초에 내가 경지를 올리기 위해 얻은 깨달음은 본래 내것이 아니야. 내가 조금이나마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한 디메리트를 만들고 난 뒤 얻은 ‘기억’에 비롯된 깨달음이 대부분일 테니까.


“왜 그렇게 확신하지?”


경지에 올랐을 때, 그리고 넘을 때, 벽을 느꼈다 할 일은 없었으니까.

무인으로써 마법사로써. 어쩌면 인간이 평범하게 느낄만한 성장의 벽을 느낀 적이 없었으니까.

있었을지도 몰라. 그저 모른 척 넘어간 것일 수도 있겠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벽에 가로막혔다고 느낀 건 인간관계 외에는 느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

아! 한번은 있었나?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경지에 대한 벽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좀 회의적인데?


“왜지?”


벽이 족쇄마냥 몸을 억압하지는 않으니까.


“그럼 너는 그걸 뭐라 생각하는 거냐.”


본능? 비유로써는 그게 제일 정답에 가까운 것 같은데. 그 외에는 딱 맞는 단어는 생각이 안 나네.

생존본능과 비슷한 느낌이었거든. 이걸 넘어가면 큰일난다? 확신은 없었지만.


“감인가?”


그렇지. 나도 모르는 게 많으니까.

무엇보다 나도 인격들의 상황을 어림짐작할 뿐 확실하게 아는 것은 없어. 2번도 그 정도 설명은 했을 것 같은데.


“2번은 그걸 자기 최면이라 했다.”


그럼, 그게 다 사실인가? 애매하네.


“왜지?”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결국 ‘나’라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소리니까.


“조건?”


물론 그 ‘나’라는 게 죽이는 쪽과 살리려는 쪽의 차이가 극명하긴 하겠지만.


“어떤 차이가 있는 거지?”


인간인 나와 인간이 아닌 나.

인간이 아닌 나는 어떨지는 잘 모르겠네.

그게 신을 뜻하는 건지 아니면 괴물을 뜻하는 건지. 적어도 사람이라 말할 수 없는 무언가는 확실한데 그 외에는 아무래도 상상이 안 가네.


“두렵나?”


몰라. 두렵다고 할 수는 있지만 역시 애매해 가끔 나도 내가 인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


“너도?”


그러니까 애들이 나를 두고 죽이냐 살리냐 편 가르기를 하는 거겠지.

우유부단한 본체 때문에 애들이 고생이 많아.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네인은 하얀 공간에서 사라지고 열 개의 인형은 세 가지 원안에 각각 나뉘어 놓여졌다.


“우선 인격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 말하자면 인격들의 의견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졌어. 나를 살리느냐, 죽이느냐 그리고 그대로 내버려 두느냐.”


에이의 옆에 어느새 도착한 네인이 세 개의 원을 움직이며 말했다.


“살리는 쪽 의견을 가진 건 9번 메모리, 8번 인, 3번 에피소드.”

“죽이자는 의견은 1번, 2번, 5번 레코드.”

“10번 어나더, 7번 아웃, 6번 크랙, 4번 리드는 내버려두자는 쪽 의견이지.”

“1번과 2번은 이름이 없어. 애초에 이름을 원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나는 다른 애들도 1번과 2번처럼 이름이 없었으면 했거든.”


네인의 손짓에 각 원형에 인형들이 옮겨졌다.


“뭐. 아무튼 이런 상황 속에서 결국 중요한 건 내 결정이라는 건 다른 인격들도 알고 있으니까. 크게 뭘 하려는 움직임은 없어. 그냥 본인 의견을 정한 것이지 얘네들도 나라서 강압적으로 움직일 생각이 없거든. 근데 여기서 변수가 하나 생겨버렸지.”


원형들 사이 정가운데에 검은 인형이 하나 생겼다.


“어비스가 나타나 버렸어.”


하얀 세계가 검은 인형을 기준으로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간입니다 아마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비정기 연재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23.07.23 36 0 -
공지 잠시 휴재에 들어가겠습니다. 23.07.12 29 0 -
115 제안 24.05.28 4 0 11쪽
114 무지 24.05.24 6 0 11쪽
113 앞으로의 일 24.04.01 6 0 11쪽
» 이해 관계도 24.03.22 7 0 11쪽
111 네인과 인격의 관계 24.03.20 7 0 11쪽
110 에이와 대련 24.03.18 9 0 12쪽
109 행동원리 24.03.13 10 0 11쪽
108 세계 24.03.07 8 0 11쪽
107 불행한 자들의 낙원 24.03.02 9 0 12쪽
106 불광불급 24.02.28 9 0 16쪽
105 네인 이야기(4) 24.02.21 8 0 12쪽
104 네인 이야기(3) 24.02.17 8 0 11쪽
103 네인 이야기(2) 24.02.15 9 0 11쪽
102 네인 이야기 24.02.10 12 0 11쪽
101 검은색 24.01.30 12 0 11쪽
100 침식 24.01.24 11 0 13쪽
99 폭주 전조 24.01.17 12 0 11쪽
98 실험 24.01.15 11 0 12쪽
97 방식과 방법 24.01.09 10 0 13쪽
96 인내의 시간 23.12.31 14 0 11쪽
95 지옥도 23.12.22 9 0 11쪽
94 죄와 속죄 그리고 정의 23.12.15 8 0 12쪽
93 마피아 게임 23.12.07 11 0 13쪽
92 해야할 일 23.12.02 11 0 12쪽
91 테스트 23.11.26 12 0 13쪽
90 인간의 방향 23.11.20 10 0 17쪽
89 신과 인간 그 어딘가 23.11.08 15 0 16쪽
88 원점 23.10.24 9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